-
(질문자) 만나뵙게 돼서 대단히 영광입니다.
(스님) 네.
-
저는 크리스찬-부디스트입니다.
(스님) 네.
-
법륜스님 즉문즉설 때문에
집사람과 갈등이 아주 심했다가...
-
(스님 / 청중 웃음)
-
즉문즉설 때문에 갈등이 심했다고요?
(질문자) 예.
-
어휴, 법륜스님 나쁜 사람이네.
(청중 웃음)
-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고 법륜스님
덕분에 더 많은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래서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고요.
-
병 주고 약 줬는데 고마울 게 뭐가 있어요?
(스님 / 청중 웃음)
-
뒤쪽의 '약'이 훨씬 더 컸기 때문에
감사드리고요.
-
(청중 웃음)
-
(청중 웃음)
-
결혼을 하고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결혼을 안 하고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
결혼을 해도 못 깨달을 수 있고,
결혼을 안 해도 못 깨달을 수 있다.
-
결혼하는 것과 깨닫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
부자라도 깨달을 수 있고,
가난한 사람도 깨달을 수 있다.
-
부자, 가난한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리고
-
교회 다녀도 깨달을 수 있고
절에 다녀도 못 깨달을 수 있고,
-
교회 다니냐, 절에 다니냐 하는 것도
깨닫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
한국 사람도 깨달을 수 있고,
일본 사람도 깨달을 수 있고,
-
한국 사람도 못 깨달을 수 있고,
일본 사람도 못 깨달을 수 있고,
-
그래서 일본 사람, 한국 사람,
국적, 인종, 남녀, 양반, 상놈, 신분, 그리고
-
재산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빈부,
결혼했냐, 안 했냐 하는 결혼 여부,
-
이런 것과 깨달음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
결혼을 하고도 깨달을 수 있고,
결혼 안 하고도 깨달을 수 있고,
-
(질문자) ......
(청중 웃음)
-
부연해서 또..
-
그것까지, 스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것까지
저도 나름 예상을 했었습니다.
-
(청중 / 스님 웃음)
-
그냥 제가 생각하는 것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
스님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결혼을 안 했는데 (스님) 네.
-
저는 결혼을 해서 아내와 살면서
-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느낄 수 없는
많은 고뇌들을 하면서
-
그 과정들을 겪고 나서 사랑을 얻었기 때문에,
(스님) 네.
-
어떻게 보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과는 다른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수행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
그런데 여기서 이제, 이렇게 질문을 드리려고
어제까지 생각을 했는데...
-
오늘 와서 앉아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까
또 한 가지 이제 궁금한 점이...
-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시고나서 돌아오셨을 때,
-
그 아드님은 십대 제자가 되셔서
깨달음을 얻은 걸로 알고있습니다.
-
그런데 아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제가 아직 들어보질 못한 거죠.
-
그러니까 제가 지금 하고 싶은 질문은
아내분도 깨달았다면,
-
두고 떠났던 아내에게 방법을 가르쳐줘서
아내도 같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
하는 것이 맞지 싶은데,
그 부분은 왜 없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
아내도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어서
훌륭한 비구니 스님이 되었어요.
-
어머니도 깨달음을 얻어서
훌륭한 비구니 스님이 되셨는데,
-
이 가족 중에 못 깨달은 사람이
딱 한 명 있어요. 아버지에요.
-
아버지는 못 깨달았어요.
못 깨닫고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
부처님 석가족은 왕족이잖아요. 그렇죠?
-
그 왕족의 머리를 깎아 주는 사람은
우리로 말하면 하인일까요, 양반일까요?
-
머리 깎는 사람이요.
하인이겠지요?
-
인도에서 말하는 '천민'이라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
왕족의 머리를 깎아주는 사람도
왕자들이 전부 출가를 하니까...
-
출가하는 사람들의 머리를 깎다가
생각한 거예요.
-
저런 높은 지위와 많은 재산도 버리고
출가하는데
-
나는 아무 것도 없는데
내가 출가 못할 게 뭐가 있나?
-
'나도 출가한다' 이렇게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도 있어요.
-
그런데 왕국에서는
누가 제일 존경을 받습니까?
-
왕이 제일 존경을 받잖아요.
그러니까 왕국에서는
-
만약에 북한 같이 저렇게 왕국 비슷한 데는
제일 똑똑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한다?
-
왕이라고 생각하지요.
-
그럼 왕이 제일 먼저 깨달아야
될 거 아니에요, 그렇지요?
-
그런데 신하들도 깨달았고,
여자들도 깨달았고,
-
하인도 깨달았는데,
왕이 못 깨닫는단 말이에요.
-
그러니 너무너무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부처님께 여쭈었어요.
-
이런 사정을 얘기하면서,
"정반왕은 왜 못 깨닫습니까?"
-
그러자 부처님께서 웃으시면서
"정반왕에게는 부처가 없다" 하셨어요.
-
정반왕의 눈에는 석가모니가 부처님으로
보였을까, 아들로만 보였을까?
-
(청중) 아들...
(스님) 아들로만 보였어요.
-
그래서 제가 경전을 다시 한 번 뒤져봤어요.
-
그랬더니 이 분은...
시종일관 아들로서만 부처님을 봤습니다.
-
그러니까 부처님이 부처가 되었다 하면
법문을 들을 생각을 안 하고,
-
늘 관심이... "오늘은 무슨 법문을 하셨느냐?"
이런 기록이 한 번도 없어요.
-
"오늘은 무엇을 먹었느냐?"
사람들에게 시켜서... 아시겠어요?
-
"옷은 무엇을 입었더냐?"
"잠자리는 어떻게 하더냐?"
-
"아이고, 어떻게 우리 아들이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
-
"어떻게 그 거지 같은 분소의를
입을 수가 있느냐?"
-
"어떻게 우리 귀한 아들이
나무 밑에서 잘 수 있느냐?"
-
늘 이런 관심만 있고,
부처님이 카필라성, 고향에 돌아왔을 때도
-
왕궁 안에 침상도 좋게 마련하고,
음식도 차려놓고 이랬어요.
-
그런데 부처님이 왕궁 안에 안 들어왔어요.
그래서 왕이 왕궁 밖으로 나가서
-
부처님을 만났는데 부처님이 대중들을 데리고
걸식을 하는 거예요.
-
가난한 집에 가서
거지처럼 얻어 먹었다는 말이에요.
-
그러니까 왕이 아들한테 너무 속상한 거예요.
창피하고...
-
"아니! 이 나라의 태자가 남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다니!"
-
그래서 그에 대해 항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부처님이
-
"대왕이시여, 이것은 우리 가문의 전통입니다"
그랬어요. 그러자 왕이
-
"석가족 가문에 걸식하는 전통이
어디 있느냐?" 그랬더니
-
"이것은 출가사문의 전통입니다"
그러니까
-
'나는 왕족이다, 나는 양반이다' 하는
이런 의식이 전혀 없는 거예요.
-
"나는 그냥 다만 수행자일 뿐이다"
이런 애기인 거예요.
-
그래서 궁중에 이렇게 많은 음식을 차려놓고,
이렇게 좋은 잠자리도 마련해두었는데도
-
부처님은 전혀 들어오시지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부처님은 출가한 이후로
-
이 나라든 저 나라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
(스님) 왕의 존경을 받아도
왕궁 출입은 안 하셨어요.
-
식사 초대를 안 받은 것은 아닙니다.
아시겠어요?
-
장자들, 즉, 부자들 집에서 식사 초대한 것은
초대받아 가신 적이 있는데
-
궁에는 안 들어가셨어요.
-
그렇다고 "궁에 들어가면 안 된다"
그런 말씀도 안 하셨어요.
-
"걸식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때로는 식사 초대를 받을 수도 있다"
-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막아놓은 것은 아니에요.
-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출입을 안 하셨어요.
그러니까
-
정반왕은 부처님을 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즉, 뵙지도 못하고
-
부처님의 말씀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깨달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
아들밖에 본 적이 없어요.
-
그런데 부처님의 아들이나,
부처님의 전 부인이나 부처님의 어머니,
-
어머니는 왜 그랬을까?
어머니는 권위주의가 아니지요, 그죠?
-
그러니까 어머니는 아들을 넘어서
부처로 본 거예요.
-
그런데 어머니도 아들로만 보이지,
부처로 못 볼 수도 있어요.
-
그런데 그게 남성 중심의 사회,
특히 왕이었기 때문에 더 심했어요.
-
그래서 어머니는 나중에 부처로 보고
법을 청해 듣고 깨달았어요.
-
그 어머니라는 분은 생모의 개념이 아니고,
생모이신 마야 부인은
-
부처님 탄생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고,
그 뒤부터 키운 사람이 어머니 아니겠어요?
-
사람이 짐승이라면 어머니가 아니지만
사람은 짐승이 아니잖아요.
-
기른 자가 뭐다? 어머니니까...
-
그러니까 어머니는 나중에 깨달음을 얻어서
아라한과를 증득했어요.
-
깨달은 비구니 스님이 되었다.
-
그러니까 돌아와서 다시 결혼생활 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
집을 이미 떠났기 때문에...
-
(질문자) 잘 알겠습니다. (스님) 네.
(청중 박수)
-
결혼하고 안 하고는 제 자유입니다.
아시겠어요? (청중 웃음)
-
그것은 깨닫는 것과는 무관해요.
-
그런데 여러분 부부가 같이 살아보면
짜증내고 욕심내고 하는 게
-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면 더 심해져요,
더 약해져요? (청중) 심해져요.
-
네, 그러면 수행을 조금 더 열심히 해야 돼요.
(청중 웃음)
-
여러분은 더 열심히 해야 되고,
저는 조금 덜해도 돼요. (청중 웃음)
-
그래서 저는 약간 게을러서
그 높은 장벽을 넘지 않고
-
조금 낮은 장벽을 넘으려고
이렇게 혼자 사는 거예요.
-
'혼자 사는 것이 반드시 유리하다'
이것은 아니에요.
-
그리고 부처님은 이 수행의 길에
두 가지 길을 열어주셨어요.
-
출가해서 수행하는 길과,
재가에 있으면서 수행하는 길,
-
이 두 개를 다 열어주셨어요.
그래서 예를 들면,
-
'야사'라는 젊은이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본인이 출가해서 수행하는 길을 갔어요.
-
부인이 있는데 버리고 출가를 했고,
-
야사의 아버지, 구리가 장자는
재가의 길을 가셨어요.
-
출가를 안 하고 그냥 세속에 있으면서
수행자의 길을 가셨다.
-
이 세속에 있으면서 수행자의 길을 가서
어떤 출가 스님보다 더 위대한,
-
십대 제자와 동급이 되는
재가 수행자들이 있습니다.
-
가장 유명한 사람은 사위성에 '수닷타 장자'
금강경에 나오는 '급고득장자' 있지요?
-
급고득장자, 기원정사를 지은 분이에요.
그 다음에 동원정사를 지은 베사카 부인,
-
그리고 구리가 장자, 이런 사람들은
거의 아라한과를 증득하셨어요.
-
그러니까 출가한 비구니 스님들도
아라한과를 증득하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
깨달음의 최고의 경지까지 이른 분들이 있다.
이거예요.
-
그런데 이제 점점 후대로 내려오면서
-
출가한 수행자들인 스님은
사제, 제사장이 되고,
-
재가 수행자들은 신자가 되는,
즉, 불교가 종교화되면서
-
스승인 붓다는 신이 되고,
출가한 승려는 사제가 되고,
-
재가 수행자는 신도가 되는,
종교의 길을 가버린 거예요.
-
그래서 복을 빌고 하는
'불교'라고 하는 종교가 생긴 거예요.
-
원래 붓다가 가르친 것은 종교가 아닙니다.
'수행'이지...
-
'수행자의 길이다' 이거예요.
그래서 종교가 불교든 기독교든 상관 없다.
-
누구든지 깨달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
-
'수행자의 길'로 가야 된다.
-
그래서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산다.
그러면 괴로움이 없는 삶이 뭐냐?
-
열반, 니르바나, 열반이라고 하는 거예요.
원래 그 길을 다 열어놨어요.
-
그런데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자꾸 복을 추구하니까...
-
부처님은 왕위를 버렸는데
세상 사람들은 왕 되게 해달라고 빌잖아요.
-
부처님은 재물을 버렸는데
재물을 구해달라고 빌잖아요.
-
부처님은 결혼 생활도 버렸는데
좋은 여자, 좋은 남자 만나게 해달라고
-
누구한테 빌어요?
부처님께 빌어요.
-
나는 다른 데 가서 비는 건 이해가 되는데,
그걸 왜 부처님한테 비는지 모르겠어요.
-
부처님은 결혼을 했다가도 그만뒀는데,
부처님에게 결혼시켜달라고 빌고,
-
부처님은 아들도 버렸는데
부처님보고 아들 낳게 해달라고 빌고,
-
부처님은 아들이 탁 나왔을 때 뭐라 그랬다?
"장애구나" 이렇게 말했다 그러잖아요.
-
그래서 "라훌라!" 이렇게 말했다는데,
부처님한테 아들 낳게 해주세요.
-
돌부처의 코를 배서 먹으면 아들 낳는다.
(청중 웃음)
-
(스님) 이게 좀 앞뒤가 안 맞아요.
-
부처님은 재물을 버렸는데
재물을 얻게 해달라.
-
부처님은 왕위를 버렸는데 시장 되게 해달라,
대통령 되게 해달라고 부처님한테 빈다면,
-
원래 불교와는 좀 안 맞아요.
'논리적으로 안 맞다' 이 말이에요.
-
그러나 지금 현재의 불교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 거냐?
-
이거는 '종교화' 된 불교예요.
그러면 원래 불교는 뭐냐?
-
어떻게 하면
괴로움 없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
이게 부처님의 수행의 목표예요.
그것을 '해탈과 열반'이라고 그래요.
-
뭐라고요?
(청중) 해탈과 열반.
-
'해탈'이라는 말은 어떤 속박도 받지 않는,
남의 눈치든 이런 거 안 보는 자유로움,
-
아주 자유로운 상태, 완전한 자유,
이게 해탈이고,
-
'열반'이라는 것은
어떤 괴로움, 번뇌, 번민도 없는 행복한 상태,
-
이것을 열반이라고 그래요.
-
수행의 목표는 해탈과 열반이지,
천당에 태어나고 극락에 태어나고,
-
예쁘게 태어나고 이런 게 아니에요.
수행의 목표는...
-
종교의 목표는 이제
죽어서 천당 가고, 극락 가고,
-
다음 생에 부자로 태어나고,
왕으로 태어나고 이런 거예요.
-
그래서 불교 안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수행으로서의 불교, 종교로서의 불교가 있다.
-
그럼 종교로서의 불교는 불교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
종교로서의 불교,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러했지만,
-
종교화 된 불교가 있는 거예요.
-
그런데 오늘 여러분과 제가 만나는 것은
종교로서의 불교로 만나는 거예요?
-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청중) 수행이요.
-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얘기하고자 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무슨 종교를 믿든
-
그것은 저와 관계가 없다 이 얘기에요.
-
'불교는 틀렸다'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
'불교가 좋다'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
여러분의 종교가 무엇이든
'여러분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
여자든 남자든,
한국 사람이든 일본 사람이든,
-
결혼했든 혼자든,
이혼했든, 신체장애가 있든,
-
어릴 때 성추행을 당했든,
어렸을 때 폭행을 당했든,
-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든,
어떤 경험을 했든
-
아들이 어제 죽어서 온 사람도,
남편이 어제 죽은 사람까지
-
뭐할 권리가 있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
-
누구나 다 열반을 증득할 수가 있다.
그 얘기를 하려고 우리가 이렇게 모인 거예요.
-
종교 얘기하려면
제가 절에 있지, 왜 여기 와 있어요?
-
절에 있으면 내가 법상에 떡~ 앉아있고,
여러분은 바닥에 앉아야 돼요.
-
그런데 여기 오니까
여러분은 의자에 떡~ 앉아있고, (청중 웃음)
-
(스님) 나는 이렇게 벌 서듯이 서서
얘기하잖아요. (청중 웃음)
-
자, 그래서, 그럼 어떻게 하면
이제 괴로움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
그러면 첫 번째,
아까 저 여성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
두 사람이 좋아해서 연애를 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떠났다.
-
그러면 이 분은 나는 더 만나고 싶은데
남자가 떠났다 하니까
-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됐잖아요, 그죠?
그러면 괴롭지요, 그죠?
-
그렇게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는데,
제가 볼 때는
-
그 놈이 떠나줘야
내가 앞으로 진짜 더 나은 남자를 만나니까
-
이거는 가주는 게 좋아요,
안 가주는 게 좋아요?
-
(청중 / 스님) 가주는 게 좋아요.
-
그래서 그거는 슬퍼할 일도 아니고,
울 일도 아니고,
-
그렇다고 뭐 박수치고 웃을 일도 아니고,
(청중 웃음)
-
그냥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듯이,
가을 되면 낙엽이 떨어져줘야
-
봄에 새 잎이 피어요,
그게 봄까지 붙어있는 게 좋아요?
-
(청중) 떨어져주는 게 좋아요.
-
떨어져야 돼요.
떨어질 건 떨어져야 봄에 새 잎이 나지요.
-
사람이 만약에 안 죽고 계속 산다면
이게 사람한테 좋을까요, 안 좋을까요?
-
(청중) 안 좋아요.
-
지금 100세만 돼도
사회가 노령인구 때문에 난리인데
-
500세까지 살아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 망해요.
-
그러니까 적당히 늙으면
죽어줘야 되나, 안 죽어도 되나?
-
(청중 / 스님) 죽어줘야 돼요.
(청중 웃음)
-
죽는 건 좋은 일이에요.
태어나는 것만 좋은 일이 아니에요.
-
그러니까 봄에 지금 막 꽃피고 잎 피고
좋지요?
-
그렇게 꽃 피고 잎 피려면 낙엽이 되어
떨어져줘야 돼요, 붙어있어야 돼요?
-
(청중) 떨어져줘야 돼요.
(스님) 떨어져줘야 돼요.
-
그럼 오래 살면 나쁘냐?
그 얘기는 아니에요.
-
그렇다고 오래 산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에요.
-
그러니까 일찍 죽으면
일찍 죽는 대로 좋고,
-
늦게까지 살면 늦게까지 사는 대로 좋고,
이렇게 생각해야 되고,
-
또 조금 아프다가 죽으면
또 아픈 대로 좋고,
-
안 아프고 팍 죽어버리면 그대로 좋아요.
(청중 웃음)
-
그런데 안 아프고 팍 죽어버리면
가족들한테 좋을까, 죽는 사람한테 좋을까?
-
(청중) 죽는 사람...
-
죽는 사람한테 좋아요.
그런데 가족들한테는 너무 가슴 아파요.
-
그러니까 가족을 위한다면 조금 아프다가
(청중 웃음)
-
(스님) 죽어야 돼요. 아시겠어요?
(스님 / 청중 웃음)
-
조금 아프다가 죽어서 가족들이
"하이고, 힘들다, 그냥 죽지" (청중 웃음)
-
이럴 때 죽으면 겉으로는 울지,
속으로는 안 울어요.
-
그걸 뭐라고 그런다?
'정을 뗐다' 이렇게 말해요.
-
그래서 항상 늙어서 조금 골골~ 하다가
죽어야 돼요.
-
자식을 사랑하는 노인이라면...
(청중 웃음)
-
잠 자듯이 팍 죽고 싶다.
그거 그러면 안 돼요.
-
그러면 이제 남은 사람들은 팍 죽는 것 보고
울 필요가 있나요, 없나요? 없어요.
-
부모님이 자다가 죽었다.
그럼 울 필요가 없어요.
-
부모한테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청중 / 스님) 좋은 일이에요.
-
부모한테 좋으면 됐지, 내가 섭섭한 것 가지고
울고 난리 피우면 안 된다 이거예요.
-
그래서 이래 죽어도 좋고 저래 죽어도
좋은 거예요. 도를 알면 이치가 그래요.
-
이치를 모르면 늘 헤어지면 헤어져서 나쁘고,
붙어있으면 붙어있어서 나쁘고 이러는데,
-
이치를 알면 헤어지면 헤어져서 좋고,
같이 있으면 같이 있어서 좋다.
-
그래서 '혼자 있으면 귀찮지 않아서 좋고,
같이 있으면 행복하다' 이렇게 되는데,
-
여러분은 둘이 있으면 귀찮고,
혼자 있으면 외롭고 (청중 웃음)
-
그래서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