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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악질적인 전쟁이 끝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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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나치 SS 친위대 병사들이
두 명의 독일군을 목메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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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필립스: 베를린에서는 아직도
역사의 존재가 생생하게 느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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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도 이 도시가 그 역사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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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3월 1일 추방
아우슈이츠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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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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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소를 가장 먼저 방문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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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영감을 주는 장소죠, 기차역은.
출발과 이별의 장소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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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어떤 그리움이
뭍어나는 장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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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리가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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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필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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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리가 사람의 감정과 정신에
주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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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음향적으로, 혹은 건축적으로
흥미로운 장소들을 찾아다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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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카셀(독일의 도시)에서는
이 기차역의 분위기가 저를 끌리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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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for Strings"는 역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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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영감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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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셀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테레지엔슈타트로 보내졌다는걸 알게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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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은 특히 예술인들이 많이
보내졌었던 수용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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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음악을 작곡한 파벨 하스에 대해
많이 생각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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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수용소에 갇혀있었을 때 작곡한
"Study for Strings"라는 작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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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적십자에 보낼 프로파간다 영화에
소개될 예정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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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수용소의 환경이 괜찮다는
행세를 하고 싶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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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극적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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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 장면을 찍고 난 뒤,
곧바로 아우슈이츠로 보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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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의 원곡은 24명 단원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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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중에 2명의 파트만
녹음하기로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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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사이사이의 침묵은 목숨을 잃은
다른 단원들의 존재를 상기시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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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에 대한 이야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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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웬 매티그: 저희는 일부러 함께
작업을 할려고 하진 않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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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같이 살며 자연스럽게
발전됐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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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웬 매티그: 남편, 스튜디오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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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으로 이사를 오고,
수잔은 굉장히 바빠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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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수잔의 작업을
직접 관리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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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은 굉장히 직감적이고, 어떤 한 공간의
톤과 분위기를 정확하게 집어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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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은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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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속, 겹겹이 쌓인 층 아래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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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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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그마한 변화를 줌으로써
그것이 자연스레 드러나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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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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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덴 광장]
저는 이 히틀러의 연설 직후 일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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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합병 8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초대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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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 사건을 자랑스러워 하진 않죠.
하지만 책임을 인정할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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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면
항상 음향 테스트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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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서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알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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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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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관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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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덴 광장은 만능이에요. 어느 작품이던
그 배경으로 인해 정치적인 색채를 띄게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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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비올라 소리를 가지고
장소를 시험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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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제 목소리를 사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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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제 삶의 일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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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과 항상 노랠 불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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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동안 밴드에 있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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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어떤 장소에서
노래를 부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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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를 통해 공간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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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라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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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셨겠지만 제 목소리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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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치 혼자 있을 때 노래하는
목소리로 부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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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슈퍼마켓에서 부른 노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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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마다 매장 스피커로
직접 노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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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죠. 누군가의
사생활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줌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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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공공적인 장소에서
개인의 존재를 부각시키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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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래가 "발견된 오브제"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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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노래를 부르고 난 뒤,
그 노래를 어떤 장소나 배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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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목시켰을 때,
그 장소가 새롭게 보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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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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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랜드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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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랜드"란 이 곡은 16세기에 나온
스코트랜드의 발라드 노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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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한 선원에 대한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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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슬픈 곡인데, 주변의 소리가
감상을 방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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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된 제 목소리, 혹은 주변의
기차소리와 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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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자극하는 내 주변의 소리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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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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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존더스하우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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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 미술관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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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박물관을 더 선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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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재미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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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강 벤커
보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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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럼펫은 군에서 사용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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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 총알이 통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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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 악기는
이 하나 뿐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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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시절 손상된 악기들"이란 제 작품은
벌써 몇년째 진행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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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인해 손상된 악기들의 소리를
계속 녹음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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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기들은 가장 처음
여기 베를린에서 발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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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시작으로 독일 곳곳의
악기박물관을 찾아가게 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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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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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기들이 더 이상 연주에는
쓰이지 못할 것은 당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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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손상됬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 소리를 낼 순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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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예민하고, 불안정한 소리가 들렸죠.
그리고 숨소리도 중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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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가 삶의 은유로
느껴질 수도 있다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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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시절 손상된 악기들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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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스피커는 "Taps"의 한 음정을 연주하는
각기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들려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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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은 원래 전투에서 사용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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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돌아와도 된다는 신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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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이 소리를 연주한 사람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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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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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2018년 작)의 공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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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시절, 저는 다분히 정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어했어요.
그러나 결과물은 불만족스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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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그 정치적인 메세지가
좀 더 섬세하게 들어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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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서 가장 평가가 좋았던 음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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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 네잔의 테두리를 제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나는 소리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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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는 마치 누군가의 목소리 같이 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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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로 인해 희생된, 잊혀져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다시 주목시켜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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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통해 공간을 해석하죠. 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보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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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기억을 되살리게 해요. 예전의 시간,
장소로 되돌아 가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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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과거의 소리를 현재로
이끌어 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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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Sy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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