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turn to Video

트레이시 셔발리에(Tracy Chevalier): 그림 속에서 이야기 찾기

  • 0:01 - 0:05
    저를 힘들게 하는 일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 0:05 - 0:07
    왠지 모르게 여러분들 중
    일부도 저와 비슷한 증상을
  • 0:07 - 0:09
    겪었으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 0:09 - 0:11
    미술관을 돌아다닐 때,
  • 0:11 - 0:13
    수많은 작품이
    걸려있는 방들을
  • 0:13 - 0:18
    한 15분, 20분 정도 돌아보고 나면
  • 0:18 - 0:20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요.
  • 0:20 - 0:21
    나를 작품과 연관지으려 하지 않고
  • 0:21 - 0:24
    그 대신, 커피 한잔을 마셔냐겠다거나
  • 0:24 - 0:27
    졸음을 쫓아야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죠.
  • 0:27 - 0:30
    갤러리 피로 증상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 0:30 - 0:32
    혹시 저와 같은
    증상을 겪는 분들-
  • 0:32 - 0:34
    네, 네, 많이 계시네요!
  • 0:34 - 0:36
    물론 이런 증상을 20분 넘게
    겪는 분도 계시고,
  • 0:36 - 0:39
    혹은 그보다 짧게
    겪을 수도 있지만,
  • 0:39 - 0:41
    어쨌든 우리 모두가
    이런 증상을 겪는다는 거죠.
  • 0:41 - 0:43
    이에 따른 죄책감도 느끼고요.
  • 0:43 - 0:46
    전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 0:46 - 0:49
    누군가는 저 그림을
    벽에 걸 가치가 있다고
  • 0:49 - 0:51
    생각해서 걸어 놓았나본데,
  • 0:51 - 0:53
    제가 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거죠
  • 0:53 - 0:55
    솔직히 대부분은
    그렇게 보지 않아요.
  • 0:55 - 0:59
    그러고 나면 뭔가
    기분이 찝찝해지죠.
  • 0:59 - 1:03
    스스로에게 왠지 모를
    죄책감도 느끼구요.
  • 1:03 - 1:05
    그림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 1:05 - 1:06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 1:06 - 1:09
    그런 마음으로 갤러리를
    나서는 게 기분좋은 경험은 아니죠.
  • 1:09 - 1:10
    (웃음)
  • 1:10 - 1:13
    우리가 좀더 편하게
    둘러보았으면 좋겠어요.
  • 1:13 - 1:15
    음식점에 왔다고
    생각해보세요.
  • 1:15 - 1:19
    메뉴판을 보고,
    거기에 있는 음식을 모두 다
  • 1:19 - 1:21
    주문하려 하나요?
  • 1:21 - 1:23
    아니죠! 그 중에서 고르는 거죠.
  • 1:23 - 1:26
    셔츠 한장 사려고
    백화점에 가서는
  • 1:26 - 1:29
    모든 셔츠를 일일이 입어보고
  • 1:29 - 1:30
    셔츠를 다 갖고 싶어하나요?
  • 1:30 - 1:34
    물론 아니죠, 선택해야죠.
    그게 정상이고요.
  • 1:34 - 1:37
    그럼, 왜 미술관에서는
    이런 선택이
  • 1:37 - 1:40
    이상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 1:40 - 1:43
    우리는 왜 그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걸까요?
  • 1:43 - 1:46
    전 좀 다른 접근을 해봅니다.
  • 1:46 - 1:47
    두 가지 시도를 하는데요.
  • 1:47 - 1:52
    미술관에 가면, 저는
    먼저 모든 작품을
  • 1:52 - 1:56
    재빨리 둘러본 다음,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 1:56 - 1:59
    작품 몇점을 선정합니다.
  • 1:59 - 2:02
    왜 이끌리는 지는 모르지만,
    그냥 자석처럼
  • 2:02 - 2:04
    저를 잡아당기는 작품 말이죠.
  • 2:04 - 2:07
    다른 작품들은 다 잊고,
    그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 2:07 - 2:10
    제가 맨 먼저 하는 일은,
    저만의 큐레이션을 하는 거예요.
  • 2:10 - 2:13
    그림 하나를 골랐죠. 그저 50개의
    작품 중 하나일 지도 모르죠.
  • 2:13 - 2:17
    그리고 나서, 두번째로 하는 일은,
    그 그림 앞에 서서
  • 2:17 - 2:20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
  • 2:20 - 2:23
    왜 이야기냐고요?
    글쎄요. 이상하게도
  • 2:23 - 2:27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건
    우리의 DNA라고 생각합니다.
  • 2:27 - 2:29
    우리는 모든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만들죠.
  • 2:29 - 2:35
    아마도 그건, 이 세상이
    하도 복잡하고 정신 없기 때문에
  • 2:35 - 2:39
    그런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서,
  • 2:39 - 2:41
    이야기를 짓는게 아닐까요.
  • 2:41 - 2:45
    이걸 미술 작품 감상에
    적용하는 건 어떨까요?
  • 2:45 - 2:48
    그래서, 음식점에서 메뉴 보듯이
  • 2:48 - 2:52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거죠.
  • 2:52 - 2:55
    지금 여러분께 3개의
    작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2:55 - 2:58
    저를 멈추게 한 작품들,
  • 2:58 - 3:00
    제게 이야기를 짓게 한 작품들이죠.
  • 3:00 - 3:04
    첫 작품은 좀 익숙하실 텐데요.
  • 3:04 - 3:07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 3:07 - 3:09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라는 작품입니다.
  • 3:09 - 3:12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이죠.
  • 3:12 - 3:14
    제가 19살일 때
    처음 보았는데,
  • 3:14 - 3:16
    보자마자 나가서
    이 작품의 포스터를 샀어요.
  • 3:16 - 3:20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아직도 집에 걸려 있답니다.
  • 3:20 - 3:23
    저는 이걸 가는 곳마다
    가지고 다녔어요.
  • 3:23 - 3:26
    한번도 질린 적이
    없는 작품이예요.
  • 3:26 - 3:30
    이 작품의 소녀가 저를
    붙잡을 수 있었던 첫 번째 특징은
  • 3:30 - 3:32
    화가가 쓴 화려한 색깔과
  • 3:32 - 3:34
    소녀 얼굴에 비춰지는 빛이에요.
  • 3:34 - 3:37
    하지만 여러 해가 지나도록
    제가 이 작품에
  • 3:37 - 3:40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 3:40 - 3:44
    소녀 얼굴에 드리워진
    갈등을 겪는 표정입니다.
  • 3:44 - 3:46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죠.
  • 3:46 - 3:49
    가끔은 기뻐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슬퍼 보였어요.
  • 3:49 - 3:53
    그래서 자꾸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죠.
  • 3:53 - 3:57
    포스터를 벽에 건지 16년만에,
  • 3:57 - 3:59
    침대에 누운 채 소녀를 바라보며
  • 3:59 - 4:02
    이런 생각을 했어요.
    베르메르는 어떻게
  • 4:02 - 4:06
    소녀에게 이런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었을까?
  • 4:06 - 4:09
    그 순간 처음으로,
    소녀의 표정은
  • 4:09 - 4:11
    소녀가 베르메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 4:11 - 4:14
    나타내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4:14 - 4:17
    전에는 늘 소녀의
    초상화라고만 생각했었는데,
  • 4:17 - 4:22
    지금은 소녀와 화가의 관계를
    그린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 4:22 - 4:24
    그리고, '어떤 관계일까?'
    라는 생각을 했죠.
  • 4:24 - 4:28
    그 관계를 찾아내겠다고
    마음 먹은 저는 자료 수집 끝에,
  • 4:28 - 4:30
    이 소녀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걸 알아냈어요.
  • 4:30 - 4:32
    사실, 베르메르의 인물화 모델 중 누구도
  • 4:32 - 4:35
    베르메르의 그림에 대해서
    신원이 밝혀진 사람이 없죠.
  • 4:35 - 4:37
    베르메르에 대해서도
    알려진게 조금 밖에 없어요.
  • 4:37 - 4:40
    그것은 저를 신나게 만들었어요.
  • 4:40 - 4:44
    내 맘대로 이야기를
    마음껏 지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 4:44 - 4:47
    자, 제가 이야기를
    짓게 된 과정을 설명할게요.
  • 4:47 - 4:49
    먼저, 소녀가
  • 4:49 - 4:51
    베르메르의 집에 있을
    구실을 만들었어요.
  • 4:51 - 4:53
    베르메르가 소녀를
    어떻게 아는 걸까요?
  • 4:53 - 4:55
    소녀가 베르메르의
    12살 짜리 딸이라는
  • 4:55 - 4:59
    의견이 많이 있긴 했어요.
  • 4:59 - 5:01
    베르메르가 이 그림을 그릴 때
    12살 짜리 딸이 있었거든요.
  • 5:01 - 5:04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아주 가까운 관계일 것 같긴 하나
  • 5:04 - 5:06
    딸이 아빠를 바라보는
    표정은 저렇지 않거든요.
  • 5:06 - 5:08
    왜냐하면, 저 당시
    네덜란드의 그림에서는
  • 5:08 - 5:12
    여인이 입을 벌리고 있으면
    성관계를 나타내죠.
  • 5:12 - 5:14
    베르메르가 딸을
    그런 식으로 그린다면
  • 5:14 - 5:16
    부적절하겠죠.
  • 5:16 - 5:17
    따라서 소녀는
    베르메르의 딸이 아닙니다.
  • 5:17 - 5:20
    하지만 베르메르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이죠.
  • 5:20 - 5:22
    그럼 딸 말고도 집에
    누가 살고 있었을까요?
  • 5:22 - 5:25
    하녀, 사랑스러운 하녀가
    살고 있었겠죠.
  • 5:25 - 5:27
    자, 소녀는 집안에 있어요.
  • 5:27 - 5:30
    어떻게 하면 베르메르의 작업실에
    소녀를 들일까요?
  • 5:30 - 5:32
    베르메르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지만
  • 5:32 - 5:34
    우리가 아는 몇 가지를 모아보면,
  • 5:34 - 5:37
    천주교 여성과 결혼해
    장모님과 함께 살았고,
  • 5:37 - 5:39
    개인 작업실이 따로 있는
    집에서 살았고
  • 5:39 - 5:43
    자녀가 11명이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어요.
  • 5:43 - 5:46
    집안이 혼란스럽고 시끄러웠겠죠.
  • 5:46 - 5:49
    근데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보면
  • 5:49 - 5:53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차분하답니다.
  • 5:53 - 5:57
    11명의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집에서 어떻게
    저렇게 차분한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 5:57 - 5:59
    자신을 철저히 격리시켰기 때문이죠.
  • 5:59 - 6:03
    작업실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말했겠쬬.
    "여긴 아무도 못 들어와."
  • 6:03 - 6:08
    아내도, 아이들도. 뭐,
    하녀는 청소해야 하니까 들여보내자."
  • 6:08 - 6:15
    소녀가 작업실에 들어옵니다.
    둘이 작업실에 같이 있는 상태죠.
  • 6:15 - 6:17
    베르메르는 소녀를
    그리기로 합니다.
  • 6:17 - 6:19
    소녀에게 아주 수수한
    옷을 입힙니다.
  • 6:19 - 6:23
    베르메르의 다른 그림에
    나오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 6:23 - 6:29
    벨벳, 비단, 털 같이
    사치스러운 옷을 입고 있어요.
  • 6:29 - 6:31
    근데 소녀의 옷차림은
    굉장히 평범하죠.
  • 6:31 - 6:33
    평범하지 않은 것은
    진주귀걸이입니다.
  • 6:33 - 6:37
    소녀는 하녀라고 했는데,
    어떻게 진주 귀걸이를
  • 6:37 - 6:39
    살 수 있겠어요.
  • 6:39 - 6:42
    소녀의 진주 귀걸이가 아니죠.
    그럼 누구의 귀걸이죠?
  • 6:42 - 6:47
    우연히 그 의 부인 카타리나가 가진
    옷 목록이 밝혀졌는데요.
  • 6:47 - 6:51
    그 중에는 하얀 털이
    달린 노란 색 코트,
  • 6:51 - 6:52
    노란색과 검정색이
    섞인 보디스처럼,
  • 6:52 - 6:56
    다른 그림들에 자주
    나오는 옷들이 있어요.
  • 6:56 - 6:59
    그림에서는 이 옷들을
    서로 다른 여인들이 입고 있고요.
  • 6:59 - 7:04
    그러니까, 부인의 옷을
    다른 여인들에게 빌려준거죠.
  • 7:04 - 7:06
    따라서 진주귀걸이도
  • 7:06 - 7:10
    부인의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죠.
  • 7:10 - 7:13
    자, 그럼 이야기의 구성 요소는
    다 갖추고 있네요.
  • 7:13 - 7:15
    소녀는 베르메르와 오랜 시간 동안
    작업실에서 함께 있어요.
  • 7:15 - 7:17
    이런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 7:17 - 7:20
    오랫동안 단둘이
    있었을 겁니다.
  • 7:20 - 7:22
    소녀는 부인의 진주 귀걸이를
    한 상태로요.
  • 7:22 - 7:25
    아름다운 그녀. 베르메르를 사랑하는 게 분명하죠.
    그래서 갈등을 겪고 있어요.
  • 7:25 - 7:28
    부인은 이 사실을 알까요?
    아마도 모르겠죠.
  • 7:28 - 7:31
    만약 부인이 모르고 있다면,
  • 7:31 - 7:33
    뭐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지죠.
  • 7:33 - 7:35
    (웃음)
  • 7:35 - 7:38
    다음으로 설명할 그림은
  • 7:38 - 7:41
    샤르댕의 "카드로 집을 짓고 있는
    남자아이"라는 작품입니다.
  • 7:41 - 7:46
    정물화로 잘 알려진
    18세기 프랑스 작가죠.
  • 7:46 - 7:48
    하지만 그는 때때로
    사람들을 그리기도 했어요.
  • 7:48 - 7:52
    사실, 그는 이 그림을
    4가지 버전으로 그렸어요.
  • 7:52 - 7:56
    각기 다른 소년들이 집중해서
    카드로 집을 짓고 있죠.
  • 7:56 - 8:00
    저는 이 버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다른 그림에서는 소년들이
  • 8:00 - 8:03
    더 나이가 많거나 적은데,
    저에겐 이 아이가 골디락스의 죽
  • 8:03 - 8:06
    (역주: 동화에서 골디락스라는 소녀가 세 개의 죽 중
    딱 입맛에 맞는 걸 고름)처럼 딱 알맞아요.
  • 8:06 - 8:10
    아이라고 하고도 그렇고,
    어른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죠.
  • 8:10 - 8:15
    딱 순수함과 노련함
    사이에 있는 나이입니다.
  • 8:15 - 8:19
    그게 저의 눈길을
    확 끌었던 거예요.
  • 8:19 - 8:23
    소년의 얼굴을 보았죠.
    베르메르의 그림과 비슷해요.
  • 8:23 - 8:26
    왼쪽에서 빛이 들어와
    소년의 얼굴을
  • 8:26 - 8:28
    드리우고 있어요.
    그림 한가운데서요.
  • 8:28 - 8:31
    그리고 그걸 보면서
    전 제가 어느새
  • 8:31 - 8:32
    "나를 봐. 제발 나를 바라봐."
  • 8:32 - 8:35
    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게 되었어요.
  • 8:35 - 8:38
    하지만 그는 저를 보지 않았어요.
    카드만 바라보고 있죠.
  • 8:38 - 8:40
    그게 이 작품의 매력 가운데 하나예요.
  • 8:40 - 8:45
    소년은 너무 몰두한 나머지
    우리에게 눈길을 주지 않죠.
  • 8:45 - 8:49
    뭔가 확실하게 결론이
    나지 않는 작품,
  • 8:49 - 8:53
    저에겐 그것이야말로
    걸작의 증거입니다.
  • 8:53 - 8:54
    소년은 결코 저를 쳐다보지 않겠죠.
  • 8:54 - 8:56
    그래서 저는 이런 상황이라면,
  • 8:56 - 8:59
    소년을 관찰하고 있을 사람은
    누굴까? 라고 생각했어요.
  • 8:59 - 9:01
    화가를 빼고요. 화가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 9:01 - 9:04
    저는 그 소년보다 더 나이가 든
    사람을 생각하고 있어요.
  • 9:04 - 9:10
    남자, 하인, 나이가 많은
    하인이 젋은 하인을 보면서
  • 9:10 - 9:12
    "이봐. 너가 앞으로 겪게 될
    일에 대해 이야기 할 게 있다.
  • 9:12 - 9:15
    그러니 날 좀 보라구." 라고 말하는 거죠.
  • 9:15 - 9:16
    그러나 소년은 돌아보지 않고요.
  • 9:16 - 9:20
    결말에 대한 불확실성.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나타난
  • 9:20 - 9:22
    불확실성은 소녀가 기쁜건지,
    슬픈건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 9:22 - 9:24
    저는 이 소녀에 대해
    소설 한 권을 썼는데도
  • 9:24 - 9:26
    아직도 소녀가 기쁜지
    슬픈지 알 수 없어요.
  • 9:26 - 9:28
    계속해서 다시, 궁금증을
    채워 줄 단서를 찾기 위해
  • 9:28 - 9:33
    그림을 보고, 또 봅니다.
  • 9:33 - 9:36
    잠시동안 만족할만한
    이야길 지어내지만,
  • 9:36 - 9:42
    결국 만족할 수 없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 9:42 - 9:44
    제가 설명하려는
    마지막 작품은
  • 9:44 - 9:49
    익명의 사람이 그린
    "익명"이라는 작품입니다.(웃음)
  • 9:49 - 9:52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
    는 튜더 왕가 때의 작품입니다.
  • 9:52 - 9:55
    처음엔 토마스 오버베리 경의
    초상화라고 생각했어요.
  • 9:55 - 9:58
    나중에 오버베리 경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지고 나자,
  • 9:58 - 9:59
    그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죠.
  • 9:59 - 10:01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는
  • 10:01 - 10:03
    작품의 전기를 모르면
  • 10:03 - 10:05
    사실상 쓸모가 없습니다.
  • 10:05 - 10:07
    누구의 초상화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벽에 걸 수도 없고요.
  • 10:07 - 10:12
    그래서 안타깝게도, 이 '고아 작품'은
    다른 수많은 '고아 작품'들과 함께
  • 10:12 - 10:14
    창고에 쳐박혀 지내야 했습니다.
  • 10:14 - 10:17
    그 중에는 아름다운
    작품들도 몇 점 있었어요.
  • 10:17 - 10:22
    하지만 이 작품이 저를 붙잡은 데에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10:22 - 10:25
    하나는 그의 웃고 있는 입과
  • 10:25 - 10:27
    애련한 눈빛 사이의
    괴리감 때문이에요.
  • 10:27 - 10:30
    그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 10:30 - 10:34
    저를 매료시킨 또 다른 점은 바로
  • 10:34 - 10:36
    그의 밝고 붉은 뺨이었습니다.
  • 10:36 - 10:39
    그는 얼굴을 붉히고 있죠.
    자기 초상화를 만들기 때문에요.
  • 10:39 - 10:42
    쉽게 볼이 발개지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 10:42 - 10:44
    무슨 생각이 그의 볼을
    붉게 만들었을까요?
  • 10:44 - 10:48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한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 10:48 - 10:51
    정말 멋진 더블릿입니다.
    (*역주: 14~17세기에 남성들이 입던 짧고 꼭 끼는 상의)
  • 10:51 - 10:55
    실크로 만든 잿빛의 아름다운 단추.
  • 10:55 - 10:56
    그 조화는 제게
    일종의 아늑하고 푹신한 -
  • 10:56 - 11:01
    침대위의 이불을
    생각나게 합니다.
  • 11:01 - 11:04
    계속해서 침대와
    빨개진 뺨을 생각하면서
  • 11:04 - 11:06
    그를 볼 때마다 성관계에 대한
    생각이 들게 했죠.
  • 11:06 - 11:09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11:09 - 11:11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 11:11 - 11:13
    마지막으로 뭘 넣을까?
    고민했죠.
  • 11:13 - 11:17
    튜더 왕조의 신사들은
    무엇에 사로잡혀 있었을까요?
  • 11:17 - 11:19
    전 그 대상을
    헨리 8세로 생각했고
  • 11:19 - 11:23
    아마도 그는 상속과 그의 후계자에 관한
    생각으로 사로잡혀 있었겠죠.
  • 11:23 - 11:27
    누가 그의 이름과
    유산을 이어받을까요?
  • 11:27 - 11:31
    이 모든 것들을 모아보면,
    여러분은 여러분들의 궁금증에 대한
  • 11:31 - 11:34
    갈증을 해소해 줄
    이야길 만들게 됩니다.
  • 11:34 - 11:39
    자,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 11:39 - 11:42
    짧아요.
  • 11:42 - 11:44
    "로지" (Rosy:장밋빛)*
  • 11:44 - 11:48
    아직도 난 케롤린이 준
    하얀색 양단 더블릿을 입고 있다.
  • 11:48 - 11:53
    수수한 높은 깃에,
    붙였다 뗄 수 있는 소매
  • 11:53 - 11:56
    비단실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 단추,
  • 11:56 - 11:59
    나한테 딱 맞게 만든 옷.
  • 11:59 - 12:02
    이 더블렛은 큰 침대위의
    침대보를 생각나게 한다.
  • 12:02 - 12:06
    아마도 그게 그녀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 12:06 - 12:11
    처음으로 그걸 입은 건 그녀의 부모가
    우리를 위해 정성스런 만찬을 열었을 때다.
  • 12:11 - 12:13
    내가 연설을 하려고
    일어서기도 전에,
  • 12:13 - 12:15
    내 뺨이 불타오르고 있음을 알았다.
  • 12:15 - 12:19
    나는 늘 심하게 운동을 하거나
  • 12:19 - 12:21
    와인이나, 들뜬 기분으로 쉽게 볼이 발개지곤 했다.
  • 12:21 - 12:26
    어렸을 때 누나들과
    학교 친구들이 놀리곤 했지만
  • 12:26 - 12:28
    조지는 놀리지 않았다.
  • 12:28 - 12:31
    조지만이 나를
    로지라고 부를 수 있었다.
  • 12:31 - 12:34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
  • 12:34 - 12:38
    조지는 그 단어를 다정하게
    말하곤 했다.
  • 12:38 - 12:41
    내가 결혼 발표를 하자, 조지는
  • 12:41 - 12:44
    발개지긴 커녕,
    내 더블렛만큼 창백해졌다.
  • 12:44 - 12:46
    그가 놀랄 것도 없었는데.
  • 12:46 - 12:47
    언젠가는 내가 그의
    사촌과 결혼을 할거란 것은
  • 12:47 - 12:51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 12:51 - 12:54
    하지만 그 얘기를
    큰 소리로 듣기는 힘들었다.
  • 12:54 - 12:57
    나도 겨우 그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
  • 12:57 - 13:01
    나중에 부엌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에서 조지를 찾았다.
  • 13:01 - 13:07
    오후 내내 술을 들이켰는데도
    그는 여전히 핼쑥했다.
  • 13:07 - 13:11
    우리는 함께 서서 양상추를
    자르는 하녀를 바라봤다.
  • 13:11 - 13:13
    "내 더블렛 어때?"
    나는 물었다.
  • 13:13 - 13:19
    조지는 나를 흘낏 보며 말했다.
    "옷깃이 네 목을 조르는 것 같아."
  • 13:19 - 13:21
    "우린 계속 만나게 될거야"
    나는 강조했다.
  • 13:21 - 13:24
    "같이 사냥도 나가고,
    카드놀이도 하고, 궁궐도 가고.
  • 13:24 - 13:26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야."
  • 13:26 - 13:29
    조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 13:29 - 13:33
    난 벌써 23살이야.
    이제 나도 결혼해서
  • 13:33 - 13:37
    후계자를 낳아야 할 때가 온 거라고.
    다들 내가 그러길 바래.
  • 13:37 - 13:40
    조지는 포도주 한 잔을
    비우고, 나를 바라봤다.
  • 13:40 - 13:44
    "결혼 축하한다, 제임스.
  • 13:44 - 13:49
    둘이 잘 어울려."
  • 13:49 - 13:53
    그는 내 별명을
    다시는부르지 않았다.
  • 13:53 - 13:54
    고맙습니다.
  • 13:54 - 13:58
    (손뼉)
  • 13:58 - 13:59
    고맙습니다.
  • 13:59 - 14:01
    (박수)
Title:
트레이시 셔발리에(Tracy Chevalier): 그림 속에서 이야기 찾기
Speaker:
Tracy Chevalier
Description:

트레이시 셔발리에는 그림을 보면서 그림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합니다. 화가가 어떻게 모델을 만났을까? 그 여자 눈에서 느껴지는 표정은 무얼 말하고 있는걸가? 왜 저 남자는... 얼굴이 붉어졌지? 트레이시는 그녀가 쓴 베스트 셀러 소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낳게 한 초상화를 포함하여, 초상화에서 영감을 얻은 세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more » « less
Video Language:
English
Team:
closed TED
Project:
TEDTalks
Duration:
14:21

Korean subtitles

Revis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