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0.516,0:00:04.623 저를 힘들게 하는 일에 대해 [br]말하고자 합니다. 0:00:04.623,0:00:07.127 왠지 모르게 여러분들 중 [br]일부도 저와 비슷한 증상을 0:00:07.127,0:00:09.047 겪었으리라는 [br]생각이 드네요. 0:00:09.047,0:00:11.144 미술관을 돌아다닐 때, 0:00:11.144,0:00:13.247 수많은 작품이 [br]걸려있는 방들을 0:00:13.247,0:00:17.764 한 15분, 20분 정도 돌아보고 나면 0:00:17.764,0:00:19.655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br]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요. 0:00:19.655,0:00:21.263 나를 작품과 연관지으려 하지 않고 0:00:21.263,0:00:23.767 그 대신, 커피 한잔을 마셔냐겠다거나 0:00:23.767,0:00:26.767 졸음을 쫓아야겠다는 [br]절박한 생각이 들죠. 0:00:26.767,0:00:29.951 갤러리 피로 증상을 [br]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0:00:29.951,0:00:32.327 혹시 저와 같은 [br]증상을 겪는 분들- 0:00:32.327,0:00:34.332 네, 네, 많이 계시네요! 0:00:34.332,0:00:36.482 물론 이런 증상을 20분 넘게 [br]겪는 분도 계시고, 0:00:36.482,0:00:38.576 혹은 그보다 짧게 [br]겪을 수도 있지만, 0:00:38.576,0:00:40.790 어쨌든 우리 모두가 [br]이런 증상을 겪는다는 거죠. 0:00:40.790,0:00:42.871 이에 따른 죄책감도 느끼고요. 0:00:42.871,0:00:45.858 전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고[br]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0:00:45.858,0:00:48.873 누군가는 저 그림을 [br]벽에 걸 가치가 있다고 0:00:48.873,0:00:51.401 생각해서 걸어 놓았나본데, 0:00:51.401,0:00:52.759 제가 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br]아니라는거죠 0:00:52.759,0:00:55.423 솔직히 대부분은 [br]그렇게 보지 않아요. 0:00:55.423,0:00:59.197 그러고 나면 뭔가 [br]기분이 찝찝해지죠. 0:00:59.197,0:01:02.664 스스로에게 왠지 모를 [br]죄책감도 느끼구요. 0:01:02.664,0:01:04.727 그림이 이상하다는 [br]생각은 하지 않고 0:01:04.727,0:01:06.184 내가 이상하다는 [br]생각이 드는 거예요. 0:01:06.184,0:01:09.092 그런 마음으로 갤러리를 [br]나서는 게 기분좋은 경험은 아니죠. 0:01:09.092,0:01:10.363 (웃음) 0:01:10.363,0:01:12.672 우리가 좀더 편하게 [br]둘러보았으면 좋겠어요. 0:01:12.672,0:01:15.132 음식점에 왔다고 [br]생각해보세요. 0:01:15.132,0:01:18.819 메뉴판을 보고, [br]거기에 있는 음식을 모두 다 0:01:18.819,0:01:21.002 주문하려 하나요? 0:01:21.002,0:01:22.884 아니죠! 그 중에서 고르는 거죠. 0:01:22.884,0:01:26.059 셔츠 한장 사려고[br]백화점에 가서는 0:01:26.059,0:01:29.036 모든 셔츠를 일일이 입어보고 0:01:29.036,0:01:30.364 셔츠를 다 갖고 싶어하나요? 0:01:30.364,0:01:34.491 물론 아니죠, 선택해야죠. [br]그게 정상이고요. 0:01:34.491,0:01:37.112 그럼, 왜 미술관에서는 [br]이런 선택이 0:01:37.112,0:01:39.685 이상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0:01:39.685,0:01:42.980 우리는 왜 그림 하나하나에 [br]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걸까요? 0:01:42.980,0:01:45.684 전 좀 다른 접근을 해봅니다. 0:01:45.684,0:01:47.302 두 가지 시도를 하는데요. 0:01:47.302,0:01:51.796 미술관에 가면, 저는 [br]먼저 모든 작품을 0:01:51.796,0:01:56.031 재빨리 둘러본 다음, [br]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0:01:56.031,0:01:59.085 작품 몇점을 선정합니다. 0:01:59.085,0:02:01.886 왜 이끌리는 지는 모르지만, [br]그냥 자석처럼 0:02:01.886,0:02:03.943 저를 잡아당기는 작품 말이죠. 0:02:03.943,0:02:07.061 다른 작품들은 다 잊고, [br]그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0:02:07.061,0:02:09.525 제가 맨 먼저 하는 일은, [br]저만의 큐레이션을 하는 거예요. 0:02:09.525,0:02:12.821 그림 하나를 골랐죠. 그저 50개의 [br]작품 중 하나일 지도 모르죠. 0:02:12.821,0:02:16.511 그리고 나서, 두번째로 하는 일은,[br]그 그림 앞에 서서 0:02:16.511,0:02:19.588 저만의 이야기를 [br]만들어냅니다. . 0:02:19.588,0:02:23.186 왜 이야기냐고요? [br]글쎄요. 이상하게도 0:02:23.186,0:02:27.077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건 [br]우리의 DNA라고 생각합니다. 0:02:27.077,0:02:29.446 우리는 모든 일에 대해서[br]이야기를 만들죠. 0:02:29.446,0:02:34.557 아마도 그건, 이 세상이 [br]하도 복잡하고 정신 없기 때문에 0:02:34.557,0:02:38.508 그런 세상을 조금이나마[br]이해하기 위해서, 0:02:38.508,0:02:40.677 이야기를 짓는게 아닐까요. 0:02:40.677,0:02:44.668 이걸 미술 작품 감상에 [br]적용하는 건 어떨까요? 0:02:44.668,0:02:48.383 그래서, 음식점에서 메뉴 보듯이 0:02:48.383,0:02:51.606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거죠. 0:02:51.606,0:02:54.814 지금 여러분께 3개의 [br]작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0:02:54.814,0:02:57.878 저를 멈추게 한 작품들, 0:02:57.878,0:03:00.424 제게 이야기를 짓게 한 작품들이죠. 0:03:00.424,0:03:03.975 첫 작품은 좀 익숙하실 텐데요. 0:03:03.975,0:03:07.006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br]요하네스 베르메르의 0:03:07.006,0:03:09.162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br]라는 작품입니다. 0:03:09.162,0:03:11.662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이죠. 0:03:11.662,0:03:13.806 제가 19살일 때 [br]처음 보았는데, 0:03:13.806,0:03:16.086 보자마자 나가서 [br]이 작품의 포스터를 샀어요. 0:03:16.086,0:03:20.243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br]아직도 집에 걸려 있답니다. 0:03:20.243,0:03:23.393 저는 이걸 가는 곳마다 [br]가지고 다녔어요. 0:03:23.393,0:03:25.737 한번도 질린 적이[br]없는 작품이예요. 0:03:25.737,0:03:29.516 이 작품의 소녀가 저를 [br]붙잡을 수 있었던 첫 번째 특징은 0:03:29.516,0:03:32.073 화가가 쓴 화려한 색깔과 0:03:32.073,0:03:34.017 소녀 얼굴에 비춰지는 빛이에요. 0:03:34.017,0:03:36.801 하지만 여러 해가 지나도록[br]제가 이 작품에 0:03:36.801,0:03:39.857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0:03:39.857,0:03:43.551 소녀 얼굴에 드리워진 [br]갈등을 겪는 표정입니다. 0:03:43.551,0:03:45.969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죠. 0:03:45.969,0:03:48.936 가끔은 기뻐 보이기도 하고 [br]가끔은 슬퍼 보였어요. 0:03:48.936,0:03:52.535 그래서 자꾸만 다시[br]원점으로 돌아왔죠. 0:03:52.535,0:03:56.544 포스터를 벽에 건지 16년만에, 0:03:56.544,0:03:59.226 침대에 누운 채 소녀를 바라보며 0:03:59.226,0:04:01.805 이런 생각을 했어요.[br]베르메르는 어떻게 0:04:01.805,0:04:05.723 소녀에게 이런 감정을[br]불어넣을 수 있었을까? 0:04:05.723,0:04:08.667 그 순간 처음으로, [br]소녀의 표정은 0:04:08.667,0:04:11.467 소녀가 베르메르에 대해 [br]느끼는 감정을 0:04:11.467,0:04:13.606 나타내는 걸 수도 [br]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0:04:13.606,0:04:16.762 전에는 늘 소녀의 [br]초상화라고만 생각했었는데, 0:04:16.762,0:04:21.531 지금은 소녀와 화가의 관계를 [br]그린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0:04:21.531,0:04:24.363 그리고, '어떤 관계일까?'[br]라는 생각을 했죠. 0:04:24.363,0:04:27.571 그 관계를 찾아내겠다고 [br]마음 먹은 저는 자료 수집 끝에, 0:04:27.571,0:04:29.896 이 소녀가 누구인지 아무도[br]모른다는 걸 알아냈어요. 0:04:29.896,0:04:32.243 사실, 베르메르의 인물화 모델 중 누구도 0:04:32.243,0:04:34.603 베르메르의 그림에 대해서[br]신원이 밝혀진 사람이 없죠. 0:04:34.603,0:04:36.730 베르메르에 대해서도 [br]알려진게 조금 밖에 없어요. 0:04:36.730,0:04:39.504 그것은 저를 신나게 만들었어요. 0:04:39.504,0:04:44.163 내 맘대로 이야기를 [br]마음껏 지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0:04:44.163,0:04:46.759 자, 제가 이야기를 [br]짓게 된 과정을 설명할게요. 0:04:46.759,0:04:48.636 먼저, 소녀가 0:04:48.636,0:04:50.728 베르메르의 집에 있을 [br]구실을 만들었어요. 0:04:50.728,0:04:53.216 베르메르가 소녀를 [br]어떻게 아는 걸까요? 0:04:53.216,0:04:54.760 소녀가 베르메르의 [br]12살 짜리 딸이라는 0:04:54.760,0:04:59.183 의견이 많이 있긴 했어요. 0:04:59.183,0:05:01.408 베르메르가 이 그림을 그릴 때 [br]12살 짜리 딸이 있었거든요. 0:05:01.408,0:05:04.104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br]아주 가까운 관계일 것 같긴 하나 0:05:04.104,0:05:06.288 딸이 아빠를 바라보는 [br]표정은 저렇지 않거든요. 0:05:06.288,0:05:08.128 왜냐하면, 저 당시[br]네덜란드의 그림에서는 0:05:08.128,0:05:11.720 여인이 입을 벌리고 있으면 [br]성관계를 나타내죠. 0:05:11.720,0:05:13.608 베르메르가 딸을 [br]그런 식으로 그린다면 0:05:13.608,0:05:15.504 부적절하겠죠. 0:05:15.504,0:05:17.384 따라서 소녀는 [br]베르메르의 딸이 아닙니다. 0:05:17.384,0:05:19.634 하지만 베르메르와 [br]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이죠. 0:05:19.634,0:05:21.898 그럼 딸 말고도 집에 [br]누가 살고 있었을까요? 0:05:21.898,0:05:25.281 하녀, 사랑스러운 하녀가 [br]살고 있었겠죠. 0:05:25.281,0:05:26.842 자, 소녀는 집안에 있어요. 0:05:26.842,0:05:29.503 어떻게 하면 베르메르의 작업실에 [br]소녀를 들일까요? 0:05:29.503,0:05:31.637 베르메르에 대한 [br]정보는 많지 않지만 0:05:31.637,0:05:33.776 우리가 아는 몇 가지를 모아보면, 0:05:33.776,0:05:36.767 천주교 여성과 결혼해 [br]장모님과 함께 살았고, 0:05:36.767,0:05:39.040 개인 작업실이 따로 있는 [br]집에서 살았고 0:05:39.040,0:05:43.323 자녀가 11명이었다는 [br]사실은 알려져 있어요. 0:05:43.323,0:05:46.400 집안이 혼란스럽고 시끄러웠겠죠. 0:05:46.400,0:05:49.344 근데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보면 0:05:49.344,0:05:53.208 믿을 수 없을 만큼 [br]고요하고 차분하답니다. 0:05:53.208,0:05:57.104 11명의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집에서 어떻게[br]저렇게 차분한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0:05:57.104,0:05:59.400 자신을 철저히 격리시켰기 때문이죠. 0:05:59.400,0:06:03.080 작업실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말했겠쬬.[br]"여긴 아무도 못 들어와." 0:06:03.080,0:06:07.808 아내도, 아이들도. 뭐, [br]하녀는 청소해야 하니까 들여보내자." 0:06:07.808,0:06:14.859 소녀가 작업실에 들어옵니다. [br]둘이 작업실에 같이 있는 상태죠. 0:06:14.859,0:06:16.939 베르메르는 소녀를 [br]그리기로 합니다. 0:06:16.939,0:06:19.207 소녀에게 아주 수수한[br]옷을 입힙니다. 0:06:19.207,0:06:22.578 베르메르의 다른 그림에 [br]나오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0:06:22.578,0:06:28.544 벨벳, 비단, 털 같이 [br]사치스러운 옷을 입고 있어요. 0:06:28.544,0:06:31.064 근데 소녀의 옷차림은[br]굉장히 평범하죠. 0:06:31.064,0:06:33.104 평범하지 않은 것은[br]진주귀걸이입니다. 0:06:33.104,0:06:36.551 소녀는 하녀라고 했는데, [br]어떻게 진주 귀걸이를 0:06:36.551,0:06:38.758 살 수 있겠어요. 0:06:38.758,0:06:42.020 소녀의 진주 귀걸이가 아니죠. [br]그럼 누구의 귀걸이죠? 0:06:42.020,0:06:47.061 우연히 그 의 부인 카타리나가 가진 [br]옷 목록이 밝혀졌는데요. 0:06:47.061,0:06:50.677 그 중에는 하얀 털이 [br]달린 노란 색 코트, 0:06:50.677,0:06:52.424 노란색과 검정색이 [br]섞인 보디스처럼, 0:06:52.424,0:06:56.118 다른 그림들에 자주 [br]나오는 옷들이 있어요. 0:06:56.118,0:06:59.232 그림에서는 이 옷들을 [br]서로 다른 여인들이 입고 있고요. 0:06:59.232,0:07:03.710 그러니까, 부인의 옷을 [br]다른 여인들에게 빌려준거죠. 0:07:03.710,0:07:06.229 따라서 진주귀걸이도 0:07:06.229,0:07:09.813 부인의 것이라고 해도[br]틀린 말은 아니겠죠. 0:07:09.813,0:07:12.990 자, 그럼 이야기의 구성 요소는 [br]다 갖추고 있네요. 0:07:12.990,0:07:15.420 소녀는 베르메르와 오랜 시간 동안 [br]작업실에서 함께 있어요. 0:07:15.420,0:07:17.463 이런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br]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0:07:17.463,0:07:20.334 오랫동안 단둘이 [br]있었을 겁니다. 0:07:20.334,0:07:22.334 소녀는 부인의 진주 귀걸이를 [br]한 상태로요. 0:07:22.334,0:07:25.149 아름다운 그녀. 베르메르를 사랑하는 게 분명하죠. [br]그래서 갈등을 겪고 있어요. 0:07:25.149,0:07:27.941 부인은 이 사실을 알까요? [br]아마도 모르겠죠. 0:07:27.941,0:07:31.319 만약 부인이 모르고 있다면, 0:07:31.319,0:07:33.174 뭐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지죠. 0:07:33.174,0:07:35.351 (웃음) 0:07:35.351,0:07:37.941 다음으로 설명할 그림은 0:07:37.941,0:07:41.188 샤르댕의 "카드로 집을 짓고 있는 [br]남자아이"라는 작품입니다. 0:07:41.188,0:07:45.564 정물화로 잘 알려진[br]18세기 프랑스 작가죠. 0:07:45.564,0:07:48.157 하지만 그는 때때로 [br]사람들을 그리기도 했어요. 0:07:48.157,0:07:52.124 사실, 그는 이 그림을 [br]4가지 버전으로 그렸어요. 0:07:52.124,0:07:56.084 각기 다른 소년들이 집중해서 [br]카드로 집을 짓고 있죠. 0:07:56.084,0:07:59.548 저는 이 버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br]다른 그림에서는 소년들이 0:07:59.548,0:08:02.941 더 나이가 많거나 적은데, [br]저에겐 이 아이가 골디락스의 죽 0:08:02.941,0:08:05.893 (역주: 동화에서 골디락스라는 소녀가 세 개의 죽 중 [br]딱 입맛에 맞는 걸 고름)처럼 딱 알맞아요. 0:08:05.893,0:08:09.884 아이라고 하고도 그렇고, [br]어른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죠. 0:08:09.884,0:08:14.677 딱 순수함과 노련함 [br]사이에 있는 나이입니다. 0:08:14.677,0:08:19.160 그게 저의 눈길을 [br]확 끌었던 거예요. 0:08:19.160,0:08:22.877 소년의 얼굴을 보았죠.[br]베르메르의 그림과 비슷해요. 0:08:22.877,0:08:25.500 왼쪽에서 빛이 들어와 [br]소년의 얼굴을 0:08:25.500,0:08:27.724 드리우고 있어요. [br]그림 한가운데서요. 0:08:27.724,0:08:30.736 그리고 그걸 보면서 [br]전 제가 어느새 0:08:30.736,0:08:31.943 "나를 봐. 제발 나를 바라봐." 0:08:31.943,0:08:34.896 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br]깨닫게게 되었어요. 0:08:34.896,0:08:37.632 하지만 그는 저를 보지 않았어요. [br]카드만 바라보고 있죠. 0:08:37.632,0:08:40.384 그게 이 작품의 매력 가운데 하나예요. 0:08:40.384,0:08:44.874 소년은 너무 몰두한 나머지 [br]우리에게 눈길을 주지 않죠. 0:08:44.874,0:08:48.767 뭔가 확실하게 결론이[br]나지 않는 작품, 0:08:48.767,0:08:52.744 저에겐 그것이야말로 [br]걸작의 증거입니다. 0:08:52.744,0:08:54.265 소년은 결코 저를 쳐다보지 않겠죠. 0:08:54.265,0:08:55.944 그래서 저는 이런 상황이라면, 0:08:55.944,0:08:59.160 소년을 관찰하고 있을 사람은 [br]누굴까? 라고 생각했어요. 0:08:59.160,0:09:01.362 화가를 빼고요. 화가라고는[br]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0:09:01.362,0:09:03.888 저는 그 소년보다 더 나이가 든 [br]사람을 생각하고 있어요. 0:09:03.888,0:09:09.833 남자, 하인, 나이가 많은 [br]하인이 젋은 하인을 보면서 0:09:09.833,0:09:12.304 "이봐. 너가 앞으로 겪게 될 [br]일에 대해 이야기 할 게 있다. 0:09:12.304,0:09:14.754 그러니 날 좀 보라구." 라고 말하는 거죠. 0:09:14.754,0:09:16.280 그러나 소년은 돌아보지 않고요. 0:09:16.280,0:09:20.083 결말에 대한 불확실성. [br]"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나타난 0:09:20.083,0:09:22.127 불확실성은 소녀가 기쁜건지, [br]슬픈건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0:09:22.127,0:09:23.776 저는 이 소녀에 대해 [br]소설 한 권을 썼는데도 0:09:23.776,0:09:25.776 아직도 소녀가 기쁜지 [br]슬픈지 알 수 없어요. 0:09:25.776,0:09:27.880 계속해서 다시, 궁금증을 [br]채워 줄 단서를 찾기 위해 0:09:27.880,0:09:32.561 그림을 보고, 또 봅니다. 0:09:32.561,0:09:36.008 잠시동안 만족할만한 [br]이야길 지어내지만, 0:09:36.008,0:09:41.823 결국 만족할 수 없어서[br]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0:09:41.823,0:09:44.361 제가 설명하려는[br]마지막 작품은 0:09:44.361,0:09:49.225 익명의 사람이 그린[br]"익명"이라는 작품입니다.(웃음) 0:09:49.225,0:09:52.276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br]는 튜더 왕가 때의 작품입니다. 0:09:52.276,0:09:54.889 처음엔 토마스 오버베리 경의[br]초상화라고 생각했어요. 0:09:54.889,0:09:57.553 나중에 오버베리 경이 [br]아니었다는 게 밝혀지고 나자, 0:09:57.553,0:09:59.153 그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죠. 0:09:59.153,0:10:01.296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는 0:10:01.296,0:10:03.065 작품의 전기를 모르면 0:10:03.065,0:10:04.689 사실상 쓸모가 없습니다. 0:10:04.689,0:10:07.113 누구의 초상화인지도 모르기 [br]때문에 벽에 걸 수도 없고요. 0:10:07.113,0:10:12.017 그래서 안타깝게도, 이 '고아 작품'은 [br]다른 수많은 '고아 작품'들과 함께 0:10:12.017,0:10:14.161 창고에 쳐박혀 지내야 했습니다. 0:10:14.161,0:10:16.672 그 중에는 아름다운 [br]작품들도 몇 점 있었어요. 0:10:16.672,0:10:21.675 하지만 이 작품이 저를 붙잡은 데에는 [br]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0:10:21.675,0:10:24.552 하나는 그의 웃고 있는 입과 0:10:24.552,0:10:27.257 애련한 눈빛 사이의 [br]괴리감 때문이에요. 0:10:27.257,0:10:30.264 그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br]왜 일까요? 0:10:30.264,0:10:33.981 저를 매료시킨 또 다른 점은 바로 0:10:33.981,0:10:35.697 그의 밝고 붉은 뺨이었습니다. 0:10:35.697,0:10:39.304 그는 얼굴을 붉히고 있죠. [br]자기 초상화를 만들기 때문에요. 0:10:39.304,0:10:42.338 쉽게 볼이 발개지는[br]사람이었을 겁니다. 0:10:42.338,0:10:44.480 무슨 생각이 그의 볼을 [br]붉게 만들었을까요? 0:10:44.480,0:10:48.256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한 [br]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0:10:48.256,0:10:51.056 정말 멋진 더블릿입니다.[br](*역주: 14~17세기에 남성들이 입던 짧고 꼭 끼는 상의) 0:10:51.056,0:10:54.624 실크로 만든 잿빛의 아름다운 단추. 0:10:54.624,0:10:56.256 그 조화는 제게 [br]일종의 아늑하고 푹신한 - 0:10:56.256,0:11:01.048 침대위의 이불을 [br]생각나게 합니다. 0:11:01.048,0:11:03.704 계속해서 침대와 [br]빨개진 뺨을 생각하면서 0:11:03.704,0:11:06.464 그를 볼 때마다 성관계에 대한 [br]생각이 들게 했죠. 0:11:06.464,0:11:09.072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br]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0:11:09.072,0:11:11.344 이에 대한 이야기를[br]만드는 과정에서, 0:11:11.344,0:11:13.328 마지막으로 뭘 넣을까? [br]고민했죠. 0:11:13.328,0:11:16.958 튜더 왕조의 신사들은 [br]무엇에 사로잡혀 있었을까요? 0:11:16.958,0:11:18.888 전 그 대상을 [br]헨리 8세로 생각했고 0:11:18.888,0:11:23.032 아마도 그는 상속과 그의 후계자에 관한 [br]생각으로 사로잡혀 있었겠죠. 0:11:23.032,0:11:26.681 누가 그의 이름과 [br]유산을 이어받을까요? 0:11:26.681,0:11:30.561 이 모든 것들을 모아보면,[br]여러분은 여러분들의 궁금증에 대한 0:11:30.561,0:11:33.915 갈증을 해소해 줄 [br]이야길 만들게 됩니다. 0:11:33.915,0:11:38.636 자,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0:11:38.636,0:11:41.566 짧아요. 0:11:41.566,0:11:44.297 "로지" (Rosy:장밋빛)* 0:11:44.297,0:11:48.347 아직도 난 케롤린이 준 [br]하얀색 양단 더블릿을 입고 있다. 0:11:48.347,0:11:52.658 수수한 높은 깃에, [br]붙였다 뗄 수 있는 소매 0:11:52.658,0:11:55.834 비단실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 단추, 0:11:55.834,0:11:58.760 나한테 딱 맞게 만든 옷. 0:11:58.760,0:12:02.323 이 더블렛은 큰 침대위의 [br]침대보를 생각나게 한다. 0:12:02.323,0:12:06.073 아마도 그게 그녀의 [br]의도였을지도 모른다. 0:12:06.073,0:12:10.991 처음으로 그걸 입은 건 그녀의 부모가 [br]우리를 위해 정성스런 만찬을 열었을 때다. 0:12:10.991,0:12:12.817 내가 연설을 하려고 [br]일어서기도 전에, 0:12:12.817,0:12:15.386 내 뺨이 불타오르고 있음을 알았다. 0:12:15.386,0:12:19.087 나는 늘 심하게 운동을 하거나 0:12:19.087,0:12:21.442 와인이나, 들뜬 기분으로 쉽게 볼이 발개지곤 했다. 0:12:21.442,0:12:25.907 어렸을 때 누나들과 [br]학교 친구들이 놀리곤 했지만 0:12:25.907,0:12:28.354 조지는 놀리지 않았다. 0:12:28.354,0:12:31.428 조지만이 나를 [br]로지라고 부를 수 있었다. 0:12:31.428,0:12:33.587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br]부르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 0:12:33.587,0:12:37.811 조지는 그 단어를 다정하게[br]말하곤 했다. 0:12:37.811,0:12:40.610 내가 결혼 발표를 하자, 조지는 0:12:40.610,0:12:43.674 발개지긴 커녕, [br]내 더블렛만큼 창백해졌다. 0:12:43.674,0:12:45.578 그가 놀랄 것도 없었는데. 0:12:45.578,0:12:47.250 언젠가는 내가 그의 [br]사촌과 결혼을 할거란 것은 0:12:47.250,0:12:51.098 쉽게 예측할 수 [br]있는 일이었다. 0:12:51.098,0:12:53.682 하지만 그 얘기를 [br]큰 소리로 듣기는 힘들었다. 0:12:53.682,0:12:56.983 나도 겨우 그 얘기를 [br]꺼낼 수 있었다. 0:12:56.983,0:13:01.385 나중에 부엌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br]테라스에서 조지를 찾았다. 0:13:01.385,0:13:06.642 오후 내내 술을 들이켰는데도[br]그는 여전히 핼쑥했다. 0:13:06.642,0:13:10.867 우리는 함께 서서 양상추를 [br]자르는 하녀를 바라봤다. 0:13:10.867,0:13:13.129 "내 더블렛 어때?"[br]나는 물었다. 0:13:13.129,0:13:18.573 조지는 나를 흘낏 보며 말했다.[br]"옷깃이 네 목을 조르는 것 같아." 0:13:18.573,0:13:20.577 "우린 계속 만나게 될거야"[br]나는 강조했다. 0:13:20.577,0:13:23.865 "같이 사냥도 나가고, [br]카드놀이도 하고, 궁궐도 가고. 0:13:23.865,0:13:25.601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야." 0:13:25.601,0:13:29.318 조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0:13:29.318,0:13:32.712 난 벌써 23살이야. [br]이제 나도 결혼해서 0:13:32.712,0:13:36.817 후계자를 낳아야 할 때가 온 거라고.[br]다들 내가 그러길 바래. 0:13:36.817,0:13:40.398 조지는 포도주 한 잔을[br]비우고, 나를 바라봤다. 0:13:40.398,0:13:44.481 "결혼 축하한다, 제임스. 0:13:44.481,0:13:49.317 둘이 잘 어울려." 0:13:49.317,0:13:52.634 그는 내 별명을 [br]다시는부르지 않았다. 0:13:52.634,0:13:54.393 고맙습니다. 0:13:54.393,0:13:57.775 (손뼉) 0:13:57.775,0:13:58.957 고맙습니다. 0:13:58.957,0:14:00.504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