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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반: 자살에 복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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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들이 실화와 배경을 알게되면
    책에 대한 이해가 달라져
  • 0:12 - 0:18
    책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글을 쓸 때 무언가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 0:18 - 0:25
    페이지에 글을 쓰는 동안
    실제 주체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거죠.
  • 0:25 - 0:31
    아버지의 자살에 대해
    글을 쓸 때, 십년 동안 작업했지만
  • 0:31 - 0:36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어요. 처음엔
    곧이 곧대로 썼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 0:36 - 0:39
    알게 되고 온 가족이 슬퍼한
    얘기를요. 도저히 못 읽게 되더라구요.
  • 0:39 - 0:45
    그러다, 책 중반부에 와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 0:45 - 0:50
    반 정도 썼을때, 놀랍게도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글을 쓰던 당시에는
  • 0:50 - 0:55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죠.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소설의 내용을
  • 0:55 - 1:01
    짧게 줄이고 처음 계획대로 책을 쓰면서
    그때까지 썼던 글을 다시 읽어봤어요.
  • 1:01 - 1:07
    마치 처음 읽는 글 같았고,
    제가 썼지만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 1:07 - 1:11
    제가 보지 못했던
    순간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 1:11 - 1:17
    그 순간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모두
    바꼈죠. 그때부터 이 소설이 잘 풀리게
  • 1:17 - 1:22
    됐어요. 그 전에는 힘들고 계획 없이
    글을 썼죠. 저는 독자에게 이야기 배경을
  • 1:22 - 1:28
    숨김없이 다 얘기해요.
    그래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 1:28 - 1:34
    아버지는 제가 열 세 살 때 자살하셨어요.
    알라스카에서 일년 동안 같이 살자고
  • 1:34 - 1:41
    하셨었는데 제가 싫다고 했었어요.
    그리고 머지않아 자살하셨죠.
  • 1:41 - 1:47
    그래서 제가 아버지와 아들이 일년 동안
    타지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쓸 때가
  • 1:47 - 1:52
    제가 아버지와 함께 다시 일년 간
    같이 보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였죠.
  • 1:52 - 1:58
    글을 쓰던 당시엔 몰랐어요. 아버지와
    함께 보낼 시간을 다시 얻게 된다는
  • 1:58 - 2:01
    생각이 전혀 들지않았거든요.
    소설에는 굉장한 힘이 있는것 같아요.
  • 2:01 - 2:06
    알아차리지 못하는 때에도 패턴이 있죠.
    소설의 배경에서 어느 대목이 실화인지를
  • 2:06 - 2:12
    알 때 비로소 이러한 패턴을 인지하죠.
    그래서 저는 항상 독자에게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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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이고 무엇이 허구인지를 얘기해요.
    왜냐면 저는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 2:18 - 2:23
    소설에 관심이 많거든요. 무의식중에
    우리는 과거 안 좋았던 일을 좋았던 일로
  • 2:23 - 2:28
    바꾸고, 다시 재 구성해서
    용서를 구하고자 하죠.
  • 2:28 - 2:33
    저도 그랬던것 같아요. 책을 통해
    아버지의 절망에 더 가까이 다가갔고
  • 2:33 - 2:37
    마침내 아버지를 이해하고 마지막
    순간이 어땠을 지를 공감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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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제가 하고자 했던 거예요.
    아버지에 관한 다른 단편소설에서
  • 2:41 - 2:45
    저는 겁쟁이였어요. 잘 썼지만
    소심했죠. 아버지의 절망을 헤아리지
  • 2:45 - 2:49
    못했어요. 이번 소설에서는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까지 다루려고 했어요.
  • 2:49 - 2:53
    그러고 나면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 2:53 - 2:57
    그런데, 소설의 중반부에서 주인공
    소년이 자살을 해요. 소년의 아버지가
  • 2:57 - 3:03
    자살 충동을 느끼고 총을 건네자
    소년은 그 총을 바라보죠.
  • 3:03 - 3:07
    그러자 저는 소년이 자기 머리에
    총을 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3:07 - 3:13
    그 땐 몰랐는데 몇 년 후에 왜 그랬는지
    알게 됐어요. 일종의 저의 복수였던 거죠.
  • 3:13 - 3:18
    한편으론 정신적인 복수였어요. 수년간
    아버지의 자살이 마음의 짐이었거든요.
  • 3:18 - 3:25
    책에서는 소년이 자살을 하고, 아버지가
    죽은 소년을 어깨에 메고 다녀요.
  • 3:25 - 3:30
    이섬, 저섬으로요. 소설을 통해 저는
    아버지가 제 몸을 짊어지시게 한거죠.
  • 3:30 - 3:37
    물론, 당시에는 몰랐고, 몇 년 후에야
    그것이 일종의 복수였다는 걸 알았죠.
  • 3:37 - 3:44
    두 편의 '자살의 전설'에서 주요 관계가
    부자관계이고 소년이 주인공이죠.
  • 3:44 - 3:48
    후속편인 '카리부 섬'에는 부부사이가
    주요 관계이고 주인공은 아이린이예요.
  • 3:48 - 3:54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와 아이린의 남편
    게리가 악역이예요. 소년과 아이린은
  • 3:54 - 4:01
    이들에게서 유사한 압박을 받아요.
    소설 곳곳에서 다른 형태로 등장하죠.
  • 4:01 - 4:07
    만약 이 둘 남편과 게리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아요.
  • 4:07 - 4:12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겠죠.
    소년의 아버지의 경우 자신의 문제에서
  • 4:12 - 4:17
    벗어나 절망의 길에서 벗어나게 될 거라
    생각해요. 특히 여자문제에서요.
  • 4:17 - 4:22
    아내의 외도로 파탄난 첫 번째와 두 번째
    결혼생활에서의 절망에서 벗어나고
  • 4:22 - 4:24
    다시금 되돌리고 싶어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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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가 원하는 바는 약간 달라요.
    사실 게리는 항상 혼자라고 생각해서
  • 4:31 - 4:39
    가정을 꾸렸음에도 혼자이고
    싶어하죠. 가정을 꾸리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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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좋은 모습이자 남자다운 모습이라 생각하고, 바깥 세상과 소통하려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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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이러한 바램은
    영국 낭만파 시에서 착안하고
  • 4:49 - 4:55
    미국의 초월론적 사상에서 생각해
    낸 거죠. 큰 상상력을 자연의 장엄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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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하는 거죠. 이 둘은 동일해요.
    자연으로 돌아가면 순수함, 동심을 찾죠.
  • 5:00 - 5:05
    전 이걸 믿지는 않아요. 자연에 있을때, 우리는 거울을 보게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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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보다 커보이게 하는 거울이죠,
    마음속에 두러움이 있다면
  • 5:10 - 5:13
    자연에서는 더 큰 두러움이 되는거죠.
    왜냐면 증폭되어 나타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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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더이상 꿈 꾸지않아요. 믿지
    않으니까요. 재밌는 것은 제 삶은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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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구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거예요. 집이 뉴질랜드 해안가 언덕 위에 있어요.
  • 5:23 - 5:29
    등산 및 윈드서핑 하고 몇개월은
    터키 해안가 보트에서 지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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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작은 해안에서요.
    안식과 평안을 주로 자연에서 찾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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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거의 혼자 지내요.
    그런데, 꿈 같은건 믿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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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는 산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산에 들어가서
  • 5:47 - 5:53
    동굴같은 곳에서 살고 싶었죠.
    그런 점에서 배낭 여행도 좋아해요.
  • 5:53 - 5:58
    근데 제가 혼자서는 2-3일를 버티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러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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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외로워지고 사람이 그리워요,
    자연에서 혼자 살만한 사람이 아닌거죠.
  • 6:08 - 6:13
    세계 일주를 혼자하러고 5개월
    동안 배를 직접 혼자 만든 적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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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했죠, 필요한 음식과
    생필품도 챙겼죠.
  • 6:18 - 6:22
    그런데 배의 주축이
    엉성해서 중도 포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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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했죠.
    워낙 배 타는걸 좋아해서
  • 6:26 - 6:29
    처음에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남는건 절망과 두려움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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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시간 혼자 지낸다는 생각은
    무언가 아주 잘못된 일인거 같아요.
  • 6:35 - 6:41
    전 무의식적으로 글을 써요.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그렇구요.
  • 6:41 - 6:47
    그러다보니 안좋은 일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실수가 되풀이되기도 하죠.
  • 6:47 - 6:50
    어느 정도는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않아서예요.
  • 6:50 - 6:56
    '자살의 전설'을 출판할 길이 막혔을 때, 수 년간 배를 타면서 살았어요. 12년이나
  • 6:56 - 7:01
    출판을 못했죠. 그래서 선장이 된거죠.
    아버지의 인생을 따라하고 있었던거죠.
  • 7:01 - 7:06
    아버지는 치과 의사셨는데 그 일을 좋아하시지 않았어요. 그래서 알라스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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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서 어부가 되셨죠. 만족하셨죠, 하지만 당신께는 좋은 결정이 아니였던거죠.
  • 7:10 - 7:15
    제가 바다에서 지낼 땐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 7:15 - 7:20
    그리고 뭘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죠. 그래서 제가 아는 방식대로 살았고
  • 7:20 - 7:26
    무언가에 이끌려 바다로 갔고
    재난과 사고를 당했죠.
  • 7:26 - 7:30
    소설 속 주인공처럼요. 제가 글 쓰는걸
    좋아하는 이유는 종교생활 같아서예요.
  • 7:30 - 7:36
    매일 아침 몇 시간씩 명상하는 것처럼
    이전에 썼던 20-30페이지를 읽죠.
  • 7:36 - 7:39
    새로 써야 할 대목까지요.
  • 7:39 - 7:47
    그러면 몇 시간 후 그 날 읽었던
    2-3페이지가 주마등처럼 떠올라요.
  • 7:47 - 7:53
    일종의 몰입이죠. 무의식의 세계죠.
    저는 무신론자여서 신앙이 없어요.
  • 7:53 - 8:00
    저는 글쓰기라는게 우리의 이러한
    갈망을 채워주는 것 같아요.
  • 8:00 - 8:04
    우리는 모두 종교와 같은 무언가를
    목말라하고 갈망한다고 생각해요.
  • 8:04 - 8:08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저에게
    매우 만족감을 주는 일이 되었죠.
  • 8:08 - 8:12
    저는 문장구조을 딱히 염두에 두고
    글을 쓰지는 않아요.
  • 8:12 - 8:17
    문장이 생각나는대로 빠르게 써내려가요.그래서 글을 빨리 쓰는편이예요.
  • 8:17 - 8:22
    책도 첫 원고 그대로 출판하는 편이죠.
    출판 후 책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아요.
  • 8:22 - 8:27
    언어 공부는 매일 하는데요. 지금은
    고어로 된 늑대인간을 번역 중이예요.
  • 8:27 - 8:35
    수 천년 전 프랑스어가 차용되기 전
    고어의 형태로 쓰였죠.
  • 8:35 - 8:46
    수업 시 은율, 구문론 대해서 생각하고
    영어 역사를 언어적 관점에서 가르쳐요.
  • 8:46 - 8:51
    소설의 스타일에 대해 가르칠 때,
    이 부분을 많이 생각하죠.
  • 8:51 - 8:57
    글을 쓸 땐 이런 점을 생각 안 해요.
    저에게 글쓰기는 리드미컬한 작업이예요.
  • 8:57 - 9:01
    전체 텍스트가 한 눈에 보이고,
    산문 적 운율이 있어야 하는 거죠.
  • 9:05 - 9:09
    이게 바로 제가 추구하는 바예요.
    그래서 전 집필 전, 이전 20장을 읽어요.
  • 9:09 - 9:11
    그래야 새 글에서 리듬감이 생기거든요.
  • 9:11 - 9:17
    글쓰기는 치유적이예요. 치료 이상의
    효과가 있죠. 글쓰기와 치료는 모두
  • 9:17 - 9:22
    진실에 관한것이지만 글쓰기는 미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치료에는 없는
  • 9:22 - 9:27
    심미적 목표도 있어요. 그런 목표가 없는 글쓰기는 그저 헛소리에 불과하고
  • 9:27 - 9:33
    단지 치료일 뿐이죠. 치료의 가치를 비하하는게 아니라 예술적, 심미적
  • 9:33 - 9:39
    목표가 없다는 거죠. 놀라운 건 제가
    수 년간 아버지를 생각하고
  • 9:39 - 9:44
    아버지의 자살에 관해 쓰면서도
    마지막 순간을 아직까지도 잘 이해하지
  • 9:44 - 9:49
    못한단는 거예요. 처음부터 지금까지요.
    아버지 삶과 자살의 연유를 살펴보고
  • 9:49 - 9:55
    무엇이 아버지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했는지 이해하게 됐죠.
  • 9:55 - 9:59
    하지만 막을수는 없었어요. "이래서 그러셨던거구나" 라고 단정할 수 없었죠.
  • 9:59 - 10:03
    아버지는 자살을 선택하실 수 도,
    그렇지 않을 수 도 있었을 거예요.
  • 10:03 - 10:05
    전 아버지의 자살을 잊거나 기억에서
    도려낼 수 없을거예요.
  • 10:05 - 10:10
    학교총기 난사사건, 대량살상에 관한
    책도 썼어요. 범인 프로파일도 했죠.
  • 10:10 - 10:15
    범인의 정신건강 기록과 이메일 등
    1500장이나 되는 파일을 봤어요.
  • 10:15 - 10:22
    모든 정보가 있었지만, 총기 난사 및
    자살을 필연적으로 볼 수 없었어요.
  • 10:22 - 10:26
    법죄로 치달을 수 있는 사건이 종종 있어
    필연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 10:26 - 10:31
    하지만 범인이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다는 대목은 보지 못했어요.
  • 10:31 - 10:35
    결국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도 있었던거죠. 이게 흥미롭죠. 소설에는 일종의
  • 10:35 - 10:41
    열린 결말이 있어요.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 지는 주인공만 알아요.
  • 10:41 - 10:47
    그저 그럴듯하고 납득할 만한
    결론을 예측 할 뿐인거죠
Title:
데이비드 반: 자살에 복수하다
Description:

'카리부 섬' 및 '자살의 전설'의 저자이자 여러 수상 경력을 지닌 데이비드 반 작가가 자신이 열 세살 때 아버지께서 자살하신 사건에 관한 글을 쓰면서 진실과 허구 사이에서 느낀 고통스러운 경험에 관하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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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Language:
English
Team:
Volunteer
Duration:
10:59

Korean subti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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