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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다양성'이 가지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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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문을 쳐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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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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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제 형제자매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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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 간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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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은 할머니가
    암 수술을 받으신 날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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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문이 열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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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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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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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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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흐느끼기 시작했고
    곧이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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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일정을 잡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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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 할머니가 고향인 한국 땅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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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전 겨우 열두 살이었고,
    충격이 가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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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말이 귓가에 웅웅거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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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할머니가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하셨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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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가족은 6년 전에 한국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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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어를 할 줄도 모르고,
    생계를 꾸릴 방법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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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하기가 무섭게, 우린 모든 것을
    잃은 이민자가 되어 있었어요.
  • 1:01 - 1:05
    삶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아주 열심히 일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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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인지 그렇게 몇 년을 지낸 뒤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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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고향으로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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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일로 전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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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훗날 나는 어디에 묻히고 싶어할지
    어디가 나에게 고향처럼 느껴질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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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은 단번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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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점이 정말 괴로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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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사건으로 저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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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치의 땅이죠.
  • 1:35 - 1:37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자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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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서 스테이크를 너무 많이 먹어서
    아마 제 몸의 80%가 소고기일 걸요.
  • 1:42 - 1:44
    그리고 전 미국에서 교육받았습니다.
  • 1:44 - 1:47
    미국에서 전 땅콩버터 중독자가 됐죠.
  • 1:47 - 1:48
    (웃음)
  • 1:48 - 1:52
    어린 시절, 전 제 스스로를
    꽤나 아르헨티나인 같다고 느꼈습니다.
  • 1:52 - 1:55
    하지만 제 외모가 번번이 절 배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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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기억나네요.
    중학교에 간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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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어 문학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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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을 훑어보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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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말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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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넌 개인교사가 필요하겠구나.
  • 2:07 - 2:10
    그렇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거야."
  • 2:10 - 2:14
    하지만 전 그때 이미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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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전 제가 한국인도 될 수 있고,
    아르헨티나인도 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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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다는 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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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제로섬 게임처럼 느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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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정체성을 얻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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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고유의 정체성을 버려야 했으니까요.
  • 2:31 - 2:35
    그래서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한국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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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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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한국에서 저는
    이런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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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한국어를
    스페인 억양으로 말하세요?"
  • 2:45 - 2:46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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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눈이랑 바디랭귀지로 보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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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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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전 아르헨티나인이 되기엔
    너무 한국적이고
  • 2:57 - 2:59
    한국인이 되기엔
    너무 아르헨티나인 같았던 거죠.
  • 3:00 - 3:03
    이건 제게 뼈아픈 자각이었습니다.
  • 3:04 - 3:09
    이 세상에서 고향이라고 부를 만한 곳을
    찾는 데 실패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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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일본인처럼 보이고
    스페인 억양으로 말하는 한국인,
  • 3:14 - 3:17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르헨티나 억양으로 말하는 한국인이
  • 3:17 - 3:19
    얼마나 될까요?
  • 3:19 - 3:22
    어쩌면 강점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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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올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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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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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두드러져 보일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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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전 저와 100% 똑같은
    사람들을 찾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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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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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제가 깨닫게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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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다른 두 집단 사이에 제가
    걸쳐져 있을 뿐이라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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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깨달음을 간직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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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다양한 모습을 모두
    포용하기로 마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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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괜찮다고 여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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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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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완전 '범생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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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감각도 없었고, 두꺼운 안경에,
    평범한 헤어스타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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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땠는지 상상이 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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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게 친구가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숙제를 보여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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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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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대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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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새로운 정체성을
    스스로 발견했습니다.
  • 4:25 - 4:29
    그리고 '범생이'는
    '인기 많은 여자애'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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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제가 다닌 MIT에서는
    인기는 딱히 믿을만한 게 못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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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 학생들 사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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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애가 좋은 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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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애는 이상하다"는 말이 있거든요.
  • 4:41 - 4:42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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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전공을 너무 많이 바꾼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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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님들은 제가 '아무학과' 학위를
    따게 생겼다고 농담을 하실 정도였어요.
  • 4:50 - 4:52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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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이걸 제 아이들에게 말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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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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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명가, 기업가, 사회혁신가를 시작으로
  • 5:02 - 5:06
    투자자가 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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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분야의 여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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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까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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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최근에는 엄마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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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아이는 밤이나 낮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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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하고 끊임없이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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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억양은 정말 헷갈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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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억양인지도 정말 모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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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친구들은 "레베카어"라고 불러요.
  • 5:29 - 5:31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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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자신의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건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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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그 과정에서
    많은 저항들을 마주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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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과정을 거의 마칠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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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기업가병'에 걸렸습니다.
  • 5:43 - 5:45
    당시 실리콘 밸리에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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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실에 처박혀 논문을 쓰는 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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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만의 회사를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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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전 매우 전통적인 한국인인
    제 부모님에게 가서,
  • 5:56 - 5:57
    오늘 여기 오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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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학위 과정을 그만둘
    작정이라고 말하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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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제 형제자매와 저는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간 세대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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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자 가족에게 이건
    중요한 문제였어요.
  • 6:10 - 6:13
    대화가 어떻게 이어졌을지
    충분히 예상하시겠죠?
  • 6:14 - 6:18
    하지만 다행히도 제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죠.
  • 6:18 - 6:25
    바로 스탠포드 대학 박사 졸업자들의
  • 6:25 - 6:27
    평균 임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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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과정을 중퇴한 사람들의
  • 6:31 - 6:32
    평균 임금을 비교한 자료였어요.
  • 6:33 - 6:34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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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생각에 이 자료는 분명히
    구글 설립자들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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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작된 것이 틀림없어요.
  • 6:38 - 6:39
    (웃음)
  • 6:39 - 6:42
    어쨌든 엄마는 그 자료를 보시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6:42 - 6:46
    "그래 널 위해,
    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렴."
  • 6:46 - 6:47
    (웃음)
  • 6:47 - 6:49
    엄마, 안녕.
  • 6:50 - 6:57
    이제 저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은
    제 '동족'을 찾는 일이 아닙니다.
  • 6:57 - 7:03
    오히려 제가 가진 여러가지 모습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에 가깝고
  • 7:03 - 7:11
    제 주변뿐만 아니라
    제 안의 다양성을 키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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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3살, 그리고 5개월 된
    아들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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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3개의 국적과 4개의
    모국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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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제 남편은 덴마크 사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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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문화 충격 받는 일을 방지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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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남자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어요.
  • 7:30 - 7:33
    사실, 제 생각에 제 아이들이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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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염 기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최초의 바이킹이 될 거 같아요.
  • 7:37 - 7:38
    (웃음)
  • 7:38 - 7:40
    뭐, 앞으로 고민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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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제가 진짜 바라는 건
    아이들이 자신의 다양성을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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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여러가지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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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 요구가 늘어나는 세상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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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다양성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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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어떤 틀에 들어맞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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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자기의 정체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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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8:08 - 8:11
    자유롭게 실험해 보고
  • 8:11 - 8:17
    자기만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면 좋겠어요.
  • 8:17 - 8:19
    또,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 8:19 - 8:26
    가치관, 언어, 문화, 재능의
    독특한 조합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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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세상을 만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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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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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세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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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제 아이들이
    미지의 땅을 마음껏 누비면서
  • 8:41 - 8:46
    엄청난 기쁨을 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 8:46 - 8:47
    왜냐면 저도 그랬거든요.
  • 8:50 - 8:52
    자, 다시 할머니 얘기로 돌아가 보면
  • 8:52 - 8:57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제겐 마지막 깨달음이기도 했습니다.
  • 8:57 - 8:59
    단순히 한국에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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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땅에 묻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9:03 - 9:07
    할머니가 아르헨티나로 오기
    오래 전에 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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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옆에 묻히고 싶으셨던 거였죠.
  • 9:12 - 9:14
    할머니에게 중요한 것은
  • 9:14 - 9:19
    과거의 삶과 새로운 세상을 구분짓는
    바다가 아니었습니다.
  • 9:20 - 9:25
    중요한 것은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 9:26 - 9:27
    감사합니다.
  • 9:27 - 9:30
    (박수)
Title:
'내 안의 다양성'이 가지는 힘
Speaker:
레베카 황 (Rebeca Hwang)
Description:

레베카 황은 살아오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계속 바뀌었습니다. 한국 핏줄을 가졌으면서, 아르헨티나에서 자랐고,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고향'이라고 부를 곳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런 난관 속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세계화된 현대사회에서 이런 다양성이 뚜렷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레베카 황은 우리가 스스로의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얻게 되는 무한한 혜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양한 정체성을 통해 사람을 소외시키는 대신에 서로 연대하도록 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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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Language:
English
Team:
closed TED
Project:
TEDTalks
Duration:
09:44

Korean subti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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