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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저는 지난 한 해 동안 플레이한 게임 중
가장 흥미로웠던 걸 이야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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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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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게임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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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가장 혁신적이고 대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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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플레이했던 게임들과는
전혀 달랐던 게임을 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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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는 〈인투 더 브리치〉 〈플로렌스〉
〈미니트〉 등을 뽑을 수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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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은 그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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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루카스 포프의 놀라운 추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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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 딘 호의 귀환〉을 꼽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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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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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1807년의 보험조사원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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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명의 선원이 모두 죽거나 사라진
상선에 탑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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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일은, 그들의 운명을 밝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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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마법의 회중시계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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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신 옆에서 엽니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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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대화가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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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목소리: "선장! 문을 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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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러분은 그 사람이 죽게 되는
바로 그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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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여러분에게 두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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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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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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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가 어찌 죽었는지는 꽤 명백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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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에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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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자는 선장이 쏜 총에 맞았다고
그럭저럭 단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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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 딘 호의 귀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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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었는가 하는 문제는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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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건 바로 이들이 누구인가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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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 자를 알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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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나서 다른 유골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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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선장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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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머리를 쏘기 전에, 그가 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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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아비게일, 당신의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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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쏘아 죽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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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훨씬 낫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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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생각해볼만한 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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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을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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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녀는 선장의 아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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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도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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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친정 쪽 성도 가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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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녀의 형제도 같은 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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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호스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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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선장이 아비게일의 형제를 쏜 게 맞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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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는 윌리엄 호스컷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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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 정도 스포일러가 딱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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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브라 딘을 플레이하지 않았고
꽤 재밌어 보이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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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을 닫고 가서 게임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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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나요? 그럼 이어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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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의
간략한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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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는 약 50여 건의 죽음이 묘사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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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이 게임은 한 사람의 죽음이
다른 사람의 신원을 밝히는 실마리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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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인용하는 자료들의 묶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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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순간들이 일종의 거대한
데이터 행렬이 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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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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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찾은 정보는 단지 한 실마리에 불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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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제법 영리한 연역 추리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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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후보생을 예로 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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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누군가 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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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피트의 어머니에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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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내려고... 어떻게든 구하려 했다고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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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 장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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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이가 다른 사람이 폭발에 휘말릴 때
줄을 잡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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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저기 운 나쁜 녀석이 아마
이 선박의 유일한 '피트'인 피터 밀로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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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면에선, 한 남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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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농장에서 지내본 적 없지,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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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신발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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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신발 앞에 구토를 하고 있는
녀석에게 말을 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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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중에는 '찰스'가 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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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같은 후보생 옷을 입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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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찰스 허쉬틱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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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찰스의 이름을 알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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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법을 이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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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후보생 토머스 랭크를 맞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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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그들의 신원을 추론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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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복장, 사건 순서, 소거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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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발자 루카스는 정보를 숨기기 위해
최대한 여러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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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억양, 지도에서의 위치, 관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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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먹에 붙은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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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드 굴의 칼이나, 에밀리 잭슨의 결혼반지 같은
소품들까지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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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신원과 운명을 밝혔다고 생각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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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 딘은 여러분의 답을 아주 영리하게 받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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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게임들에 관한 이전 영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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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나 많은 게임들이 질문과 선택지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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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에게 그냥 답을 알려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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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들에서, 이런 문답들은
플레이어에게 답을 유도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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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생각지 못한 것을 바로 제시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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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답을 찍게끔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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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 딘도 다지선다 문제를 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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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영리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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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질문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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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모든 탑승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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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는 누구고, 어떻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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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질문에 답하거나,
여러분의 추리를 설명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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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선택할 수 있는 답변의 가짓수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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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은 60가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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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긴 목록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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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에 맞았다, 찔렸다, 감전, 폭발 등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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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누가 쏘았는지, 무엇에 짓눌렸는지 등에도
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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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보거나, 답안만 보고 유추하기엔 너무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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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여러분이 낸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게임이 바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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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답을 맞춰야 알려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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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맞췄을 때의 즉각적인 만족은 얻을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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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맞힐 때까지
마구 찍어보는 걸 매우 힘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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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어려울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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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는 게임이 얼마나 여러분을 도와줘야 할지도
깊이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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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탑승자들의 얼굴은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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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게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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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각형들은 이 운명을 맞추는 난이도를
여러분들에게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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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누구의 신원도 맞추지 않고도
계속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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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답을 내놓지 않고도 게임을 마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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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서, 애매한 상황에 대해서는
복수정답도 인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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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한 사람의 신원이나 생사에 대해
복수의 단서를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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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60명의 사람들이 각자
독특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사라진 게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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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이 죽는 바로 그 순간에는
서로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비밀 단서들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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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이 죽은 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신비한 회중시계를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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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답 세 개를 맞추는 걸 잘도 알아내는
마법 책을 채워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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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를 "인위적으로 짜여졌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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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예전 연말정산에서 언급했던 다른 게임을
생각나게 만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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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엔진 추리 게임인 〈허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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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선 어떤 탐정이 한 여성의 진술을
800개의 제목 없는 클립으로 잘라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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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탐정이 뭐라고 질문했는지는 삭제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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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을 검색하면 오직 다섯 개 결과까지만 출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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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약한 시스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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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만든 사람은 짤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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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죠? 오브라 딘처럼 '짜여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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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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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추리 게임은 현실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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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최소한, 그 비슷한 허구를 담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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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느와르〉나 〈셜록〉 같은 게임은 사실주의를 기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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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심문이나 추리처럼 실제 범죄 수사와 닮은
게임 메커니즘을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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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방식은 언제나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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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목격자에게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만들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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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거기까지 와 있진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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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게임은 질문 몇 개를 준비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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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말을 걸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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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갈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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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물을 주울 수 있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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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복잡한 논리적 추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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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다지선다 문제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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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들에서, 현실의 수사 과정은
자동화되고 추상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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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주도권을 잃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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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전에 말했듯이
셜록보단 왓슨이 되는 기분이 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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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에, 오브라 딘이나 〈허 스토리〉의 세계는
현실을 닮으려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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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여기서는 이야기와 시스템,
상호작용의 방법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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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연역적인 추론을 위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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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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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게임 모두 목격자를 심문하느라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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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이 이미 아주 예전에 녹화되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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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버리고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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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러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배 위에 올라타 있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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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갈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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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서, 게임에서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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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검색창에 단어를 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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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다운 메뉴에서 신원을 고르는 것
정도로 제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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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게임의 서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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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시나리오에서 각색된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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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게임의 시스템에 들어맞도록 고안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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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항상 쉬운 일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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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 딘의 제작자 루카스 포프는
유로게이머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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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방에서 계속 죽어나가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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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하는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야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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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비현실적인 거죠.
사람들이 항상 그렇게 죽어나가진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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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납득할 만한 이야기를 짜는 데에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라고 말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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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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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 딘은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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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무언가 번뜩이고 답을 적게 될 때까지,
메모로 가득 찬 공책을 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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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와 세세한 것들을 적어가나며
단서와 힌트를 찾아다니게 만드는 그런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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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추리 게임들이 약속했지만, 전달해주지 못했던
그런 '유레카!'의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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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거듭해서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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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맨 처음에 한 말은 잊으시고,
역대 최고의 추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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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 딘이 바로 제 2018년 최고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