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ing Past Your Mistakes | Game Maker's Toolkit

베세스다는 엘더 스크롤 2: 대거폴의 매뉴얼에

플레이어들에게 "세이브한 지점에서 재시작" 하지 않도록 권하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대부분의 컴퓨터 게이머들은 게임 저장 기능으로 게임플레이를 극대화시킵니다.

뭔가 잘못될 때마다 저장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이것을 결과가 좋아질 때까지 반복하지요.

그들이 진행한 게임의 최종 결과는 끝없는 행운과 완벽한 선택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롤플레잉은 완벽한 게임을 플레이하는게 아니라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써가는 것입니다.

사실, 당신이 실수를 수습하면서 게임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캐릭터가 죽었다면 당연히 마지막 저장한 곳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물건을 훔치다 걸렸거나, 퀘스트가 잘못되어 가거나, 다른 소소한 문제가 생겼다면 그냥 플레이 하세요.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일에 놀랄 겁니다."

이것은 "세이브 노가다(save scumming)"에 반대되는 멋진 자세입니다. 세이브 노가다란

잠입 게임에서 적에게 들키거나, RPG에서 사랑하는 동료를 잃었거나, 주사위 운이 나빴을 때

즉시 저장한 게임을 다시 불러오는 것을 말합니다.

실수나 불행한 사건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간절하지만

베세스다가 말했듯이, 그것을 되돌린다면 당신은 게임이 제공하는 최고의 돌발상황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죽기 일보 직전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기거나

놀란 경비병이 경보를 울리기 직전에 죽인다던가

잠입 중에 발각되어 숨가쁜 탈출극을 벌인다던지

가장 아끼던 파티원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아픈 마음으로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거나요.

아주 사랑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매뉴얼에만 적어 놓아 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특정 방식으로 플레이하게 하고 싶다면 그것을 게임 안에 담아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플레이어가 고난에 처했을 때 저장한 게임을 불러내지 않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요?

과거의 실수와 좌절을 무시하지 않고 플레이하도록 격려받고

이를 통해 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면들을 접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면 될까요?

어떤 게임들은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좌절을 주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해도 이전의 저장 지점으로 돌아가야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실패 범위"를 넓히는 것입니다.

톰 프랜시스라는 건포인트와 히트 시그내쳐의 개발자가 생각해낸 표현으로

완벽한 성공과 완전한 실패 사이의 범위를 말합니다.

XCOM 같은 게임을 생각해 보세요. 모든 부대원이 무사한 채로 성공적으로 미션을 끝낼 수도 있지만,

부가 목표는 실패하고 부대원 2명을 상처 입고 끝날 수도 있고,

생존한 부대원 없이 기지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실패 범위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게임들은 다른 것들보다 더 넓은 범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톰이 예로 든 잠입형 오픈월드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 5는

은신 상태의 스네이크가 발각당해 죽은 스네이크가 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경비병이 당신을 발견하면, 즉시 공격하지 않습니다.

일단은 가까이 다가와서 조사를 할 것입니다.

당신이 적에게 발견당하면 게임 속도가 느려지는 반응 모드가 켜지면서

의심스러워하는 경비병에게 헤드샷을 날릴 기회가 제공됩니다.

이 기회를 날리면 경비병은 동료들을 부르고, 그것을 저지할 기회도 주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네이크는 여전히 탈출해서 숨을 수 있고, 싸울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헬리콥터를 불러서 게임의 슬로건인 "잠입"을 통째로 무시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망쳤을 경우에만 죽을 수 있습니다.

즉, 이것은 거대한 실패 범위이고, 발각되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과 피투성이로 죽는 것 사이에 다양한 상태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나더라도 재시작할만큼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저 조금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당신을 밀어넣을 뿐입니다.

하지만 실패 범위에서 중요한 점은 대부분 그것을 되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신이 잘 풀어낸다면 상황을 되돌려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향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파 크라이 2의 핵심입니다.

파 크라이 2도 넓은 실패 범위를 가진 게임으로 큰 체력 게이지, 충분한 치료 주사기,

당신이 죽은 후에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동료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동시에 당신에게 지속적인 좌절을 주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전투 중에 총이 고장을 일으키거나

전초기지를 몰래 지나가다 말리리아로 고생하고

한참 도망치고 있을때 차가 고장납니다.

하지만 이런 좌절은 매우 중요한 목적을 제공합니다.

2009년 GDC 강연에서 디자이너 클린트 호킹이 설명한 바로는

원래 파 크라이 2는 플레이어의 의도가 핵심이었고, 그것을 위해 게임을 두 단계로 나누었습니다.

계획 단계에서는 현장을 조사하고, 관심있는 물건을 찾고,

경비병의 순찰 패턴을 관찰하고, 탈출로를 계획합니다.

실행 단계에서는 실제로 계획을 실행합니다.

하지만 개발자는 당신의 계획이 완전히 성공하거나, 완전히 실패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당신이 작은 좌절을 겪어 실행을 잠시 중단하고 다시 계획을 세우길 원했습니다.

클린트는 이런 게임플레이를 '즉흥적'이라고 표현합니다.

그것은 계획과 실행을 반복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끊김없이 진행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실수와 불운을 감수하며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의 또 다른 이점입니다.

역경에 시달리면 당신은 재미있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목표를 바꾸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당신은 다시 승리하는 쪽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FPS에서 많은 대미지를 입어서 어쩔 수 없이 도망쳐야 할 때

엄폐할만한 곳으로 이동하거나, 체력 회복제를 찾거나, 치료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잠입 게임에서 적에게 발각되면 당신은 도망친 후 은폐해야 하거나,

잠입을 포기하고 적과 싸워야 합니다.

이것은 플레이어가 일이 잘못되자마자 세이브 게임을 불러오지 않을 경우에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줄이기 위해, 클린트는 이런 문제를 작고, 예측할 수 없으며, 회복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말라이아 발작이나 총의 고장은 당신의 계획을 망가뜨리지만, 세이브한 게임을 다시 불러올 정도는 아니고,

쉽게 복구할 수 있으며,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손해가 작고 예상할 수 없으면 플레이어는 도망치기 위해 게임을 다시 불러오지 않는다." 클린트가 말합니다.

플레이어가 완벽한 플레이에 보상을 받거나, 실수했을 때 벌을 받으면 지금까지의 모든게 무너집니다.

잠입 게임에서 발각되지 않았을 때 주는 무의미한 랭크나 업적은 괜찮습니다.

그것들은 숙련된 플레이어를 위한 심리적인 보상입니다.

하지만 실수를 한 다음에 게임이 너무 어려워진다면

플레이어가 실수하자마자 저장한 게임을 다시 불러오는게 당연합니다.

엑스컴에서 대원이 사망하면 미약한 신입들을 영입해야 하고,

다음 임무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져서, 죽음과 실패가 연쇄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이 좋아하는 대원이 살아있게 하기 위해 세이브 노가다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가혹하죠.

더 나은 접근은 실패를 성공만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일 것입니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에서는 오크 대장에게 살해당할 경우

그들은 당신을 기억하고 나중에 다시 만날 때 당신의 죽음에 대해 얘기합니다.

완벽한 플레이에 대한 전술적 이익이 없고, 불완전한 플레이에 대한 의미있는 결과가 있다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실수를 반복하고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물론,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은 저장한 게임을 불러오는 기능을 없애는 것입니다.

다키스트 던전에서는 항상 당신의 게임을 강제 저장하고 있어서 실수를 되돌리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개발사 레드훅 스튜디오는 2가지 이유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그들은 플레이어가 나쁜 선택과 끔찍한 주사위 굴림을 하고도 게임을 계속 하길 바랬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나쁜 일이 일어나고, 플레이어는 그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또한 플레이어가 위험을 감수하며 고군분투하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이전의 세이브 게임을 불러올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요.

2016 GDC 에서 디자이너 타일러 시그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구적인 결과는 우리가 추구하던 것입니다.

언제나 플레이어가 '조금 더 가서 보물을 더 챙길까'

내가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두 명은 좌절하고 있고, 한 명은 죽었는데?

이것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런 비열하고 끔찍한 세이브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게임들도 비슷한데, 생존게임 롱 다크는 나쁜 일이 일어나는 순간 자동으로 게임이 저장됩니다.

늑대에게 공격당하거나, 다치거나 했을 때죠.

플레이어는 가장 극적인 시점에서부터 플레이해야 합니다.

이것은 콘솔 게임에서 꽤 흔한데, 당신의 진행 상황을 저장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세이브 포인트나 체크 포인트에 의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게 플레이어가 쉬어야 할 때 쉽게 세이브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크소울에서 당신은 모닥불에서만 영구적인 저장을 할 수 있지만, 게임을 어느 시점에서든 중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을 멈추고, 다음에 그 시점부터 계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세이브 파일이 지워지기 때문에 어리석은 짓을 해도 그 지점으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 하도록 붙잡아 둬야 할 많은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뭔가 잘못되자마자 재시작 버튼을 누르는 것 대신에요.

일이 잘못 돌아가는 것은 당신의 목표가 역동적으로 바뀌어, 잠시 다른 일을 하게 만듭니다.

놀라운 이야기들은 상황이 끔찍하게 잘못됐을 때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는 시간을 되돌려 다시 시도할 수 없을 때 훨씬 의미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수한 방식의 게임 진행을 플레이어에게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문명 4의 개발자인 소렌 존슨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재미를 구조조정할 것이다."

정말로 플레이어가 실수를 하며 게임을 진행하길 원한다면

세이브 노가다를 쉽게 할 수 없어야 하고, 실패는 감수하고 계속 할만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완벽한 플레이에 대한 보상을 없애거나 실패도 성공만큼 재미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플레이어가 "일단 진행하고, 뒤에 벌어질 일에 놀랄" 것입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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