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는 어떻게 가정 폭력을 조장하는가

소피아 굴디는 세계적으로 만연한 가정 폭력에 충격을 받았으며 법이 피해자를 항상 보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욱더 놀랐습니다. 소피아는 왜 러시아의 전통이 사회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지 설명하며 최근 러시아 언론의 헤드라인을 예로 듭니다. 그리고 자신이 세계 여성 인권의 현주소를 우려하는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 나는 피해 여성과 다른 나라, 다른 사회에 살며 만나 본 적도 없지만,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공감한다."

야나 사브그후크는
36세의 러시아 미용사였습니다.

모스크바에서 400km 떨어진
오룔에 살았어요.

하루는 데이트를 했는데
상대는 야나를 아끼지 않았죠.

그 남자는 야나를
폭행하고 죽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야나는 살아남았습니다.

야나는 11월에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습니다.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말했어요.

야나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죠.

"걱정하지 마시오.
죽으면 시체를 살펴보러 가겠소."

피해자의 핸드폰에
저장된 실제 내용입니다.

40분도 지나지 않아
야나는 정말로 사망했습니다.

경찰이 체포를 거부했던
그 남자가 야나를 때려서 죽였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 나라는 가정 폭력과
여성 살해가 만연해 있습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 때가 기억납니다.

큰 도시에 살았는데

몇몇 친구는 혼자서
집에 가야 했습니다.

한 친구가 말하기를,

엄마가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라고 했답니다.

우리 보다 두 살 많은
한 소녀의 사건 때문이었죠.

그 소녀는 운동하고
집에 오다 살해당했습니다.

90세였던 포르투아나도 기억합니다.

이탈리아 남부 작은 마을에 살았는데

포르투아나는 남편의 폭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며

70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자식조차 아버지를 떠나라고 했었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바라던 바와
현실은 다름을 배웠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과도 달랐죠.

성 평등이 항상 실현되지는 않습니다.

폭행 피해자가 늘
도움과 보호를 받지도 못해요.

몇 년 전 일입니다.

신문을 훑어보다 깨달았습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 여성이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죠.

미국에서 거의 매일
여성 3명이 애인에게 살해당합니다.

폭력 정책 센터의 통계 수치입니다.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이 고질적입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법이 늘 공정하지만은 않습니다.

러시아의 가정 폭력 통계는
더욱더 놀랍습니다.

2009년에만 최소
여성 14,000명이 사망했습니다.

비군사 문제 관련
의회 조사 결과입니다.

러시아 내무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5년에만 가정 폭력 신고를
4백만 건 접수했습니다.

신고하지 않은 폭행 건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폭행 피해자의 90%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 폭력이 빈번하니

이제 처벌이 강화되었으리라 생각하시죠?

그렇지 않습니다.

2016년에는 폭행죄로 선고받으면
징역 2년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017년 국회는
새 법안을 발의했고

큰 지지를 받으며 가결됐습니다.

폭행죄는 초범일 경우
벌금형으로 바뀌었고

재범일 경우에만
형사 고발 조치하도록 했죠.

그것도 1년 내에
재범했을 경우에만 적용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 러시아 남성은
1년에 한 번은 부인을 때려도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게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 정교회와 보수 진영이
이 법안에 동의했다는 사실이죠.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이어간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법안 통과 소식을 듣고
저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모르는 척할 것이냐 관여할 것이냐였죠.

제가 아무리 다른 나라에 살고

피해 여성을 만난 적은 없지만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공감합니다.

통계 수치가 보여 주듯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러시아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나와 내 나라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2017년 이코노미스트지는
국가가 이 법안을 후원했다고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 세 번째 임기 중
러시아는 전통주의로 돌아섰고

그 결과 이런 법안이 나타났습니다.

많은 러시아인이 현재
자유주의와 개인의 권리를 옹호합니다.

하지만 일부는
이런 흐름을 역행하고 있죠.

여러 나라에서 이런 역행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는 곳,

권위주의 지도부가 전통 가치를 내세워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러시아 같은 나라가 그렇습니다.

특히 서방 민주국가를 의식하죠.

느슨해진 법 때문에

폭력 사건이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피해 여성이
신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남편을 신고조차 하기 힘들죠.

경찰이 피해자를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그들은 피해자를 돕지 않고 무시합니다.

경찰이 도우려고 해도
법 때문에 가로막히기도 하죠.

피해 여성이 폭력 사건을 신고한다 해도

남편이 아내에게
강제로 벌금을 물게 할 겁니다.

신고 자체가 어려워지면
사건 수가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반면 응급 구조 요청은
늘어날 수밖에 없죠.

안나 폭력 위기 대처 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법은 현 상황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을 겪는 러시아 여성이라면

보호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1회 이상 경찰에 전화하겠죠.

경찰이 피해자를
탓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폭행 사건을 1차 신고합니다.

아마도 남편은 아내에게
벌금을 내라고 강요할 겁니다.

재차 경찰에 전화합니다.

피해자를 비난하지 않는
경찰이 받기만 바라야겠죠.

그리고 2차 신고를 합니다.

남편은 체포되고
감옥에 가서 협박 편지를 쓰겠죠.

출소하는 대로
죽여버리겠다고 할 겁니다.

이런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같은 입장에 있어도
목숨을 걸고 신고할까요?

못할 겁니다.

이곳에서처럼 러시아에서도
친구들이 도와줄 수 있을까요?

잘 모르지만 아마 힘들 겁니다.

이런 법이 2018년까지
지속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죠.

불행히도 사회 발전은
앞을 향해 나아가지 않습니다.

과학의 진보와는 달라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무슨 소리야? 지금은 2018년이야."

무슨 뜻일까요?

지금은 2018년이니까
누구나 인권을 보장받는다고 믿죠.

모든 사람을 항상 존중하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는 계속
좋은 쪽으로 나아가야 해요.

저도 현실이 그렇기를 바랍니다.

과학이라는 분야는
새로운 발견이 검증받으면

다음 발견으로 나아가는 초석이 됩니다.

하지만 사회는 종종 퇴보하기도 하죠.

19세기에 프랑스와
여러 유럽 국가도 퇴행했습니다.

나폴레옹 시대에 진보적인 법을 세웠지만

왕정복고 때 탄압을 받았습니다.

탄압은 지금 러시아에서
그리고 세계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죠.

그래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피해자를 통계 수치로만
파악하는 현실에도 분개합니다.

아나스타샤 포템키나는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

가정 폭력의 희생자를 기렸습니다.

아나스타샤는 말했습니다.
"희생자 대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피해 여성이
목소리를 낼 길이 없어 우려한다."

이 세상이 올바르지 않다고 말하려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부모와 스승의
가르침과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존경하는 유튜버이자

러시아 여성 위기 센터 창립자가
만들려는 세상이 아닙니다.

야나와 베로니카를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스베틀라나, 이리나, 마가리타,

그리고 이 자리에 설 수 없는
모든 여성을 위해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