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이 없는 '에이프 아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에이프 아웃의 개발 당시에는 유인원이 없었죠. 게임 디자이너인 게이브 커칠로는 팀과 함께 타임 루프 잠입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주요한 메커니즘으로는 붙잡고 던지는 액션이 있었고, 벽을 따라 이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게임에는 경비가 추가될 예정이었습니다. 이 메커니즘을 경비에게도 적용하자, 경비를 인질로 잡아서 벽에 던져 버릴 수 있었죠. 이 메커니즘은 곧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게이브는 이를 중심에 두고 게임 전체의 콘셉트를 크게 바꾸었습니다. 잠입 요소나 타임 루프 등 필요 없는 요소는 모두 제거되었죠. 그리고 아이디어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을 대머리 남자에서 136kg나 나가는 고릴라로 바꾼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것이 게임 디자인의 방법론 "재미를 따르라"를 사용한 실례입니다. 디자이너가 기존에 생각한 아이디어나, 계획에 매이지 않고 개발되는 게임을 보고 기획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방식이죠. 초소형 전략 게임 '인 투 더 브리치'의 사례를 보죠. 이 게임은 초창기 '어드밴스 워'와 유사한 스타일로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적이 무작위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하고, 이는 적의 턴이 되었을 때 알 수 있었죠. 그러나 적들 중 단 하나는 달랐습니다. 자신이 다음 턴에 무엇을 할 지 보여주고, 해당 타일을 강조해 표시했습니다. 섭셋의 개발자들은 이 경험이 매우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고, '시각화된 공격'에 집중해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그 밖의 기획을 결정하는 데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만약 적이 어디를 공격할 지 알 수 있다면, 자신의 유닛을 미리 피신 시킬 수 있겠죠. 그렇다면 특정 건물을 지키는 방식은 어떨까요? 그렇게 하니, 적을 밀어내 건물을 공격할 수 없게 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는 적들의 공격 장소에도 적용되어 적군끼리 오사를 일으키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왜 종종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게임이 '스스로 기획했다'라고 말하는 지 아시게 됐을 겁니다. 크래시랜드의 개발팀 소속 샘 코스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게임이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의 입장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입장으로 단순히 게임을 즐기면서 재미 요소에 귀를 기울이고,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느낀 재미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죠." 게임이 스스로 디자인한다는 생각은 대작을 만드는 것과는 약간 다른 입장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아이디어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죠. 그렇다면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올까요? 리듬 기반 로그라이크 게임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의 예를 살펴봅시다. 디자이너 라이언 클라크는 스펠렁키의 순간적인 전략적 선택을 고전 턴제 던전 크롤러에 접목해 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매 턴이 1초 후 흐르는 로그라이크 게임을 개발했죠. 직접 해 본 결과, 라이언은 이 게임에서 리듬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음악이 들어가는 것은 매우 당연했죠. 공중에서의 움직임이 특징적인 로켓 리그의 사례도 살펴볼까요. 사이오닉스가 처음 로켓 리그를 개발할 때, 게임의 가제는 초음속 로켓 추진 곡예 자동차 전투였습니다. 지금은 그 때보단 마케팅을 많이 배웠죠. 그들은 자동차들이 전투를 펼치는 게임에 스피드 부스트 요소를 추가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개발자들은 차량 뒤에 물리적인 힘을 가했죠. 테스트 도중, 그들은 로켓을 사용해 경기장을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개발자들은 이 요소가 게임의 깊이를 더하고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요소를 유지했죠. 사이오닉스는 "비행 요소를 개발한 것은 우연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버그와 글리치, 우연이 게임 개발에 영향을 준 것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닙니다. 귀무자 시리즈를 개발하던 카미야 히데키는 공중에 뜬 적을 계속 공격해 저글링 할 수 있는 버그를 발견했습니다. 귀무자의 본편에서는 이 부분이 수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카미야는 이후 이 요소를 데빌 메이 크라이에서 대폭 활용했죠. 이 방식의 출발점은 핵심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거나, 명확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이렇게 코딩과 플레이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는 열린 마음으로, 친절하게 게임이 어떤 방향으로 개발되고 싶은지 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재미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깨닫고, 더욱 탐구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생각하던 방향과는 달라지더라도 말이죠. '건포인트'는 이를 통해 사람에게 냉장고를 떨어뜨리는 게임에서 건물의 전선을 조작해 잠입하는 스파이 퍼즐 게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전선을 조작한다는 요소는 데이어스 엑스에서 영향을 받은 횡스크롤 게임을 위한 미니게임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톰 프랜시스가 이를 바탕으로 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면서 건포인트는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었죠. 톰은 말했습니다. "그 순간, 이 게임은 퍼즐 게임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요소가 퍼즐을 위한 것이었죠." "마치 게임이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게임을 말한 것 같았죠. 당연하게도 퍼즐 게임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저는 그 의견을 받아들였고, 해킹이라는 요소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 전체를 새롭게 만들었죠." 이러한 변화는 개발 초기 일어나 전체적인 기조에 큰 변화를 줍니다. 샘 코스터는 이러한 관점에서 게임을 희고 뜨거우며, 벼릴 수 있는 용암에 비유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개발은 계속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 게임은 형태를 갖추고 완전히 굳어지게 되죠. 이런 부분은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도 사용됩니다. 조나단 블로우는 브레이드의 퍼즐을 시간여행 게임 엔진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결과들의 쇼케이스라고 말합니다. 블로우는 말했습니다. "전 단지 큐레이터의 역할을 한 것 뿐입니다." "정답과 그 밖의 부분을 플레이어가 가장 재미있어 하도록 다듬었을뿐이죠." 자세한 내용은 이 비디오를 참고 바랍니다. 이런 방식은 이용자의 피드백을 받는 데도 주효합니다. 크리스 헤커가 스파이 파티를 개발하던 도중, 플레이어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겼습니다. 크리스는 이러한 '버그'를 고치는 대신 게임의 고유 시스템으로 추가했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의 주요한 요소인 심리전을 더욱 강화했죠. 또 이것은 게임의 전체적 개발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서브노티카의 디자이너 찰리 클리블랜드는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개발하는 게임에 대한 나름의 방향성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어떻게 도달하는지 알 수 없죠. 그러나 게임이 하는 말을 들으면, 게임 자체가 어느 곳으로 가고 싶은지 알게 됩니다." 그의 스튜디오는 이렇게 개발할 의도가 전혀 없던 호러 게임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방식을 취하면 여러 어려움이 따릅니다. 특히 게임의 개발 기간을 예측하는 점이 말이죠. 이런 방식이 인디 개발사에서 선호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톰 프랜시스는 자신의 2번째 게임인 히트 시그니처를 개발하면서, 건포인트에서 그랬듯이 '우주선 안에 들어간다' 라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쉽게 완성되지 않았죠.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그는 이 요소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함선 생성 시스템, 인공지능, 전투 시스템, 게임 내 경제, 우주 지도 등을 시도했죠. 톰은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요소가 선내 전투임을 알아내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재미를 따르라' 라는 문장이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이 말의 기원을 조사한 결과, 마크 르블랑이라는 남자에게 도달했습니다. 그는 '시프'와 '시스템 쇼크'를 디자인했으며, MDA 프레임워크라는 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는 유명한 디자인 격언에 이어지는 말로 '재미를 따르라'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빠르게 실패하라'죠. 이것은 떠오른 생각을 빠르게 구체화해 무엇이 효과적이고, 그렇지 않은지를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실패하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쏟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실패'는 다음번 시도에 대한 매우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과정을 수행하는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있지 않을까요? 시청자 분들이라면 익숙할 '게임 잼'도 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분은 어떻게든 게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주말 하루나 이틀 사이에요. 각종 상을 수상한 퍼즐 게임 '바바 이즈 유'의 개발자인 아비 테이카리는 게임 잼이 가진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게임 잼의 장점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만들어 볼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잘 되지 않더라도 괜찮죠. 게임 잼이 끝나면 그 아이디어는 자유로워집니다. 잘 안 된다면, 굳이 매여있을 필요는 없어요." 게임을 빠르게 구체화하는 기술로는 게임 메이커, 고도 엔진 등을 활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엔진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종이, 레고나 PS4 게임 제작 앱 '드림즈'를 사용할 수 있죠. 만약, 게임이 거의 완성되어 있고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레벨을 만들기 위한 툴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2를 개발할 때, 닌텐도는 간단한 레벨 개발 툴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모두가 새로운 메커니즘을 생각해 내도록 장려했죠. 빠르게 디자인과 메커니즘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기성 게임의 줄거리나 음악, 아트 등을 빌려와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클레이가 첫 게임 잼에서 '돈 스타브'의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주인공의 모습은... 젤다의 전설 주인공 링크였습니다. 절대 바꾸지 않을 요소를 확정하고 나머지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댓게임컴퍼니의 서니 파블로비치는 저니를 개발할 때 이 방법을 썼습니다. 개발의 중심에는 항상 '사랑에 대한 탐험'이라는 생각이 있었죠. 이것은 팀원 모두에게 특정한 방향성을 주었고, 등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개발해 볼만한 것들을 좁히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가 이번 영상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교훈은 단 하나입니다. 게임에 대한 완벽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에이프 아웃,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 크래시랜드 등이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지금의 게임 형태를 띠게 되었다고 생각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이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없다면, 거기에 시간을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나 제가 이 영상에서 보여드렸듯, 이 게임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 게임을 개발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간단하죠. 시작하고,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디자이너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프로토타입을 해 보고, 버그를 만든 것들이 지금 우리가 하는 게임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대단한 디자이너인 이유는,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기 때문이 아닙니다. 게임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길을 따라갈 지 알아냈고, 빠르게, 또 많이 실패하면서 아이디어의 조각을 하나로 합쳐냈기 때문이죠. 혹시 게임 메이커 툴킷을 보고 계시고, 게임을 만들고 싶어지셨다면 완벽한 아이디어를 기다리지 마세요. 뭐든 만들어 보세요. 게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재미를 따라간다면 당신도 게임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자막: DJNEWP hjyv1234@gmail.com 오타, 오역 지적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