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7.798,0:00:11.498 테이블 위에 놓인[br]와인잔을 본 이레네오는 0:00:11.498,0:00:15.698 포도나무에 달린 모든 나뭇잎,[br]나뭇가지, 포도알을 기억합니다. 0:00:15.698,0:00:18.825 1882년 4월 30일 새벽[br]남쪽 하늘에 떠 있던 0:00:18.825,0:00:22.595 구름의 형태도 기억하죠. 0:00:22.595,0:00:27.225 그는 기억 속에서 구름을 [br]단 한 번 밖에 본 적 없는 0:00:27.225,0:00:31.525 가죽 표지 책의 줄무늬와[br]비교할 수 있었고 0:00:31.525,0:00:34.987 깨브라쵸 항쟁 전날 밤 네그로강에서 0:00:34.987,0:00:39.137 노젓기로 일어난 물장구까지 [br]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0:00:39.817,0:00:42.214 단편 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서 0:00:42.214,0:00:48.154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br]완벽한 기억력에 대해 탐구합니다. 0:00:48.374,0:00:52.454 이레네오는 그가 본 것을 [br]단순히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0:00:52.454,0:00:56.449 사소한 것까지 완벽하게 기억합니다. 0:00:56.449,0:00:59.389 그가 기억하는 디테일은 매우 대단하죠 0:00:59.389,0:01:02.499 푸네스는 어두운 방에서[br]일생을 보내야 했고 0:01:02.499,0:01:07.789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동네를[br]상상해야 잠들 수 있습니다. 0:01:07.789,0:01:10.289 보르헤스에 따르면 푸네스의 기억은 0:01:10.289,0:01:13.319 그가 실제로 생각하는 것이[br]불가능하게 합니다. 0:01:13.319,0:01:19.329 생각은 차이를 잊고, 일반화하고,[br]추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0:01:19.329,0:01:24.919 푸네스의 지나치게 충만한 [br]세계에서는 디테일이 전부입니다. 0:01:24.919,0:01:31.217 푸네스의 무한한 기억은 보르헤스의[br]무한함에 대한 탐구중 하나일 뿐입니다. 0:01:31.217,0:01:33.933 1899년 아르헨티나에서[br]태어난 보르헤스는 0:01:33.933,0:01:37.503 모계 가족의 혁명가들을 동경했습니다. 0:01:37.503,0:01:40.783 하지만 그는 부계를 닮아 [br]책 읽기를 좋아했죠. 0:01:40.783,0:01:45.983 그의 에세이, 시, 이야기, [br]혹은 그가 픽션이라고 부른 글은 0:01:45.983,0:01:49.260 "경이로운 현실"이라는 [br]문체를 개척했습니다. 0:01:49.260,0:01:52.100 마술적 사실주의라고[br]알려져 있기도 하죠. 0:01:52.100,0:01:55.270 각각의 글은 [br]단지 몇 페이지밖에 되지 않습니다. 0:01:55.270,0:01:58.210 보르헤스는 장편을 쓰는 데는 [br]흥미가 없었지만 0:01:58.210,0:01:59.710 중년에 이르러 실명한 후에도 0:01:59.710,0:02:04.340 자신에게 책을 읽어줄 친구들을 [br]모집할 정도로 독서광이었습니다. 0:02:04.340,0:02:07.988 그는 자신이 상상하는 [br]낙원의 이미지인 무한한 도서관을 0:02:07.988,0:02:12.228 "바벨의 도서관"에서[br]실제로 형상화했습니다. 0:02:12.228,0:02:15.146 셀 수 없는 동일한 방에 0:02:15.146,0:02:19.416 같은 길이의 책이 같은 수만큼 [br]채워져 있는 0:02:19.416,0:02:22.421 바벨의 도서관은 그 자체로 우주입니다. 0:02:22.421,0:02:26.121 가능한 모든 조합을 가진[br]텍스트로 이루어져 있죠 0:02:26.121,0:02:28.311 심오한 책들은 물론이고 0:02:28.311,0:02:32.411 알 수 없는 말로 가득한 서적들도[br]무수히 많습니다. 0:02:32.791,0:02:36.321 해설자는 의미를 찾는 것이[br]헛수고 일지도 모르는 0:02:36.321,0:02:38.761 광대한 정보 속에서 0:02:38.761,0:02:42.301 미로를 헤매면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0:02:42.951,0:02:46.781 미로는 보르헤스의 작품에[br]계속해서 등장합니다. 0:02:46.781,0:02:48.731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br]길들이 있는 정원"에서 0:02:48.731,0:02:52.291 유춘은 시골길을 지나면서 0:02:52.291,0:02:57.141 조상이 만들었다는 [br]사라진 미로에 대해 생각합니다. 0:02:57.141,0:02:58.678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0:02:58.678,0:03:02.858 그는 미로가 실재하지 않는 [br]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0:03:02.858,0:03:08.558 그리고 소설은 정원이 사실은[br]시간이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0:03:08.558,0:03:13.554 매 순간의 행동에는 [br]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0:03:13.554,0:03:15.850 한순간의 행동이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고 0:03:15.850,0:03:20.620 모든 가능성은[br]또 다른 미래를 가져오게 되죠. 0:03:21.370,0:03:25.519 보르헤스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br]많은 시간을 미로에 쏟았지만 0:03:25.519,0:03:29.759 시간을 단 한 순간으로 [br]압축할 수 있는 방법을 0:03:29.759,0:03:31.409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0:03:31.409,0:03:32.939 "신의 글"에서 0:03:32.939,0:03:35.249 창조의 첫날에 0:03:35.249,0:03:38.269 신은 재규어의 무늬에 0:03:38.269,0:03:40.429 정확히 한 문장을 적었습니다. 0:03:40.429,0:03:43.799 재규어들은 마지막 사람들이[br]문장을 볼 수 있도록 0:03:43.799,0:03:47.569 동굴, 사탕수수밭, 섬에서 0:03:47.569,0:03:51.619 계속해서 사랑을 나누고 번식합니다. 0:03:51.619,0:03:55.459 마지막 사람은[br]끈질긴 나이 든 사제였습니다. 0:03:55.459,0:04:00.499 그는 재규어의 반점을[br]오랫동안 암기하고 해독했고 0:04:00.499,0:04:06.209 마침내 신의 메시지를 이해하고[br]깨달음의 정점에 달했습니다. 0:04:06.209,0:04:08.413 그는 깊은 지하에 [br]감금되어 있었기 때문에 0:04:08.413,0:04:11.263 문장의 의미를 나눌 사람이 없었고 0:04:11.263,0:04:14.323 상황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죠. 0:04:14.323,0:04:15.803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0:04:15.803,0:04:17.373 그 순간에 0:04:17.373,0:04:22.453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br]경험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0:04:23.203,0:04:27.650 보르헤스를 읽으면 여러분도[br]무한함을 엿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