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제작 아틀리에 앞
에보니 스트리트, 브리지워터 스퀘어.
친애하는 길디 부인,
직접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요즘 제 일정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거든요.
마치 회오리바람처럼요.
하지만 제 편지와 소포가 가장 빠른 방법으로 도착하리라 믿습니다.
또한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요.
최근 저는 소중한 친구 중 한 명의
파스텔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 줄
액자를 찾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그 가치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요.
부인의 작품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부인의 재능이
제 소중한 창작물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주길 기대합니다.
지금은 직접 방문할 수 없기에,
부인의 솜씨와 미적 감각을
믿어보려고 합니다.
최고의 액자를 골라주시길 부탁드려요.
저는 절제되면서도 우아한 장식을 좋아합니다.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단순하고 강렬하게 아름다운 것이 좋습니다.
장식이 과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싸구려처럼 보여서도 안되지요.
하지만, 반짝이는 금빛이 살짝 들어간 것을 보는건
언제나 좋아합니다.
제 말 무슨 뜻인지 잘 아시지요.
이 일을 전적으로 부인께 맡기며,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말이죠.
아, 그리고 절대 부담을 드리려는 건 아니지만,
내일 저녁까지 완성된 작품을 받아볼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담아,
레이디 밀링턴 드림.
자, 그럼 지금은
다른 일은 모두 제쳐두어야겠네.
작품을 한번 살펴볼까.
오, 세상에.
정말 아름답구나.
피부 톤을 표현한 방식이 마음에 들어.
사실적이면서도 개성이 넘쳐.
여기도.
정말 멋지구나.
가만 있어보자.
높이...22 센티미터...
그리고...
너비... 17...
그럼 매트보드를 추가하면,
초상화를 이렇게 감싸겠네...
아마도... 여기쯤.
그리고 여기, 그럼 3 센티미터.
아니면 양쪽에 4 정도.
그러면...
(속삭임)
머리 위쪽에 2센티미터... 그리고...
어깨...
좋아.
완벽해.
이제 어떤 매트 보드와 액자가
널 가장 돋보이게 할지 보자.
연한 색 매트보드와 얇은 액자가 좋겠어.
꼭 얇을 필요는 없으려나.
흠, 한번 보지 뭐.
(혼잣말)
그리고 액자는...
음...
이건 순백색이고...
어쩌면 너무 새하얀가.
오프 화이트는 어떤지 보자.
훨씬 낫네.
오프 화이트는 괜찮은 것 같고.
이건 좀 더...
베이지인데.
아주 연한 베이지.
아냐, 오프 화이트가 더 나은 것 같아.
혹시 모르니까 버건디도 한번 볼까.
아니다, 너무 어둡네.
하지만 오프 화이트에
짙은 붉은색 테두리를 둘러보면 어떨까.
그래, 딱이다.
그리고 액자는...
이거 예쁘네.
하지만 너무 얇은 것 같아.
흥미롭네.
내생각엔 매트 보드를 먼저 정리하고,
액자는 나중에 결정해야겠어.
우선, 매트 보드를 네 뒤에 덧대줄게.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게.
아마 이게 딱 맞지 싶은데.
좋아, 완벽해.
(혼잣말)
(속삭임)
어떤가 한번 맞춰 볼까.
완벽해.
너한테 딱 필요하던 거야.
테두리가 붉은 톤을 돋보이게 해.
여기랑 저기 말야.
그래, 정말 근사해.
이제 널 유리로 보호해주자.
금방 끝날 거야.
자, 다 됐다.
좋아.
저건 좀 닦아야겠네.
그냥 지문이구나.
완벽해.
이제 모두 고정해야겠다.
클램프 몇개만 쓰면 돼.
가만 있어봐.
셋...
그리고 넷.
좋아.
그럼 이제 마지막 제일 중요한 부분을 해볼까.
액자 말이지.
이 중에서 고민을 하던 중이야.
이건 정말 아름답거든.
그런데 온통 금으로 덮여 있어서
레이디 밀링턴에겐 좀 과할지도 몰라.
이건 좀 부족한 느낌이고.
이걸로 가고
나중에 금을 살짝 더해볼 수도 있긴 해.
레이디 밀링턴은
깐깐한 고객이야.
그러니 절대 실망시켜드려선
안되겠지.
안돼. 이건 진짜 아니다.
은색은 너한테 안맞아.
그럼, 좋아, 이걸로 가고
금박을 조금 추가하자.
좋아, 만들어보자고.
(혼잣말)
이제 진실의 순간이야.
완벽해.
정말 완벽 그 자체야.
이제 금빛 터치만
조금 추가하면 되겠다.
여기랑 여기 있는 금빛이 돋보이게 말야.
필요한 것들을 모두 준비해볼까.
자, 금 선을 덧입힐거야.
안쪽 모서리를 따라 빙 둘러서.
그렇게 하이라이트를 하고나면
최소 100년은 된
앤티크 골드 느낌이 나겠지.
액자가 이미 매끄럽게
마감된 것처럼 보이니까
풀은 한번만 코팅해도 되겠어.
너한테서 잠시 떨어뜨려 놓고
이제 풀을 조금만.
테두리를 따라 쭉.
조심스럽게.
가장자리에만
잘 붙을 수 있게.
됐다.
이제 마르는 동안에
주변을 좀 정리할 수 있겠어.
어디보자.
훌륭해.
딱 적당하게 끈적거려.
이제 금박을 올려주자.
아주 얇은 띠가 필요해.
자, 이게 첫번째.
좋아.
계속해보자.
세번째.
그리고 마지막.
이제 남은 금을 털어내야지.
아주 좋아. 이제 마지막 단계야.
금박을 살짝 문질러서
너무 싸구려처럼 보이지 않게 할거야.
레이디 밀링턴은 절대로
이렇게 밝은 상태로 놔두길 원하지 않을거거든.
사방을 돌로 부드럽게 문지를게.
여기서부터...
아주 부드럽게.
좋아.
계속 해보자.
완벽하군.
이제 얇은 바니시를 발라주면
모두 끝이야.
이러면 금방 마를테고
금박도 보호가 될테니까.
훌륭해. 지금까지 만든 것 중 최고야.
이제 클램프를 제거하고 액자를 못질하자.
모두 단단히 고정 될 수 있게.
열개면 충분하겠지.
그리고 열.
좋아. 튼튼하군.
이제 포장만 하면 갈 준비 끝이야.
친애하는 레이디 밀링턴.
이 편지를 읽으실 때 즈음엔
작품이 안전하게 여행하여
당신의 손 안에 기쁘게 당도했길 바랍니다.
이 아름다운 초상화에 대해
지침 주셨던 것을 충실히 따랐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감상을 들을 수 있다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앞으로 언제든 제 작업실을 찾아주세요.
직접 뵙게 된다면 큰 영광이겠습니다.
앞으로의 액자 제작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진심을 담아.
엘사 길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