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세라: 대부분의 경우, 저의 작업은 작업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결코 이미지로 시작하지 않으며 드로잉으로도 시작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부분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안에서부터 바깥으로 작업하는 방식이에요. 현재 저는 12~15개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단계에서 진행중이며 세인트루이스,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 싱가포르, 카타르, 뉴질랜드에서도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금 굉장히 많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은유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이미지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보일지를 미리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습니다. 제가 집중하는 것은 그 순간 흥미롭게 느껴지는 요소들의 관계입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 요소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할 수 있다면, 혹은 작품 안으로 들어가고 그 사이를 걷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경험이 저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준다면, 저는 그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찰리 브라운"이라는 작품을 작업할 때는 형태를 어떻게 휘어올리면서 관객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돌아가도록 만들지 고민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이전에 작업했던 '타원(Ellipses)'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발전시킨 겁니다. 놀라웠던 점은 조각에 대해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이 작품에 들어가서 나름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경험은 충족감을 주는 것이었는데, 이떤 의미에서는 놀라웠기 때문이고 그것이 새로웠기 때문이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건축과도 관련이 없고, 풍경이나 건물, 산, 협곡과도 관계가 없습니다. 어떤 익숙한 것과도 연결 짓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관객이 가만히 있어도 계속해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매우 큰 확장성을 가지고 있으며 공간의 물리적 특성보다 강철 자체의 탄력성에 더 집중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에서 강철은 강철 그 자체를 넘어선 무언가가 됩니다. 마치 고무처럼 늘어나는 듯한 느낌을 주고, 면이 아니라 하나의 띠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저를 만족스럽게 했던 또 다른 요소는 돌출된 부분이 약 1.8미터나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관객들이 그 아래를 걸어갈 수 있으며, 이 부분이 마치 배의 선체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어릴 때 겪었던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강렬한 경험 중 하나는 약 네 살 때 마린 조선소에서 배가 진수되는 모습을 본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갔었는데, 거대한 형태의 배가 물을 만나면서 부유하고, 자유로워지고, 떠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겁고 거대한 것이 갑자기 가벼워지는 그 순간은 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 경험은 이후에도 계속 꿈속에 나타나곤 했습니다. 남자: 리처드, 당신은 그 책에 항상 무엇을 적고 있나요? 세라: 음, 제 자신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어요. 남자: 시를 쓰고 있는 건가요? 세라: 아니요, 눈과 손의 감각을 함께 유지하는 방법이에요. 어릴때부터 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부모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저에게는 말도 잘하고, 잘생기고, 키도 큰 형이 있었거든요. 저는 마치 작은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부모님의 상상력을 사로잡기 위해 저녁 식사 후에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 그림을 지지해 주셨어요. 그렇게 해서 그림 그리기는 저만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일이 되었어요. 눈과 손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방법이자 제가 보는 것들을 기록하는 방식이었죠. 예를 들어, 아버지와 형이 자동차를 분해하고 있을 때, 저는 그 부분들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그렇게 저는 항상 그림을 그려왔어요. 이것은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제 삶과 연결된 방식을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눈이 하나의 근육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많이 그릴수록, 그 근육은 더 단련되고 더 좋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죠. 제가 매일 하는 노트 드로잉을 그냥 '드로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과 그리고 드로잉의 역사와 관련된 다른 그림들도 그리죠. 하지만 제 자신을 이해하고 대화를 지속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우리 앨런이 녹음기에 이야기를 남기는 것처럼,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남자: 그걸 지나가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세라: 이쪽으로 다시 하면 돼요. 맞죠? 다시 올려요. 다시 올려요. 이 순간이 바로 '5밀리미터의 순간'이에요. 이걸 정확히 5밀리미터 이내로 맞춰야 하죠. 남자: 존 이거 용접하는 거 정말 골치 아플 거에요. 비는 왜 와서, 정말... 다른 남자: 토니를 탓하세요. 날짜를 정한 게 토니잖아요. 남자: 이건 정말 협업입니다. 이 작업을 함께하는 모든 철강 노동자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협업이죠. 저는 이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요. 하지만 작업이 잘 진행되는 게 마음에 드네요. 남자: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어디서든 존재감을 드러내죠. 세라: 네 맞아요. 도망칠 수도 없죠. 바로 거기에 있어요. 남자: 아주 멋진 작업이에요. 세라: 거의 공압 구조물(pneumatic structure) 같아요. 남자: 공압이요? 세라: 네 마치 안에서부터 팽창하고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남자: 어디를 용접할까요? 다른 남자: 여기요. 남자: 존... 세라: 공간을 형성하고, 유지하며, 공간 자체를 작품의 내용으로 만드는 능력은 공간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화 부스 안에 들어가는 것과 축구 경기장 안에 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전화 부스는 답답하고, 축구 경기장은 광활하다"라고 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전화부스와 축구 경기장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공간을 경험한다면 어떨까요? 그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오른쪽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뒤돌아 걸어갈 때 다시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되는 거죠. 이 작품은 저에게 있어서 새로운 작업을 열어준 생성적인 작품입니다. 이 작업을 통해 또 다른 시리즈가 시작될 수 있어요. 어떤 작업들이 이로부터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능성 자체가 저에게는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이 작품은 저에게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