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VTT 00:00:04.466 --> 00:00:09.933 법륜스님의 부처이야기 40화. 유익하지 않을때 침묵을 지켜라 00:00:09.933 --> 00:00:14.861 안녕하세요? 00:00:14.861 --> 00:00:25.381 수행자들은 전통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합니다. 00:00:25.381 --> 00:00:32.334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말 없는 침묵을 더 중요시합니다 00:00:32.334 --> 00:00:45.441 그래서 '침묵은 금이다' 또는 '성스러운 침묵이다' 이런 말이 있어요. 00:00:45.441 --> 00:00:48.421 그렇게 침묵을 중요시하는데, 00:00:48.421 --> 00:00:55.431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왜 그렇게 많은 말을 하셨는가? 00:00:55.431 --> 00:01:01.073 이런 의문을 제기하실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00:01:01.073 --> 00:01:05.313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00:01:05.313 --> 00:01:11.590 "말을 하려거든 법에 대한 말을 해라" 00:01:11.590 --> 00:01:17.528 "법에 대한 말을 하지 않으려거든 침묵을 지켜라" 00:01:17.528 --> 00:01:23.387 그럼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가? 00:01:23.387 --> 00:01:30.864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머무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00:01:30.864 --> 00:01:38.338 스님들은 아침이 되면 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들고 00:01:38.338 --> 00:01:45.701 사위성으로 들어가서 걸식을 합니다. 탁발이지요. 00:01:45.701 --> 00:01:51.772 기러기처럼 외줄로, 한 줄로 조용히 걸어가셔서 00:01:51.772 --> 00:01:56.848 집집마다 다니면서 탁발을 합니다. 00:01:56.848 --> 00:02:04.607 그러고는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와서 식사를 마치고 00:02:04.607 --> 00:02:11.277 발우를 씻어두고, 가사를 벗어서 접어두고 00:02:11.277 --> 00:02:16.927 그리고는 조용히 명상을 합니다. 00:02:16.927 --> 00:02:25.106 그런데 이 날은 이렇게 탁발을 하고 돌아와서 식사를 한 후에, 00:02:25.106 --> 00:02:31.791 스님들이 둘러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었어요. 00:02:31.791 --> 00:02:37.580 출가하기 전에 세속에 있었을 때 모두 나름대로 직업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00:02:37.580 --> 00:02:44.562 각자 출가하기 전에 살았던 세상사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했어요. 00:02:44.562 --> 00:02:50.285 한 사람이 "나는 출가하기 전에 00:02:50.285 --> 00:02:58.217 코끼리 길들이는 직업을 갖고 있었는데 그 덩치 큰 코끼리를 말이야. 00:02:58.217 --> 00:03:06.033 이렇게 저렇게 길을 들이면 코끼리를 내가 장난감 같이 다룰 수 있다. 00:03:06.033 --> 00:03:12.667 그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느냐? 그래도 나는 그 코끼리를 길들여서 00:03:12.667 --> 00:03:17.427 이렇게 저렇게 했다" 이렇게 자랑했단 말이에요. 00:03:17.427 --> 00:03:23.434 그러니까 다른 스님이 "야, 그게 뭐가 어렵냐? 00:03:23.434 --> 00:03:30.241 나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일을 했는데 그렇게 펄쩍펄쩍 뛰고 난리인 야생마를 00:03:30.241 --> 00:03:38.447 순한 양처럼 길들여서 말과 내가 한 몸이 되어서 말을 타고 다녔다" 00:03:38.447 --> 00:03:44.693 이렇게 야생마 길들이는 것에 대해서 자랑했습니다. 00:03:44.693 --> 00:03:50.843 그러니까 한 사람이 "야, 살아 있는 짐승 길들이는 게 뭐가 어렵냐? 00:03:50.843 --> 00:03:59.889 나는 마차를 모는 일을 했는데, 길이 나쁠 때도, 길이 좁을 때도 00:03:59.889 --> 00:04:04.303 이 마차를 어떻게 모느냐? 이건 굉장한 기술을 요하는 것이야" 00:04:04.303 --> 00:04:09.883 이렇게 마차 모는 기술에 대한 자랑을 했더니 00:04:09.883 --> 00:04:16.502 또 어떤 사람은 활 쏘는 솜씨에 대해서 자랑하고 00:04:16.502 --> 00:04:21.722 그러자 또 어떤 사람은 검술에 대해서 자랑하고 00:04:21.722 --> 00:04:27.188 이렇게 해서 짐승을 길들이는 이야기, 마차를 모는 이야기, 00:04:27.188 --> 00:04:30.478 활을 쏘고, 칼을 쓰는 이야기까지, 00:04:30.478 --> 00:04:37.247 아마 활 쏘고 칼 쓰는 얘기가 나온 것 보면 이들은 왕족 출신이라고 할 수 있겠죠. 00:04:37.247 --> 00:04:41.376 전쟁터에 나갔던 사람들이니까. 00:04:41.376 --> 00:04:47.096 거기서 이제는 수학이나 문학, 이런 학문에 대한 얘기로 00:04:47.096 --> 00:04:49.586 이 사람들은 브라만들이지요. 00:04:49.586 --> 00:05:01.131 그래서 각자 자기 계급, 직업에 대한 얘기들로 꽃을 피우게 돼서 시끌벅적했다. 00:05:01.131 --> 00:05:10.487 그런 시끌벅적한 소리를 부처님께서 들으시고 비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오셨어요. 00:05:10.487 --> 00:05:13.342 한참 정신 없이 떠들고 있었단 말이에요. 00:05:13.342 --> 00:05:18.527 마치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교실에 아이들이 떠들고 있듯이... 00:05:18.527 --> 00:05:23.292 그러다가 부처님께서 오시니까 다 조용해지면서 00:05:23.292 --> 00:05:27.003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처님을 맞이하셨어요. 00:05:27.003 --> 00:05:33.737 그러니까 부처님께서 물었어요. 00:05:33.737 --> 00:05:41.497 "자네들, 지금까지 무얼 가지고 그리 재미있는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는가?" 00:05:41.497 --> 00:05:46.935 그러니까 한 비구가 겸언쩍은 자세로 00:05:46.935 --> 00:05:53.956 부처님께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00:05:53.956 --> 00:05:57.786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00:05:57.786 --> 00:06:06.477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모여있을 때에 행해야 할 일은 단지 두 가지 뿐이오. 00:06:06.477 --> 00:06:16.821 법에 관해 서로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성스러운 침묵을 지키는 것이 그것이오" 00:06:16.821 --> 00:06:21.034 그래서 수행자가 할 일이 두 가지라는 거예요. 00:06:21.034 --> 00:06:26.949 입을 열었다 하면 법에 대한 이야기, 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00:06:26.949 --> 00:06:37.008 그렇지 않으면 '성스러운 침묵을 지켜라' 00:06:37.008 --> 00:06:47.728 우리는 입을 열게 되면 한 마디로 말해서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하지요. 00:06:47.728 --> 00:06:54.639 비싼 밥 먹고, 귀중한 에너지를 많이 낭비해요. 00:06:54.639 --> 00:06:57.491 쓸모 없는 데 낭비하는 경우도 있고 00:06:57.491 --> 00:07:05.344 더 나아가서는 남을 해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00:07:05.344 --> 00:07:11.990 이 '입'이라는 것이 참 무섭습니다. 첫째, 거짓말을 하지요. 00:07:11.990 --> 00:07:20.190 있지도 않은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 말, 잘못된 말을... 00:07:20.190 --> 00:07:26.343 그래서 그 말을 믿고 따랐다가 속았다고, 사기 당했다고 00:07:26.343 --> 00:07:31.780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고, 이런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00:07:31.780 --> 00:07:37.840 그리고 욕설하는 경우도 많지요. 00:07:37.840 --> 00:07:45.252 화가 나서 입에서 온갖 험담과 욕설을 함으로 해서 NOTE Paragraph 00:07:45.252 --> 00:07:53.229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이런 험한 말을 하는 경우도 있고 00:07:53.229 --> 00:08:00.377 또 사람들에게 가서 아양 떠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00:08:00.377 --> 00:08:07.534 온갖 말로 꾸며서 있지도 않는 것들로 비위를 맞추고, 00:08:07.534 --> 00:08:11.233 또 하나는 '양설'이라고 해서 00:08:11.233 --> 00:08:16.201 이 사람에게 가서는 이런 말을 하고, 저 사람에게 가서는 저런 말을 해서, 00:08:16.201 --> 00:08:23.620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결국은 불신을 받고, 00:08:23.620 --> 00:08:29.720 이것이 말로 짓는 네 가지 죄업이다. 00:08:29.720 --> 00:08:38.875 망어, 기어, 양설, 악구, 한문으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00:08:38.875 --> 00:08:44.133 이렇게 남을 해치고,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00:08:44.133 --> 00:08:50.559 남을 괴롭히는 이런 말을 한다. 이거예요. 00:08:50.559 --> 00:08:57.545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아무 쓸모 없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00:08:57.545 --> 00:09:03.578 내용도 없고, 배울 것도 없고, 그냥 잠시도 입을 가만두지 못하고, 00:09:03.578 --> 00:09:11.867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이렇게 시끄럽게, 소란스럽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00:09:11.867 --> 00:09:18.391 이런 걸 보통 '잡담'이라고 얘기하지요. 00:09:18.391 --> 00:09:25.316 또, 말을 해서 즐겁기는 한데, 쉽게 말하면 음담패설이라든지 00:09:25.316 --> 00:09:36.810 이런 애기로 희희낙낙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다. 00:09:36.810 --> 00:09:43.781 이런 말을 하기보다는, '숫제 말을 안 하는 것이 낫다' 00:09:43.781 --> 00:09:55.461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훨씬 더 값어치가 있다. 그래서 '침묵은 금이다' 00:09:55.461 --> 00:10:02.543 침묵이 숫제 성스럽다. 그래서 '성스러운 침묵'이라고 하는 거예요. 00:10:02.543 --> 00:10:09.998 그러면 수행자는 말을 하지 않아야 되느냐? 아니에요. 00:10:09.998 --> 00:10:16.125 부처님께서 많은 말을 하셨지만, 그 말은 모두 '진리'에 대한 말이고, 00:10:16.125 --> 00:10:22.342 남을 이롭게 하는 말이에요. 남을 기쁘고 즐겁게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00:10:22.342 --> 00:10:29.176 그래서 첫째, 말을 하려면 '진실에 대해서 말해라' 00:10:29.176 --> 00:10:34.325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거짓된 것을 밝혀내는, 00:10:34.325 --> 00:10:45.014 그런 진실한 말을 해야 된다. 이것이 법에 관한 이야기다. 00:10:45.014 --> 00:10:49.689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그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00:10:49.689 --> 00:10:53.289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이야기를 해줘야 된다. 00:10:53.289 --> 00:10:56.957 이것을 '법문'이라고 하지요. 00:10:56.957 --> 00:11:02.431 또 괴로워하는 자에게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지요. 00:11:02.431 --> 00:11:09.919 또 말을 할 때 악담을 하는 게 아니라, '자비롭게' 말하는 게 있다. 00:11:09.919 --> 00:11:17.326 이런 말들은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00:11:17.326 --> 00:11:26.735 사람을 이롭게 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거예요. 00:11:26.735 --> 00:11:28.815 이런 말은 해야 되는 거예요. 00:11:28.815 --> 00:11:35.715 그러니 부처님께서는 말을 하면 이런 말을 하셨고, 00:11:35.715 --> 00:11:43.744 이런 말이 아니라면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여기 두 가지, 00:11:43.744 --> 00:11:53.897 법을 말하거나, 아니면 성스러운 침묵을 지켜라. 00:11:53.897 --> 00:12:04.051 또 말에는 이런 말도 있지요. '알리는 말'이 있습니다. 00:12:04.051 --> 00:12:13.499 알리는 말은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00:12:13.499 --> 00:12:18.552 "말을 하지, 왜 말을 안 했어?" "당신이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요?" 00:12:18.552 --> 00:12:23.298 이렇게 상대가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몰랐다고, 00:12:23.298 --> 00:12:27.389 이렇게 얘기하면 대답이 어떻게 나옵니까? 00:12:27.389 --> 00:12:34.364 "꼭 말을 해야 알아? 딱 보고 알아야지!"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00:12:34.364 --> 00:12:38.240 부부 간에 이런 경우가 많지요? 00:12:38.240 --> 00:12:44.193 내가 필요한 것을 당신에게 꼭 이러저러하다고 이야기를 해야 아느냐? 00:12:44.193 --> 00:12:50.060 같이 사는 사람이 진즉에 짐작해서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00:12:50.060 --> 00:12:57.570 내 마음을 그리도 모르냐? 그런데... 00:12:57.570 --> 00:13:01.177 물론 '타심통' 다른 사람이 마음에 생각하고 있는 선악(善惡)을 00:13:01.177 --> 00:13:06.453 모두 읽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안다. 00:13:06.453 --> 00:13:13.520 이런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99.9%의 사람들이 00:13:13.520 --> 00:13:21.414 상대의 마음을 아는 방법은 역시 상대의 말을 듣고 아는 거예요. 00:13:21.414 --> 00:13:29.368 그러니 자신의 마음을 알려야 됩니다. 00:13:29.368 --> 00:13:34.816 마음을 알리는 것이 손쉽고 자유로워야 돼요. 00:13:34.816 --> 00:13:44.927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진실하게 전달하지 않고, 00:13:44.927 --> 00:13:49.616 막연히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00:13:49.616 --> 00:13:56.468 '당신이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나?' 이렇게만 생각한다는 거예요. 00:13:56.468 --> 00:14:01.960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00:14:01.960 --> 00:14:07.040 내가 그렇게까지 말을 했는데도 상대가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지요? 00:14:07.040 --> 00:14:13.276 내가 너한테 몇 번 말했어?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못 알아듣느냐? 00:14:13.276 --> 00:14:19.311 이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데, 00:14:19.311 --> 00:14:26.241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상대가 어떻게 알아듣겠어요? 00:14:26.241 --> 00:14:34.401 그러니 말을 안 하고도 남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00:14:34.401 --> 00:14:45.751 자신도 남의 말을 몇 번이나 듣고도 남의 마음을 못 알아줄 때가 있으니, 00:14:45.751 --> 00:14:52.313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00:14:52.313 --> 00:14:59.946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말'입니다. 00:14:59.946 --> 00:15:07.348 그래서 말은 굉장히 소중한 것입니다. 말을 해야 아는 거예요. 00:15:07.348 --> 00:15:12.858 그래서 말을 하려면 '바르게' 해야 됩니다. 사실대로 말해야 된다는 거예요. 00:15:12.858 --> 00:15:16.138 진솔하게 말해야 된다. 알아듣기 쉽게 말해야 된다. 00:15:16.138 --> 00:15:22.694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해야 된다. 상대의 입장, 처지에 맞게 말해야 된다. 00:15:22.694 --> 00:15:29.866 말을 하는 이유는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거잖아요. 00:15:29.866 --> 00:15:38.595 이렇게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듣는 거예요. 00:15:38.595 --> 00:15:42.454 자기 식대로 듣는다. 자기 관점을 갖고 듣는다는 거예요. 00:15:42.454 --> 00:15:46.992 그래서 '왜곡되게 듣는다' 이 말이예요. 00:15:46.992 --> 00:15:49.791 그래서 놀이에도 이런 게 있지 않습니까? 00:15:49.791 --> 00:15:53.710 열 명이 일렬로 줄을 서서 00:15:53.710 --> 00:15:58.882 첫 번째 사람이 두 번째 사람에게 귓속말로 소곤소곤 얘기하면, 00:15:58.882 --> 00:16:02.544 그걸 그대로 두 번째 사람이 세 번째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00:16:02.544 --> 00:16:05.444 세 번째 사람이 네 번째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00:16:05.444 --> 00:16:11.061 이렇게 해서 마지막, 열 번째 사람에게 들은 말을 해보라고 하면 00:16:11.061 --> 00:16:19.946 첫 번째 사람이 했던 얘기와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요. 00:16:19.946 --> 00:16:24.834 이것을 통해서 우리가 말을 들을 때 얼마나 주관적으로 듣는지, 00:16:24.834 --> 00:16:31.600 자기 식대로 듣는가 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요. 00:16:31.600 --> 00:16:38.872 그래서 말을 할 때는 바르게, 쉽게, 분명하게 00:16:38.872 --> 00:16:46.176 말을 들을 때는 있는 그대로, 내 생각에 치우치지 않고 00:16:46.176 --> 00:16:50.382 내 식대로 듣지 말고 '사실대로' 들어라. 00:16:50.382 --> 00:16:58.509 그럴 때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된다. 00:16:58.509 --> 00:17:03.203 이런 말은 필요하다. 00:17:03.203 --> 00:17:08.584 부처님의 모든 설법도 바로 이런 '진실한' 말이에요. 00:17:08.584 --> 00:17:12.763 우리가 부처님의 설법을 들을 때도 이 진실한 말을 00:17:12.763 --> 00:17:20.198 내 마음을 비우고 내 생각을 버리고 들어야 한다 00:17:20.198 --> 00:17:28.264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말하는 것을 한 번 살펴봅시다. 00:17:28.264 --> 00:17:41.166 식사 준비가 다 돼서 아내가 남편에게 식사하라고 얘기할 때 어떻게 합니까? 00:17:41.166 --> 00:17:47.241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이것은 알림이지요? 00:17:47.241 --> 00:17:54.640 "식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것도 알림이지요? 00:17:54.640 --> 00:18:03.256 "식사하세요" 이것은 알림인 것 같지만 명령이지요? 00:18:03.256 --> 00:18:06.302 한 발 더 나아가면 어떻게 말합니까? 00:18:06.302 --> 00:18:15.620 "식사 안 하고 뭐해요?" 이렇게 말하죠. 이것은 시비죠. 00:18:15.620 --> 00:18:21.481 "식사 안 할 거예요?"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00:18:21.481 --> 00:18:28.753 이게 다 밥 먹으라는 소리에요. 그런데... 00:18:28.753 --> 00:18:32.352 "나는 밥 먹으라고 말했는데 왜 그러냐?" 하지만 00:18:32.352 --> 00:18:39.713 여기에는 단순한 알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알림'이에요. 00:18:39.713 --> 00:18:45.598 밥을 먹고 안 먹고 하는 것은 그가 알아서 하는 것. 00:18:45.598 --> 00:18:51.867 그런데 우리는 상대의 인생에 '간섭'하는 거예요. 00:18:51.867 --> 00:18:58.857 "언제까지 먹어라! 안 먹으면 밥 치워버릴 거야" 00:18:58.857 --> 00:19:12.611 이런 간섭, 나아가서는 '경고' '처벌'까지 내포되어 있다, 이 말이에요. 00:19:12.611 --> 00:19:17.770 이러기 때문에 '시비'가 된다. 00:19:17.770 --> 00:19:27.426 열심히 식사를 준비해 놓고 그로 인해서 도리어 시비가 되는 거예요. 00:19:27.426 --> 00:19:33.646 그래서 경전에 보면 부처님을 식사에 초대한 사람들은 00:19:33.646 --> 00:19:38.136 언제나 부처님께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00:19:38.136 --> 00:19:44.956 "공양이 준비되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때를 아소서" 00:19:44.956 --> 00:19:47.473 이렇게 말을 해요. 00:19:47.473 --> 00:19:51.132 "밥 먹으러 오세요" 이렇게도 말하지 않아요. 00:19:51.132 --> 00:19:57.101 "밥 먹으러 오세요" 이것도 어찌 보면 안 오면 난리날 일이잖아요. 그죠? 00:19:57.101 --> 00:20:02.865 "때를 아소서.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00:20:02.865 --> 00:20:07.379 "때를 아소서" 하는 것은 결정권이 누구한테 있어요? 00:20:07.379 --> 00:20:10.750 상대에게 있다는 말이지요? 00:20:10.750 --> 00:20:20.781 '당신이 이 때를 아셔서, 당신이 결정하십시오' 이런 얘기에요. 00:20:20.781 --> 00:20:30.946 그래서 우리 수행자는 서로 잘 알려야 합니다. 소리를 내어 알려야 해요. 00:20:30.946 --> 00:20:36.186 그런데 이것을 잘못 받아들이면, 침묵을 잘못 받아들이면 00:20:36.186 --> 00:20:43.712 입 다물고 말을 안 하는 것이 수행자인 줄 알아요. 00:20:43.712 --> 00:20:52.046 1988년 올림픽 때, 제가 어느 선방에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00:20:52.046 --> 00:20:58.668 그 절에 10년 가까이 묵언을 하신 스님이 계셨어요. 00:20:58.668 --> 00:21:02.966 말을 하지 않으신 수행자가 있었어요. 00:21:02.966 --> 00:21:09.742 그런데 그 올림픽 때 한국이 메달을 많이 따지 않았습니까? 00:21:09.742 --> 00:21:15.984 그러니까 선방에서 첨선하시는 스님들도 거기에 관심이 있어서 00:21:15.984 --> 00:21:22.154 그래서 그 위에 있는 암자에 텔레비전을 하나 몰래 갖다 놓고 00:21:22.154 --> 00:21:26.724 휴식 시간에 올라가서 잠시 보고 내려오고, 잠시 보고 내려오고 00:21:26.724 --> 00:21:29.604 아마 몇몇 스님이 그랬나봐요. 00:21:29.604 --> 00:21:34.190 그랬더니 이 묵언하는 스님이 00:21:34.190 --> 00:21:39.264 도끼를 들고 올라가서 텔레비전을 다 깨버렸어요. 00:21:39.264 --> 00:21:47.524 이 분은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것은 화를 낸 것이지요. 00:21:47.524 --> 00:21:51.642 그것은 '나쁘다' 하는 분별을 일으킨 것이지요. 00:21:51.642 --> 00:22:00.281 이것은 이미 아주 험한 말을 한 것과 같은 것이에요. 00:22:00.281 --> 00:22:05.381 때를 알리는 것은 '침묵'과 같습니다. 00:22:05.381 --> 00:22:11.402 '묵언을 하라'는 본래의 뜻은 '분별심을 내지 마라!' 00:22:11.402 --> 00:22:17.472 '입으로 아무 소리를 내지 마라'는 것이 아니라 분별심을 내지 마라! 00:22:17.472 --> 00:22:22.062 그럼 왜 우리가 입을 다무느냐? 00:22:22.062 --> 00:22:27.312 입에서 소리가 날 때는 남을 해치는 말, 00:22:27.312 --> 00:22:33.410 그렇지 않으면 쓸데 없는 말을 자꾸 하니까 '입을 다물어라' 이 애기에요. 00:22:33.410 --> 00:22:34.817 그 '다물어라'는 것이... 00:22:34.817 --> 00:22:38.901 외향적으로 입을 다문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00:22:38.901 --> 00:22:47.292 분별심을 내지 마라! 이 분별심을 버리는 것이 침묵입니다. 00:22:47.292 --> 00:22:52.212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아무리 말을 많이 하셔도 00:22:52.212 --> 00:22:56.862 분별심을 내어 말을 하신 게 아니기 때문에 00:22:56.862 --> 00:23:03.018 '부처님께서는 한 말씀도 아니 하셨다' 00:23:03.018 --> 00:23:05.128 이 의미를 이제 아시겠어요? 00:23:05.128 --> 00:23:12.724 부처님께서는 8만 4천 법문을 하셨지만 그러시고도 하시는 말씀이 00:23:12.724 --> 00:23:20.985 '나는 한 말도 한 바가 없다' 모순이죠. 00:23:20.985 --> 00:23:28.482 분별심이 없는 말, 그것은 말을 하지 않음과 같다. 00:23:28.482 --> 00:23:33.632 분별심을 일으키면, 비록 입을 다물고 있어도 어때요? 00:23:33.632 --> 00:23:42.356 그것은 '구업을 짓는 것과 같다' 우리가 이것을 알아야 00:23:42.356 --> 00:23:48.947 '법을 말하는 것'과 '침묵'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00:23:48.947 --> 00:23:59.884 그래서 여러분도 이 정신을 잘 알아서 남에게 이익이 되고, 00:23:59.884 --> 00:24:06.544 남에게 기쁨을 주고 위로가 되는 말, 진실을 깨우치는 말은 00:24:06.544 --> 00:24:09.120 많이 할수록 좋고 00:24:09.120 --> 00:24:15.340 그렇지 않으면 침묵하는 것이 좋다. 00:24:15.340 --> 00:24:24.147 침묵이야 말로 쓸데 없는 만 마디 말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이다. 00:24:24.147 --> 00:24:28.557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은 아니 한만 못하다. 00:24:28.557 --> 00:24:35.122 그러니 잔소리는 내 성질을 부려서 푸는 것이지, 00:24:35.122 --> 00:24:39.696 상대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00:24:39.696 --> 00:24:46.196 그러니 '유익하지 않을 때는 침묵을 지켜라' 00:24:46.196 --> 00:24:51.326 우리가 이렇게 생활한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00:24:51.326 --> 00:24:59.074 말로 인한 갈등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