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706,0:00:10.002
우리가 아는 한[br]중세 영국이라는 나라는

0:00:10.002,0:00:12.472
얼음좀비의 공격을 받은 적도

0:00:12.472,0:00:14.729
용에게 시달린 적도 없지만

0:00:14.729,0:00:19.345
두 귀족가문의 권력다툼 때문에[br]소란스러웠던 적은 있습니다.

0:00:19.345,0:00:21.500
몇 세대에 걸쳐 이어진 싸움은

0:00:21.500,0:00:23.904
수많은 인물들과 복잡한 이해관계

0:00:23.904,0:00:27.768
끊임없는 신의와 배신으로[br]가득 차 있습니다.

0:00:27.768,0:00:29.684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같다면

0:00:29.684,0:00:33.959
장미전쟁으로 알려진[br]이런 일련의 역사적 분쟁이

0:00:33.959,0:00:39.748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br]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0:00:39.748,0:00:47.007
전쟁의 발단은 1377년[br]에드워드 3세의 죽음이었습니다.

0:00:47.007,0:00:50.890
에드워드 3세의 맏아들은[br]아버지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서

0:00:50.890,0:00:53.879
그의 열 살짜리 아들 리처드 2세가

0:00:53.879,0:00:58.979
삼촌 셋이 멀쩡히 살아있는데도[br]왕위를 물려받게 됩니다.

0:00:58.979,0:01:01.603
한 세대를 통째로 건너뛴[br]왕위 세습의 결과로

0:01:01.603,0:01:06.396
다른 아들들의 후손이[br]호시탐탐 왕위를 노리게 되는데

0:01:06.396,0:01:10.926
특히 셋째 아들에서 시작된[br]랭커스터 가문과

0:01:10.926,0:01:14.206
넷째 아들에서 시작된[br]요크 가문이 그랬습니다.

0:01:14.206,0:01:19.505
뒤이어 벌어진 전쟁의 이름도[br]두 가문의 문장에서 따왔는데

0:01:19.505,0:01:23.738
요크가가 흰 장미,[br]랭커스터가가 붉은 장미였습니다.

0:01:23.738,0:01:26.509
먼저 왕관을 차지한 것은[br]랭커스터가였습니다.

0:01:26.509,0:01:32.340
1399년 사촌인 헨리 4세가[br]리처드 2세를 쫓아낸 것이죠.

0:01:32.340,0:01:34.376
가끔 분란이 있었지만

0:01:34.376,0:01:37.516
랭커스터가의 통치는[br]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0:01:37.516,0:01:41.509
1422년 헨리 5세가[br]군사작전 도중 목숨을 잃고

0:01:41.509,0:01:45.227
젖먹이였던 헨리 6세가[br]왕이 되기 전까진 말입니다.

0:01:45.227,0:01:48.225
나약한 왕이었던 그는[br]신하들에게 이러저리 휘둘렸는데

0:01:48.225,0:01:53.350
프랑스의 지지를 얻는다는 말에[br]앙주의 마거릿과 결혼합니다.

0:01:53.350,0:01:56.424
마거릿은 아름다웠지만[br]야망이 큰 여자이기도 해서

0:01:56.424,0:02:00.350
자기 세력에 위협이 될 만한[br]이들을 가차없이 탄압했는데

0:02:00.350,0:02:03.373
가장 못 미덥게 생각한 인물이[br]요크가의 리처드였습니다.

0:02:03.373,0:02:07.096
그는 왕의 측근이자[br]충성스러운 장군이었는데

0:02:07.096,0:02:10.103
왕비의 계략 탓에[br]권력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0:02:10.103,0:02:15.048
대신 그녀는 서머싯 백작과[br]서퍽 백작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0:02:15.048,0:02:18.852
리처드는 프랑스와의 전쟁에서의[br]미숙한 대응을 비난했다가

0:02:18.852,0:02:23.975
궁에서 추방당하고[br]아일랜드로 유배됩니다.

0:02:23.975,0:02:26.297
한편, 군대가 패배를 거듭하고

0:02:26.297,0:02:29.436
마거릿과 그녀의 무리들이[br]부패한 정치를 일삼자

0:02:29.436,0:02:31.695
사회적인 불만이 팽배했습니다.

0:02:31.695,0:02:36.518
이때 혼란을 틈타서 리처드는 [br]군대를 이끌고 돌아와

0:02:36.518,0:02:39.599
서머싯 백작을 잡아들이고[br]왕정을 개혁하려 합니다.

0:02:39.599,0:02:42.475
원래의 계획은 실패했지만[br]곧 기회가 찾아옵니다.

0:02:42.475,0:02:45.267
'호국경'이라는 칭호를 받아

0:02:45.267,0:02:47.985
정신이 이상해진 헨리 6세[br]대신 섭정을 맡은 것입니다.

0:02:47.985,0:02:51.878
그러나 일 년도 채 되지 않아[br]왕은 갑자기 제정신이 돌아왔고

0:02:51.878,0:02:55.581
왕비는 그에게 리처드의 개혁을[br]번복하라고 설득합니다.

0:02:55.581,0:02:58.636
리처드는 몸을 피했다가[br]다시 한번 군대를 일으킵니다.

0:02:58.636,0:03:01.387
바로 왕권을 장악하진 못했지만

0:03:01.387,0:03:04.163
그는 '호국경'으로 재임명됐고

0:03:04.163,0:03:09.726
리처드와 그 후계자들은[br]왕위 계승권을 부여받습니다.

0:03:09.726,0:03:11.329
하지만 그는[br]머리에 왕관을 쓰는 대신

0:03:11.329,0:03:13.755
머리가 장대에 꽂히게 됩니다.

0:03:13.755,0:03:17.535
여왕측 세력과의 싸움에서[br]패배한 결과였습니다.

0:03:17.535,0:03:22.456
결국 그의 아들이 왕이 되는데[br]그가 바로 에드워드 4세입니다.

0:03:22.456,0:03:26.223
에드워드 4세는 랭커스터가와의[br]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둡니다.

0:03:26.223,0:03:27.822
헨리 6세는 포로로 붙잡히고

0:03:27.822,0:03:30.342
마거릿은 아들을 데리고[br]해외로 망명했는데

0:03:30.342,0:03:34.112
아들 웨스트민스터의 에드워드는[br]잔인하기로 유명했습니다.

0:03:34.112,0:03:37.587
하지만 새로운 왕은 치명적인[br]정치적 실수를 저지르는데

0:03:37.587,0:03:41.570
원래 결혼하기로 되어있던[br]프랑스 공주가 아니라

0:03:41.570,0:03:44.916
힘없는 가문의 미망인과[br]몰래 결혼식을 올린 것입니다.

0:03:44.916,0:03:49.837
그 결과 가장 큰 지원군이었던[br]워릭 백작이 등을 돌립니다.

0:03:49.837,0:03:52.673
워릭 백작은 랭커스터 가문과 손잡고

0:03:52.673,0:03:56.255
형을 질투하던 동생 조지까지[br]그들 편으로 끌어들였으며

0:03:56.255,0:04:00.324
잠시였지만 헨리 6세를[br]다시 왕위에 앉히기도 했습니다.

0:04:00.324,0:04:01.890
하지만 오래가진 못햇습니다.

0:04:01.890,0:04:03.631
에드워드 4세는 왕위를 탈환했고

0:04:03.631,0:04:06.369
랭커스터가의 왕자는[br]전투 도중에 사망했으며

0:04:06.369,0:04:11.122
포로로 잡혀있던 헨리 6세도[br]얼마 안 있어 숨을 거둡니다.

0:04:11.122,0:04:13.839
에드워드 4세의 통치는[br]이후 평화로웠습니다.

0:04:13.839,0:04:18.078
허나 그가 죽은 1483년부터[br]다시 유혈 사태가 벌어집니다.

0:04:18.078,0:04:20.971
원래대로라면 12살인 아들이[br]그의 뒤를 이어받아야 했지만

0:04:20.971,0:04:25.634
선왕의 동생 리처드 3세가[br]조카의 앞을 막아섭니다.

0:04:25.634,0:04:28.545
비밀결혼으로 태어났기 떄문에[br]정통성이 없다는 것이었죠.

0:04:28.545,0:04:32.848
그는 섭정을 자처한 후[br]조카들을 감옥에 보내버립니다.

0:04:32.848,0:04:35.325
그들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br]아무도 모르지만

0:04:35.325,0:04:38.065
얼마 후 왕자들은 행방불명됐고

0:04:38.065,0:04:40.746
리처드 3세의 권력은[br]안정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0:04:40.746,0:04:43.523
하지만 그의 몰락은[br]불과 2년 만에 찾아옵니다.

0:04:43.523,0:04:47.848
영국해협이라는[br]좁은 바다 건너에서 말이죠.

0:04:47.848,0:04:51.878
헨리 튜더는 초대 랭커스터 공의[br]직계 후손이었는데

0:04:51.878,0:04:56.010
아버지가 반역으로 죽임을 당하자[br]해외로 망명해 살았습니다.

0:04:56.010,0:05:00.157
그러다 리처드 3세가 집권하고[br]요크 가문 내에 분열이 생기자

0:05:00.157,0:05:03.559
튜더의 왕위 계승을[br]지지하는 세력이 커집니다.

0:05:03.559,0:05:07.702
1486년 그는 프랑스에서[br]군대를 이끌고 해협을 건너와

0:05:07.702,0:05:10.499
리처드 3세를 몰아냅니다.

0:05:10.499,0:05:14.953
사라진 왕자들의 누이인[br]요크가의 엘리자베스와 결혼해서

0:05:14.953,0:05:20.221
헨리 7세가 된 그는[br]두 개의 장미를 하나로 합쳤고

0:05:20.221,0:05:24.081
백 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은[br]마침내 막을 내리게 됩니다.

0:05:24.081,0:05:27.250
우리는 역사 속 전쟁을 보면서

0:05:27.250,0:05:30.979
싸움의 승자와 패자가[br]명확히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0:05:30.979,0:05:34.318
하지만 장미전쟁이나[br]그에 기반한 '왕좌의 게임'은

0:05:34.318,0:05:37.147
승리라는 게 얼마나 불확실하고

0:05:37.147,0:05:39.323
동맹이란 게 얼마나 불안정한지

0:05:39.323,0:05:43.311
왕의 권력마저 계절의 변화만큼[br]변덕스럽다는 것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