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음악)
저는 '신체 불안'이라는 용어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어릴 때 반바지를 입고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일어나면 다리가 비닐 시트에 착 달라붙곤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하게 보일 수도 있는 무언가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꽤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가벼운 음악이 계속됨)
우리는 모두 본질적으로 취약한 몸이라는 감옥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벼운 음악이 계속됨)
제가 작업실에서 사용하는 많은 과정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제가 창작하거나 원래 방식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금속을 갈고 용접한 뒤 다시 가는 작업을
많이 합니다.
이는 보통 비용이 많이 드는
주조 작업을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종종 전통적인 공정을
새롭게 변형하는 방법을 찾아내곤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스스로를
'전문적인 아마추어'라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음악)
중학교 시절 ,어쩌면 그보다 더 어릴 때,
10살이나 11살쯤이었을 때
어머니께서 가지고 계셨던 의자 디자인의 역사에 관한 책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그 책을 넘겨보며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는 페이지들에
표시를 했습니다. 그러자 부모님께서 그걸 보시고
저에게 다른 의자 디자인 책들도 몇 권 사주셨습니다.
저는 점점 모더니즘 디자인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주로 강관(튜블러 스틸)으로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강관은 너무 흔하게 사용되는 산업용 재료라서
오히려 눈에 띄지 않을 정도입니다.
조각 작업을 시작할 때
저는 종종 유기적인 것과 산업적인 것,
즉 부드러운 것과 단단한 것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조각에서 어떤 것이 밀리거나, 당겨지거나,
눌리는 것처럼 보일 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실리콘은 그 방향으로 실제로 밀리거나
당겨지거나 눌리고 있습니다.
-가장 뜨거운 부분은
저 끝 부분이에요.
-네.
-맞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수직으로
접근하면
그 뜨거운 부분이 확실히...
-알겠습니다.
-아랫쪽으로 처지겠죠.
-더 많이 처질수록 좋습니다.
-그렇죠. 네.
-저는 최근 유리 작업도 시작했어요.
가장 큰 차이점은, 유리는 처지거나 늘어지거나 눌리는 그 순간
그대로 시간 속에 얼어붙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원래 호리병박이 가진 독특한
울퉁불퉁한 질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흙에서 갓 나온 과일이나
채소가 이미 이런 병든 듯한
거의 종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가벼운 음악)
이 작품들을 만들면서
저는 우리가 인식할 수도,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의 건축 환경에
널리 퍼져있는 적응형 구조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저는 계단에 설치된 난간이나
혹은 화장실에 있는 ADA(Amercians with Disabilities Act)
(미국 장애인법) 규격의
난간을 참고했습니다.
제 작업의 대부분은
두세 가지 서로 다른 참고점에서 출발합니다.
저는 엑토르 기마르(Hector Guimard)가 디자인한
파리 기차역의 가로등을 참고했습니다.
(가벼운 음악이 계속됨)
그리고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사람을
침대에서 의자로 옮길 때 사용하는
호이어 리프트(hoyer lift)도 참고했습니다.
이런 물건들에는,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이런 장치들과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벼운 음악이 계속됨)
제 아버지는 ALS(루게릭병)을 앓으셨는데,
이 병은 점차적으로 몸이 완전히 마비되는 질환입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평소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았던 이런 적응형 장치들이 점점
움직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변해가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신체가 가구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조각적으로(sculptural) 사고하게 만드는
매우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이 기둥 같은 조각들은
마치 불완정해 보이는 새의 다리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사람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극적이고 사용하기 어려운
난간들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가벼운 음악이 계속됨)
제가 만드는 많은 작품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물들이지만
원래의 문맥에서 벗어나 배치됩니다.
즉, 너무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을
다시 눈에 띄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가벼운 음악이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