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있는 게 뭔지 아시겠어요? 털 양말인가? 너무 익은 바나나? 곰팡이 핀 치약? 사실 이것은 보잘 것 없는 해삼입니다.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해삼이 하는 일상의 수고는 생태계 전체가 번창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해삼은 극피동물문에 속하며, 성게, 불가사리, 기타 방사 대칭형 동물처럼 가시가 돋은 해양 무척추 동물입니다. 일부 해삼은 입에서 나오는 깃털 같은 촉수가 있고, 어떤 해삼은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몸이 부풀어있고, 또 다른 해삼은 '머리없는 치킨 몬스터' 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희귀한 심해 해삼에게 붙여진 별칭이죠. 하지만 해삼은 일반적으로 긴 원통형 모양을 가집니다. 해삼은 기본적으로 뇌가 없고, 입과 항문 사이에 두툼한 살이 소화관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몸 길이를 따라 달려 있는 접착식 튜브형태 발(관족)은 해삼이 해저면을 따라 질주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특수화된 관족은 먹고 호흡하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많은 해삼들이 실제로 항문을 통해 숨을 쉬지만요. 리듬감 있게 근육을 수축시키고 이완시킴으로써 내부 폐와 같은 구조를 통해 물을 마시고 내뱉습니다. 해수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호흡기 나무라고 불리는 곳을 통해서 말이죠. 특정 종의 게와 작은 물고기들은 이러한 율동적인 작용을 이용해 해삼의 항문이 확장되면 몸을 담그고 피난처를 만듭니다. 해삼 한 마리는 한 번에 최대 15마리의 물고기를 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든 해삼이 이런 거슬리는 행동을 참아내는 것 같아 보이진 않네요. 일부 종은 항문 주위에 다섯 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는데 원치 않는 손님에 대한 진화적 입장을 취했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러나 항문 이빨이 없는 해삼 조차도 스스로를 방어하는 도구를 갖추고 있습니다. 변이성 콜라겐 조직, 즉 MCT를 이용하여 위협을 피하고 반격을 합니다. 이 젤 같은 조직에는 "섬유소"라고 하는 콜라겐 다발이 들어 있습니다. 단백질은 이런 섬유소와 상호 작용하여 서로 밀어 붙이거나, 조직을 뻣뻣하게 하거나, 떼어내어 연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다용도 조직은 다음과 같은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효율적인 이동에 도움이 되고, 해삼이 작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게 하며, 분리하여 무성생식으로 번식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포식자가 공격할 때 MCT가 가장 폭발적으로 사용됩니다. 내장조직의 부착을 느슨하게 한 다음 빠르게 연화해 근육을 수축시킴으로써 많은 종들이 항문 밖으로 다양한 장기를 내보냅니다. 이 행위를 "방출"이라고하며 놀랍도록 효과적인 방어 기제입니다. 포식자를 놀라게 하고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 외에도 몇몇 해삼 종의 내장은 끈적끈적하고 독성이 있습니다. 내장방출은 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해삼은 방출로 잃어버린 내장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불과 몇 주 만에 말이죠. 수영할 수 있게 진화한 몇 안되는 종과 움직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종을 제외하고, 이 거추장스러운 생물들 중 상당수는 해저를 방목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해삼은 어디에서나 발견됩니다. 얕은 해안에서부터 해저 6,000미터 심해 해구에서까지 말이죠. 심해 바닥에서는 동물 바이오매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부지역에서는 최대 95%에 이릅니다. 이 소시지 모양의 경이로운 생물은 터벅터벅 다니며 모래를 빨아들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유기물을 소화시켜 부산물을 배설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삼은 해저면을 깨끗이 하고 산소를 공급합니다. 이물질을 분해하고 영양분을 재활용해서 말이죠. [해삼이 있는 바다 vs 해삼이 없는 바다] 해초와 조개가 번성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합니다. 해삼 배설물은 산호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해양 산성화로부터 해양 환경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바다의 진공 청소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거죠. 모래 해저의 약 절반은 해삼의 소화관을 통과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에 발가락 사이에 모래가 바삭거리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들 때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그 모래 알갱이들은 언젠가 한 번쯤은 항문으로 숨쉬는 해삼이 배설해 낸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