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로 파견된 두 세일즈맨의 일화를 대부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들은 신발을 팔기 위해 아프리카에 갔습니다. 두 사람 모두 맨체스터의 본사로 전보를 쳤죠. 한 명은 이렇게 썼습니다. "절망적 상황. 시장 개척 불가. 신발이 무엇인지도 모름." 다른 한 명은 이렇게 썼습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 아직 신발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음." (웃음) 클래식 음악 분야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혹자는 클래식 음악이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더 놀라운 일이 앞으로 일어날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서 통계치나 트렌드를 살펴보기 전에, 혹은 해체되는 교향악단이나 문 닫는 음반 회사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오늘 밤은 실험을 한 가지 해볼까 합니다.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실험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일종의 실험이니까요. (웃음)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우선 7살 짜리의 피아노 연주실력이 어떤지 기억을 더듬어 주세요. 이 또래의 자제분이 있으실 수도 있고요. 이렇게 연주합니다. (피아노). 몇 분은 이 아이를 알아보시는군요. 1년간 배우고 연습하면 8살이 됩니다. 이렇게 치지요. (피아노). 또 한 해가 지나면 9살이 됩니다. (피아노). 이제 10살이 되었습니다. (피아노). 이쯤되면 보통 그만두죠. (웃음) (박수) 1년만 더 참았다면, 이렇게 칠 수 있었을 거에요. (피아노) 이런 변화가 어디서 올까요? 갑자기 피아노와 사랑에 빠졌다거나, 새 선생님이나, 사춘기를 만나서가 아니에요. 강박의 숫자가 줄어든 것 뿐입니다. 7살 때는 매 음표마다 강박을 줍니다. (피아노) 8살엔 한 박씩 걸러 강박을 줍니다. (피아노) 제 고갯짓을 보세요. (웃음) 9살이 되면 음표 4개에 하나씩 강박을 줍니다. (피아노) 10살에는 8개마다 줍니다. (피아노) 그리고 11살이 되면 악구 하나에 단 한 번의 강박을 주죠. 저도 제가 왜 이런 자세로 왔는지 몰라요. (웃음) 제 몸이 이렇게 움직일 줄은 저도 몰랐어요. 음악의 힘이에요. 저는 이걸 짝궁뎅이 주법이라고 부릅니다. (피아노) 반대쪽 엉덩이로도 할 수 있죠. (피아노) 언젠가 젊은 피아니스트 하나와 함께 이런 무대에 선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청중 중에는 오하이오주 출신의 사장님 한 분도 계셨었죠. 어쨌든 저는 함께 무대에 있는 동안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네는 엉덩이 두 쪽을 다 쓰는게 문제야!" "짝궁뎅이 주법을 써야지!" 그 친구 몸을 아까처럼 움직여 주면서요. 그러자 연주가 좀 변하는가 싶더니 아주 날아오르더군요. 연주의 변화를 느낀 좌중은 순간 정적에 빠졌죠. 나중에 그 오하이오 사장님께 이런 편지를 받았습니다. "저는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제 회사 전체를 변화시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짝궁뎅이 회사로 말입니다." (웃음) 두번째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겁니다. 여기 객석에 약 1,600분이 계신걸로 아는데, 아마도 이 중 마흔 아홉 분 정도는 클래식 음악의 대단한 애호가이실 겁니다. 클래식을 열렬히 사랑하시죠. 라디오 주파수는 항상 클래식 채널에 맞춰져 있을 거고요. 차에서는 교향곡 음반만을 들으실 겁니다. 자제분들은 악기를 연주하고요. 클래식 음악이 없는 삶은 상상하실 수도 없으실 겁니다. 이 첫번째 그룹의 수는 무척 적습니다. 그 다음 규모가 더 큰 그룹이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별다른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죠. (웃음)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와인 한 잔 걸치고 편하게 앉아 푹 쉬죠. 이런 때 비발디 한 소절쯤 깔려도 상관 없는 분들이죠. (웃음) 이게 두번째 그룹입니다. 또 세번째 그룹이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혀 듣지 않으시는 분들입니다. 쉽게 말해 별 상관 없이 사시는 분들이죠. 물론 간접 흡연하듯 공항에서 듣게 되는 경우는 있습니다. (웃음) 입장할 때 오페라 아이다의 행진곡 한 소절 쯤 듣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그 뿐입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많을 거에요. 마지막 그룹은 대단히 소수인데요. 그리고 스스로를 음치라고 생각하는 그룹입니다. 극소수지만 이런 분들이 실제로 계십니다. 이런 말 쉽게 듣죠. "우리 남편은 음치에요." (웃음) 그런데 사실 음치이신 분은 없어요. 만약 여러분이 진짜 음치면, 스틱 자동차에서 기어 변속도 할 수가 없어요. 미국 텍사스 억양과 이탈리아 로마 억양도 구분하지 못합니다. 전화 얘길 한번 해볼까요? 음질이 아주 않좋은 전화가 있다 칩시다. 어머니가 전활 하셨어요. 여러분은 "여보세요?" 소리만 들어도 알아챕니다. 그게 어머니라는 것 뿐만 아니라, 어머니 기분이 어떤지 까지 말입니다. 모든 사람의 귀는 환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음치는 없어요.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분들과 클래식 음악을 전혀 모르는 분들 사이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저는 용납할 수가 없어요. 음치는 뺀다고 해도 나머지 세 카테고리도 너무 넓어요.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이 강연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제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해보죠. 제 얼굴에 '되고 말거야' 라고 써 있는 게 보이시나요? 저는 한 점의 의심도 없습니다. 이게 리더가 할 일이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팀원의 능력을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는 것. 킹 목사님 말씀하시길 "나는 꿈이 있습니다! 글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면 곤란하겠죠. (웃음). 쇼팽의 곡을 하나 연주하겠습니다. 아름다운 프렐류드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연주) 연주가 시작되면 아마도 이런 반응이 일어날 거에요. "정말 아름다운 선율이구나!" (연주) "내년 여름 휴가는 다른 곳으로 가야겠어." (웃음). 재밌죠? 이런 생각이 어떻게 떠오르는 걸까요? 그리고 물론 (박수) 곡은 길고, 피곤한 하루를 보내셨다면 어느덧 졸음이 쏟아지죠. 배우자가 옆구리를 쿡쿡 찌릅니다. "일어나! 예술도 모르고!" 더욱 우울해집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졸린 이유가 연주자들 때문이라 생각해 보신 적 없으세요? 아니면 혹시 제가 왜 저렇게 많은 강박을 주면서 연주하는지 생각해보신 분은요? 만약 이렇게 고갯짓을 했다면, 다들 생각하셨겠죠. (연주). (연주). 앞으로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강박을 구분하실 수 있을 거에요.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히 보시죠. B음이 있습니다. 이게 B음이고, 다음 음은 C입니다. 여기서 C의 역할은 B를 슬프게 하는 거에요. 정말 그렇죠? (웃음) 작곡가들은 이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슬픈 음악을 만들 때 이 두 음을 이어 놓습니다. (연주). B음 하나가 네 개의 슬픈 음을 데리고 있는 거죠. (웃음) A로, G로 그리고 F로 이어집니다. 이제 B, A, G, F 네요. B, A, G, F. 다음에 무슨 음이 올까요? 오! 우연의 일치일까요. 다시 해봅시다. 오우, TED 합창단! (웃음). 음치가 없다는 걸 아시겠죠? 음치는 없습니다. 방글라데시의 마을들도, 중국의 촌락들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다, 다, 다, 다, -- 다. 누가봐도 E음이 나올 차례입니다. 하지만 쇼팽은 거기서 E음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되냐구요? 곧 끝납니다. 햄릿처럼요. 햄릿 1막 3장 아시죠? 햄릿은 삼촌 클로디우스가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햄릿이 복수를 위해 갔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있으시죠. 그를 거의 죽일 뻔 했다가, 나오고 또 거의 죽일 뻔 했다가 나오지요. 늘 뒷전에서 말만 앞서는 비평가들은 이렇게 평합니다. "햄릿이 우물쭈물하고 있구나!" (웃음)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때문인가봐!" 아니, 주저하는 덕분에 극이 이어지는 것도 모르고요! 모든 장면은 셰익스피어가 다 생각이 있어서 넣은 거에요. 미친 오필리어, 극 중 극, 요릭의 두개골과 무덤을 파는 자들. 모든 것이 클로디우스의 죽음이 5막까지 지연된 이유입니다. 쇼팽도 똑같아요. E음 코 앞에서 이러는 겁니다. "어이쿠, 처음부터 다시!" 진짜 다시 합니다. 점점 흥분합니다. 이게 흥분한 증거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올림 F음으로 갔다가, 드디어 E로 내려옵니다. 하지만 잘못된 코드죠. 맞는 코드는 이거에요. 이렇게 했던 것 대신에 말이죠. 이런 것을 '속임수 마무리'라고 부릅니다. 속임수를 쓰니까요. 저는 항상 속임수 마무리를 아는 학생은 눈썹을 들어올리라고 합니다. 그러면 모두가 이렇게 합니다." (웃음) (박수) 좋아요. E에 왔지만, 잘못된 코드입니다. 다시 쳐봅니다. 코드가 말을 듣지 않아요. 또 칩니다. 또 말을 듣지 않고, 다시 치지만 역시 안 되죠. 그리고 마침내 .... 여기 맨 앞 줄의 신사분이 이러시는군요. "음..." 집에 돌아온 느낌이랑 똑같은 거에요. 피곤한 하루 일과에서 돌아와, 시동을 끄면서 말합니다. "아, 집이다!" 집이라는 건 모두에게 똑같은 느낌이죠. 이 작품은 여러분을 먼 곳에서부터 집까지 데려다 줍니다. 이 곡 전체를 연주할게요. 여러분은 이렇게 따라오실 것입니다. B, C, B, C, B, C, B -- A로, G로, F로 내려옵니다. 거의 E까지 왔다가, 망설입니다. 다시 B로 돌아왔다가 올림F로, E로 갑니다. 또 잘못된 코드, 잘못된 코드, 잘못된 코드 마침내 E로 갑니다. 이제 집이에요. 자 이제 짝궁뎅이 연주를 직접 보실 차례입니다. (웃음) B에서 E로 가는 동안 모든 음표를 일일이 생각하지 마시고, 전체 흐름을 느끼세요. 자, 남아공에서 출발합시다. 27년을 감옥에 있었던 만델라 대통령도 빼먹으면 안 되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점심식사에 대해서? 아니죠, 그는 남아공과 인류의 비전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걸 지켜온 겁니다. 이것은 비전과, 기나긴 여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치 새 한 마리가 저 높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갈 때 지상의 울타리들을 개의치 않는 것처럼요. 이제 여러분은 B에서 E로 이어지는 긴 여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연주에 앞서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랑하는 존재를 떠올려 주시겠어요? 사랑하는 할머니나 옛 연인, 마음을 다해 사랑했지만 이제 만날 수 없는 존재를 떠올려주세요. 그 분을 마음에 모셔 와서 B에서 E까지 그 긴 여정을 함께 하세요. 쇼팽 말하고자 했던 모든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음악) (박수) 궁금하시죠? 저는 왜 박수를 칠까요? 보스턴의 한 학교에서 12살 짜리 70여명에게 똑같이 했습니다. 지금과 똑같이 그 아이들에게도 모든 것을 설명했어요. 연주가 끝나고, 그들은 미친듯이 박수를 쳤습니다. 저도 그 아이들처럼 박수를 쳤어요. 그리고 제가 "저는 왜 박수를 칠까요?"라고 물어봤습니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듣고 있었으니까요." (웃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1,600명이나 되는 여러 분야의 유명인사들께서 함께 쇼팽의 작품을 듣고, 이해하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주 특별하죠. 저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함께 이해하고 감동받으신 걸 확신합니다. 사실은 잘 몰라요. 하지만 일화를 하나 말씀 드리죠. 10년 전 아일랜드 종교 분쟁 당시 저는 신구교 아이들과 함께 분쟁 해결을 위해 일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버려진 아이들이다 보니 좀 위험했죠. 어느 날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쇼핑' 씨 작품을 연주하실 때.... (웃음) 작년에 총에 맞아 죽은 제 형 생각이 났어요. 형이 죽을 때도 울지 않았던 제가 어느새 울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저는 클래식 음악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걸 그 순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업계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3%라고 말합니다. 4%만 되어도 문제가 없어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단 3% 뿐이라니, 여러분이라면 어떠시겠어요? 4%만 되도 문제가 없을텐데요. 또 반대로 만약 모든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면 어떨까요?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면요. (웃음). 서로 전혀 다른 세상이겠죠. 지휘 경력이 20년이 되던 45살에 갑자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교향악단의 소리를 만드는 건 지휘자가 아니라는 거에요. CD 표지에는 제가 제일 앞에 있지만 (웃음) 소리를 제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단원들을 다루는 능력에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 만한 깨달음이었죠. 제 교향악단 단원들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되묻기도 합니다. 제 일은 다른 이들의 능력을 일깨우는 것이라는 깨달음이죠. 물론 제가 잘하고 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사람들의 눈에 그 답이 있어요. 그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겁니다. 이 분의 눈을 밝혀서 온 동네를 빛나게 할 수도 있어요. (웃음) 눈이 반짝거린다면 성공이에요. 아니라면 물어보셔야 합니다. 연주자들의 눈이 빛나지 않는데, 나는 뭘하고 있는 거지? 우리 아이들의 눈이 빛나지 않는데, 나는 뭘하고 있는 거지? 그 후로는 세상이 바뀐 듯 합니다. TED에서의 마법같은 일주일도 끝나가죠. 돌아갈 때가 됐어요. 바로 지금이 세상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어떤 존재일지 자문해야 할 시점입니다. 성공의 잣대는 무엇일까요? 제겐 간단해요. 부나 명예나 힘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눈을 빛나게 했는가를 보면 됩니다. 이제 한 가지만 말씀 드리고 마무리 할게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하는 말이 특별해질까요? 저는 아우슈비츠의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한 여성에게 배웠습니다. 그녀는 15살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면서 8살 짜리 남동생과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우슈비츠로 가는 기차 안에서 동생이 신발을 잃어버린 걸 알게 됐어요. '왜 그런 것 하나 변변히 챙기지 못하니!' 라고 화를 냈지요." 누나가 남동생에게 할 만한 말이죠. 불행히도 이게 동생과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동생을 다시 볼 수 없었거든요. 살아남지 못해서요. 그녀는 말했어요. "아우슈비츠를 빠져나오면서 맹세했습니다. 혹여 일생의 마지막 말이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말만 하겠다고요." 가능할까요? 아니요. 물론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반짝이는 눈을 기억하세요! 감사합니다!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