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인 음악) -이미지의 세계는 늘 불완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작품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직접 몸을 사용하는 퍼포먼스가 가장 삶에 가깝고 생생한 표현 방식이라고 느꼈습니다 무게를 느끼고 질감을 느끼고 소리를 듣는 퍼포먼스는 바로 그 자리에서, 손에 만져지는 뚜렷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손에 만져지는 형태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장면들을 마음 속에 그릴 수 있습니다 (몽환적인 음악) (희미한 교통 소음)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LA에 방문한 건 마지막으로 그를 본 후로 13년만의 일이었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 아파트로 가는 차 안에서 아버지가 내 손을 꼭 잡고 말씀하셨다 "그 사이에 손이 많이 자랐네” (차량 깜빡이 소리) (교통 소음) 아버지와 재회한 후로, 다시 만날 때마다 아버지는 항상 어딘가로 로드트립을 떠나자고 하셨다 아버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이 자동차 안인 셈이다 이 프로젝트는 자동차 공간에 대한 생각들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이건 실제 “니로” 모델인데 선을 따라 그으며 골격을 어떻게 짤지 구상해봤어요 아버지가 실제로 운전했던 자동차 모델을 본따서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물체가 부딪히는 소리) 제가 직접 만들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재료와 사물들을 쭉 펼쳐놓고 조형적으로 잘 어울리는지 고민했어요 그 과정에서 형태와 재질, 사물이 내는 다양한 소리들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살살 긁는 소리) 작품에 평평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전체적으로 뼈대밖에 없는, 여러 개의 막대기들로 이뤄진 조형물이라서 다른 형태의 오브제를 올려둘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찰흙을 내려치는 소리)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재해석되고 추상화되었어요 (영롱한 음악) 작품을 통해 “구체적인 모호함”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바라보는 대상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느껴질 때 사람들은 대상을 오히려 더 주의깊게 관찰합니다 (영롱한 음악) 대상이 무엇을 의미하거나 상징하는지에 몰두하는 대신 사물을 사물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영롱한 음악) 장시간 운전을 하다보니 아버지와 계속 같은 공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희미한 기억들만 남아있었는데 우리 사이에 큰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익숙하게 느껴지면서도 낯선 사람 같기도 했다 아버지와 나는 서로 다른 것들을 좋아하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 (작품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영어 대사) (영어 대사) (영어 대사) (영어 대사) (영어 대사) 한식당 찾아봐 (영어 대사) (영어 대사) (은은한 음악) 사물, 움직임 그리고 언어 저는 각각의 요소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요소들을 퍼포먼스 안에서 공존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입니다 (영어 대사) 쏟아지는 언덕을 올라 저에게 있어서 퍼포먼스 속의 언어는 소리라는 요소에 가깝습니다 관객들이 대사와 장면들을 충분히 곱씹거나 사물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침묵을 얼마나 가져갈지도 면밀히 계산하는 편입니다 (사물이 부딪히는 소리) 어떤 단어들은 영어로 표현을 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어로 하기 어려운 말들도 있습니다 (영어 대사) 가끔 이상해 번역은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어요 당장 이해할 수 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그 순간 존재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퍼포먼스 감상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은은한 음악) (영어 대사) (영어 대사) (영어 대사) (영어 대사) 거기 남은 차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 아버지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가지 않았다 그가 국경 가까이 가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에 나이아가라 폭포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은유적인 의미에서 아버지와 함께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이동하며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고 싶었다 (폭포 쏟아지는 소리) 꿈 (영어 대사) 열고 돌아온다 아빠 생생한 (영어 대사) (나무가 쿵 부딪히는 소리) (영롱한 음악) 제가 로드트립을 좋아하는 이유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기 때문에 그러면서 동시에 친밀한 공간에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같은 운명을 공유하는 것처럼 (영롱한 음악) 퍼포먼스를 할 때면 관객들의 존재감과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그 순간 관객들과 함께 뭔가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말로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실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여백을 통해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들 기억들과 서사들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롱한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