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과 플라스틱. 이 두 가지는 우리 기반 시설과 기술에 필수적 물질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상호보완적인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죠. 강철은 강하고 단단하지만 정교한 모양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반면에 플라스틱은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지만 약하고 무르죠. 그렇다면 만약 이런 물질이 있으면 어떨까요? 강철만큼 강하고 플라스틱처럼 형태를 만들기 쉬운 물질말이죠.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최근 개발된 '메탈릭 글래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두 가지 특징과 그 밖의 다른 장점을 갖고 있죠. 메탈릭 글래스는 보통의 금속들처럼 반짝거리고 불투명합니다. 금속과 마찬가지로 열과 전기도 통하죠. 하지만 보통 금속들보다 훨씬 강합니다. 엄청난 힘에도 견디며 휘어지거나 흠집도 생기지 않죠. 아주 예리한 수술용 칼을 만들고 아주 튼튼한 전자제품 케이스 문의 경첩 나사 여러가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메탈릭 글래스는 이 밖에도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성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특징 덕분에 스포츠 용품으로도 안성맞춤입니다. 테니스 라켓 골프채 스키 같은 것들이죠. 부식도 일어나지 않고 거울같이 매끈한 면의 복잡한 형태를 단 한 번의 주조 과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메탈릭 글래스는 상온에선 단단하지만 몇백 도를 넘어가는 온도에서는 아주 부드러워집니다 원하는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죠. 다시 열을 식히면 원래 강도를 되찾습니다. 이런 놀라운 특성들은 어디서 온 걸까요? 근본적으로 이런 특성들은 특별한 원자 구조에 의한 겁니다. 대부분의 금속들은 고체처럼 정렬된 원자 구조를 지닙니다. 현미경으로 원자를 확대해 보면 물질 전체에 걸쳐서 원자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으로 깔끔하게 정렬되어 있죠. 얼음도 결정화 되어있고 다이아몬드와 소금도 그렇습니다. 이런 물질들을 가열해서 녹이면 원자는 자기 멋대로 움직일 겁니다. 하지만 다시 열을 식히면 원자들은 스스로 다시 정돈되어 다시 결정체를 이룹니다. 그런데 먄약에 녹아있는 금속을 너무 빨리 식히면 원자들은 자기 원래 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그래서 금속이 고체가 되긴 해도 액체 같이 혼란스럽고 질서없는 내부 구조를 갖게 되는 거죠. 그게 메탈릭 글래스입니다. 이 구조는 대부분의 금속이 갖는 결정 경계 특성을 없앰으로써 장점을 갖게 해줍니다. 결정 경계는 금속들의 약점으로 흠집이 잘 생기거나 부식되기 쉽죠. 최초의 메탈릭 글래스는 1960년에 금과 실리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때는 만들기가 쉽지 않았죠. 그 이유는 금속 원자들이 너무 빨리 결정화되어서 과학자들은 합금을 엄청나게 빨리 식혀야 했습니다. 초당 100만 켈빈온도로 식히기 위해 차가운 구리 접시에 미세한 물방울을 쏘거나 야주 얇은 끈으로 가공했죠. 그 때의 메탈릭 글래스는 두께가 수만 마이크론이었습니다. 너무 얇아서 실제로 사용할 곳이 없었죠. 그 이후 과학자들은 여러 금속을 자유롭게 섞이도록 혼합해서 서로 결정화되기 어렵게 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금속마다 원자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혼합물의 결정화가 훨씬 늦게 일어나는 거죠. 따라서 빨리 식힐 필요가 없었고 더 두껍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로미터 대신에 센티미터 두께로 말이죠. 이 물질을 벌크 메탈릭 글래스, 혹은 'BMG' 라고 합니다. 오늘날엔 수백 종의 BMG가 있죠. 그럼 왜 교량이나 차들을 모두 이것으로 만들지 않는 걸까요? 현재 사용가능한 많은 BMG들이 비싼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팔라듐이나 지르코늄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높은 순도가 요구됩니다. 불순물이 있으면 쉽게 결정화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BMG로 된 고층건물이나 우주비행선은 가격이 천문학적입니다. 그리고 BMG가 아무리 강해도 하중을 견뎌야 하는 곳에 쓰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응력이 너무 커지면 예고없이 균열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교량 같은 것에는 부적합하죠. 하지만 엔지니어들이 더욱 싼 금속으로 BMG 만드는 법을 알아내고 그걸 더 강하게 만드는 법을 알아낸다면 이러한 슈퍼 금속 활용의 한계는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