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000 --> 00:00:02,793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했을 때 저는 뉴욕에 있었습니다. 2 00:00:02,793 --> 00:00:05,033 이 작고 하얀 강아지 "마우이"가 3 00:00:05,033 --> 00:00:06,918 저와 함께 있었죠. 4 00:00:06,918 --> 00:00:09,390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도시의 절반은 암흑에 휩싸였고 5 00:00:09,390 --> 00:00:11,494 저는 전기가 나간 지역에서 있었어요. 6 00:00:11,494 --> 00:00:13,723 마우이는 어두움을 너무 무서워 해서, 7 00:00:13,723 --> 00:00:15,827 저는 강아지를 위층으로 데려가야만 했어요. 8 00:00:15,827 --> 00:00:18,915 실제로는 마우이를 산책 시키러 아래층으로 데려간 다음, 9 00:00:18,915 --> 00:00:20,803 다시 마우이를 위층으로 데려간 것이었죠. 10 00:00:20,803 --> 00:00:23,784 게다가 저는 많은 생수통도 함께 운반해야 했어요. 11 00:00:23,784 --> 00:00:25,883 매일 7층까지 말이죠. 12 00:00:25,883 --> 00:00:27,456 그렇게 계단을 오르는 동안에 13 00:00:27,456 --> 00:00:29,760 손전등을 입에 물고 있어야 했죠. 14 00:00:29,760 --> 00:00:32,404 주변 상점들에서는 손전등을 비롯하여 15 00:00:32,404 --> 00:00:35,341 건전지와 빵이 모두 동이났고 16 00:00:35,341 --> 00:00:37,154 샤워를 하기 위해서, 17 00:00:37,154 --> 00:00:39,978 저는 40 블록 떨어진 헬스클럽까지 걸어서 가야했었죠. 18 00:00:39,978 --> 00:00:43,057 하지만 이런 일들이 제 일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19 00:00:43,057 --> 00:00:45,028 그 당시 제게 가장 중요했던 일은, 20 00:00:45,028 --> 00:00:49,510 가까운 카페가 문을 열자 마자 긴 전선과 충전기를 챙겨 가서는 21 00:00:49,510 --> 00:00:51,499 여러 기계들을 충전하는 일이었습니다. 22 00:00:51,499 --> 00:00:54,224 플러그를 찾아서, 베이커리의 의자 밑이나 23 00:00:54,224 --> 00:00:57,849 패스트리 가게의 입구들을 살피기에 바빴죠. 24 00:00:57,849 --> 00:00:59,418 근데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25 00:00:59,418 --> 00:01:03,410 비가 와도 사람들은 우산을 들고 매디슨가와 5번가 사이에 서서 26 00:01:03,410 --> 00:01:05,646 거리에서 사용 가능한 콘센트에서 27 00:01:05,646 --> 00:01:07,683 핸드폰을 충전하하고 있었습니다. 28 00:01:07,683 --> 00:01:09,940 자연이 우리에게 상기시켜준 것이죠. 29 00:01:09,940 --> 00:01:12,256 자연은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30 00:01:12,256 --> 00:01:15,525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기계를 통한 연결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31 00:01:15,525 --> 00:01:18,063 사람들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32 00:01:18,063 --> 00:01:20,590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확실히 느끼게 되죠. 33 00:01:20,590 --> 00:01:25,612 허리케인 샌디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와, 기기의 연결 상태가 34 00:01:25,612 --> 00:01:27,798 이제 우리에게는 음식과 집만큼이나 35 00:01:27,798 --> 00:01:30,806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36 00:01:30,806 --> 00:01:34,253 우리가 알던 '자기 자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37 00:01:34,253 --> 00:01:36,745 저는 추상적인 디지털 세상이 38 00:01:36,745 --> 00:01:39,270 우리 자아의 일부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39 00:01:39,270 --> 00:01:43,495 저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 40 00:01:43,495 --> 00:01:46,365 소설가인 저는 당연히 자아에 관심이 많습니다. 41 00:01:46,365 --> 00:01:48,834 자아와 픽션 세상에는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죠. 42 00:01:48,834 --> 00:01:52,151 이 둘 모두 이야기이고, 해석입니다. 43 00:01:52,151 --> 00:01:54,604 여러분과 저는 스토리 없이도 어떤 현상을 경험할 수 있어요. 44 00:01:54,604 --> 00:01:56,686 정말 빨리 계단을 뛰어 올라가 보면 45 00:01:56,686 --> 00:01:58,373 숨이 차오르는 걸 느끼겠죠. 46 00:01:58,373 --> 00:02:00,903 그러나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더 큰 자아는 47 00:02:00,903 --> 00:02:04,263 조금 더 추상적이고 간접적인 존재입니다. 48 00:02:04,263 --> 00:02:07,383 자신만의 스토리는 직접적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집니다. 49 00:02:07,383 --> 00:02:09,277 미화되는 경향이 좀 있긴 하지만요. 50 00:02:09,277 --> 00:02:12,125 소설은 장면 장면이 연결되어서 만들어지고 51 00:02:12,125 --> 00:02:15,273 우리 인생 스토리 또한 아치 모양으로 그려집니다 52 00:02:15,273 --> 00:02:17,964 그 안에는 월, 년의 시간이 당연히 존재하고요. 53 00:02:17,964 --> 00:02:20,982 우리 인생에서 분리되는 순간들은 바로 소설의 챕터와 비슷한데 54 00:02:20,982 --> 00:02:23,572 스토리는 이런 챕터들에 대한 것만은 아니죠. 55 00:02:23,572 --> 00:02:25,517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습니다. 56 00:02:25,517 --> 00:02:28,860 슬픔과 행복에 관한 것뿐 아니라 57 00:02:28,860 --> 00:02:31,039 성취와 좌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죠. 58 00:02:31,039 --> 00:02:33,244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 때문에 59 00:02:33,244 --> 00:02:36,397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60 00:02:36,397 --> 00:02:38,492 우리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의 자리를 깨달아가고 61 00:02:38,492 --> 00:02:41,572 거기에서 더 나아가고, 스스로를 바꾸어 갑니다. 62 00:02:41,572 --> 00:02:44,965 그런 점에서 우리 스토리는 두 개의 시간 개념이 필요합니다. 63 00:02:44,965 --> 00:02:47,980 하나는 각자 주어진 인생에서 펼쳐지는 긴 인생 여정이고 64 00:02:47,980 --> 00:02:50,483 또 하나는 직접 경험을 담아내는 시간의 틀입니다. 65 00:02:50,483 --> 00:02:51,936 그건 우리가 만드는 매 순간순간을 의미하죠. 66 00:02:51,936 --> 00:02:54,066 직접적으로 뭔가 경험하는 자아만이 67 00:02:54,066 --> 00:02:55,967 그 순간을 창조하고 그 속에 존재하는 거죠. 68 00:02:55,967 --> 00:02:58,729 이야기하는 주체는 여러 상황이 필요한데, 69 00:02:58,729 --> 00:03:00,843 순간 순간을 전체적인 순서로 엮습니다. 70 00:03:00,843 --> 00:03:03,088 이게 바로 자아가 느끼는 전체적인 감각입니다. 71 00:03:03,088 --> 00:03:06,020 이를 위해선 경험에 몰입할 필요가 있고 72 00:03:06,020 --> 00:03:08,465 그 경험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죠. 73 00:03:08,465 --> 00:03:11,614 모든 사물에는 시간의 흐름이 개입합니다. 74 00:03:11,614 --> 00:03:14,182 모래 알갱이들이 부식과정을 거쳐 만들어질 때에도, 75 00:03:14,182 --> 00:03:17,974 작은 꽃망울이 장미 한 송이로 피어날 때도 시간이 필요하죠. 76 00:03:17,974 --> 00:03:20,509 이런 것 없이는 선율을 담아내지 못하죠. 77 00:03:20,509 --> 00:03:22,547 자신만의 감정과 심리적인 상태는 78 00:03:22,547 --> 00:03:24,660 시간과 함께 흘러갑니다. 79 00:03:24,660 --> 00:03:27,218 과거에 대한 추억이나 후회, 80 00:03:27,218 --> 00:03:30,718 미래에 대한 꿈이나 희망 같은 것 말이죠. 81 00:03:30,718 --> 00:03:34,663 바로 이 시간의 흐름이 기술의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82 00:03:34,663 --> 00:03:37,186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전체 시간, 83 00:03:37,186 --> 00:03:39,360 즉 우리의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84 00:03:39,360 --> 00:03:42,477 매 순간에 대한 강한 느낌은 줄었어요. 85 00:03:42,477 --> 00:03:44,813 우리가 쓰는 도구로 인해 86 00:03:44,813 --> 00:03:48,073 시간의 더 작은 부분을 측정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고, 87 00:03:48,073 --> 00:03:51,343 그 결과로 우리는 물질 세계 전반에 대한 88 00:03:51,343 --> 00:03:53,216 더 세밀한 지식을 갖게 되고, 89 00:03:53,216 --> 00:03:54,652 이 세밀한 지식을 통해 90 00:03:54,652 --> 00:03:56,955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합니다. 91 00:03:56,955 --> 00:03:59,316 우리의 두뇌 활동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92 00:03:59,316 --> 00:04:02,751 다만 더 복잡한 컴퓨터만이 필요할 뿐이지요. 93 00:04:02,751 --> 00:04:05,025 여기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94 00:04:05,025 --> 00:04:07,606 우리의 인식과 판단의 차이가 95 00:04:07,606 --> 00:04:09,528 점차 커지고 있다는 거지요. 96 00:04:09,528 --> 00:04:12,564 과학은 피코세컨드 단위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97 00:04:12,564 --> 00:04:15,267 우리는 그렇게 짧은 순간엔 98 00:04:15,267 --> 00:04:18,453 내적 경험을 할 수 없습니다. 99 00:04:18,453 --> 00:04:22,495 우리는 태양과 달, 또 변화하는 계절과 더불어 100 00:04:22,495 --> 00:04:25,434 자연의 리듬과 흐름을 통해 살아갑니다. 101 00:04:25,434 --> 00:04:28,174 그렇기 때문에 긴 시간의 인생 여정이 만들어지고 102 00:04:28,174 --> 00:04:30,403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긴 인생 여정 속에서 103 00:04:30,403 --> 00:04:32,167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104 00:04:32,167 --> 00:04:34,010 소음에서 신호를 찾아내고 105 00:04:34,010 --> 00:04:36,566 감각속에서 자신을 구분할 수 있는거죠. 106 00:04:36,566 --> 00:04:40,175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려면 시간을 고려해야 합니다. 107 00:04:40,175 --> 00:04:41,930 단순히 물리적인 세상 안에서의 관점이 아닌 108 00:04:41,930 --> 00:04:45,220 자신의 의도와 동기 안에서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109 00:04:45,220 --> 00:04:49,210 시간의 화살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는 어떻게 되죠? 110 00:04:49,210 --> 00:04:52,694 또한 시간이 꼬여서 뒤섞이면 어떻게 되죠? 111 00:04:52,694 --> 00:04:54,643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112 00:04:54,643 --> 00:04:56,887 시간의 화살은 여러 방향으로 흘러가지요. 113 00:04:56,887 --> 00:04:59,152 어떤 방향으로든 흘러갑니다. 114 00:04:59,152 --> 00:05:01,839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 시간은 115 00:05:01,839 --> 00:05:05,828 실제 자연 세상과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116 00:05:05,828 --> 00:05:08,528 인터넷은 공간 개념을 축소한다고 알고 있지요. 117 00:05:08,528 --> 00:05:09,758 시간도 마찬가지이고요. 118 00:05:09,758 --> 00:05:12,071 '저기 멀리서'가 '지금 여기'와 같은 거죠. 119 00:05:12,071 --> 00:05:14,800 전 스마트폰으로 제가 뉴욕에 있건 뉴델리에 있건 120 00:05:14,800 --> 00:05:17,679 항상 인도의 뉴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21 00:05:17,679 --> 00:05:19,114 이뿐만 아니라, 122 00:05:19,114 --> 00:05:21,583 과거의 직업이나 작년에 했던 저녁 예약들 123 00:05:21,583 --> 00:05:24,859 과거 친구들, 현재 친구들과 아파트에서 함께 노는 것까지 124 00:05:24,859 --> 00:05:26,994 이 모든 게 인터넷에서는 기록으로 남아 125 00:05:26,994 --> 00:05:28,788 과거를 포장합니다. 126 00:05:28,788 --> 00:05:30,938 과거라고 규정할 만한 경계가 없는 거죠. 127 00:05:30,938 --> 00:05:34,210 과거, 현재와 미래, 여기와 저기 사이의 구별이 없어요. 128 00:05:34,210 --> 00:05:38,026 우리 모두 이 순간, 한 공간에 존재하는 거죠. 129 00:05:38,026 --> 00:05:40,450 저는 이 순간을 '디지털 순간'이라고 부릅니다. 130 00:05:40,450 --> 00:05:42,618 그럼 디지털 순간의 환경에서 131 00:05:42,618 --> 00:05:44,977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132 00:05:44,977 --> 00:05:46,882 이 디지털 순간은 현재가 아니랍니다. 133 00:05:46,882 --> 00:05:48,935 항상 몇 초 앞서 가기 때문이지요. 134 00:05:48,935 --> 00:05:50,768 트위터는 이미 유행하는 것을 뒤따라가고 135 00:05:50,768 --> 00:05:52,745 뉴스는 다른 지역에서 이미 발생한 소식을 전해줍니다. 136 00:05:52,745 --> 00:05:55,455 발바닥에서 지금 느끼는 고통과는 다르고, 137 00:05:55,455 --> 00:05:57,943 바삭한 빵 한입 베어먹는 순간의 느낌을 담을 수 없거니와 138 00:05:57,943 --> 00:06:01,280 훌륭한 책과 함께 몰두하는 그 몇 시간과도 완전 다르죠. 139 00:06:01,280 --> 00:06:03,132 디지털 순간은 우리 자신의 물리적, 또는 140 00:06:03,132 --> 00:06:06,073 심리적 상태와 관련이 거의 없어요. 141 00:06:06,073 --> 00:06:08,333 대신에, 디지털 순간의 핵심은 어느 곳에서나 142 00:06:08,333 --> 00:06:10,283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거죠. 143 00:06:10,283 --> 00:06:12,454 모든 디지털 랜드마크가 144 00:06:12,454 --> 00:06:14,869 지금 하는 일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이라 유도하고 145 00:06:14,869 --> 00:06:16,488 다른 일을 하라는 방해의 요청입니다. 146 00:06:16,488 --> 00:06:18,481 어느 작가의 인터뷰를 읽었다면 147 00:06:18,481 --> 00:06:21,121 책의 구매, 트윗, 공유와 함께 148 00:06:21,121 --> 00:06:23,850 좋아요를 누르고, 비슷한 다른 책들을 찾아 보길 권하죠. 149 00:06:23,850 --> 00:06:26,718 이런 책을 읽었던 다른 사람들을 찾기도 하고요. 150 00:06:26,718 --> 00:06:28,762 이러한 탐색은 자유지만 151 00:06:28,762 --> 00:06:30,523 이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는 152 00:06:30,523 --> 00:06:32,750 순간적인 느낌을 만드는 행위와 영원히 멀어지게 되겠죠. 153 00:06:32,750 --> 00:06:35,494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자유지만 154 00:06:35,494 --> 00:06:37,541 선택을 위한 선택은 자유가 아닙니다. 155 00:06:37,541 --> 00:06:40,129 디지털 현재는 단순히 현재와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156 00:06:40,129 --> 00:06:42,791 더 직접적인 경쟁입니다. 157 00:06:42,791 --> 00:06:45,173 저만 모르고 있는게 아니라 158 00:06:45,173 --> 00:06:46,266 여러분도 마찬가집니다. 159 00:06:46,266 --> 00:06:49,057 우리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160 00:06:49,057 --> 00:06:52,747 디지털 현재에는 엄청난 편리함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161 00:06:52,747 --> 00:06:55,575 한밤중에 외국어 서적을 주문할 수도 있고, 162 00:06:55,575 --> 00:06:57,374 페르시안 마카롱을 파는 상점을 둘러볼 수도 있고, 163 00:06:57,374 --> 00:06:59,831 영상 메시지를 남겨서 나중에 사람들이 볼 수 있기도 하고요. 164 00:06:59,831 --> 00:07:01,806 시간 제한 없이 여러분과는 다른 리듬과 속도로 165 00:07:01,806 --> 00:07:04,042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지요. 166 00:07:04,042 --> 00:07:05,959 그리고 여러분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167 00:07:05,959 --> 00:07:09,487 환상을 갖게 됩니다. 168 00:07:09,487 --> 00:07:11,096 샌디는 우리에게 경고한 겁니다. 169 00:07:11,096 --> 00:07:13,201 그 환상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요. 170 00:07:13,201 --> 00:07:15,065 전기와 물이 공급되는 지역도 171 00:07:15,065 --> 00:07:16,561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었습니다. 172 00:07:16,561 --> 00:07:18,894 다시 일상을 되찾은 사람도 있지만, 173 00:07:18,894 --> 00:07:20,931 수 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제자리를 174 00:07:20,931 --> 00:07:23,286 찾지 못한 사람도 있어요. 175 00:07:23,286 --> 00:07:25,988 이유는 모르겠지만 과학 기술의 사용은 176 00:07:25,988 --> 00:07:29,434 남들도 나처럼 그 혜택을 받는다는 착각을 지속시킵니다. 177 00:07:29,434 --> 00:07:32,062 아이러니하게도 178 00:07:32,062 --> 00:07:34,180 환상이 현실이 되죠. 179 00:07:34,180 --> 00:07:35,857 예컨데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180 00:07:35,857 --> 00:07:38,991 인도에서는 화장실보다 핸드폰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네요. 181 00:07:38,991 --> 00:07:41,413 벌써 이렇게 심각한 격차가 182 00:07:41,413 --> 00:07:42,875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납니다. 183 00:07:42,875 --> 00:07:46,230 이러한 인프라와 기술의 격차를 184 00:07:46,230 --> 00:07:47,812 좁히지 않는다면 185 00:07:47,812 --> 00:07:49,863 디지털과 현실 사이에 균열이 186 00:07:49,863 --> 00:07:52,038 일어나게 됩니다. 187 00:07:52,038 --> 00:07:55,676 디지털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는 188 00:07:55,676 --> 00:07:58,155 매번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지요. 189 00:07:58,155 --> 00:08:00,332 두 개의 시간 흐름 사이에서 산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190 00:08:00,332 --> 00:08:03,276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평행선 같은 세상이지요. 191 00:08:03,276 --> 00:08:07,376 혼란스러운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192 00:08:07,376 --> 00:08:09,326 우리보다 어린 세대들을 생각해 보세요. 193 00:08:09,326 --> 00:08:12,940 지금 세대들은 훨씬 자연스럽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겠죠. 194 00:08:12,940 --> 00:08:16,078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면 195 00:08:16,078 --> 00:08:17,782 제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셨던 게 생각나요. 196 00:08:17,782 --> 00:08:20,044 세계 여러 나라의 수도에 대해 배웠는데 197 00:08:20,044 --> 00:08:22,794 부다와 페스트의 경계는 다뉴브 강이고 198 00:08:22,794 --> 00:08:25,569 비에나에는 스페인 경마학교가 있다는 것들이지요. 199 00:08:25,569 --> 00:08:28,468 요즘 세대라면 이런 정보는 앱이나 하이퍼링크로 200 00:08:28,468 --> 00:08:30,633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지요. 201 00:08:30,633 --> 00:08:32,544 그렇지만 현실과 늘 같지는 않습니다. 202 00:08:32,544 --> 00:08:34,824 어른이 된 후 저는 비에나에 가서 203 00:08:34,824 --> 00:08:36,792 스페인 경마학교를 방문했는데 204 00:08:36,792 --> 00:08:40,157 그 공간에서 저는 제 할아버지 숨결을 느꼈어요. 205 00:08:40,157 --> 00:08:42,727 할어버지는 매일 밤 저를 테라스로 데려가서 206 00:08:42,727 --> 00:08:45,505 어깨 위로 하늘에 있는 목성과 207 00:08:45,505 --> 00:08:48,733 토성, 북두칠성을 가리켰습니다. 208 00:08:48,733 --> 00:08:51,428 여기에서도 북두칠성을 볼 때마다 209 00:08:51,428 --> 00:08:54,184 어린 시절의 추억을 느끼게 된답니다. 210 00:08:54,184 --> 00:08:56,562 할아버지 머리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211 00:08:56,562 --> 00:08:58,782 할아버지 어깨에 기대곤 했던 그런 시간들이 느껴져요. 212 00:08:58,782 --> 00:09:01,982 다시 어린 시절의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지요. 213 00:09:01,982 --> 00:09:04,449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간의 느낌들은 214 00:09:04,449 --> 00:09:07,691 종종 정보나 지식, 혹은 사실로 포장됩니다. 215 00:09:07,691 --> 00:09:09,715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216 00:09:09,715 --> 00:09:13,505 단지 정보, 지식, 사실보다 훨씬 큰 것들입니다. 217 00:09:13,505 --> 00:09:15,629 시간을 흔들어 놓는 과학 기술은 218 00:09:15,629 --> 00:09:17,581 우리의 깊은 자아도 흔들어 놓습니다. 219 00:09:17,581 --> 00:09:21,348 과거에 대한 기록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220 00:09:21,348 --> 00:09:24,589 어떤 것들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게 되는 거죠. 221 00:09:24,589 --> 00:09:27,193 지금 이 순간 마저도 222 00:09:27,193 --> 00:09:29,812 점점 기억에 남지 않게 됩니다. 223 00:09:29,812 --> 00:09:32,552 현재에 매달리고 싶지만 우리에게 남는 건 224 00:09:32,552 --> 00:09:35,015 정적인 순간의 모음 뿐입니다. 225 00:09:35,015 --> 00:09:37,721 손을 대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비누 거품 같은 거지요. 226 00:09:37,721 --> 00:09:40,514 모든 것을 기록함으로써 저장되었다고 안심하지만 227 00:09:40,514 --> 00:09:42,479 시간은 자료로 저장되지 않습니다. 228 00:09:42,479 --> 00:09:44,612 시간은 결코 보관할 수 없어요. 229 00:09:44,612 --> 00:09:46,628 이 순간에 충실한다는 게 230 00:09:46,628 --> 00:09:48,532 무슨 뜻인지 다들 아시잖아요. 231 00:09:48,532 --> 00:09:49,749 우리가 악기를 연주할 때 232 00:09:49,749 --> 00:09:51,508 느낄 수 있고 233 00:09:51,508 --> 00:09:53,356 오랫동안 알고 지낸 누군가의 눈빛을 보면 234 00:09:53,356 --> 00:09:55,540 아는 거지요. 235 00:09:55,540 --> 00:09:58,571 이런 순간에 우리가 비로소 완성됩니다. 236 00:09:58,571 --> 00:10:00,639 인생의 긴 흐름을 사는 자아와 237 00:10:00,639 --> 00:10:02,722 순간을 경험하는 자아가 238 00:10:02,722 --> 00:10:04,114 진정으로 하나가 됩니다. 239 00:10:04,114 --> 00:10:06,056 현재는 과거에서 출발하고 240 00:10:06,056 --> 00:10:08,487 미래를 약속합니다. 241 00:10:08,487 --> 00:10:10,455 현재는 시간과 함께 흘러갑니다. 242 00:10:10,455 --> 00:10:12,698 그 전과 그 이후로 말이죠. 243 00:10:12,698 --> 00:10:16,255 저는 할머니와 함께 했을 때 이를 처음 느꼈습니다. 244 00:10:16,255 --> 00:10:18,594 제가 줄넘기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할머니는 낡은 줄을 찾아주시고 245 00:10:18,594 --> 00:10:19,946 할머니가 입고있는 사리 옷을 걷어올리고서 246 00:10:19,946 --> 00:10:21,674 줄넘기를 직접 해 보이시곤 했죠. 247 00:10:21,674 --> 00:10:24,328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저를 옆에 앉혀 놓고 248 00:10:24,328 --> 00:10:28,436 재료를 자르고 ,다듬고, 다지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요. 249 00:10:28,436 --> 00:10:30,843 할머니는 모든 일엔 시간이 필요함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250 00:10:30,843 --> 00:10:34,564 시간을 단축해서 뚝딱 만들 수 없다는 거죠. 251 00:10:34,564 --> 00:10:36,397 시간이 흘러 지나갈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252 00:10:36,397 --> 00:10:39,511 우리는 현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253 00:10:39,511 --> 00:10:42,155 집중이 바로 시간입니다. 254 00:10:42,155 --> 00:10:44,338 언젠가 저의 요가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255 00:10:44,338 --> 00:10:46,581 사랑은 집중이라고요. 256 00:10:46,581 --> 00:10:48,415 제 할머니도 이런 말을 했어요. 257 00:10:48,415 --> 00:10:52,741 사랑과 집중은 하나이고, 같은 곳에서 나온다고요. 258 00:10:52,741 --> 00:10:55,324 디지털 세상은 시간을 제거합니다. 259 00:10:55,324 --> 00:10:58,704 그리고 이로 인해 260 00:10:58,704 --> 00:11:00,378 제 생각엔 261 00:11:00,378 --> 00:11:02,808 우리 자신의 전체성이 위협받는 것입니다. 262 00:11:02,808 --> 00:11:05,166 사랑의 흐름을 위협하는 거죠. 263 00:11:05,166 --> 00:11:07,187 그렇게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264 00:11:07,187 --> 00:11:08,655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요. 265 00:11:08,655 --> 00:11:10,732 우리는 지금까지 과학 기술의 독창성과 266 00:11:10,732 --> 00:11:12,962 우리의 삶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267 00:11:12,962 --> 00:11:15,202 정말 많이 목격했잖아요. 268 00:11:15,202 --> 00:11:19,191 시간을 쪼개는게 아니라 269 00:11:19,191 --> 00:11:22,299 시간의 흐름을 되찾을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책과 방법을 270 00:11:22,299 --> 00:11:25,920 찾아야 합니다. 271 00:11:25,920 --> 00:11:28,500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272 00:11:28,500 --> 00:11:31,172 시간의 흐름을 관찰하면 됩니다. 273 00:11:31,172 --> 00:11:35,120 우리의 선택으로 시간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274 00:11:35,120 --> 00:11:37,320 감사합니다 275 00:11:37,320 --> 00:11:41,320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