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19,010 --> 00:00:21,224 [히틀러의 악질적인 전쟁이 끝날 무렵, 2 00:00:21,224 --> 00:00:24,740 이곳에서 나치 SS 친위대 병사들이 두 명의 독일군을 목메 달았다.] 3 00:00:28,080 --> 00:00:33,840 수잔 필립스: 베를린에서는 아직도 역사의 존재가 생생하게 느껴지죠. 4 00:00:34,560 --> 00:00:37,500 그건 아마도 이 도시가 그 역사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5 00:00:39,113 --> 00:00:40,713 [1943년 3월 1일 추방 아우슈비츠에서 사망] 6 00:00:42,480 --> 00:00:44,250 제가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 7 00:00:44,250 --> 00:00:46,920 이 장소를 가장 먼저 방문했었죠. 8 00:00:48,180 --> 00:00:55,560 굉장한 영감을 주는 장소죠, 기차역은. 출발과 이별의 장소이기도 하고요. 9 00:00:55,560 --> 00:01:00,020 이곳은 어떤 그리움이 묻어나는 장소인 것 같아요. 10 00:01:00,660 --> 00:01:02,030 저 소리가 너무 좋아요. 11 00:01:04,238 --> 00:01:05,758 [수잔 필립스] 12 00:01:08,640 --> 00:01:13,250 저는 소리가 사람의 감정과 정신에 주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13 00:01:14,940 --> 00:01:21,010 가끔씩 음향적으로, 혹은 건축적으로 흥미로운 장소들을 찾아다니죠. 14 00:01:23,700 --> 00:01:29,480 예를 들면, 카셀(독일의 도시)에서는 이 기차역의 분위기가 저를 끌리게 했죠. 15 00:01:31,090 --> 00:01:32,480 [독일 카셀] 16 00:01:32,480 --> 00:01:35,580 "Study for Strings"는 역의 끝자락에서 17 00:01:35,580 --> 00:01:38,750 저 멀리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영감을 얻었어요. 18 00:01:41,259 --> 00:01:43,039 ["Study for Strings" 2012년] 19 00:01:46,200 --> 00:01:52,200 카셀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테레지엔슈타트로 보내졌다는 걸 알게 됐죠. 20 00:01:52,200 --> 00:01:56,820 그곳은 특히 예술인들이 많이 보내졌던 수용소였어요. 21 00:01:59,160 --> 00:02:03,720 저는 이 음악을 작곡한 파벨 하스에 대해 많이 생각하기 시작했죠. 22 00:02:03,720 --> 00:02:06,780 그가 수용소에 갇혀있었을 때 작곡한 "Study for Strings"라는 작품이요. 23 00:02:15,060 --> 00:02:19,030 이 곡은 적십자에 보낼 프로파간다 영화에 소개될 예정이었죠. 24 00:02:19,940 --> 00:02:23,750 독일은 수용소의 환경이 괜찮다는 행세를 하고 싶어 했어요. 25 00:02:26,100 --> 00:02:27,900 너무 비극적이었죠. 26 00:02:27,900 --> 00:02:32,240 그들은 그 장면을 찍고 난 뒤, 곧바로 아우슈비츠로 보내졌거든요. 27 00:02:35,040 --> 00:02:39,160 하스의 원곡은 24명 단원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했죠. 28 00:02:40,030 --> 00:02:44,120 저는 그중에 2명의 파트만 녹음하기로 결정했어요. 29 00:02:45,360 --> 00:02:50,670 곡 사이사이의 침묵은 목숨을 잃은 다른 단원들의 존재를 상기시키죠. 30 00:03:04,875 --> 00:03:06,235 [베를린] 31 00:03:15,960 --> 00:03:17,760 [녹음에 대한 이야기 중] 32 00:03:36,660 --> 00:03:40,020 오웬 매티그: 저희는 일부러 함께 작업을 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33 00:03:40,020 --> 00:03:44,100 오히려 같이 살며 자연스럽게 발전됐다고나 할까요. 34 00:03:46,380 --> 00:03:47,970 [오웬 매티그: 남편, 스튜디오 매니저] 35 00:03:47,970 --> 00:03:50,340 베를린으로 이사를 오고, 수잔은 굉장히 바빠졌죠. 36 00:03:50,340 --> 00:03:53,160 가끔 수잔의 작업을 직접 관리하게 됐어요. 37 00:03:54,540 --> 00:03:59,540 수잔은 굉장히 직감적이고, 어떤 한 공간의 톤과 분위기를 정확하게 집어내죠. 38 00:04:07,140 --> 00:04:10,250 수잔은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요. 39 00:04:11,460 --> 00:04:17,150 공간 속, 겹겹이 쌓인 층 아래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 때, 40 00:04:18,270 --> 00:04:19,620 [오스트리아 빈] 41 00:04:19,620 --> 00:04:23,160 그녀는 자그마한 변화를 줌으로써 그것이 자연스레 드러나게 하죠. 42 00:04:31,440 --> 00:04:33,250 [영상 속 나레이션] 43 00:04:42,900 --> 00:04:46,459 [헬덴 광장] 저는 이 히틀러의 연설 직후 일어난 44 00:04:46,459 --> 00:04:53,820 독일과 오스트리아 합병의 8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초대받았죠. 45 00:04:55,200 --> 00:05:00,480 그들은 이 사건을 자랑스러워하진 않죠. 하지만 책임을 인정하려고 해요. 46 00:05:13,760 --> 00:05:18,510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면 항상 음향 테스트를 하죠. 47 00:05:18,510 --> 00:05:22,500 이 공간에서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알기 위해서요. 48 00:05:22,500 --> 00:05:25,470 가끔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하거든요. 49 00:05:35,899 --> 00:05:37,419 [작업에 관한 대화] 50 00:05:45,339 --> 00:05:51,963 헬덴 광장은 만능이에요. 어느 작품이든 그 배경으로 인해 정치적인 색채를 띠게되죠. 51 00:05:59,230 --> 00:06:03,958 처음에는 비올라 소리를 가지고 장소를 시험해 봤어요. 52 00:06:04,744 --> 00:06:07,849 그다음에는 제 목소리를 사용했죠. 53 00:06:19,241 --> 00:06:21,988 노래는 제 삶의 일부에요. 54 00:06:21,988 --> 00:06:23,820 언니들과 항상 노랠 불렀죠. 55 00:06:23,820 --> 00:06:25,710 잠시 동안 밴드에 있기도 했고요. 56 00:06:27,235 --> 00:06:29,160 그래서 저는 어떤 장소에서 노래를 부를 때, 57 00:06:29,160 --> 00:06:32,070 그 소리를 통해 공간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죠. 58 00:06:35,786 --> 00:06:37,516 ["Metropola(메트로폴라)" 1997년] 59 00:06:40,713 --> 00:06:43,530 느끼셨겠지만 제 목소리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죠. 60 00:06:43,860 --> 00:06:47,890 저는 마치 혼자 있을 때 노래하는 목소리로 부르고 있어요. 61 00:06:48,848 --> 00:06:51,600 제가 슈퍼마켓에서 부른 노래들은 62 00:06:51,600 --> 00:06:56,040 한 시간마다 매장 스피커로 직접 노래했죠. 63 00:06:58,028 --> 00:07:03,060 신경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죠. 누군가의 사생활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줌으로써요. 64 00:07:03,060 --> 00:07:07,680 굉장히 공공적인 장소에서 개인의 존재를 부각하려 했죠. 65 00:07:11,100 --> 00:07:13,740 저는 노래가 "발견된 오브제"라 생각해요. 66 00:07:13,740 --> 00:07:18,840 따로 노래를 부르고 난 뒤, 그 노래를 어떤 장소나 배경에 67 00:07:18,840 --> 00:07:22,380 접목시켰을 때, 그 장소가 새롭게 보이거나, 68 00:07:22,380 --> 00:07:24,800 가사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죠. 69 00:07:25,683 --> 00:07:27,453 ["Lowlands(로우랜드)" 2010년] 70 00:07:32,447 --> 00:07:36,610 "로우랜드"란 이 곡은 16세기에 나온 스코틀랜드의 발라드 노래인데, 71 00:07:36,610 --> 00:07:40,980 애인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한 선원에 대한 이야기예요. 72 00:07:43,380 --> 00:07:49,080 굉장히 슬픈 곡인데, 주변의 소리가 감상을 방해하죠. 73 00:07:52,897 --> 00:07:57,637 녹음된 제 목소리, 혹은 주변의 기차 소리와 차 소리. 74 00:07:57,960 --> 00:08:01,531 시끄럽고 자극하는 내 주변의 소리로 인해, 75 00:08:01,531 --> 00:08:05,750 오히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게 되죠. 76 00:08:19,280 --> 00:08:20,890 [독일 존더스하우젠] 77 00:08:22,920 --> 00:08:25,440 저는 어렸을 때, 미술관보다는 78 00:08:25,440 --> 00:08:29,400 역사박물관을 더 선호했어요. 79 00:08:29,400 --> 00:08:31,260 미술관은 재미없었거든요. 80 00:08:34,473 --> 00:08:36,763 [볼프강 벤커 보존전문가] 81 00:08:40,065 --> 00:08:42,575 이 트럼펫은 군에서 사용됐었죠. 82 00:08:43,477 --> 00:08:46,127 이 공간에 총알이 통과했어요. 83 00:08:46,127 --> 00:08:50,512 이런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 악기는 이 하나뿐일 거예요. 84 00:08:53,640 --> 00:08:58,780 "전쟁 시절 손상된 악기들"이란 제 작품은 벌써 몇 년째 진행 중이죠. 85 00:09:00,190 --> 00:09:03,708 전쟁으로 인해 손상된 악기들의 소리를 계속 녹음해 왔어요. 86 00:09:04,369 --> 00:09:06,840 이 악기들은 가장 처음 여기 베를린에서 발견했죠. 87 00:09:07,500 --> 00:09:10,740 여기를 시작으로 독일 곳곳의 악기박물관을 찾아가게 됐죠. 88 00:09:51,371 --> 00:09:54,660 이 악기들이 더 이상 연주에는 쓰이지 못할 것은 당연했어요. 89 00:09:55,260 --> 00:09:58,980 너무 손상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 소리를 낼 순 있었어요. 90 00:10:00,360 --> 00:10:06,780 때론 예민하고, 불안정한 소리가 들렸죠. 그리고 숨소리도 중요했어요. 91 00:10:11,640 --> 00:10:15,720 숨소리가 삶의 은유로 느껴질 수도 있다 생각했죠. 92 00:10:19,701 --> 00:10:22,061 ["전쟁 시절 손상된 악기들" 2015년] 93 00:10:30,240 --> 00:10:36,601 각 스피커는 "Taps"의 한 음정을 연주하는 각기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들려주죠. 94 00:10:37,440 --> 00:10:40,020 이 음악은 원래 전투에서 사용됐어요. 95 00:10:40,020 --> 00:10:44,880 병사들이 돌아와도 된다는 신호였죠. 96 00:10:46,132 --> 00:10:52,240 마지막까지 이 소리를 연주한 사람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게 하죠. 97 00:11:10,329 --> 00:11:11,519 [빈] 98 00:11:13,865 --> 00:11:16,255 ["Voices(목소리)"(2018년 작)의 공개 날] 99 00:11:18,900 --> 00:11:23,350 학생 시절, 저는 다분히 정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100 00:11:23,350 --> 00:11:25,500 그러나 결과물은 불만족스러웠죠. 101 00:11:26,640 --> 00:11:30,660 이 작품은 그 정치적인 메시지가 좀 더 섬세하게 들어가 있어요. 102 00:11:32,100 --> 00:11:35,418 빈에서 가장 평가가 좋았던 음악은 103 00:11:35,418 --> 00:11:40,020 와인잔 네 잔의 테두리를 제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나는 소리였어요. 104 00:11:40,020 --> 00:11:44,120 그 소리는 마치 누군가의 목소리 같이 들리죠. 105 00:11:45,120 --> 00:11:52,180 홀로코스트로 인해 희생된, 잊혀져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다시 주목시켜 주고 싶었어요. 106 00:11:53,700 --> 00:12:00,270 소리를 통해 공간을 해석하죠.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보게 하고요. 107 00:12:09,835 --> 00:12:17,110 소리는 기억을 되살리게 해요. 예전의 시간, 장소로 되돌아 가게 하죠. 108 00:12:18,360 --> 00:12:22,570 저는 이 과거의 소리를 현재로 이끌어 오고 싶어요. 109 00:12:30,523 --> 00:12:36,103 이 영상 시리즈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pbs.org/art21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