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악질적인 전쟁이 끝날 무렵,
이곳에서 나치 SS 친위대 병사들이
두 명의 독일군을 목메 달았다.]
수잔 필립스: 베를린에서는 아직도
역사의 존재가 생생하게 느껴지죠.
그건 아마도 이 도시가 그 역사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1943년 3월 1일 추방
아우슈비츠에서 사망]
제가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
이 장소를 가장 먼저 방문했었죠.
굉장한 영감을 주는 장소죠, 기차역은.
출발과 이별의 장소이기도 하고요.
이곳은 어떤 그리움이
묻어나는 장소인 것 같아요.
저 소리가 너무 좋아요.
[수잔 필립스]
저는 소리가 사람의 감정과 정신에
주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가끔씩 음향적으로, 혹은 건축적으로
흥미로운 장소들을 찾아다니죠.
예를 들면, 카셀(독일의 도시)에서는
이 기차역의 분위기가 저를 끌리게 했죠.
[독일 카셀]
"Study for Strings"는 역의 끝자락에서
저 멀리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영감을 얻었어요.
["Study for Strings"
2012년]
카셀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테레지엔슈타트로 보내졌다는 걸 알게 됐죠.
그곳은 특히 예술인들이 많이
보내졌던 수용소였어요.
저는 이 음악을 작곡한 파벨 하스에 대해
많이 생각하기 시작했죠.
그가 수용소에 갇혀있었을 때 작곡한
"Study for Strings"라는 작품이요.
이 곡은 적십자에 보낼 프로파간다 영화에
소개될 예정이었죠.
독일은 수용소의 환경이 괜찮다는
행세를 하고 싶어 했어요.
너무 비극적이었죠.
그들은 그 장면을 찍고 난 뒤,
곧바로 아우슈비츠로 보내졌거든요.
하스의 원곡은 24명 단원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했죠.
저는 그중에 2명의 파트만
녹음하기로 결정했어요.
곡 사이사이의 침묵은 목숨을 잃은
다른 단원들의 존재를 상기시키죠.
[베를린]
[녹음에 대한 이야기 중]
오웬 매티그: 저희는 일부러 함께
작업을 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같이 살며 자연스럽게
발전됐다고나 할까요.
[오웬 매티그: 남편, 스튜디오 매니저]
베를린으로 이사를 오고,
수잔은 굉장히 바빠졌죠.
가끔 수잔의 작업을
직접 관리하게 됐어요.
수잔은 굉장히 직감적이고, 어떤 한 공간의
톤과 분위기를 정확하게 집어내죠.
수잔은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요.
공간 속, 겹겹이 쌓인 층 아래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 때,
[오스트리아 빈]
그녀는 자그마한 변화를 줌으로써
그것이 자연스레 드러나게 하죠.
[영상 속 나레이션]
[헬덴 광장]
저는 이 히틀러의 연설 직후 일어난
독일과 오스트리아 합병의 8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초대받았죠.
그들은 이 사건을 자랑스러워하진 않죠.
하지만 책임을 인정하려고 해요.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면
항상 음향 테스트를 하죠.
이 공간에서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알기 위해서요.
가끔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하거든요.
[작업에 관한 대화]
헬덴 광장은 만능이에요. 어느 작품이든
그 배경으로 인해 정치적인 색채를 띠게되죠.
처음에는 비올라 소리를 가지고
장소를 시험해 봤어요.
그다음에는 제 목소리를 사용했죠.
노래는 제 삶의 일부에요.
언니들과 항상 노랠 불렀죠.
잠시 동안 밴드에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는 어떤 장소에서
노래를 부를 때,
그 소리를 통해 공간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죠.
["Metropola(메트로폴라)"
1997년]
느끼셨겠지만 제 목소리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죠.
저는 마치 혼자 있을 때 노래하는
목소리로 부르고 있어요.
제가 슈퍼마켓에서 부른 노래들은
한 시간마다 매장 스피커로
직접 노래했죠.
신경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죠. 누군가의
사생활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줌으로써요.
굉장히 공공적인 장소에서
개인의 존재를 부각하려 했죠.
저는 노래가 "발견된 오브제"라 생각해요.
따로 노래를 부르고 난 뒤,
그 노래를 어떤 장소나 배경에
접목시켰을 때,
그 장소가 새롭게 보이거나,
가사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죠.
["Lowlands(로우랜드)"
2010년]
"로우랜드"란 이 곡은 16세기에 나온
스코틀랜드의 발라드 노래인데,
애인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한 선원에 대한 이야기예요.
굉장히 슬픈 곡인데, 주변의 소리가
감상을 방해하죠.
녹음된 제 목소리, 혹은 주변의
기차 소리와 차 소리.
시끄럽고 자극하는 내 주변의 소리로 인해,
오히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게 되죠.
[독일 존더스하우젠]
저는 어렸을 때, 미술관보다는
역사박물관을 더 선호했어요.
미술관은 재미없었거든요.
[볼프강 벤커
보존전문가]
이 트럼펫은 군에서 사용됐었죠.
이 공간에 총알이 통과했어요.
이런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 악기는
이 하나뿐일 거예요.
"전쟁 시절 손상된 악기들"이란 제 작품은
벌써 몇 년째 진행 중이죠.
전쟁으로 인해 손상된 악기들의 소리를
계속 녹음해 왔어요.
이 악기들은 가장 처음
여기 베를린에서 발견했죠.
여기를 시작으로 독일 곳곳의
악기박물관을 찾아가게 됐죠.
이 악기들이 더 이상 연주에는
쓰이지 못할 것은 당연했어요.
너무 손상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 소리를 낼 순 있었어요.
때론 예민하고, 불안정한 소리가 들렸죠.
그리고 숨소리도 중요했어요.
숨소리가 삶의 은유로
느껴질 수도 있다 생각했죠.
["전쟁 시절 손상된 악기들"
2015년]
각 스피커는 "Taps"의 한 음정을 연주하는
각기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들려주죠.
이 음악은 원래 전투에서 사용됐어요.
병사들이 돌아와도 된다는 신호였죠.
마지막까지 이 소리를 연주한 사람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게 하죠.
[빈]
["Voices(목소리)"(2018년 작)의 공개 날]
학생 시절, 저는 다분히
정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그러나 결과물은 불만족스러웠죠.
이 작품은 그 정치적인 메시지가
좀 더 섬세하게 들어가 있어요.
빈에서 가장 평가가 좋았던 음악은
와인잔 네 잔의 테두리를 제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나는 소리였어요.
그 소리는 마치 누군가의 목소리 같이 들리죠.
홀로코스트로 인해 희생된, 잊혀져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다시 주목시켜 주고 싶었어요.
소리를 통해 공간을 해석하죠.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보게 하고요.
소리는 기억을 되살리게 해요. 예전의 시간,
장소로 되돌아 가게 하죠.
저는 이 과거의 소리를 현재로
이끌어 오고 싶어요.
이 영상 시리즈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pbs.org/art21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