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게임 디자이너 데렉 유는 차기작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 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플랫포머 게임을 만들려고 했겠지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니 썩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로그라이크를 만들려고 했을 겁니다. 무작위로 생성되는 레벨을 탑다운 시점으로 탐험하는 게임이죠. 하지만 이것도 별로였죠. 프로토타입들은 그가 존경하던 다른 장르들과 비교해서 새로운 점이 전혀 없었죠. 그 때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였습니다. 플랫포머 게임에 빡빡한 점프와 짧은 실시간 전투를 넣어보면 어떨까. 거기에, 로그라이크처럼 무작위로 생성되는 레벨과 위험성 큰 영원한 죽음을 넣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스펠렁키>가 탄생했습니다. 800만 개 정도 되는 게임들이 로그라이크의 요소를 빌려옵니다. 우리는 게임들은 단순명료한 틀에 넣는 것을 좋아합니다. 플랫포머 1인칭 슈팅 레이싱 게임 퍼즐 우린 게임들의 작동 원리나 카메라 시점, 레벨 구성, 규칙에 따라 게임들을 깔끔하게 구분시키죠. 하지만 그 경계가 허물어질 때 훌륭한 결과물이 탄생하곤 하며 그 과정에서 장르들은 서로 뒤섞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행위 는 냄비에 아무 재료나 던져 넣고 좋은 요리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과도 같습니다. 재료를 잘못 넣으면, 결과물도 잘못되기 마련이죠. 이번 영상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장르들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섞을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저는 마크 브라운이고 이 영상은 Game Maker's Toolkit입니다. 좋아요, 제 생각에 게임 장르를 섞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전환 방식”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방법은 게임의 장르가 시간에 따라 바뀌는 식입니다. <페르소나>를 보면 어떨 때는 던전 크롤링 JRPG이지만 어떨 때는 비쥬얼 노벨 기반의 생활 시뮬레이션이 되기도 합니다. <언차티드>의 경우 슈팅, 플랫포머, 퍼즐, 차량 운전 사이를 빠른 속도로 왔다갔다 하죠. 이 방식의 주요 장점은 완급 조절과 경험의 다양성입니다. 같은 유형의 게임플레이를 계속하다 보면 플레이어가 지루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르를 섞음으로써, 플레이어를 더 긴 시간 동안 몰입시키는 거죠. 현재 스토리에 맞는 게임플레이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RPG 전투로는 방과후의 일상적인 사건들을 표현하기는 힘드니까요. 이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에 섞인 모든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신없고 유혈 낭자한 전투를 위해 <갓 오브 워>를 사신 분들에게는 퍼즐 구간이 느려터진 장애물로 여겨질 수 있죠. 이에 대한 해결책도 있습니다. 언차티드에는 퍼즐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언차티드 시리즈에서 주가 되는 장르는 전투이기 때문에 전투 파트가 가장 깊이 있고 도전적입니다. 두 번째 장르는 거의 쉬어가는 구간에 가깝기 때문에 굉장히 단순하고 슈팅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죠. 더 나아가서 두 번째 장르를 선택적 요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삽질 기사: 카드의 군주>에서는 여러분이 플랫포머에 집중하고 싶으면 카드 배틀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LA 누아르>에서는 여러분이 이 이상한 3인칭 슈팅을 원치 않는다면 추리 퍼즐 직전까지 게임을 넘길 수도 있습니다. <용과 같이>시리즈에서는 일단 튜토리얼만 넘기면 경영 파트에 시달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비슷한 장르끼리 섞는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두 장르를 모두 즐길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만약 <XCOM>의 턴제 전술 전투를 좋아하신다면 전략 파트를 좋아하시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주 장르에 어떤 능력이 요구되는지 확인하고 완전히 다른 능력이 요구되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보스전이 리듬게임이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단점은 플레이어들이 현재 레벨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지 혼란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 문제를 제 첫 데모 게임, <언타이틀드 마그넷 게임>에서 직접 느꼈습니다. 저는 논리 퍼즐과 복잡한 플랫포머를 섞어보려 했으나, 플레이어들은 각 레벨에서 머리와 몸 중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려 할 때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는 플레이어에게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래플 독>에서는 스피드런이나 타임어택 스테이지에서는 혼란스러워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문에 있는 빨리감기 아이콘이나 카운트 다운, 파블로의 스프린트 자세, 배경의 레이싱 깃발 등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든요. 다른 해결책은 레벨마다 플레이어가 취할 동작은 바꿔주는 것입니다. 잘못된 동작을 취하면 벌을 주는 방법도 있죠. <배트맨 아캄>의 잡입 파트에서 직접 전투를 시도하려 하면 온몸에 총알 구멍이 난 채 게임오버 당합니다. 마지막 단점은 뒤섞인 장르들이 플레이어의 집중이나 몰입을 깨며 다른 장르의 장애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시드 마이어는 <코버트 액션>을 개발할 당시 이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미니게임을 플레이하며 미스터리를 헤쳐나가는 게임이죠. 마이어는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너무 길고, 피로하며 다른 파트들과 동떨어진 액션 파트 때문에 미스터리 부분을 잊어버렸다고 말합니다. "현실 시간으로 수십 분 동안 진행되는 미션을 하는 동안 게임 속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각 파트를 짧게 쪼개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금방 주 파트로 돌아올 수 있게 말이죠. 아니면 여러 장르가 항상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XCOM>으로 돌아가서, 여러분이 기지를 발전시키면, 그와 동시에 전투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전투에서의 결정들도 기지에 영향을 주죠. 이렇게 하면 게임의 다른 부분들을 잊지 않게 만들 수 있죠. 그래도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게임의 근본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게임의 모든 부분이 하나의 방향성을 갖게 하는 거죠. <페르소나>의 모든 요소들은 친구들과의 인간관계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이 테마는 생활 시뮬레이션과 RPG 전투 모두를 강하게 상기시키는 데 쓰입니다. 자, 장르를 융합시키는 두 번째 방법은 '플레이 스타일 방식'입니다. 이는 하나의 게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때, 여러 장르의 액션과 기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데이어스 엑스>는 1인칭 슈팅과 RPG, 그리고 잡입 액션이 섞인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죠. <스카이림>의 경우, 마법, 검과 방패, 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죠. 이 방법의 장점은 선택과 자유의지입니다. 플레이어는 가장 좋아하는 장르의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 여러 장르를 오감으로써 플레이에 다양성도 부여합니다. 다회차 플레이의 좋은 동기를 제공하기도 하죠. 문제는 게임이 한 가지에 집중한 다른 게임들과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데이어스 엑스는 훌륭한 게임이지만, 게임의 각 요소들은 <하프 라이프>, <발더스 게이트>, <시프>같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게임들에 비해 빈약합니다. 디자이너 워렌 스펙터는 "저희 게임은 각각의 장르를 떼어놓고 보면 아주 처참하고 실제로 하나의 요소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플레이어에게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이 큰 장점임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마케팅이나 게임 내 메시지를 통해서요. 또 다른 문제는 이것이 여러 게임을 동시에 만드는 것과도 같다는 겁니다. 이는 자원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울펜슈타인>의 최신작들은 3가지의 플레이 스타일을 갖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난투, 전술, 그리고 잠입이라 불리죠. 하지만 머신 게임즈의 말에 따르면 잠입 부분에는 그리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너무 빨리 발각되는 등의 짜증나는 플레이로 이어졌죠. 디자인적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는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이 많은 플레이어가 하나의 스타일을 끝까지 고집하고 다른 것들을 시도하지 않게 만듭니다. <디스아너드>에서 적에게 발각됐을 때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는 플레이어들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대로 전투를 이어갈 수도 있는데 말이죠. 디자이너는 여러 도구나 스킬들이 특정 플레이 스타일의 보상이 되어 이를 유도하고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주의해야 합니다. 긍정적 피드백 루프가 작동하지 않게 말이죠. 일반 스킬 포인트가 모든 액션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스탯을 초기화시켜 완전히 새로운 빌드를 짤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죠. 또한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장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하데스>에서는, 플레이어가 하나의 무기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다른 무기로 교체하면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제공하죠. 스토리나 상황을 통해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디스아너드는 '혼돈 시스템'으로 플레이어의 살생을 막지만 <데스 루프>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대신 매일 아침, 세계가 초기화되고 새로운 행동을 해야만 무언가 바뀌기 때문에 뭔가 색다른 걸 시도하게 되죠. 아마도 특정 접근 방식을 막는 식으로 플레이어에게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강요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겁니다.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에서, 여러분은 살상과 비살상 두 방식 모두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보스전이 전투를 강요하기 전까지는요. 보스전에 맞는 아이템이나 스킬이 없어도 싸워야 하죠. 이는 논쟁의 시발점이 되어 게임의 감독판에서 보스전이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해결책은 각각의 플레이 스타일이 모두 정답임을 확실히 하고 그에 맞는 재미있는 진행 방식과 레벨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사는 진행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모든 플레이 스타일을 꼼꼼히 테스트할 필요가 있죠.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라"고 말해놓고 특정 플레이스타일로 진행할 수 없게 만들어 놓으면 플레이어는 배신감을 느낄테니까요. "난 한 번 한 약속은 절대 잊지 않아." 세 번째이자 마지막 방법은 "융합 방식"입니다. 보통 서로 다른 두 장르를 합쳐 새로운 장르를 만들려고 할 때 이런 양상이 보입니다. <포탈>은 슈팅 게임의 1인칭 카메라나 커서 에임 같은 요소를 가졌지만 퍼즐 게임의 요소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배틀 셰프 브리게이드>는 난투 액션의 넉백 전투를 가졌지만 매치쓰리 퍼즐 요소도 섞여 있죠. <로켓 리그>는 <피파>와 <번아웃>이 만남이고요.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게임, 혹은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는 점이 이 방식의 장점입니다. 그 덕에 새롭고 독창적인 게임들을 만날 수 있죠. 리듬액션-로그라이크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나 탑다운 상자 밀기와 횡스크롤 플랫포머가 전환되는 퍼즐 게임 <투디 앤 탑디>처럼요. 이는 기존의 틀을 벗어남으로써 낡은 장르들을 탈바꿈 시키기도 합니다. RPG는 투박한 턴제 전투로 진행되는 게 정통이지만 RPG 중에는 난투 액션이나 퍼즐, 3인칭 슈팅 탄막슈팅, 리듬 액션들의 요소를 빌려온 것들도 있죠. 이 방식의 잠재적 문제는 융합된 두 장르가 공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점입니다. 메트로베니아 <캐즘>이 좋은 예시죠. 아마 메트로베니아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하고 세세하게 짜여진 월드맵일 겁니다. 하지만 캐즘은 로그라이크 요소를 게임에 넣으면서 이를 특색 없는 절차적 생성으로 대체하였죠. 또 다른 예는 <어쌔신 크리드>의 RPG 요소로 이는 강한 적을 암살로 즉사시키는 암살자에 대한 환상을 약화시키죠. 슈퍼 히어로라는 테마에 어울리지 않는 <마블 어벤져스>의 방어구 강화 시스템도 그 예입니다. 제가 헐크 뼈를 없그레이드 했던가요? 그렇기에 융합되는 장르들은 서로를 보환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스펠렁키로 돌아가서, 데렉 유는 플랫포머의 부담없는 플레이는 좋았지만 플레이어가 레벨을 암기하는 데에 의존하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로그라이크 쪽의 경우, 그는 무작위 레벨 생성에 의한 다양성을 마음에 들었지만, 이해하기 힘든 조작과 시스템은 별로였죠. 하지만 두 장르를 섞자, 한쪽 장르의 장점이 다른 장르의 단점을 덮어버리게 되었죠. 데렉 유는 "하나의 요소는 반드시 다른 요소를 강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장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장르들이 더욱 잘 어울리게 됩니다. 요츠 클럽 게임즈는 <쇼블 나이트: 포켓 던전>에서 로그라이크와 퍼즐 액션을 섞으면서 개발사는 두 장르가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둘 다 칸 단위의 공간을 가졌고, 단순한 조작과 수많은 랜덤 요소, 첫 등장 이래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으며, 머리를 써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었죠. 두 장르를 섞는 건 쉽고 자연스러웠죠. 우린 이제 알았습니다. 장르를 섞으려면 두 장르 사이를 왔다갔다 하거나, 플레이어가 플레이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거나 두 장르를 섞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수도 있죠. 하지만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그에 따른 난관이 있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음을 보여줍니다. 더 깊이 고민을 필요로 할 뿐이죠. 장르를 가장 잘 섞었다고 생각되는 사례를 아래 댓글 창에 적어주세요.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만든 거 하나 보고 가실래요? itch.io에서 플레이할 수 잇는 <플랫포머 툴킷>입니다. 여러분만의 플랫포머를 시험해볼 수 있는 무료 게임이죠. 슬라이드, 체크박스, 그래프를 통해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직접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