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965 --> 00:00:03,507 저는 절대로 2 00:00:03,531 --> 00:00:07,483 열아홉 살의 자살 폭탄범에게 3 00:00:07,507 --> 00:00:11,188 교훈을 얻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4 00:00:12,640 --> 00:00:13,807 하지만 교훈을 얻었죠. 5 00:00:14,640 --> 00:00:19,259 그는 제게 모르는 사람에 대해 절대로 함부로 6 00:00:19,283 --> 00:00:22,423 추정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줬습니다. 7 00:00:24,414 --> 00:00:28,543 2005년 7월 목요일 아침이었습니다. 8 00:00:28,567 --> 00:00:31,625 저는 저도 모르는 새에 테러범과 9 00:00:31,649 --> 00:00:36,196 같은 시간, 같은 기차 칸에 탔는데 10 00:00:36,220 --> 00:00:40,683 그 사람과 겨우 몇 걸음 떨어져 서 있었습니다. 11 00:00:42,345 --> 00:00:43,495 저는 그를 보지 않았습니다. 12 00:00:44,185 --> 00:00:45,976 사실 저는 아무도 보지 않았습니다. 13 00:00:46,000 --> 00:00:48,587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을 잘 안 쳐다보잖아요. 14 00:00:48,611 --> 00:00:51,912 하지만 그 사람은 저를 봤을 겁니다. 15 00:00:52,916 --> 00:00:55,957 아마 그 사람은 지하철 안의 승객들을 모두 봤을 겁니다. 16 00:00:56,687 --> 00:01:00,901 그의 손이 폭파 스위치에서 맴돌 때 말이죠. 17 00:01:02,439 --> 00:01:06,884 저는 가끔 궁금했습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말이죠. 18 00:01:06,908 --> 00:01:10,265 특히 마지막 수 초 동안 말입니다. 19 00:01:12,765 --> 00:01:14,374 개인적인 원한은 아니었겠죠. 20 00:01:14,977 --> 00:01:18,994 그는 저를 죽이거나 다치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21 00:01:19,018 --> 00:01:20,771 그는 저를 몰랐으니까요. 22 00:01:21,758 --> 00:01:22,932 절대로요. 23 00:01:23,666 --> 00:01:26,612 대신 그는 저에게 24 00:01:26,636 --> 00:01:31,241 제가 원치 않은 부당한 꼬리표를 붙였습니다. 25 00:01:32,272 --> 00:01:35,652 그 사람은 저를 적으로 본 거죠. 26 00:01:37,390 --> 00:01:40,966 그에게 저는 타인이자 27 00:01:40,990 --> 00:01:43,687 제3자였지, 같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28 00:01:45,581 --> 00:01:50,855 그는 "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우리를 인간으로 보려 하지 않았고 29 00:01:51,674 --> 00:01:54,101 그래서 폭탄 스위치를 누를 수 있었던 겁니다. 30 00:01:55,339 --> 00:01:57,506 그는 우리 모두를 똑같이 보았습니다. 31 00:01:58,875 --> 00:02:04,058 제가 탄 기차 칸안에서만 26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32 00:02:05,042 --> 00:02:06,970 저도 그중 하나일 뻔했습니다. 33 00:02:08,855 --> 00:02:11,596 숨 한 번 들이쉴 정도의 시간에 34 00:02:11,620 --> 00:02:15,290 우리는 어마어마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고 35 00:02:15,314 --> 00:02:17,696 그 어둠이 마치 손에 잡히는 듯했습니다. 36 00:02:17,720 --> 00:02:22,079 타르 구덩이 속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었죠. 37 00:02:23,398 --> 00:02:25,448 우리는 우리가 적인지도 몰랐습니다. 38 00:02:26,321 --> 00:02:30,379 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이었고 몇 분 전까지만 해도 39 00:02:30,403 --> 00:02:32,887 항상 지하철에서 그랬던 것처럼 40 00:02:32,911 --> 00:02:35,117 사람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지 않고 41 00:02:35,141 --> 00:02:36,291 이야기도 하지 않고 42 00:02:36,894 --> 00:02:39,766 절대 서로 대화하지도 않았습니다. 43 00:02:41,948 --> 00:02:44,901 하지만 어둠이 걷히자 44 00:02:45,776 --> 00:02:47,401 우리는 손을 뻗어 45 00:02:48,179 --> 00:02:49,691 서로를 돕고 있었습니다. 46 00:02:50,808 --> 00:02:53,269 우리 이름을 외쳤습니다. 47 00:02:53,293 --> 00:02:55,444 마치 출석 확인 같았죠. 48 00:02:56,389 --> 00:02:58,666 그러면서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49 00:03:00,559 --> 00:03:03,222 "저는 질이에요. 전 여기 있어요. 50 00:03:05,111 --> 00:03:06,421 살아있어요. 51 00:03:08,279 --> 00:03:09,468 좋아요." 52 00:03:11,697 --> 00:03:12,883 "저는 질이에요. 53 00:03:13,679 --> 00:03:14,875 여기예요. 54 00:03:16,318 --> 00:03:17,627 살아있어요. 55 00:03:19,329 --> 00:03:20,524 좋아요." 56 00:03:23,096 --> 00:03:25,637 저는 앨리슨이 누군지 몰랐지만 57 00:03:26,399 --> 00:03:30,641 몇 분에 한 번씩 앨리슨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58 00:03:31,340 --> 00:03:32,958 리처드도 모르는 사람이었죠. 59 00:03:33,839 --> 00:03:36,728 하지만 그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제게 의미가 있었습니다. 60 00:03:38,752 --> 00:03:40,546 저는 사람들에게 61 00:03:40,570 --> 00:03:42,053 제 이름만 얘기해줬어요. 62 00:03:43,013 --> 00:03:44,164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63 00:03:44,188 --> 00:03:47,711 제가 디자인 위원회 위원장이란 것을 말이죠. 64 00:03:49,185 --> 00:03:52,742 그리고 이것은 제가 아끼는 서류가방입니다. 65 00:03:52,766 --> 00:03:55,217 그날 아침 들고 있던 가방입니다. 66 00:03:56,479 --> 00:04:00,445 사람들은 제가 건축과 디자인 잡지를 출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고 67 00:04:00,469 --> 00:04:03,785 제가 왕립 예술학회 일원인지도 몰랐습니다. 68 00:04:03,809 --> 00:04:05,274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지도 몰랐고 -- 69 00:04:06,695 --> 00:04:07,861 지금도 입고 있네요. 70 00:04:08,566 --> 00:04:11,122 담배를 피우는지도 몰랐습니다. 71 00:04:11,888 --> 00:04:14,191 지금은 담배를 더는 피우지 않습니다. 72 00:04:14,215 --> 00:04:18,399 진 한잔 마시면서 TED 강연을 보곤 했습니다. 73 00:04:18,423 --> 00:04:24,629 물론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언젠가 이렇게 74 00:04:25,593 --> 00:04:28,488 의족을 끼고 서서 75 00:04:28,512 --> 00:04:29,669 강연할 거라는 사실을요. 76 00:04:30,651 --> 00:04:36,295 당시 저는 런던에서 특별한 일을 하던 호주 여성이었고 77 00:04:36,319 --> 00:04:39,152 이대로 모든 것을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78 00:04:40,882 --> 00:04:44,040 그래서 살아남겠다고 결심했습니다. 79 00:04:44,064 --> 00:04:49,266 스카프로 다리의 상부를 지혈했고 80 00:04:49,290 --> 00:04:54,623 마음속의 모든 잡념을 지우고 81 00:04:55,345 --> 00:04:58,605 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집중했습니다. 82 00:04:58,629 --> 00:05:01,763 본능에 따르기 위해서 말이죠. 83 00:05:03,085 --> 00:05:05,179 호흡 횟수를 줄이고 84 00:05:05,847 --> 00:05:07,627 허벅지를 위로 올렸습니다. 85 00:05:07,651 --> 00:05:09,319 그리고 허리를 곧추세우고는 86 00:05:09,343 --> 00:05:13,013 눈을 감고 싶은 충동과 싸웠습니다. 87 00:05:14,681 --> 00:05:18,013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88 00:05:19,030 --> 00:05:23,411 그 한 시간 동안 제가 살아온 인생 전부를 89 00:05:23,435 --> 00:05:25,231 돌아봤죠. 90 00:05:27,199 --> 00:05:30,278 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91 00:05:31,223 --> 00:05:34,427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죠. 92 00:05:34,451 --> 00:05:38,865 달리기도 하고 춤도 추고 요가도 할 걸 그랬나 싶더군요. 93 00:05:40,317 --> 00:05:45,255 하지만 전 항상 일을 최우선으로 했어요. 94 00:05:45,279 --> 00:05:47,180 저는 일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95 00:05:47,730 --> 00:05:50,537 제 명함에 새겨진 직함이 96 00:05:50,561 --> 00:05:51,831 제게는 중요했습니다. 97 00:05:53,688 --> 00:05:57,298 하지만 그 터널에서는 그런 게 아무 소용이 없었죠. 98 00:05:59,226 --> 00:06:03,696 구조대원 중 한 명의 손길이 99 00:06:03,720 --> 00:06:05,860 저에게 처음 닿았을 때 100 00:06:06,472 --> 00:06:08,589 저는 말을 이을 수 없었습니다. 101 00:06:08,613 --> 00:06:13,592 "질"이라고 이름도 말 못 할 정도였습니다. 102 00:06:15,183 --> 00:06:17,918 저는 제 몸을 그들에게 맡겼습니다. 103 00:06:17,942 --> 00:06:20,815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104 00:06:20,839 --> 00:06:24,535 이제 제 목숨은 그 사람들 손에 달렸다고 생각했죠. 105 00:06:27,091 --> 00:06:28,479 저는 이때 이해했습니다. 106 00:06:29,283 --> 00:06:35,481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달았던 겁니다. 107 00:06:35,972 --> 00:06:39,171 병원에서 저한테 인식표를 달아줬는데 108 00:06:39,195 --> 00:06:42,454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109 00:06:42,478 --> 00:06:43,652 이렇게 쓰여 있었죠. 110 00:06:44,218 --> 00:06:49,488 "신원 불명으로 추정되는 여성" 111 00:06:51,162 --> 00:06:55,377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여성이다. 112 00:06:57,004 --> 00:06:59,951 전 그게 선물이었다고 생각해요. 113 00:07:01,125 --> 00:07:03,872 인식표에 적힌 내용 덕에 114 00:07:03,896 --> 00:07:06,601 순전히 제가 인간이어서 115 00:07:06,625 --> 00:07:09,769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116 00:07:10,610 --> 00:07:14,794 구조 대원들은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고 117 00:07:14,818 --> 00:07:19,375 모두를 똑같이 대하며 구조 작업에 임했습니다. 118 00:07:20,129 --> 00:07:21,669 그분들은 저뿐만 아니라 119 00:07:22,458 --> 00:07:25,181 최대한 많은 생명을 구하려고 애썼죠. 120 00:07:25,205 --> 00:07:27,537 자신의 목숨을 걸어가면서 말이죠. 121 00:07:28,405 --> 00:07:32,576 그분들에겐 제가 부자든 가난뱅이든 상관없었던 겁니다. 122 00:07:33,298 --> 00:07:35,439 제 인종도 123 00:07:35,463 --> 00:07:37,025 성별도 124 00:07:37,049 --> 00:07:38,946 성적 취향도 125 00:07:39,613 --> 00:07:41,216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도 126 00:07:41,240 --> 00:07:42,758 혹은 제 교육 수준도 127 00:07:42,782 --> 00:07:46,471 심지어는 제가 신앙이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조차도 128 00:07:47,409 --> 00:07:49,353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129 00:07:49,377 --> 00:07:54,020 단지 제가 인간이란 것만 중요했습니다. 130 00:07:55,881 --> 00:07:59,361 저는 산 증인입니다. 131 00:08:00,223 --> 00:08:02,252 제 존재는 132 00:08:02,276 --> 00:08:09,004 조건 없는 사랑과 인간에 대한 존중이 생명을 구할 뿐만 아니라 133 00:08:09,028 --> 00:08:12,069 삶을 바꿔놓기도 한다는 걸 증명합니다. 134 00:08:13,226 --> 00:08:17,694 이것은 구조대원 중 한 명인 앤디와 제가 찍은 멋진 사진입니다. 135 00:08:17,718 --> 00:08:19,590 작년에 찍은 사진이죠. 136 00:08:20,080 --> 00:08:22,641 사건 후 10년이 지나 137 00:08:22,665 --> 00:08:25,009 여기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있습니다. 138 00:08:27,559 --> 00:08:29,677 그 모든 혼돈 속에서 139 00:08:29,701 --> 00:08:32,541 누군가 제 손을 꽉 잡아줬고 140 00:08:33,200 --> 00:08:36,073 부드럽게 제 얼굴을 쓰다듬어줬습니다. 141 00:08:37,161 --> 00:08:38,573 그때 어떤 느낌이었냐고요? 142 00:08:39,541 --> 00:08:40,763 저는 사랑받는다고 느꼈습니다. 143 00:08:41,685 --> 00:08:46,502 그 때문에 증오심과 복수심을 내던지고 144 00:08:46,526 --> 00:08:49,515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145 00:08:49,539 --> 00:08:52,419 "이 모든 걸 받아들이고 여기서 끝내자." 146 00:08:54,006 --> 00:08:55,197 사랑 때문에 가능했어요. 147 00:08:56,585 --> 00:08:58,583 저는 사랑받았습니다. 148 00:09:01,234 --> 00:09:07,499 저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확산될 가능성이 149 00:09:07,523 --> 00:09:09,103 대단히 크다고 믿습니다. 150 00:09:09,127 --> 00:09:12,031 인간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151 00:09:12,055 --> 00:09:15,252 저는 인류가 총명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152 00:09:15,930 --> 00:09:19,840 이 사건은 제게 꽤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153 00:09:19,864 --> 00:09:23,266 더불어, 모두가 함께 생각해볼 만한 몇 가지 질문이 생겼어요. 154 00:09:24,512 --> 00:09:30,385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분열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지 않나요? 155 00:09:31,663 --> 00:09:35,453 오직 비극과 재앙을 통해서만 156 00:09:35,477 --> 00:09:39,973 우리가 진정 인간으로서 157 00:09:40,902 --> 00:09:42,761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는 건가요? 158 00:09:43,755 --> 00:09:48,961 그리고 언제쯤 이 시대의 지혜를 받아들여 159 00:09:49,764 --> 00:09:53,134 한낮 관용을 넘어서서 160 00:09:53,931 --> 00:09:56,868 수용할 수 있게 될까요? 161 00:09:56,892 --> 00:10:02,225 과연 이 모든 것이 꼬리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까요? 162 00:10:03,550 --> 00:10:04,710 감사합니다. 163 00:10:04,734 --> 00:10:11,532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