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마이어: 제 생각에 디자이너의 책임 중 하나는, 플레이어를 그 자신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입니다. 어떤 게임을 만들 때 디자이너들은 항상 게임을 플레이하는 가장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방법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예를 들면 제이크 솔로몬은 위험을 무릅쓰는 플레이가 〈XCOM〉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락 페이퍼 샷건」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위험이야말로 플레이어들을 실패와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죠. 그러나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다를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략에 이끌리기 마련입니다. 그 전략들이 실제로 얼마나 즐거울지는 신경쓰지 않은 채 말이지요. 그래서 '노가다'를 하고, 똑같은 전략을 쓰고 느리고 조심스럽게 플레이하죠. 〈문명 4〉의 디자이너 소렌 존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능하다면,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재미를 '구조조정'해버릴 것"이라고요. 그는 꼼수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지만, 저는 이 말이 여기서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XCOM〉에서 일어난 일이 바로 그겁니다. 플레이어들은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죠. 천천히, 조심히 플레이하면서 경계 명령을 남발하는게 훨씬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매 임무를 똑같이 위험을 회피하며 진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디자인의 놀라운 점은, 개발자가 몇가지를 조절해서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플레이어들이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이죠. 문제는, '그걸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은가'입니다. 가장 명확한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추가하는 겁니다. 파이락시스가 〈XCOM 2〉의 일반 임무들에 턴 제한을 둔 것처럼요. 이 게임의 많은 임무에는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8턴 내에 네트워크 해킹” “6턴 내에 중계기 파괴” “12턴 내에 VIP 구출” 같은 거죠. 제한 안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임무 실패입니다. 전작에서처럼 조금씩 전진하는 플레이는 이제 힘들고, 플레이어는 더 빨리 행동하고,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죠. 〈스펠렁키〉의 제작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작자 데릭 유는 말합니다. “나는 플레이어들이 매 플레이마다 모든 보물을 찾거나, 모든 아이템을 갖거나, 모든 공간을 탐사하도록 의도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그들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그들의 선택에 따라 만족과 후회를 겪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각 레벨의 2분 30초마다 등장하는 유령을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동굴에 죽치고 앉아있는 걸 막기 위해서였죠. 두 방법 모두 의도한 효과를 봤지만, 또한 어느 정도의 논쟁과도 마주쳤습니다. 〈스펠렁키〉는 덜 그랬죠. 한 레벨에 2분 30초는 충분히 길거든요. 게다가 그 유령은 바로 플레이어를 죽이지 않습니다. 도망가서 레벨을 마칠 수 있죠. 반면 많은 〈XCOM 2〉 플레이어들은 턴 제한을 싫어했고, 턴 제한을 제거하는 모드까지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시간제한에 강하게 반발할 줄은 몰랐다”라고 솔로몬은 말합니다. 그리고 턴 제한은 확장판 〈선택받은 자의 전쟁〉에서는 확연히 줄었습니다. 그래서, 뭐가 잘못된 걸까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작에서 조심스럽게 플레이하는 걸 즐겼고, 후속작에서도 그럴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솔로몬은 “턴 제한이 주제와 별 관련없이 쓰였다” 라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명백한 것이 있죠. 어떤 플레이어들은 처벌에 항상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XCOM 2〉에서 빠르고 위험을 감수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임무에 실패한다는 사실은 어떤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특정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처벌한다고 느꼈다는 걸 뜻하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제가 해보진 않아서, 설명이 어색하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블리자드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너무 오래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베타 버전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오래 플레이할수록 몬스터를 죽이거나 할 때 얻는 경험치를 줄여나가는 것이었죠. 플레이어들은 새 시스템을 싫어했죠. 숫자가 떨어지는 걸 보기 싫어했습니다. 마치 게임하는 데에 벌을 받는 기분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머리를 굴렸죠. 시스템을 거꾸로 뒤집었습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지 않고 있으면 휴식 보너스를 받아서, 다음 로그인 때 경험치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블리자드에 따르면 본질적으론 같은 숫자이지만, 유저들에겐 보상이 처벌보다 더 납득이 되었던 것이죠. 따라서, 원치 않은 행동을 처벌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행동을 권장하는 게 보통 더 낫습니다. 너무 느린 플레이어를 처벌하는 대신, 임무를 빨리 끝낸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주세요. 플레이어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순간순간, 가장 기초적인 게임플레이에서부터 디자이너들은 게임의 기본 메커니즘을 조절해서 플레이어들에게 특정한 플레이 방식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최근작 〈둠〉을 예로 들면,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들이 공격적으로 돌격하길 바랐습니다. 이드 소프트웨어가 선택한 것은, '글로리 킬' 시스템이었습니다. 적에게서 도망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 대신 코앞에서 싸울 이유를 만들어줬죠. 글로리 킬은 적을 즉사시키면서, 탄약도 쓰지 않고 유용한 체력 회복도 마구 뿌려줍니다. FPS 게임들 속에서 수 년간 엄폐물 뒤로 숨어다니는 걸 배워왔지만 플레이어들은 〈둠〉에서는 악마들에게 마구 달려들게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블러드본〉은 플레이어들이 〈다크 소울〉에서보다 더욱 공격적이도록 데미지를 입은 직후에 적을 공격하면 체력을 회복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었습니다. 재빠른 공격으로 체력을 회복할 기회가 있다면, 플레이어들은 덜 내빼게 되는 겁니다. 이런 즉각적인 유도의 다른 예로는 〈번아웃〉 시리즈가 있습니다. 상대에게 바짝 붙거나, 역주행을 하는 등 짜릿한 주행으로 유용한 부스트를 얻을 수 있죠. 이기려면 위험하게 달려야 하죠.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에서는 총을 다시 충전하려면 검으로 적들을 베어야만 합니다. 여러분이 적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도록 만들죠. 점수처럼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시스템을 통해 행동을 유도할 수도 있겠습니다. 많은 캐릭터 액션 게임에서는 꽤 엉성하고 비슷한 전술들을 게임 내내 반복해도 스테이지를 끝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 화면에서 낮은 등급을 받게 되겠죠. 더 좋은 등급을 받으려면 디자이너들이 의도한 방식대로 플레이해야 합니다. '멋짐'이 중요한 〈데빌 메이 크라이〉에서는 다양하고 더 어려운 공격을 하고, 총을 사용해서 콤보를 이어나가면 더 좋은 등급과 유용한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토니 호크〉에서는 다양한 트릭을 연결해야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고,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더 적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이런 게임들에서 점수를 잘 받으려면 최대한 멋지고 흥미롭게, 게임의 모든 메커니즘을 활용하며 플레이해야 합니다. 경험치나 업적 같은 보상도 이런 목적을 위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이런 보상들을 얻기 위해서 어떤 행동이나 도전을 해야 하는지 플레이어에게 정확히 짚어줄 수 있고, 그들이 게임의 의도와 알맞게 행동하도록 이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레이슨 헌트: 이런 개자- 죽여주는걸. 이 건방진 게 내 실력을 재고 있잖아! 게임이 절대 사람들을 처벌하거나, 어떤 플레이를 지양하게 해선 안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들이 필요할 때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방식에 중점을 두는 게임들은 특정 플레이 방식을 덜 하게 유도하는 것과 사실상 그러지 못하게 강제하는 것의 차이를 주의해야 합니다. 사후약방문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XCOM 2〉에서 턴 제한에 쫓기며 플레이하는 것은 그저 가장 좋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특정한 플레이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좋은 성과를 거두기 힘듭니다. 적에게 발견되면 바로 실패 처리되는 잠입 게임을 해보셨을 겁니다. 물론 그런 게임들은 플레이어를 은밀하게, 닌자처럼 플레이하게 만들고 람보마냥 압도적인 화력을 퍼붓지 못하게 하지만 짜증도 날 뿐더러 적에게 들켰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고 다시 숨는 그 짜릿함을 없애버리죠. 그렇다면 꼭 바람직하지 않은 플레이스타일을 없애버리는게 목표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가령 슈팅 게임에서 엄폐물 뒤에 너무 오래 숨어있는 플레이어를 이곳저곳 뛰어다니게끔 한다고 엄폐물을 싸그리 치울 필요는 없겠죠. 어떤 상황에서는 그것도 한가지 가능한 방법이 되도록, 하지만 그걸 남용하거나 의존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더 주효합니다. 플레이어가 너무 오래 숨지 않도록 적들이 수류탄을 던진다거나, 엄폐물이 부서지도록 만들 수 있겠습니다. 엄폐 없이 싸우는 플레이어에게 점수를 줄 수도 있겠고요. 잠입 게임 예시로 돌아가자면, 은밀한 플레이를 유도하려면 들켰을 때 바로 실패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들이 있을 겁니다. 플레이어를 매우 약하게 만들어서 직접 공격을 원치 않게끔 할 수 있습니다. 아캄 시리즈에서 배트맨은 총을 든 적들에게는 매우 약해서, 잠입해야 하는 곳에서 연신 주먹질을 하는 건 나쁜 전술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갈고리를 타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나갈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점수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겠죠. 〈히트맨〉에서 높은 점수를 받거나, "조용한 암살자" 같이 많은 과제를 달성하려면 최대한 은밀하게 플레이해야 합니다. 들키지 않고, 시체를 숨기고, 카메라 기록을 삭제해야죠. 좀 더 간접적인 방법으로는 직접 공격이 게임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걸 플레이어에게 일깨워 줄 수도 있습니다. 〈마크 오브 더 닌자〉의 리드 디자이너 닐스 앤더슨에 의하면, 원래 게임에는 다양한 자세와 쳐내기 등 깊이 있는 전투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지만 이런 깊이있는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전투를 의도한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전투를 더 단순하게 바꾸니, 이제 플레이어들은 직접 공격이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앤더슨은 「Designer Notes」 팟캐스트에서 이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닐스 앤더슨: 플레이어는 은신을 하다가, 실패하면 레벨 나머지를 람보처럼 쓸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좋아, 이것 좀 최대한 줄여서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어보자'라고 했죠. 그렇게 줄이고 줄여나가서, 그 시스템이 디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우리가 그게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던 만큼에 맞추고 나서야 그때서야, 제대로 자리잡게 되더군요. 그래서, 디자이너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어떻게 접근했으면 좋겠는지 알아야 합니다. 세련되게, 혹은 은밀하게, 위험을 무릅쓰거나 게임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악마 죽이는 기계처럼 되기를 바랄 수도요. 가장 재밌거나 흥미롭다고 생각한 것들, 주제와 연관된 그 어떤 것들이라도 좋습니다. 그러나 만일 플레이어가 "체력 회복"이나 "적 제거"같은 작은 목표부터 "스테이지 클리어"나 "새 스킬 포인트 획득" 같은 장기 목표까지, 이러한 목표들을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더욱 쉽게 달성할 수 있고 그 방식이 지루하기까지 하다면 게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쉬운 방식을 막는 건 그런 문제를 막는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디자이너의 비전에 맞는 플레이를 강제하고 다른 플레이를 벌주는 것은 골치아픈 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XCOM 2〉의 턴 제한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개략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반발에 부딪힌 것은 놀랍지 않았습니다. 결국 플레이어들을 유도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최대한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에는 대체로 더 나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즉 다른 방식의 플레이 방식을 허용하되, 플레이어가 의도된 경험에 맞게 행동할 때 보상, 고득점, 쉬운 킬, 유용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게 제가 말하는 것처럼 쉬울 리는 없습니다. 생각해봐야하는 여러 함정들 또한 존재하고, 가장 논란 많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게임 메커니즘들은 바로 처음엔 특정 플레이 방식을 유도하거나 배제하려는 것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디자인 요소들이 잘만 작동한다면, 플레이어들이 최상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아주 절묘하게 유도할 뿐만아니라 시드 마이어가 말했듯이, 플레이어들을 그들 자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겠죠. 시청해주셔서 감사해요!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저는 디자이너들이 행동을 유도하고 방해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것들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확인하는 건 언제나 굉장히 흥미롭죠. 여러분들이 게임에서 겪었던 예시들을 듣고 싶습니다. 디자이너시라면 당신이 만든 게임의 예시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하단 댓글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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