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리메이크의 시대입니다. 《데드 스페이스》에서 《데몬즈 소울》까지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 《용과 같이》까지 거의 모든 퍼블리셔가 리메이크해서 다시 팔 수 있는 게임을 창고를 뒤져가며 찾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걸 하는 스튜디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캡콤입니다. 특히 레지던트 이블 팀이죠. 지난 20년 동안 캡콤은 《레지던트 이블》 1, 2, 3, 4를 리메이크했으며 이 게임들은 복고풍 게임의 단순한 재활용 이상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 어떤 점이 다를까요? 또 그걸 어떻게 했을까요? 저는 《게임 메이커즈 툴킷》의 마크 브라운입니다. 구스 반 산트의 리메이크 영화 《싸이코》를 기억하시나요? 이것은 평범한 리메이크가 아니었습니다. 원본 영화를 장면마다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고 같은 대본, 같은 카메라워크와 음악을 사용했지만 몇 가지 현대적인 개선도 있었습니다. 칼라 촬영에, 그 악명높은 샤워 씬에 더 많은 고어와 노출을 추가했죠. 여러분이 이 영화를 기억하지 못하셔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아마 영화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잊히기를 바랄 겁니다. 리메이크가 절찬리에 개봉하자 가차없는 비판을 받았고 로저 이버트는 "가치없다"고 평했으며 헐리우드는 다시는 《싸이코》 리메이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품바 방귀 뭐 대개는요. 하지만 비디오 게임의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리메이크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완전히 새로운 엔진과 자원을 사용하지만 목표는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는 것입니다. 과거 게임을 모든 부분 부분마다 재현하는 것이죠. 허나 게임 플레이나 콘텐츠에 몇가지 보수적인 조정이 들어갑니다. 이 방법은 분명 좋은 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이러한 리메이크로 출시 당시에 놓쳤던 타이틀을 플레이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에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런 리메이크는 최첨단 그래픽을 갖추고서는 최신작에 비해 낡은 게임플레이를 보여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 이미 원작을 플레이했다면 원작을 완벽히 재현한 리메이크를 굳이 플레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 점 때문에 캡콤은 이러한 추세를 따르지 않습니다. 캡콤의 리메이크는 원작을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게임 플레이와 내용을 모두 자유롭게 바꿉니다. 게임 플레이에 대해 《레지던트 이블 2》를 살펴보죠. 플레이스테이션 1 원작은 고정된 CCTV 스타일의 카메라 각도를 사용하고 레온은 탱크처럼 배회합니다. 리메이크를 만들면서 캡콤은 이 시점을 유지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현대적인 3인칭 슈팅 시점을 채택했습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레지던트 이블 4》를 살펴봅시다. 이 리메이크는 대부분 원작의 장면을 따라가지만 꾸준히 변화를 줍니다. 컨텐츠가 이동하고, 순서가 바뀌고 확장되거나 축소되고 완전히 잘리거나 새 컨텐츠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원작을 플레이했더라도 이 리메이크는 놀라운 반전을 줍니다. 게임 초반의 상징적인 마을 공성전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꽤 익숙하네 싶었지만 이 탑을 올라가니, 오, 제 기억이랑 다르네요. 그 다음 이 모퉁이를 도니 아이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죠? 캡콤은 "플레이어가 원작과 똑같은 걸 하도록 리메이크하면 정말 재미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원작를 버리고 새로운 걸 시도하라"는 말은 부족하죠. 리메이크는 원작에 대한 우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모든 변경점은 완벽한 게임에 대한 불경한 개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너무 많은 걸 바꿔 팬들을 화나게 한 리메이크는 정말 많습니다. 라쳇의 성격 묘사나 피터 파커의 얼굴 또 벤처 비트는 《완다와 거상》의 새 그래픽이 "너무 좋다"고 하기도 했죠. 그래서 캡콤은 자신의 리메이크가 "원작에 대한 애정을 리메이크에서 변경점과 원작을 모두 포함하는 걸 통해 드러낸다"고 말합니다. 원작에 충실해야 할 때와 원작에서 멀어지는 법을 안다는 것이죠. 한 가지 방법은 자세한 사항까지 베끼지 않더라도 원작의 느낌을 잡아내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캡콤은 《레지던트 이블 2》에 대해 "외피는 다를지라도 플레이어는 당시에 느꼈을 것과 같은 걸 느껴야 한다"는 지침을 세웠습니다. 강제된 카메라 시점이 없더라도 개발사는 게임이 긴장되고 꽉 막히게 느껴지길 원했으므로 정확히 원하는 곳을 조준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레온의 등 뒤로 시점을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현명한 방법은 원작의 몇 가지 핵심을 식별하는 것입니다. 원작을 처음부터 그토록 사랑받게 만든 DNA를 정의하는 것이죠. 《레지던트 이블 4》에는 빠른 전개, B급 영화를 연상케하는 대화 적에 대한 다양한 대처법,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재미 등이 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의 디자이너들도 비슷한 접근을 했습니다. "SF 공포, 끊김 없는 몰입 창의적인 게임 플레이"를 핵심으로 삼았죠. 개발자는 "모든 새로움, 개선점 등은 이러한 핵심들 중 하나에 반드시 들어맞아야 했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핵심들이 기능이 아니라 감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학이 아니라 미학이어야 하죠. 이전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되네요. 이를 통해 개발자는 게임이 주는 느낌을 망치지 않은 채 게임의 작동 방식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온은 칼을 사용해 막기와 암살같은 새로운 동작을 합니다. 이건 레온을 너무 강하게 해서 게임의 느낌을 바꿔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칼이 부러지고 상인이 수리해야 하도록 만들어 레온은 여전히 수세에 있어 리메이크는 원작의 서바이벌 호러 느낌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모든 리메이크에서 고려해야 하는 세 가지 주요 사항을 해결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현대화입니다. 리메이크 게임은 오늘날 출시되는 것이므로 사람들은 빠른 이동이나 빠른 저장같이 최근의 관습적인 편의성 요소를 기대합니다. 또한 어떤 메커니즘들은 기피되는데, 낡았다는 말 대신 안 어울린다고 할까요? 그래서 캡콤은 《RE4》에서 버튼 연타 퀵 타임 이벤트를 제거했습니다. 개발자는 "QTE는 요즘 게임에선 인기 없다"고 말했죠. 하지만 메커니즘을 바꾸는 건 게임의 다른 부분에 연속적인 영향을 미쳐서 게임이 주는 느낌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골든아이》 리마스터를 예로 들면 현대적인 FPS 조작을 도입하는 건 합리적이겠지만 게임이 투박한 입력을 상정하고 만들어져서 음... 게임을 너무 쉽게 만듭니다. 《레지던트 이블 4》도 같은 함정에 빠질 뻔했습니다. 원작에서 레온은 조준과 이동을 동시에 할 수 없었습니다. 권총을 뽑을 때마다 포탑이 되는 셈이었죠. 하지만 이동하면서 사격하지 못하는 건 캡콤이 의도했던 것입니다. 2004년에 "슈팅, 밀리터리 장르가 되는 걸 피했다"라고 밝혔죠. 예상하시듯이 리메이크의 레옹은 전형적인 슈팅 주인공처럼 움직이며 총을 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상쇄하도록 적은 이제 더 공격적이고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레온이 과거보다 더 민첩하게 움직이더라도 게임은 여전히 숨막히는 느낌을 줍니다. 두번째는 원작에 대한 비판을 다루는 것입니다. 제가 원작 《레지던트 이블 4》를 다시 하지 않는다면 그건 애슐리 때문일 겁니다. 이 긴 호위 임무는 게임의 재미를 망치는 성가신 아이 달래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리메이크에서 그녀가 작동하는 방식을 아예 바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을 겁니다. 2005년 이래 여러 게임들 속 파트너들처럼 무적이며 도움을 주는 캐릭터로 바꾸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러면 원작의 역학이 크게 바뀌겠지요. 그래서 캡콤은 더 신중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애슐리의 인공지능, 체력과 특성을 세세히 수정했죠. 어떤 게임도 완벽하지 않고 그러므로 분명 팬이나 개발자에게 잘 맞지 않는 요소는 항상 존재합니다.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에 대해 시리즈 프로듀서 아오누마 에이지는 "당시 게임이 완성된 후에 무언가 다르게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Wii U 버전에서 번거로운 후반 임무들을 빠르게 진행하는 등 몇 가지 환영할 만한 변경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게임을 보다 다가가기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리메이크는 원작을 한 번도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원작을 하다가 그만둔 사람, 시작도 못한 사람들도 있죠. 첫 《레지던트 이블》 리메이크는 의도적으로 새로운 플레이어가 쉽게 플레이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캡콤은 1편이 플레이어를 극단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레지던트 이블》 2부터 4까지 체력 회복, 스냅 조준 등을 갖춘 보조 난이도 설정이 제공됩니다. 오래된 게임은 시작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고 장애가 있는 플레이어를 고려한 경우도 드뭅니다. 그래서 접근성 옵션을 추가하고 다가가기 쉽게 만든 리메이크들이 반갑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은 주목할 만한 대표작으로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다양한 옵션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경점은 선택 사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 · 펄》 리메이크에서 팀 전체 경험치 공유가 추가되었습니다. 즉, 전투에서 승리하면 모든 포켓몬이 경험치를 얻습니다. 이 변화는 밸런스를 무너뜨려 게임을 아무 것도 거칠 것 없이 너무 쉽게 만들었습니다. 더 쉬운 게임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옵션이었겠지만 게임에서 끌 수 없게 되어 있어서 게임이 더 어렵길 원하는 사람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저는 자동으로 서류 가방을 정리하는 《레지던트 이블 4》 리메이크의 이 버튼에 대해서도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제가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되겠지만 저기 있는걸요! 당연히 누를 거에요! 저는 나약한걸요. 보셨다시피 캡콤은 리메이크에서 원작을 완벽하게 재현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캐릭터, 플롯 포인트, 역학, 퍼즐 및 콘텐츠를 자유롭게 변경합니다. 이것은 각 리메이크가 완전 신작처럼 신선하게 느껴지게 하고 원작을 수없이 많이 플레이한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줍니다. 하지만 이는 원작이 준 감각을 기준점 삼아 새로운 변경점을 신중하게 도입한 결과물입니다. 《레지던트 이블 2》는 여전히 무섭고 《레지던트 이블 4》는 여전히 액션으로 가득 찬 롤러코스터죠. 저는 이 점이 또한 《레지던트 이블 3》가 인기없는 이유도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네메시스를 너프함으로써, 질의 무적 스토커를 단순한 세트피스로 치환함으로써 《RE3》는 PS1 원작의 감각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한, 리메이크로서 다소 실패한 게임이 됩니다. 그러나 제대로만 된다면, "리메이크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원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이는 신작 게임이 주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다"라고 캡콤은 말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변경점이 많은 리메이크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리메이크 《사이코》가 "무가치한" 작품으로 비판받는 건 1960년 원작을 오늘날에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리마스터하는 것은 상당히 쉽습니다. 마스터 레코딩으로 돌아가 블루레이같은 최신 형식으로 개선된 장면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는 원작 자료를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시간대, 다른 문화권, 다른 청중과 어울리도록 영화를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마음껏 바꾸세요! 원작은 여전히 있으니까요. 하지만 게임은 다릅니다. 오래된 게임은 낡아가는 하드웨어 속에 갇혀 있고 디지털 게임은 상점에서 내려가고 온라인 게임은 서버가 종료되고 상점 전체가 종료되기도 합니다. 또한 한 게임을 제대로 "리마스터"하는 건 어렵습니다. 실패 사례는 끝이 없습니다. 스위치의 《메트로이드 프라임》같은 훌륭한 리마스터는 좀체 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어떤 플레이어들은, 과거에 좋아했던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리메이크에 기댑니다. 그들은 리메이크가 과거의 게임과 정확히 일치하길 바랍니다. 그들은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고 몇 가지 업데이트 정도가 적용된 게임을 찾습니다. 구스 반 산트 식의 《싸이코》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리메이크가 원작에 완전히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게임을 보존할 더 좋은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원작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퍼블리셔를 높게 평가합니다. 새로운 《레지던트 이블 4》 리메이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든, 결국 아주 훌륭하고 모드를 적용할 수 있는 원작 HD 리마스터도 함께 있으니까요. 《RE4》 리메이크는 2005년 원작을 대체하는 게임이 아니며 미래에 둘 다 다시 플레이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안타깝게도 더 오래된 《레지던트 이블》 게임들은 오늘날 플레이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는 캡콤이 수많은 《록맨》 시리즈 모음집처럼 그 또한 고쳐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다른 개발자들이 모범적인 방법을 잘 보여줍니다. 나이트다이브 스튜디오는 《시스템 쇼크》의 새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지만 지적 재산권을 얻은 후에 원본 게임의 개선판도 출시했고 심지어 온라인에 원작 코드를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메트로이드 제로 미션》에서 바로 《메트로이드 1》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걸 아시나요? 좋습니다. 다만, 이 끔찍한 리마스터판을 위해서 스팀에서 원작 GTA 게임들을 내린 락스타만큼은 되지 마세요. 《워크래프트 3》를 내리고 비참한 리메이크판으로 대체한 블리자드도 있죠.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캡콤은 리메이크의 왕인가요? 아니면 원작에 더 충실한 리메이크를 좋아하시나요? 아래 댓글란에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