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785 --> 00:00:03,012 저에게는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2 00:00:05,038 --> 00:00:07,485 17세부터 3 00:00:07,509 --> 00:00:09,712 저에게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4 00:00:10,884 --> 00:00:14,731 만약 쉽게 긴장하는 편인 저의 성격에 대한 문제라든가 5 00:00:14,755 --> 00:00:17,594 땅에 직접 그렸던 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6 00:00:17,618 --> 00:00:19,903 얼마나 좋을까요. 7 00:00:19,927 --> 00:00:21,346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8 00:00:22,076 --> 00:00:25,336 제가 이 문제를 겪으면서 듣게된 달콤한 사랑고백이라든가 9 00:00:25,360 --> 00:00:27,433 아니면 받았던 선물에 대한 10 00:00:27,457 --> 00:00:29,177 이야기라면 좋을텐데 11 00:00:29,201 --> 00:00:30,677 역시 그런 이야기도 아닙니다. 12 00:00:31,918 --> 00:00:35,097 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13 00:00:35,922 --> 00:00:39,674 끊임없이 질문하며 보냈던 시간들입니다. 14 00:00:39,698 --> 00:00:43,071 어째서, 어째서 나여야 하는가. 15 00:00:45,420 --> 00:00:47,565 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6 00:00:48,268 --> 00:00:51,055 저는 고등학교 졸업반이었고 17 00:00:51,079 --> 00:00:54,202 우리반이 체육 시합에서 이겨서 18 00:00:54,226 --> 00:00:58,945 학급 친구들과 함께 얼싸안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습니다. 19 00:00:58,969 --> 00:01:00,753 그러고는 샤워를 하러 갔지요. 20 00:01:00,777 --> 00:01:02,361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21 00:01:03,241 --> 00:01:05,491 밥을 먹으려고 앉았는데 22 00:01:05,515 --> 00:01:08,065 제 치아가 딱딱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23 00:01:08,089 --> 00:01:10,624 숟가락을 입에 넣을 수도 없었죠. 24 00:01:10,648 --> 00:01:13,202 보건실로 급히 갔습니다. 25 00:01:13,226 --> 00:01:16,402 저는 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입을 가르켰습니다. 26 00:01:17,164 --> 00:01:18,950 보건 선생님은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셨고 27 00:01:18,974 --> 00:01:21,058 그래서 일단 저를 눕혔습니다. 28 00:01:21,082 --> 00:01:22,354 그러자 좀 나아졌습니다. 29 00:01:22,378 --> 00:01:24,841 몇 분 후 치아가 부딪히는 것은 멈췄지요. 30 00:01:24,865 --> 00:01:29,293 저는 서둘러 나가려는데 선생님은 안된다고 하시며 31 00:01:29,317 --> 00:01:33,447 기숙사로 가서 자야한다고 하셨습니다. 32 00:01:34,265 --> 00:01:37,382 당시에 저는 고등학교 졸업반이었고 33 00:01:37,406 --> 00:01:41,961 마지막 시험을 몇 달 앞두고 있었습니다. 34 00:01:41,985 --> 00:01:46,874 며칠 뒤에는 제가 사는 케냐의 '목스'라는 시험 봐야했죠. 35 00:01:46,898 --> 00:01:52,579 그 시험은 고등학교 마지막 시험에 대비하는 모의고사 같은 것이었습니다. 36 00:01:52,603 --> 00:01:54,895 저는 자러 갈 수가 없었죠. 37 00:01:54,919 --> 00:01:57,363 남은 시험들이 저를 옥죄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38 00:01:57,387 --> 00:02:00,390 저는 교실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고 39 00:02:00,414 --> 00:02:02,769 케냐 역사 공책을 폈습니다. 40 00:02:02,793 --> 00:02:06,558 케냐의 해안가 마을인 기리아마에서 41 00:02:06,582 --> 00:02:09,065 영국 식민 통치에 대항하기 위해 사람들을 이끌었던 42 00:02:09,089 --> 00:02:14,087 위대한 '메카틸릴리 와 멘자'에 대해 배우고 있었습니다. 43 00:02:15,499 --> 00:02:18,415 바로 그때, 어떤 예고도 없이 44 00:02:18,439 --> 00:02:21,216 저의 왼쪽 손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45 00:02:22,555 --> 00:02:25,291 제 손은 마치 시험지에 답을 표시하는 것 같은 모양이었죠. 46 00:02:26,073 --> 00:02:28,479 수시로 반복되었고 47 00:02:29,133 --> 00:02:32,328 한 번씩 휘두를 때마다 48 00:02:32,352 --> 00:02:35,835 반 친구들은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49 00:02:35,859 --> 00:02:37,893 저를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50 00:02:38,556 --> 00:02:41,227 저는 어떻게든 멈춰보려고 노력했지만 51 00:02:41,251 --> 00:02:42,907 그럴 수 없었습니다. 52 00:02:42,931 --> 00:02:44,981 한 번 발생할 때마다 끝나는 주기가 있었거든요. 53 00:02:46,287 --> 00:02:50,909 그리고 모두가 쳐다보는 가운데 54 00:02:50,933 --> 00:02:55,123 이것이 간질 증상이라는 55 00:02:55,147 --> 00:02:57,956 본격적인 간질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56 00:02:57,980 --> 00:03:03,133 15년 동안 저를 괴롭혔던 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57 00:03:05,541 --> 00:03:12,096 발작은 간질의 대표적 증상이고 58 00:03:12,120 --> 00:03:16,598 발작이 처음 발생하면 이것이 간질로 인한 것인지 59 00:03:16,622 --> 00:03:19,125 혹은 다른 병으로 인한 증상인지 60 00:03:19,149 --> 00:03:21,835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61 00:03:21,859 --> 00:03:25,715 제 경우에는 간질로 확진을 받았습니다. 62 00:03:26,271 --> 00:03:31,166 저는 주로 집이나 병원에 있었습니다. 63 00:03:31,190 --> 00:03:34,475 기말고사를 보러 학교에 간 게 전부였지요. 64 00:03:35,435 --> 00:03:39,284 시험 중에도 발작이 발생했고요. 65 00:03:39,308 --> 00:03:41,444 하지만 가까스로 좋은 성적을 받아 66 00:03:41,468 --> 00:03:46,358 나이로비 대학의 보험 통계학과에 합격했습니다. 67 00:03:46,367 --> 00:03:49,815 (박수) 68 00:03:52,710 --> 00:03:57,273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 2학년 때 자퇴를 해야했습니다. 69 00:03:57,297 --> 00:03:59,740 저의 문제 해결 능력은 부족했고 70 00:03:59,764 --> 00:04:01,900 저를 도와줄 기관은 없었습니다. 71 00:04:02,495 --> 00:04:04,405 다행히도 일자리를 얻게 되었지만 72 00:04:05,230 --> 00:04:09,914 직장에서 발작을 한 번 일으키자 곧 해고되었습니다. 73 00:04:10,701 --> 00:04:14,825 그래서 이런 일을 74 00:04:14,849 --> 00:04:18,281 왜 제가 겪어야만 하는지 75 00:04:18,305 --> 00:04:20,776 끊임없이 저 자신에게 물었지요. 76 00:04:21,728 --> 00:04:24,586 오랜 기간 부정했습니다. 77 00:04:25,444 --> 00:04:32,305 자퇴나 해고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78 00:04:32,329 --> 00:04:35,049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79 00:04:35,703 --> 00:04:39,718 아니면 간질에 관해서 들은 정보나 80 00:04:39,742 --> 00:04:42,327 간질 환자들의 삶을 듣게된 후부터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81 00:04:42,351 --> 00:04:44,583 간질 환자들은 스스로 살아갈 수도 없었고 82 00:04:44,607 --> 00:04:46,848 혼자서는 여행도 할 수 없었으며 83 00:04:46,872 --> 00:04:48,292 일도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84 00:04:49,371 --> 00:04:51,220 그들은 늘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85 00:04:51,244 --> 00:04:55,067 낙오자라고 생각했습니다. 86 00:04:56,662 --> 00:05:00,289 그리고 제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수록 87 00:05:00,313 --> 00:05:03,990 발작은 더 심해졌고 88 00:05:04,014 --> 00:05:07,119 다리는 묶인 채로 지내야 했습니다. 89 00:05:07,143 --> 00:05:10,564 발음 역시 불명확했죠. 90 00:05:10,588 --> 00:05:14,249 수일 동안 저는 이런 모습으로 지내야 했습니다. 91 00:05:15,047 --> 00:05:17,080 간질 발작을 겪고 이삼일 후에도 92 00:05:17,104 --> 00:05:20,334 머리와 손에 경련 증상이 남아있었습니다. 93 00:05:22,259 --> 00:05:23,863 전 마치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94 00:05:24,680 --> 00:05:26,624 방황했고 95 00:05:27,533 --> 00:05:28,990 때로는 96 00:05:30,776 --> 00:05:32,495 살 의지마저 잃었습니다. 97 00:05:41,724 --> 00:05:43,066 (한숨) 98 00:05:48,557 --> 00:05:51,092 좌절감으로 고통스러웠죠. 99 00:05:52,001 --> 00:05:53,548 그러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00 00:05:53,572 --> 00:05:56,411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제가 가진 질문에 대한 101 00:05:56,435 --> 00:05:58,390 답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102 00:05:59,109 --> 00:06:01,811 그리고 제가 느끼는 고통과 의문에 대하여 103 00:06:01,835 --> 00:06:03,135 글을 썼습니다. 104 00:06:03,929 --> 00:06:08,196 저의 좋았던 날들, 나빴던 날들과 제가 겪은 매우 험한 날들 105 00:06:08,220 --> 00:06:09,970 이 모든 걸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106 00:06:11,078 --> 00:06:12,416 그리고 곧 107 00:06:13,488 --> 00:06:17,119 간질을 겪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과 108 00:06:17,143 --> 00:06:18,577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109 00:06:18,601 --> 00:06:21,437 간질 환자가 아닌 사람들과도요. 110 00:06:21,953 --> 00:06:26,043 끊임없이 "왜 저인가요?"를 묻던 소녀였는데 111 00:06:26,067 --> 00:06:28,854 '자신을 스스로 지키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112 00:06:28,878 --> 00:06:32,370 또한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113 00:06:35,377 --> 00:06:40,227 (박수) 114 00:06:43,081 --> 00:06:47,025 하루에 두 세 번 꼴로 발생했던 간질 발작은 115 00:06:47,049 --> 00:06:50,456 1년에 두 세 번으로 횟수가 줄었습니다. 116 00:06:50,480 --> 00:06:51,690 그리고 117 00:06:51,714 --> 00:06:55,678 (박수) 118 00:06:57,479 --> 00:07:00,083 그리고 더 나아가 5명의 직원을 고용해서 119 00:07:00,107 --> 00:07:02,368 케냐 최초의 무료 정신건강과 120 00:07:02,392 --> 00:07:05,470 간질 환자 도우미 센터를 시작하였습니다. 121 00:07:05,862 --> 00:07:07,184 그리고 저는 122 00:07:07,208 --> 00:07:09,505 (박수) 123 00:07:09,529 --> 00:07:14,027 저는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제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124 00:07:14,051 --> 00:07:16,408 간질 환자들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125 00:07:16,432 --> 00:07:20,789 여겨졌던 것들에 대하여 전합니다. 126 00:07:21,290 --> 00:07:26,939 매년 전 세계에서 나이로비 인구의 80% 정도 되는 사람들이 127 00:07:26,939 --> 00:07:30,758 간질로 진단을 받습니다. 128 00:07:31,346 --> 00:07:32,505 그리고 저처럼 그들도 129 00:07:32,529 --> 00:07:37,459 낙오자나 외톨이가 된 것 같은 감정들로 고통을 겪습니다. 130 00:07:38,602 --> 00:07:42,078 그래서 저는 평생 계속 131 00:07:42,102 --> 00:07:44,686 대화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132 00:07:44,710 --> 00:07:47,885 그리고 제 문제를 계속 고백할 것입니다. 133 00:07:47,909 --> 00:07:52,763 간질 환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 문제를 알게 되겠지요. 134 00:07:52,763 --> 00:07:55,224 그리고 계속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135 00:07:55,248 --> 00:07:58,428 우리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도 괜찮다는 것을요. 136 00:07:58,452 --> 00:08:04,012 그리고 간질 환자들 스스로가 낙오자 혹은 외톨이가 되었다는 137 00:08:04,036 --> 00:08:06,253 마음의 벽을 없앤다면 우리 역시 138 00:08:06,277 --> 00:08:09,957 우리 앞에 놓인 삶의 어떤 일들도 해낼 수가 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139 00:08:09,981 --> 00:08:11,164 감사합니다. 140 00:08:11,188 --> 00:08:15,591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