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3,170 --> 00:00:06,151 버스에서 내리면서 2 00:00:06,151 --> 00:00:07,896 다시 뒤를 돌아 모퉁이로 향했습니다. 3 00:00:07,896 --> 00:00:11,284 점자 수업에 가기 위해서였죠. 4 00:00:11,284 --> 00:00:13,394 당시는 2009년 겨울이었습니다. 5 00:00:13,394 --> 00:00:15,815 앞을 볼 수 없게 된 지 1년 정도 됐을 때였죠. 6 00:00:15,815 --> 00:00:17,948 그때까진 괜찮았습니다. 7 00:00:17,948 --> 00:00:19,855 안전하게 길을 건너기 위해 8 00:00:19,855 --> 00:00:21,316 왼쪽으로 돌아 9 00:00:21,316 --> 00:00:23,920 보행자용 음성 신호 버튼을 누르고 10 00:00:23,920 --> 00:00:25,844 신호를 기다렸습니다. 11 00:00:25,844 --> 00:00:27,933 안내가 나오고 전 길을 건너 12 00:00:27,933 --> 00:00:29,606 무사히 반대편에 도착했죠. 13 00:00:29,606 --> 00:00:31,702 인도에 도착하니 14 00:00:31,702 --> 00:00:34,396 제 앞에서 쇠로 된 의자가 15 00:00:34,396 --> 00:00:38,552 콘크리트 인도 위로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16 00:00:38,552 --> 00:00:40,469 그 모퉁이에 카페가 하나 있거든요. 17 00:00:40,469 --> 00:00:42,115 그 카페의 야외석 의자였습니다. 18 00:00:42,115 --> 00:00:43,511 그래서 왼쪽으로 비켜서 19 00:00:43,511 --> 00:00:45,355 조금 더 길에 가깝게 섰습니다. 20 00:00:45,355 --> 00:00:48,995 그러자 의자도 같이 움직이더군요. 21 00:00:48,995 --> 00:00:51,076 제가 잘못 안 줄 알았어요. 22 00:00:51,076 --> 00:00:52,914 그래서 이번엔 오른쪽으로 움직였습니다. 23 00:00:52,914 --> 00:00:56,409 이번에도 의자가 저를 따라 똑같이 움직였습니다. 24 00:00:56,409 --> 00:00:58,774 조금 불안해졌어요. 25 00:00:58,774 --> 00:01:00,387 다시 왼쪽으로 움직이자 26 00:01:00,387 --> 00:01:01,676 의자도 다시 움직이며 27 00:01:01,676 --> 00:01:04,284 제 진로를 막았습니다. 28 00:01:04,284 --> 00:01:07,286 그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29 00:01:07,286 --> 00:01:08,871 그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30 00:01:08,871 --> 00:01:12,132 "거기 누구세요? 뭐하시는 겁니까?" 31 00:01:12,132 --> 00:01:14,384 그러자 제 목소리 너머로 32 00:01:14,384 --> 00:01:17,069 어디선가 낯설지 않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33 00:01:17,069 --> 00:01:18,915 익숙한 소리가 들리자 34 00:01:18,915 --> 00:01:20,778 이번엔 무슨 일인지 재빨리 머리를 굴렸습니다. 35 00:01:20,778 --> 00:01:22,709 그리고 왼손을 뻗어 36 00:01:22,709 --> 00:01:26,113 손가락으로 더듬어보니 털이 느껴졌습니다. 37 00:01:26,113 --> 00:01:28,664 귀도 있더라고요. 38 00:01:28,664 --> 00:01:32,926 골든리트리버 같은 개의 귀였습니다. 39 00:01:32,926 --> 00:01:34,915 개의 목줄이 의자에 묶여 있었고 40 00:01:34,915 --> 00:01:36,652 주인은 커피를 사러 안으로 들어간 거였죠. 41 00:01:36,652 --> 00:01:38,444 개는 그저 제게 인사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42 00:01:38,444 --> 00:01:41,782 제가 귀 뒤를 긁어주기라도 바랐겠죠. 43 00:01:41,782 --> 00:01:44,394 절 도와주려 했는지도 모르죠. 44 00:01:44,394 --> 00:01:46,773 (웃음) 45 00:01:46,773 --> 00:01:49,182 이 일화는 46 00:01:49,182 --> 00:01:52,381 앞이 보이지 않는 채로 다닐 때 경험하는 47 00:01:52,381 --> 00:01:55,284 두려움과 오해를 48 00:01:55,284 --> 00:01:56,607 보여줍니다. 49 00:01:56,607 --> 00:01:59,568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50 00:01:59,568 --> 00:02:02,468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겠죠. 51 00:02:02,468 --> 00:02:06,369 이 이야기는 잠시 멈추고 다른 상황을 살펴봅시다. 52 00:02:06,369 --> 00:02:08,928 2008년 성 패트릭의 날이었습니다. 53 00:02:08,928 --> 00:02:11,515 저는 뇌종양 수술을 받기 위해 54 00:02:11,515 --> 00:02:13,709 병원을 찾았습니다. 55 00:02:13,709 --> 00:02:15,796 수술은 성공적이었어요. 56 00:02:15,796 --> 00:02:18,965 이틀 후,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57 00:02:18,965 --> 00:02:22,487 3일째가 되자 완전히 시력을 잃었죠. 58 00:02:22,487 --> 00:02:24,584 그 순간 극도의 공포와 혼란, 59 00:02:24,584 --> 00:02:28,473 무력감이 엄습했습니다. 60 00:02:28,473 --> 00:02:30,922 누구라도 그럴 거예요. 61 00:02:30,922 --> 00:02:33,414 하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니 62 00:02:33,414 --> 00:02:35,165 아직도 감사할 것이 많다는걸 63 00:02:35,165 --> 00:02:38,089 알게 되었습니다. 64 00:02:38,089 --> 00:02:41,085 특히 저희 아버지의 경우에는 65 00:02:41,085 --> 00:02:43,282 뇌수술의 부작용으로 66 00:02:43,282 --> 00:02:45,385 돌아가셨거든요. 67 00:02:45,385 --> 00:02:50,476 그때 아버지는 서른여섯, 저는 일곱 살이었습니다. 68 00:02:50,476 --> 00:02:53,169 앞으로 제게 무슨 일이 생길지 69 00:02:53,169 --> 00:02:55,401 겁이 나는 것도 당연하고 70 00:02:55,401 --> 00:02:58,035 어떤 일이 생길지 짐작도 할 수 없었지만 71 00:02:58,035 --> 00:02:59,793 전 살아있잖아요. 72 00:02:59,793 --> 00:03:02,505 제 아들에게 아빠 노릇도 할 수 있고요. 73 00:03:02,505 --> 00:03:04,392 게다가 앞을 못보는 사람이 74 00:03:04,392 --> 00:03:06,005 이 세상에 저 뿐만은 아니니까요. 75 00:03:06,005 --> 00:03:08,154 온갖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으니 76 00:03:08,154 --> 00:03:10,471 앞을 볼 수 없어도 의미있고 활기차게 77 00:03:10,471 --> 00:03:13,033 살 수 있도록 도와줄 테크닉과 훈련법을 78 00:03:13,033 --> 00:03:14,635 배우면 되죠. 79 00:03:14,635 --> 00:03:16,782 며칠이 지나고 퇴원했을 때 80 00:03:16,782 --> 00:03:19,486 제겐 미션이 있었습니다. 81 00:03:19,486 --> 00:03:21,616 어서 최고의 훈련을 받아서 82 00:03:21,616 --> 00:03:26,780 최대한 빨리 제 삶을 되찾는 미션이었죠. 83 00:03:26,780 --> 00:03:30,828 채 6개월이 되지 않아 저는 복직을 했고 84 00:03:30,828 --> 00:03:32,430 훈련도 시작했습니다. 85 00:03:32,430 --> 00:03:34,090 2인용 자전거도 타게 되었죠. 86 00:03:34,090 --> 00:03:35,715 사이클을 같이 하던 친구들과요. 87 00:03:35,715 --> 00:03:38,412 출근도 혼자 할 수 있었고 88 00:03:38,412 --> 00:03:40,887 거리를 걷고 버스도 탔습니다. 89 00:03:40,887 --> 00:03:43,650 힘든 일이었어요. 90 00:03:43,650 --> 00:03:45,917 이렇게 정신없이 적응하는 와중에 91 00:03:45,917 --> 00:03:48,889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92 00:03:48,889 --> 00:03:52,637 제가 눈으로 직접 본 것과 93 00:03:52,637 --> 00:03:56,577 시력을 잃은 후의 경험이 공존하는 것이었습니다. 94 00:03:56,577 --> 00:03:59,250 같은 장소, 같은 사람에 대한 경험인데도요. 95 00:03:59,250 --> 00:04:02,753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말이죠. 96 00:04:02,753 --> 00:04:04,649 그로 인해 통찰력이 생겼습니다. 97 00:04:04,649 --> 00:04:06,146 마음의 눈으로 보는 통찰이죠. 98 00:04:06,146 --> 00:04:09,535 시력을 잃고 나서부터요. 99 00:04:09,535 --> 00:04:12,502 이러한 통찰력은 소소한 일상부터 100 00:04:12,502 --> 00:04:14,167 진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101 00:04:14,167 --> 00:04:16,735 진부함과 즐거움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었습니다. 102 00:04:16,735 --> 00:04:19,752 건축가인 저로서는 103 00:04:19,752 --> 00:04:22,266 같은 장소, 같은 도시에 대한 104 00:04:22,266 --> 00:04:24,551 이 두 가지 경험의 극명한 대비가 105 00:04:24,551 --> 00:04:26,564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자리 잡은 덕택에 106 00:04:26,564 --> 00:04:28,770 정말 다양한 종류의 통찰력을 얻었습니다. 107 00:04:28,770 --> 00:04:31,944 도시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죠. 108 00:04:31,944 --> 00:04:33,818 그중 최고봉은 아무래도 109 00:04:33,818 --> 00:04:35,812 시각 장애인들에게도 도시라는 공간이 110 00:04:35,812 --> 00:04:39,752 굉장히 매력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111 00:04:39,752 --> 00:04:42,073 또 놀라운 점은 112 00:04:42,073 --> 00:04:45,441 무관심하고 차가운 성격만큼이나 113 00:04:45,441 --> 00:04:48,921 친절하고 따뜻한 곳이 도시라는 것이죠. 114 00:04:48,921 --> 00:04:50,684 그리고 저도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115 00:04:50,684 --> 00:04:52,673 시각 장애인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116 00:04:52,673 --> 00:04:56,742 퍽 긍정적이라는 사실을요. 117 00:04:56,742 --> 00:04:59,996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118 00:04:59,996 --> 00:05:02,556 이야기를 옮겨서 그 이유를 119 00:05:02,556 --> 00:05:07,918 알아보도록 하죠. 120 00:05:07,918 --> 00:05:11,540 시력을 잃은 사람들이 받는 회복 훈련의 기본은 121 00:05:11,540 --> 00:05:15,411 시각 이외의 감각 활용을 배우는 것입니다. 122 00:05:15,411 --> 00:05:18,637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쓰지 않을 감각이겠죠. 123 00:05:18,637 --> 00:05:21,182 감각을 통한 새로운 세상이 124 00:05:21,182 --> 00:05:22,631 열리는 겁니다. 125 00:05:22,631 --> 00:05:24,159 저를 사로잡은 것은 제 주변에서 들려오는 126 00:05:24,159 --> 00:05:27,135 온갖 소리의 향연이었습니다. 127 00:05:27,135 --> 00:05:28,427 현재 나의 위치와 이동 방법, 128 00:05:28,427 --> 00:05:30,309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129 00:05:30,309 --> 00:05:33,114 필요한 정보죠. 130 00:05:33,114 --> 00:05:35,838 지팡이를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131 00:05:35,838 --> 00:05:39,752 질감의 차이에 익숙해지면 이를 바탕으로 132 00:05:39,752 --> 00:05:42,186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를 가는지 알 수 있는 것도 133 00:05:42,186 --> 00:05:43,728 같은 맥락이고요. 134 00:05:43,728 --> 00:05:46,620 얼굴에서 느껴지는 해의 위치와 135 00:05:46,620 --> 00:05:49,449 목을 스치는 바람도 136 00:05:49,449 --> 00:05:51,649 나와 내 주변 사물의 위치를 알려주고, 137 00:05:51,649 --> 00:05:53,342 내가 얼마나 이동했는지 138 00:05:53,342 --> 00:05:56,847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139 00:05:56,847 --> 00:05:59,280 냄새도 마찬가지죠. 140 00:05:59,280 --> 00:06:01,981 어느 도시나 구역이든 그곳만의 냄새가 있어요. 141 00:06:01,981 --> 00:06:05,022 주변의 장소와 사물도요. 142 00:06:05,022 --> 00:06:06,814 운이 좋다면 냄새만 따라가도 143 00:06:06,814 --> 00:06:10,243 가보고 싶었던 새 빵집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144 00:06:10,243 --> 00:06:11,952 이 모든 게 저에게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145 00:06:11,952 --> 00:06:14,957 앞을 보지 않고 느끼는 것들이 146 00:06:14,957 --> 00:06:17,510 눈으로 보고 알던 때보다 147 00:06:17,510 --> 00:06:19,945 훨씬 더 복합적인 감각에 의한 148 00:06:19,945 --> 00:06:22,970 경험임을 알게 되었거든요. 149 00:06:22,970 --> 00:06:25,710 또 하나 놀라운 것은 150 00:06:25,710 --> 00:06:27,342 도시의 빠른 변화였습니다. 151 00:06:27,342 --> 00:06:29,079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152 00:06:29,079 --> 00:06:31,268 자기중심적입니다. 153 00:06:31,268 --> 00:06:33,081 자기 일에만 몰두하죠. 154 00:06:33,081 --> 00:06:34,348 그렇지만 시력을 잃게 되면 155 00:06:34,348 --> 00:06:37,147 상황이 전혀 달라집니다. 156 00:06:37,147 --> 00:06:38,626 누가 누굴 보는지 알 수는 없지만 157 00:06:38,626 --> 00:06:42,175 많은 사람이 절 쳐다본다고 짐작할 수 있거든요. 158 00:06:42,175 --> 00:06:44,323 그게 큰 문제는 아니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159 00:06:44,323 --> 00:06:47,352 여기저기서 조언이 빗발칩니다. 160 00:06:47,352 --> 00:06:49,672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이거 조심해라 161 00:06:49,672 --> 00:06:51,749 유용한 정보도 많죠. 162 00:06:51,749 --> 00:06:54,235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그 반대도 적지 않습니다. 163 00:06:54,235 --> 00:06:57,804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알아야 하니까요. 164 00:06:57,804 --> 00:07:01,357 별 필요가 없는 잘못된 정보일 때도 있습니다. 165 00:07:01,357 --> 00:07:04,368 하지만 넓게 보면 다 괜찮아요. 166 00:07:04,368 --> 00:07:05,904 오클랜드에 갔을 때였습니다. 167 00:07:05,904 --> 00:07:08,791 브로드웨이를 걷다 모퉁이에 서서 168 00:07:08,791 --> 00:07:11,598 음성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죠. 169 00:07:11,598 --> 00:07:14,084 신호가 나와서 길을 건너려던 순간, 170 00:07:14,084 --> 00:07:16,116 갑자기 누군가 제 오른손을 171 00:07:16,116 --> 00:07:17,796 덥석 잡았습니다. 172 00:07:17,796 --> 00:07:20,208 그리고 제 팔을 낚아채더니 횡단보도로 끌고 가서 173 00:07:20,208 --> 00:07:21,882 저를 질질 끌며 길을 건넜습니다. 174 00:07:21,882 --> 00:07:24,134 중국인이었어요. 175 00:07:24,134 --> 00:07:25,542 (웃음) 176 00:07:25,542 --> 00:07:29,681 이 사람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었습니다. 177 00:07:29,681 --> 00:07:31,404 안전하게 길을 건너기는 했어요. 178 00:07:31,404 --> 00:07:33,754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179 00:07:33,754 --> 00:07:35,550 하지만 분명히 좀 더 예의 있게 180 00:07:35,550 --> 00:07:37,723 도와주실 수도 있거든요. 181 00:07:37,723 --> 00:07:39,245 저희는 여러분이 보이지도 않으니 182 00:07:39,245 --> 00:07:41,225 간단하게 인사부터 해주시고 나서 183 00:07:41,225 --> 00:07:43,361 "도와드릴까요?" 184 00:07:43,361 --> 00:07:46,412 제가 시력을 잃고 나서 185 00:07:46,412 --> 00:07:49,030 오클랜드는 많이 변했습니다. 186 00:07:49,030 --> 00:07:51,532 정말 놀랐어요. 187 00:07:51,532 --> 00:07:53,699 볼 수 있을 때는 꽤 괜찮은 도시였습니다. 188 00:07:53,699 --> 00:07:56,275 멋있었죠. 189 00:07:56,275 --> 00:07:57,544 그렇지만 시력을 잃은 후엔 190 00:07:57,544 --> 00:07:59,859 브로드웨이를 걷다 보면 191 00:07:59,859 --> 00:08:03,070 온통 격려의 물결이었습니다. 192 00:08:03,070 --> 00:08:04,624 "조심하세요." 193 00:08:04,624 --> 00:08:06,887 "힘내요, 이 사람아." 194 00:08:06,887 --> 00:08:08,637 "신께서 지켜주실 거요." 195 00:08:08,637 --> 00:08:10,497 볼 수 있을 때는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196 00:08:10,497 --> 00:08:11,833 (웃음) 197 00:08:11,833 --> 00:08:18,158 샌프란시스코에서도요. 시력을 잃은 후였는데 말이죠. 198 00:08:18,158 --> 00:08:21,150 저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처지인 다른 친구들도 199 00:08:21,150 --> 00:08:22,743 이런 점이 신경 쓰인다고 합니다. 200 00:08:22,743 --> 00:08:24,792 흔히 생각하시길 201 00:08:24,792 --> 00:08:27,936 동정에서 우러나온 말이라고 하죠. 202 00:08:27,936 --> 00:08:31,049 그렇지만 저는 인간적인 공감, 203 00:08:31,049 --> 00:08:34,159 유대감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204 00:08:34,159 --> 00:08:36,019 그래서 기분이 가라앉을 땐 205 00:08:36,019 --> 00:08:37,927 오클랜드 시내의 브로드웨이로 나가서 206 00:08:37,927 --> 00:08:40,586 산책을 합니다. 그럼 그 순간 바로 207 00:08:40,586 --> 00:08:43,857 기분이 좋아져요. 208 00:08:43,857 --> 00:08:45,892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209 00:08:45,892 --> 00:08:47,674 장애와 실명은 210 00:08:47,674 --> 00:08:50,394 민족, 사회적 지위, 인종이나 211 00:08:50,394 --> 00:08:53,120 경제적 구분을 막론함을 알 수 있습니다. 212 00:08:53,120 --> 00:08:56,955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균등한 입장이 되는 겁니다. 213 00:08:56,955 --> 00:08:59,398 누구든지요. 214 00:08:59,398 --> 00:09:01,959 장애인 모임에서 듣기로는 215 00:09:01,959 --> 00:09:04,461 이 세상엔 딱 두 종류의 사람만 있다고 합니다. 216 00:09:04,461 --> 00:09:06,220 장애가 있는 사람과 217 00:09:06,220 --> 00:09:10,882 아직 자신의 장애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218 00:09:10,882 --> 00:09:13,003 보는 관점의 차이겠지만 219 00:09:13,003 --> 00:09:15,252 참 아름다운 표현이에요. 220 00:09:15,252 --> 00:09:17,428 훨씬 포용력이 있잖아요. 221 00:09:17,428 --> 00:09:19,533 우리와 그들의 대립, 222 00:09:19,533 --> 00:09:22,101 비장애와 장애의 대립보다는요. 223 00:09:22,101 --> 00:09:24,879 인생의 나약한 면을 표현하는 224 00:09:24,879 --> 00:09:28,183 더 솔직하고 공손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225 00:09:28,183 --> 00:09:30,108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얘기는 226 00:09:30,108 --> 00:09:34,176 도시가 맹인에게도 괜찮은 곳일뿐더러, 227 00:09:34,176 --> 00:09:37,355 저희를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228 00:09:37,355 --> 00:09:39,393 이건 확실한 사실이에요. 229 00:09:39,393 --> 00:09:40,989 그래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230 00:09:40,989 --> 00:09:44,429 시각 장애인도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원형입니다. 231 00:09:44,429 --> 00:09:47,714 새로운 도시 구조를 설계할 때 232 00:09:47,714 --> 00:09:49,575 틀을 완성한 후 고려할 요소가 아닌 233 00:09:49,575 --> 00:09:51,808 첫 단계부터 포함해야 합니다. 234 00:09:51,808 --> 00:09:54,861 완성 후에는 너무 늦어요. 235 00:09:54,861 --> 00:09:58,045 시각 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도시를 설계한다면 236 00:09:58,045 --> 00:10:02,630 쾌적하고 걷기 좋은 것은 물론, 237 00:10:02,630 --> 00:10:04,744 길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238 00:10:04,744 --> 00:10:08,176 인도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239 00:10:08,176 --> 00:10:10,498 시각 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도시를 설계한다면 240 00:10:10,498 --> 00:10:13,618 인도가 더욱 위험이 적고 친근하게 느껴지겠죠. 241 00:10:13,618 --> 00:10:15,971 건물 사이의 간격도 조정되고 242 00:10:15,971 --> 00:10:19,410 사람과 차의 간격도 균형을 찾고요. 243 00:10:19,410 --> 00:10:23,467 사실 자동차가 왜 필요한가요? 244 00:10:23,467 --> 00:10:26,552 앞이 안 보이면 운전도 안 하잖아요. (웃음) 245 00:10:26,552 --> 00:10:29,915 제가 운전하면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웃음) 246 00:10:29,915 --> 00:10:32,625 시각 장애인을 고려한 도시 설계로 247 00:10:32,625 --> 00:10:35,268 활발하고 원활한 248 00:10:35,268 --> 00:10:38,960 교통 시스템의 이용이 더욱 쉬워집니다. 249 00:10:38,960 --> 00:10:40,562 시내의 구석구석은 물론 250 00:10:40,562 --> 00:10:43,581 주변 지역까지 연결되는 시스템이죠. 251 00:10:43,581 --> 00:10:45,647 시각 장애인을 고려하여 도시를 설계한다면 252 00:10:45,647 --> 00:10:48,466 일자리도 늘어나고요. 253 00:10:48,466 --> 00:10:49,796 저희도 일자리를 구하거든요. 254 00:10:49,796 --> 00:10:52,235 먹고 살아야죠. 255 00:10:52,235 --> 00:10:54,991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시 설계로 256 00:10:54,991 --> 00:10:57,060 모두를 위한 도시, 257 00:10:57,060 --> 00:10:59,938 더욱 공정하고 포용력 있는 258 00:10:59,938 --> 00:11:03,544 도시가 될 수 있음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259 00:11:03,544 --> 00:11:05,764 시력을 잃기 전의 제 경험으로 볼 때도 260 00:11:05,764 --> 00:11:07,742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도시잖아요. 261 00:11:07,742 --> 00:11:11,089 눈이나 다른 부분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262 00:11:11,089 --> 00:11:13,573 아직 자신의 장애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도요. 263 00:11:13,573 --> 00:11:16,185 고맙습니다. 264 00:11:16,185 --> 00:11:20,185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