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14,605 --> 00:00:19,716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생충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2
00:00:19,716 --> 00:00:21,551
수백만의 기생충을 고를 수 있는데

3
00:00:21,551 --> 00:00:22,866
바로 이거에요.

4
00:00:22,866 --> 00:00:24,336
보석말벌이라고 부르죠.

5
00:00:24,336 --> 00:00:27,283
보석말벌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볼 수 있습니다.

6
00:00:27,283 --> 00:00:28,608
2cm 정도 길이에

7
00:00:28,608 --> 00:00:30,997
예쁘게 생긴 기생충입니다.

8
00:00:30,997 --> 00:00:32,659
자, 여러분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죠.

9
00:00:32,659 --> 00:00:34,225
"이건 기생충이 아니지.

10
00:00:34,225 --> 00:00:35,153
촌충이 아니잖아.

11
00:00:35,153 --> 00:00:35,895
바이러스도 아니고.

12
00:00:35,895 --> 00:00:38,639
어떻게 말벌을 
기생충이라 할 수 있어?"

13
00:00:38,639 --> 00:00:40,553
어쩌면 여러분은 보통 말벌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14
00:00:40,553 --> 00:00:45,008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종이 둥지를 지어서 
집으로 삼는 말벌 말입니다.

15
00:00:45,008 --> 00:00:48,663
하지만 보석말벌은

16
00:00:48,663 --> 00:00:52,721
살아있는 바퀴벌레를 
집으로 만들어버립니다.

17
00:00:54,627 --> 00:00:57,669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보시죠.

18
00:00:57,669 --> 00:01:00,552
보석말벌이 날아다니면서
바퀴벌레를 찾습니다.

19
00:01:00,552 --> 00:01:03,719
바퀴벌레를 찾으면, 내려와 
바퀴벌레의 날개를 물어뜯습니다.

20
00:01:03,719 --> 00:01:04,933
자, 제가 바퀴벌레가 되어보죠.

21
00:01:04,933 --> 00:01:06,273
으악! 으악!

22
00:01:06,273 --> 00:01:08,352
바퀴벌레는 보석말벌을 
떨쳐내려 합니다.

23
00:01:08,352 --> 00:01:10,671
"나한테서 떨어지라구!"

24
00:01:10,671 --> 00:01:14,551
말벌은 잽싸게
바퀴벌레를 쏘아버리죠.

25
00:01:14,551 --> 00:01:17,045
갑자기 바퀴벌레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26
00:01:17,045 --> 00:01:18,474
1분 정도 움직일 수 없어요.

27
00:01:18,474 --> 00:01:21,095
그리고는 회복이 되어서

28
00:01:21,095 --> 00:01:22,843
일어납니다.

29
00:01:22,843 --> 00:01:24,294
이제는 달아날 수 있는데

30
00:01:24,294 --> 00:01:26,286
달아나지 않습니다.

31
00:01:26,286 --> 00:01:28,596
달아나고 싶어하질 않아요.

32
00:01:28,596 --> 00:01:30,482
그냥 거기 머물러있습니다.

33
00:01:30,482 --> 00:01:33,571
바퀴벌레는 반쯤 죽은 
노예처럼 되어버리죠.

34
00:01:35,371 --> 00:01:37,435
다시, 제가 만들어낸 얘기가 아닙니다.

35
00:01:37,435 --> 00:01:38,651
말벌은 자리를 떠나

36
00:01:38,651 --> 00:01:41,266
다른 데로 가서 구멍을 찾아

37
00:01:41,266 --> 00:01:44,155
구멍을 파서 굴을 만듭니다.

38
00:01:44,155 --> 00:01:45,586
말벌이 다시 돌아옵니다.

39
00:01:45,586 --> 00:01:48,268
이렇게 하는데 
한 30분쯤 걸려요.

40
00:01:48,268 --> 00:01:51,181
바퀴벌레는 아직도 거기 있습니다.

41
00:01:51,181 --> 00:01:53,697
이제 뭘 할까요?

42
00:01:53,697 --> 00:01:56,917
말벌은 더듬이 하나를

43
00:01:56,917 --> 00:01:58,203
붙잡아서 물어뜯죠.

44
00:01:58,203 --> 00:01:59,134
바퀴벌레의 더듬이를 물어서

45
00:01:59,134 --> 00:02:01,933
잡아당깁니다.

46
00:02:01,933 --> 00:02:04,770
그러면 바퀴벌레가 말하죠. "좋아"

47
00:02:04,770 --> 00:02:07,851
그리고는 줄에 묶인 개처럼 걷습니다.

48
00:02:07,851 --> 00:02:11,765
말벌은 바퀴벌레를 끌고
굴로 들어갑니다.

49
00:02:11,765 --> 00:02:14,744
바퀴벌레가 말하죠.
"좋은 곳이야."

50
00:02:14,744 --> 00:02:16,331
말벌은 자기 일을 하고는

51
00:02:16,331 --> 00:02:17,933
굴에서 나가

52
00:02:17,933 --> 00:02:19,130
굴을 막아버립니다.

53
00:02:19,130 --> 00:02:23,412
아직도 살아있는 바퀴벌레를 
어둠 속에 파묻어버리는 거죠.

54
00:02:23,412 --> 00:02:27,319
바퀴벌레가 말합니다.
"좋아, 네가 바란다면 난 여기 있을께."

55
00:02:27,319 --> 00:02:29,558
자, 바퀴벌레가 자신의 일을 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56
00:02:29,558 --> 00:02:32,278
아, 말벌이 간단한 일을 했죠.

57
00:02:32,278 --> 00:02:34,683
굴을 떠나기 앞서 뭔가 일을 했습니다.

58
00:02:34,683 --> 00:02:37,105
그 일은 알을 낳는 거였는데

59
00:02:37,105 --> 00:02:39,382
바퀴벌레 아래 쪽에 알을 놓습니다.

60
00:02:39,382 --> 00:02:40,729
알이 깨어납니다.

61
00:02:40,729 --> 00:02:42,140
밖으로 나오는 건 
말벌의 애벌레죠.

62
00:02:42,140 --> 00:02:45,792
크고 흉칙한 턱이 달린 
구더기처럼 생겼습니다.

63
00:02:45,792 --> 00:02:49,315
애벌레는 바퀴벌레 몸에 
구멍을 내서

64
00:02:49,315 --> 00:02:51,913
밖에서부터 먹어들어갑니다.

65
00:02:51,913 --> 00:02:55,352
여기서 보시다시피 
애벌레는 더 커집니다.

66
00:02:55,352 --> 00:02:56,922
애벌레가 좀 더 커지면

67
00:02:56,922 --> 00:03:00,457
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갑니다.

68
00:03:00,457 --> 00:03:02,215
바퀴벌레의 몸속으로요.

69
00:03:02,215 --> 00:03:05,800
이제 애벌레는 아직 살아있는 
바퀴벌레 몸 속에 있습니다.

70
00:03:05,800 --> 00:03:09,557
바퀴벌레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71
00:03:09,557 --> 00:03:11,701
이렇게 한달 쯤 갑니다.

72
00:03:11,701 --> 00:03:14,293
애벌레는 자라고, 자라고, 또 자라서,

73
00:03:14,293 --> 00:03:16,678
번데기가 되는데 고치처럼 생겼습니다.

74
00:03:16,678 --> 00:03:18,930
그 안에서 눈이 자라고,

75
00:03:18,930 --> 00:03:19,915
날개가 자라고,

76
00:03:19,915 --> 00:03:21,804
다리가 자랍니다.

77
00:03:21,804 --> 00:03:24,767
바퀴벌레는 아직 살아있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78
00:03:24,767 --> 00:03:27,142
마침내 말벌이 떠날 때가 되고,

79
00:03:27,142 --> 00:03:30,553
결국 그 때 바퀴벌레는 죽습니다.

80
00:03:30,553 --> 00:03:33,140
왜냐하면 다 자란 말벌이

81
00:03:33,140 --> 00:03:36,595
죽어가는 바퀴벌레 몸에서 
빠져나오기 때문이죠.

82
00:03:38,193 --> 00:03:40,966
말벌은 몸을 흔들어 떨쳐내고

83
00:03:40,966 --> 00:03:42,207
굴밖으로 기어나와

84
00:03:42,207 --> 00:03:44,349
짝짓기를 할 다른 말벌을 
찾아 나섭니다.

85
00:03:44,349 --> 00:03:47,960
말도 안 되는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하기 위해서요.

86
00:03:47,960 --> 00:03:50,731
자, 이건 과학 소설이 아니라,

87
00:03:50,731 --> 00:03:54,592
온 세상에서 
날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88
00:03:54,592 --> 00:03:58,343
과학자들은 이걸 
아주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89
00:03:58,343 --> 00:04:01,540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 
알아내려고 합니다.

90
00:04:01,540 --> 00:04:04,212
그 속에 있는 과학을 
실제로 따져보면

91
00:04:04,212 --> 00:04:08,128
여러분은 아주 징그러운 이 말벌을
어쩌면 존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92
00:04:08,128 --> 00:04:12,079
사실 말벌이 바퀴벌레를 공격할 때

93
00:04:12,079 --> 00:04:13,570
마구잡이로 쏘는 게 아닙니다.

94
00:04:13,570 --> 00:04:18,998
두 번을 정확하게 찌릅니다.

95
00:04:18,998 --> 00:04:21,060
말벌은 바퀴벌레의 신경계를
알고 있습니다.

96
00:04:21,060 --> 00:04:23,509
마치 여러분이 손의 뒷면을 아는 것처럼.

97
00:04:23,509 --> 00:04:26,308
처음에는 저기 저곳을 찌르는데

98
00:04:26,308 --> 00:04:28,473
"걸음걸이 발생기"라고 부르는 곳이죠.

99
00:04:28,473 --> 00:04:29,311
여러분도 짐작하시겠지만

100
00:04:29,311 --> 00:04:30,984
거기서 신경세포가 신호를 보내서

101
00:04:30,984 --> 00:04:33,120
다리한테 움직이라고 합니다.

102
00:04:33,120 --> 00:04:36,025
신경 세포가 이들 신호를 보내는

103
00:04:36,025 --> 00:04:36,987
통로를 막아버리는거죠.

104
00:04:36,987 --> 00:04:39,508
그래서 바퀴벌레는 떠나고 싶고,
달아나고 싶지만

105
00:04:39,508 --> 00:04:42,835
다리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106
00:04:42,835 --> 00:04:45,041
그게 한 1분쯤 이어집니다.

107
00:04:45,041 --> 00:04:49,917
이건 정말 복잡한 약리학인데요.

108
00:04:49,917 --> 00:04:51,996
우리는 실제로 같은 방법을 써서

109
00:04:51,996 --> 00:04:53,266
아이버멕틴이라는 약을 써서

110
00:04:53,266 --> 00:04:54,227
사상충증을 치료합니다.

111
00:04:54,227 --> 00:04:55,496
이건 기생충이

112
00:04:55,496 --> 00:04:57,600
눈에 들어가서 생기는 병이죠.

113
00:04:57,600 --> 00:05:00,734
아이버멕틴을 먹으면

114
00:05:00,734 --> 00:05:03,071
같은 방법으로
기생충을 마비시킵니다.

115
00:05:03,071 --> 00:05:05,150
자, 우리는 이 사실을 
1970년대에 알아냈는데

116
00:05:05,150 --> 00:05:08,331
말벌은 수백만 년 동안
이걸 해온거죠.

117
00:05:09,500 --> 00:05:11,546
이제 두번째로 찌릅니다.

118
00:05:11,546 --> 00:05:14,974
두번째는 실제로 두 곳을 찌릅니다.

119
00:05:14,974 --> 00:05:18,057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상상해보세요.

120
00:05:18,057 --> 00:05:22,172
여러분이 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을 그려보세요.

121
00:05:22,172 --> 00:05:25,790
친구는 아주 길고, 아주 무섭게 생긴 
바늘을 갖고 있습니다.

122
00:05:25,790 --> 00:05:26,571
여러분의 친구는,

123
00:05:26,571 --> 00:05:28,090
적어도 여러분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가

124
00:05:28,090 --> 00:05:31,314
바늘을 여러분 목에 꽂습니다.

125
00:05:31,314 --> 00:05:33,288
바늘은 두개골 속으로 들어가

126
00:05:33,288 --> 00:05:35,672
뇌의 한 곳에 멈춰서

127
00:05:35,672 --> 00:05:38,787
어떤 약물을 집어넣고는,

128
00:05:38,787 --> 00:05:40,986
뇌 속으로 더 들어가서

129
00:05:40,986 --> 00:05:43,621
약물을 좀 더 집어넣습니다.

130
00:05:43,621 --> 00:05:45,186
두 개의 특별한 지점인데

131
00:05:45,186 --> 00:05:46,196
여기에 'SEG"라고 표시된 부분이고

132
00:05:46,196 --> 00:05:50,313
그 끝부분을 뇌에서 "Br"이라고 
표시된 부분에서 볼 수 있습니다.

133
00:05:50,313 --> 00:05:55,749
이제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있지만,
아주 힘든 일입니다.

134
00:05:55,749 --> 00:05:57,997
뇌정위 약물 투여라고 부릅니다.

135
00:05:57,997 --> 00:06:00,522
환자를 커다란 철제틀에

136
00:06:00,522 --> 00:06:01,642
고정시켜서

137
00:06:01,642 --> 00:06:03,803
어디로 넣어야 하는지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해야 합니다.

138
00:06:03,803 --> 00:06:05,094
그래서 그림을 보면서 말하죠.

139
00:06:05,094 --> 00:06:07,305
"우리가 바르게 가고 있나요?"

140
00:06:07,305 --> 00:06:10,542
보석말벌은 침에 감지기가 있어서

141
00:06:10,542 --> 00:06:14,489
감지기로 실제로 어디로 가는지 느낀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합니다.

142
00:06:14,489 --> 00:06:17,092
바퀴벌레의 뇌를 지나서

143
00:06:17,092 --> 00:06:19,876
정확하게 바른 곳에 
다다를 때까지 말이죠.

144
00:06:19,876 --> 00:06:22,703
그리고는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꿰뚫고는

145
00:06:22,703 --> 00:06:25,244
물건을 배달합니다.

146
00:06:25,244 --> 00:06:29,389
그래서 이건 정말 놀라운 거에요.

147
00:06:29,389 --> 00:06:31,440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일은

148
00:06:31,440 --> 00:06:36,772
바퀴벌레가 자기 몸을 통제하는 능력을

149
00:06:36,772 --> 00:06:39,214
말벌이 뺏아가는 거죠.

150
00:06:39,214 --> 00:06:42,124
말벌이 바퀴벌레의 
자유 의지를 뺏어갑니다.

151
00:06:42,124 --> 00:06:43,688
우리는 말벌이 
우리한테 이걸 보여주기 전까지

152
00:06:43,688 --> 00:06:46,657
바퀴벌레가 자유 의지가 있다고는 
진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153
00:06:46,657 --> 00:06:50,343
우리는 말벌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154
00:06:50,343 --> 00:06:52,443
우리는 독 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아직 모릅니다.

155
00:06:52,443 --> 00:06:53,926
우리는 바퀴벌레 뇌 안에서

156
00:06:53,926 --> 00:06:56,380
말벌이 어떤 회로를 공격하는지도 모릅니다.

157
00:06:56,380 --> 00:06:58,278
그런 까닭에 무엇보다도

158
00:06:58,278 --> 00:07:00,208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생충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59
00:07:00,208 --> 00:07:03,194
왜냐하면 아직도 배울 게 
많이 남았으니까요.

160
00:07:03,194 --> 00:07:05,323
대단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