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저는 Overcooked를 많이 플레이했습니다 두 편의 게임으로 주방에서 일하는 내용인데 레벨마다 재료를 가져다가 썰고 요리하여 식당으로 서빙해서 주문을 완료해야 합니다 아주 간단한 일이죠, 다만 식당이 흔들리는 해적선 위에 있거나 지진으로 두동강 나거나 열기구 위에 있지만 않다면요 그마저도 스테이지 중간에 추락해서 샐러드뿐 아니라 초밥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완전 미쳤습니다 하지만 물론 제일 어려운 점은 둘, 셋, 또는 네 명의 플레이어가 협동하는 것 자체입니다 조직적인 팀플레이에는 고도의 협동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전에 플레이해 본 어떠한 협동 게임들과도 다릅니다 힘을 합쳐 게임을 플레이하는 건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Contra, Metal Slug 같은 고전 런앤건 게임부터 Gears of War, Halo 같은 현대의 슈팅게임까지 친구와 함께하면 게임이 더 재미있다는 건 분명한 진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대부분 파트너와 진정한 소통을 요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대개 게임이 대칭적이기 때문입니다 즉, 두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 거의 동일하다는 의미입니다 Resident Evil 5의 경우 플레이 가능한 주인공 크리스와 쉐바는 서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둘 다 총을 사용하며 근접 공격이 가능하고 같은 장비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캐릭터의 능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각 플레이어가 각자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단지 가끔씩 힘을 합쳐 상대방을 되살리거나 높은 곳으로 올려주는 등의 간단한 협동만 하는 느낌입니다 그 이후에 나온 Resident Evil Revelation 2는 이와는 아주 달라서 각 캐릭터의 특성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첫 에피소드에서 한 사람은 클레어 레드필드를 선택합니다, 시리즈의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온갖 총기류를 다룰 수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는 모이라 버튼을 플레이하게 되는데 총을 다룰 수 없지만 손전등을 사용하여 적들을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듭니다 또한 쓰러진 적들을 쇠지레로 죽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 때문에 각 플레이어는 혼자서 살아남기가 힘들고, 따라서 긴밀하게 협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클레어는 모이라의 손전등이 필요하고 모이라는 클레어의 화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두 플레이어가 서로에게 크게 의지하게 되고 많은 협동 게임과 다른 종류의 협동과 소통을 만들어 냅니다 Revelations 2에서는 능력의 차이가 긴밀한 협동을 만들어냈다면 Keep Talking and Nobody Explodes는 정보의 차이도 팀워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이 게임에서 한 플레이어는 시한폭탄을 보게 되는데, 전선, 버튼, 키패드 등 온갖 장치가 난무합니다 다른 플레이어는 폭탄을 해제하는 방법이 적혀 있는 설명서를 갖게 됩니다 1 플레이어가 폭탄을 설명하면 2 플레이어는 폭탄을 해제하는 방법을 읽어줘야 합니다 그럼 1 플레이어가 잘 듣고 설명에 따라야 합니다 말 그대로 소통을 통해서만 협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패하면... 비대칭적 협동은 소통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실력에 차이가 있는 플레이어들이 함께 즐기기에도 좋은 방식입니다 최근 Nintendo가 이런 방식을 활용하는데 Super Mario Galaxy에서 Mario를 조종하는 플레이어는 그냥 보통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다른 플레이어가 합류하여 훨씬 쉬운 역할인 떠다니는 커서로 플레이하며 별을 모으고 적을 기절시킵니다 비대칭적인 게임 디자인은 좋은 협동 방식이지만 Overcooked에는 맞지 않습니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네 명, 세 명, 두 명 또는 혼자일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 레벨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여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파이어볼을 피하거나 미끄러운 바닥을 걷는 등 어려운 일을 맡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게임의 요리사들은 모두 똑같은 능력과 정보를 갖고 있으며 각 플레이어는 혼자서 요리를 만들고 서빙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서로 이런 말만 하겠죠 "내가 버거 맡을게 너는 피자 맡아" 하지만 Overcooked를 이런 식으로 플레이하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이 게임의 경우에는 레벨 디자인 때문입니다 Overcooked 1편의 첫 스테이지의 주방 디자인을 보면 중간에 긴 아일랜드가 있어서 양파를 가져다가 도마, 냄비,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 다니기가 아주 지루합니다 하지만 두 플레이어가 협동하여 중간의 테이블을 통해 양파를 전달하면 과정이 훨씬 더 빨라집니다 거의 모든 스테이지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갈수록 더 심해져서 한 명만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나 반으로 나누어진 레벨도 등장합니다 또한 시간에 따른 점수 시스템 때문에 빨리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사를 빨리 만들지 못하면 손님이 떠나가고 페널티를 받습니다 음식을 더 빨리 준비하면 큰 팁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 점수는 촉박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요리를 내놓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레벨 디자인과 점수 시스템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각자 비대칭적으로 역할을 분담합니다 이 주방을 예로 들면 한 사람은 채소 썰기와 고기 패티를 맡고 다른 사람이 버거를 요리하고 담아서 식당에 서빙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스테이지의 초반에 많은 의사 소통을 해서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가장 효율적으로 요리하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단계가 지나면 비대칭적 협동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었습니다 예측 가능한 패턴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죠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만 충실하면 많은 소통이 필요없는 게임도 있습니다 익숙한 설정에 너무 적응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Overcooked는 그렇지 않습니다 레벨 초반에 아무리 역할을 잘 분담했다고 하더라도 스테이지 후반에 가면 아비규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왜 항상 이렇게 되는 걸까요? 이렇게 편안한 패턴을 방해하고 계속해서 역할을 전환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절묘한 게임디자인 장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조리 대기 시간입니다 버거가 익으려면 몇 초가 걸리기 때문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시간 낭비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주방 다른 곳을 돌아다니며 도울 곳을 찾게 되는데 보통은 방해만 되고 맙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면 버거가 타게 되고, 그러면 다른 플레이어가 본인의 일을 멈추고 와서 뒤처리를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설거지가 있습니다 모두가 싫어하는 일이지만 Overcooked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요소일 지도 모릅니다 설거지는 전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일처럼 깔끔하고 일정한 리듬이 없고 레벨 후반에 가서야 문제가 되며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깨끗한 접시가 떨어질 때마다 작업 흐름이 끊기고, 요리가 타기 시작하고 안정적인 역할 분담이 엉망진창이 됩니다 그리고 물론 가장 분명한 요소가 있죠 레벨 자체의 방해 장치입니다 움직이는 도마,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재료, 성가신 쥐들이 패턴을 망가트리고 잘 짜여진 계획을 방해하여 계속해서 대화를 통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합니다 Overcooked는 비대칭적 게임이면서도 비대칭성이 없습니다 괴상한 주방 구조, 더러운 접시, 난데없는 불길, 탄 버거 패티 등의 레벨 디자인 요소를 활용해서 플레이어들이 스테이지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역할을 바꾸며 많은 소통을 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Overcooked의 원활한 주방에서는 플레이어가 서로 대화를 멈추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 굉장히 성공적인 협동 게임이라는 의미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후원해 주신 Patron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본편에 사용된 Overcooked 게임 영상 제작을 도와준 제 여자친구에게 특히 감사합니다 협동 게임에 대해서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해 볼 만한 것들이 더 있습니다 함께 의사결정 하기, 선행을 장려하기, 퍼즐 풀기, 자극적인 경쟁 요소 추가하기 같은 것들이요 이 채널을 주목해 주세요 GMTK는 여태까지 싱글플레이 위주였지만 앞으로는 멀티플레이어에 대한 것들을 더 많이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저와 제 작업을 후원해 주시려면 Patreon을 방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