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메트로배니아 게임의 팬이라면 2010년은 정말 힘든 한 해였을 겁니다. 먼저 〈메트로이드: 아더 M〉이 출시되었지만 탐험과 고립감이라는 테마는 말뿐, 실상은 액션 가득한 전투와 민망한 컷씬들에 더 신경썼고 과하게 친절한 게임이었죠. 다른 한 편에는 휴대용으로 여섯 번 연속 수작이 나온 《캐슬배니아》 시리즈의 후속작, 〈캐슬배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가 나왔지만 〈갓 오브 워〉에 가까운 액션 게임이었고 탐험이란 콩알만큼 들어갔을 뿐이었죠. 마치 메트로배니아는 끝장난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 그렇진 않았습니다. 닌텐도와 코나미가 각자 프랜차이즈를 십 년 가까이 내버려둔 동안 다른 개발자들, 특히 작은 인디 스튜디오들이 메트로배니아의 공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동굴 이야기〉 〈아쿠아리아〉 〈섀도우 컴플렉스〉는 잠긴 문, 새로운 능력, 격자 지도, 숨겨인 아이템 등 이런 공식들을 활용한 초기 사례들입니다. 그 이후 〈스트라이더〉 〈엑시옴 버지〉 《샨테》 시리즈 〈토키 토리 2〉 〈과카밀리〉 〈헤드랜더〉 〈오리와 눈먼 숲〉 같은 다양한 게임을 볼 수 있었죠. 허나 그 어떤 게임도 2017년에 나온 이 게임만큼 충격적이진 않았습니다. 이 게임은 그야말로 명작입니다. 독창적인 보스들과의 짜릿한 전투, 《다크 소울》 스타일의 가혹한 난이도, 전문 유튜버들이 생겨날 정도로 깊이 있는 설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즐겁게 헤맬 수 있는, 우아하게 디자인되고 상호연결된 세계를 갖고 있죠. 오늘 "보스 키"에서는 저와 함께 〈할로우 나이트〉의 월드 디자인에 대해 깊이 알아보시겠습니다. 〈할로우 나이트〉의 배경은 "신성둥지"라는 이름의 넓게 뻗은 왕국입니다. 게임은 "흙의 마을"이라는, 상점 몇 곳과 적은 모험가들이 있는 적막한 마을에서 시작합니다. 그 밑의 "잊혀진 교차로"는 그 이름처럼 다른 여러 지역과 연결된 지역입니다. 풀로 가득한 교외인 "녹색 거리", 위험한 광산인 "수정 봉우리", 산성 지역인 "안개 협곡", 유독한 동굴들로 이뤄진 "버섯 황무지" 등이죠. 신성둥지 가장 안쪽에는 한 치 앞마저 어두운 미로 "깊은둥지"와 신비한 "고대의 분지"가 있습니다. 가장 먼 외곽엔 "안식의 땅"이라는 공동묘지, "울부짖는 벼랑", 거대한 온실인 "여왕의 정원"이 있죠. 그리고 왕국의 끝자락으로 가면, 어... "왕국의 끝자락"이 있고 "벌집"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지역들이 둘러싼 가운데에 신성둥지의 수도 끝없이 비가 내리는 "눈물의 도시"와 도시의 하수도인 "왕도의 수로"가 있습니다. 이 15개 지역들은 마치 직소 퍼즐처럼 맞물립니다. 각 지역은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수정 봉우리의 분홍 보석들과 녹색 거리의 초록 벽은 헷갈리지 않고 잊혀진 교차로의 촛불에 비친 푸른 벽과 고대의 분지의 칙칙한 회색이 헷갈릴 일도 없죠. 각 지역의 색상이 지도에도 표현되어서 알아보기 편합니다. 덕분에 각 구역을 머릿속에서 쉽게 구분할 수 있고 곧 길찾기와 공간 유추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각 지역별로 게임플레이 또한 달라져서 게임이 항상 새롭고 다양하게 느껴집니다. 버섯 황무지의 트램폴린 버섯을 통통 타거나, 수정 봉우리에서 레이저 빔을 피하는 것, 깊은둥지에서 어둠 속을 조심히 살펴가야 하는 것 등이죠. 왕국의 끝자락같은 지역은 위아래로 널리 뻗어있고 반면 왕국의 수로같은 곳은 좌우로 뻗어집니다. 또한 각 지역에는 독특한 적들이 등장합니다. 녹색 거리의 폭발하는 벌레들 자폭하는 안개 협곡의 해파리들, 깊은둥지의 징그러운 거미, 벌집의 귀여운 꼬마 벌 등이 각 지역이 새롭게 느껴지게 합니다. 신성둥지에 처음 발을 들이면, 게임은 그 어떤 목표나 방향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처음 나오는 컷씬에선 한 방랑자―신비로운 기사―가 그저 왕국에 도착해서 뛰어내릴 뿐이죠. 그래도 어디로 가야할지 막연한 힌트 정도는 알게 됩니다. 흙의 마을에 있는 장로벌레는 우선 밑으로 내려가보라 말하죠. 잊혀진 교차로 서쪽 끝에 있는 이 표지판은 "왕국 중심에 있는 도시",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곳"을 가리킵니다. 확인해볼만한 곳이라 생각했지만, 단단한 껍질로 몸을 감싼 무적 딱정벌레가 있군요. 〈할로우 나이트〉가 잘 해내는 것 중 하나는 다음 지역과 시각적 요소를 공유하는 방 하나로 그 지역에 대한 암시를 준다는 것입니다. 잊혀진 교차로엔 녹색 거리의 풀들이나 수정 봉우리의 보석이 가득한 방이 있습니다. 이후 컨텐츠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그 장소를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각인시켜서 나중에 꼭 돌아오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죠. 잊혀진 교차로 중앙에는 커다란 보스 "거짓된 기사"가 있고 이 보스를 깨면 첫 번째 능력으로 파동권 스타일 기술인 "복수의 영령"을 얻습니다. 새 능력의 튜토리얼에서 앞서 만난 녀석과 똑같은 갑옷 딱정벌레를 무찌르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그 전 길을 기억해내고 녹색 거리로 진입하게 되죠. 이 게임도 메트로배니아다보니 역시 '자물쇠'와 '열쇠'가 나와야겠죠. 녹색 거리에서 플레이어는 호넷을 만나는데, 계속 시야 밖으로 대시하며 마치 미끼처럼 플레이어를 서쪽으로 유도합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호넷을 쓰러뜨리고 (그러길요, 제법 어렵거든요) 두 번째 업그레이드인 "나방날개 망토"를 얻습니다. 이제 공중에서 대시를 할 수 있어 버섯 황무지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그 도시'는 꾸준히 암시됩니다. 대놓고 가는 길을 향하는 표지판도 있고, 호넷이 다시 한 번 미끼 역할을 하며 도시의 입구로 날아갑니다. 허나 다리가 내려가 있어 따라갈 수가 없군요. 대신 플레이어는 사마귀 마을로 가서 다음 능력인 "사마귀 갈고리"를 얻습니다. 이제 벽을 탈 수 있게 되고 이걸 이용해 다리 너머에 있는 눈물의 도시에 드디어 진입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할로우 나이트〉는 제법 선형적인 게임처럼 보입니다. 일반적인 순서로 업그레이드와 보스전을 치르며 주어진 길을 따라 걸어왔습니다. 여태껏 개발자들이 플레이어의 손을 잡고 이끌어주고 있었다면, 사실 그마저도 막연한 단서나 표지판 등으로 아주 절묘하게 했지만요, 바로 지금이 그 손을 놓아버리는 시점입니다. 도시 중앙에서 다시 호넷을 만나고 호넷은 "재에 묻힌 무덤"을 찾아가라고 하지만, 어딘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분수가 게임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지도에 어떤 표시를 만들어 줍니다만 그건 잊혀진 교차로에 있는 "검은 알 신전"으로 이미 완전히 잠겨있는 걸 확인했던 곳이죠. 자 그럼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할까요? 잠시 얘기를 바꿔서, 신성둥지 지도를 보고 각 시점마다 탐험 가능한 구역을 표시하면 처음엔 흙의 마을과 잊혀진 교차로로 제한됩니다. 복수의 영령을 얻으면 조금 더 넓어져 녹색 거리와 안개 협곡을 갈 수 있죠. 나방날개 망토 역시 버섯 황무지 정도를 열어줄 뿐입니다. 하지만 사마귀 갈고리를 얻고나면 탐험가능 구역이 갑작스레 확 넓어집니다. 눈물의 도시는 물론이고, "간단한 열쇠"를 찾았다면 왕도의 수로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울부짖는 벼랑에 올라가거나, 깊은둥지로 내려가거나, 혹은 고대의 분지를 탐험해볼 수도 있습니다. 안식의 땅까지 갈 수 있구요. 만약 깊은둥지에서 "노면전차 탑승권"을 얻으면 왕국의 끝자락도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개발자들의 섬세한 의도입니다. 저는 팀 체리의 아리 깁슨, 윌리엄 펠렌과 이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우린 먼저 기본적이고 선형적인 아이템 획득으로 시작했습니다. 게임 세계가 넓어지면서 진행이 자연스럽게 갈라져 뻗어나갈 수 있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여정은 꽤 제약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갑자기 많아지게 됩니다. 왕도의 수로에 있는 "쇠똥구리 수호기사"와 싸워서 이 수상한 스위치를 누를 수도 있고, 깊은둥지로 가기 위해 "사마귀 군주들"에게 도전할 수도 있고, 아니면 눈물의 도시에 있는 "영혼 통달자"와 싸워서 유용한 기술인 "고독한 강하"를 얻을 수도 있죠. 이 기술로 수정 봉우리로 가서 얻는 "수정 심장"은 끝내주는 슈퍼 대쉬로, 더 많은 곳에 갈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중 하나가 고대의 분지의 보스 "부서진 그릇"이 있는 곳으로, 여기서 이단 점프 능력 "제왕의 날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왕도의 수로에서는 이 스위치를 작동시켜놓았다면 산성 웅덩이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이스마의 눈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를 극적으로 넓힘으로써 개발자가 플레이어를 이끌어줄 필요가 없게 됩니다. 지도가 찾아다닐 것들로 가득해지면 플레이어가 어딜 가든 중요한 무언가를 얻게 될테니까요. 그래도 굳이 따져보면 눈물의 도시에 도착한 이후, 개발자들이 제시하는 "정석"은 영혼 통달자를 상대해 고독한 강하를 얻는 것입니다. 게임은 아예 도시 출입문을 닫아버리고, 다시 돌아가려면 이 바닥을 부숴야 하는데... 눈치채셨죠? 고독한 강하가 필요합니다. 전형적인 메트로배니아의 트릭입니다. 플레이어를 가둬놓고 필요한 걸 발견하기 전까지 못 나가게 하는 거죠. 하지만 〈할로우 나이트〉 월드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언제나 다른 길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깊은둥지로 가기 위해선 사마귀 군주와 싸워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버섯 황무지에 있는 이 숨겨진 길을 찾으면 거기서 깊은둥지로 갈 수 있고, 보스 전투를 아예 지나칠 수 있죠. 같은 장소로 가는 길이 두 개 있는 겁니다. 또, 눈물의 도시 동쪽으로 가기 위해선 왕도의 수로를 통하거나 안식의 땅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거나 깊은둥지에서 고대의 분지로 노면전차를 타고 거기서부터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왕국의 끝자락에서도 올 수 있죠. 즉 네 가지 다른 경로로 도달할 수 있습니다. 수정 봉우리도 좋은 예시 중 하나입니다. 일단, 수정 심장을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서 원한다면 이 "수정 수호자" 보스전을 스킵할 수도 있죠. 그리고 수정 봉우리에 가는 길 자체도 두 개입니다. 앞서 고독한 강하를 이용해 여기 바닥을 뚫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잊혀진 교차로엔 이 어두컴컴한, 통행이 불가능해보이는 방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흙의 마을에서 "빛파리등불"을 사서 돌아온다면 이 방에 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여길 열면 수정 봉우리로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마귀 갈고리만 있으면 충분히 수정 심장을 얻을 수 있어서 원한다면 영혼 통달자와 고독한 강하를 아예 건너뛸 수 있습니다. 즉, 사마귀 갈고리로 갈 수 있는 곳은 사실 다음과 같은 셈입니다. 그리고 이 어두운 방은 게임 맨 처음부터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첫 번째 파워업인 복수의 영령 이전에 수정 봉우리로 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단, 등불의 가격인 1,800 지오라는 거금을 초반에 모으는 것은 매우 어렵죠. 이는 소위 "약한 자물쇠"라 불리는 요소의 좋은 예시입니다. 이 단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플레이어들이 게임플레이 초반부터 진입하기엔 플레이어가 너무 약하거나, 이해도가 낮거나, 아니면, 이 경우엔, 돈이 부족하여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눈물의 도시 출입구가 닫히긴 해도, 고독한 강하 없이 도시를 나갈 방법은 많습니다. 게임이 여러 경로를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는 모험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이는 2회차 플레이, 스피드런, 낮은 달성도 도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유도 체감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왜냐하면, 〈다크 소울〉이나 《메트로이드》 《젤다》 시리즈의 초기 게임들처럼 게임의 경로는 오직 여러분의 호기심과 모험 감각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죠. 또한 이는 게임 진행이 막히지 않게 하는 멋진 해법입니다. 〈슈퍼 메트로이드〉의 그래플 훅을 생각해볼까요. 이 능력으로 제베스의 이곳저곳에 갈 수 있지만 대부분 필수적이지 않은 웨이브 빔이나 에너지 탱크같은 것들만 있습니다. 이를 "부수적 자물쇠"라 부르겠습니다. 그래플 훅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곳 중 딱 하나만 게임의 진행과 관련되는데, 난파선으로 가는 길이죠. 이를 "필수적 자물쇠"라 칭하겠습니다. 이 경우 분명 사무스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유용한 아이템을 여럿 얻을 순 있지만 딱 하나 밖에 없는 필수적 자물쇠를 찾지 못하면 진행이 불가능해진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할로우 나이트〉에선 좀 다릅니다. 녹색 거리에서 호넷을 무찌르고 나방날개 망토를 얻고나면 그걸로 갈 수 있는 곳이 정말 많습니다. 유용한 아이템이 놓여있는 곳도 있죠. 하지만 여기, 안개 협곡의 여왕의 정거장 위쪽으로 대시하거나 여기 잊혀진 교차로 아래쪽에서 대시하면 둘 다 버섯 황무지로 이어져서 사마귀 마을을 향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필수적 자물쇠가 하나가 아닌 두 개일 때 진행이 막히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이전에 막혔던 장소를 기억하고 새로 얻은 기술을 갖고 다시 들려보든, 아니면 계속 전진하여 다음 요소를 마주하려 하든 필수적 자물쇠가 여럿 있으니 어떻게든 다음 단계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테크닉은 안식의 땅에서 빛을 발합니다. 일부는 수정 봉우리에 있는 이 골짜기로 떨어질 것이고 일부는 깊은둥지에서 노면전차 탑승권을 얻어 잊혀진 교차로의 노면전차를 타고 안식의 땅으로 넘어올 것입니다. 눈물의 도시 동쪽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안식의 땅에 도착할 수도 있구요. 아니면 같은 입구로 들어오되, 수정 심장을 이용해 푸른 호수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 닿는 방법이 무려 네 가지나, 그것도 다른 경로와 기술을 통해 갈 수 있는 것이죠. 게다가 앞서 말씀드린 어두컴컴한 방을 통하면 게임의 아주 초반부터 갈 수 있기도 합니다. 이런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안식의 땅이 바로 눈물의 도시에서 호넷이 얘기한 "재에 묻힌 무덤"으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인데, 왜냐면 게임이 마침내 목표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 몽환의 대못을 가지고 세 명의 꿈꾸는 자를 깨워야 합니다. 야수 "헤라", 감시자 "루리엔", 스승 "모노몬"이죠. 이렇게 안식의 땅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여럿 만듦으로써 팀 체리는 플레이어가 결과적으로 안식의 땅에 도달하도록 한 겁니다. 어떤 표지판이나 지시, 맵 마커 같은 것 없이도요. 그 대신 플레이어는 "우연히" 정말 중요한 요소와 맞닥뜨리는 멋진 느낌을 받습니다. 팀 체리는 과도한 방향 제시를 피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처음엔 길을 잃었다고 느꼈을 많은 플레이어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왕국의 구조를 알아가는 데 방해" 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예외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안식의 땅에서 이 석상들을 보면 꿈꾸는 자의 가면이 지도에 표시되어, 이들의 위치를 알려주죠. 그리고 보통 저는 이런 명시적이고 게임적인 지시를 반대하는 편이지만 이것은 끊임없이 어딜 가라고 지시하기보단 게임의 전체 목표가 무엇인지 살짝 상기시켜주는 편입니다. 플레이어의 지도는 대개 비어있는 상태라 가면이 표시되어봐야 검은 공간에 혼자 떠있을 뿐이고 이 꿈꾸는 자들에게 닿게 해 줄 능력들도 아직은 없을 테니까요. 헤라를 예로 들면, 깊은둥지 가장 안쪽 굴에 숨어있습니다. 거기에 가려면 사마귀 갈고리가 필요하고, 제대로 가고 있나 보려면 빛파리 등불도 필요하죠. 루리엔은 눈물의 도시를 내려다보는 탑 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제왕의 날개 없이는 갈 수가 없습니다. 문을 지키는 "감시자의 기사"도 쓰러뜨려야 하구요. 모노몬은 안개 협곡에 있는 기록보관소에 잠들어 있는데 이스마의 눈물 없이는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어디서 본 듯한 보스인 "우무우"를 쓰러뜨려야 합니다. 즉 맵에 떠다디는 가면 표시는 최종 목표에 대한 표시일 뿐, 거기까지 도달할 과정에 대해선 전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팀 체리의 마지막 방법은 필수적인 업그레이드 없이도 일부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수단을 의도적으로 소위 버그 플레이를 여기저기 준비해놓는 것입니다. 〈슈퍼 메트로이드〉의 벽 점프와 비슷한 트릭들이죠. 이렇게 복수의 영령의 반동을 이용해서 원래 나방날개 망토가 필요한 구간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수정 심장을 이용해서 이스마의 눈물이 필요한 곳을 넘어갈 수도 있죠. 가장 강력한 트릭은 배경 장식이나 날으는 적을 대못으로 쳐내 더 높이 뛰어오르는 것으로 제왕의 날개를 사실상 선택사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버그"를 이용하는 거죠! 팀 체리는 "플레이어들이 대못 점프로 진행 순서를 깨뜨릴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오히려 최대한 그렇게 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건 저희에게 있어서도 정말 재밌는 일이었고,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부여도 되는 일이죠." "우린 심지어 일부 적과 사물을 지름길로 쓰도록 의도적으로 배치했습니다. 다만 역시 플레이어들이 우리가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지름길들을 찾기는 했지요." 왕국의 끝자락에 있는 한 지점은 수정되었는데, 제왕의 날개 없이 도달한 경우 갇힐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 꿈꾸는 자들을 전부 깨우고 나면 드디어 잊혀진 교차로에 있는 검은 알 신전이 열리고 그... 최종 보스인 "공허의 기사"를 무찌르고 게임을 음... 끝낼 수 있읍니다. 제가 보통 "보스 키"에서 메트로배니아 게임의 구조에 대해 설명할 땐 그래프 사용을 선호하지만, 〈할로우 나이트〉에선 그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말 많은 요소를 스킵하거나 다른 방식,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기에 게임의 구조를 설명할 획일적인 차트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전체적인 구조를 살펴보도록 한 가지 경로를 보여드릴 수는 있겠네요. 간단히 말해, 선형적인 업그레이드와 보스전을 지나면 비선형적인 가능성들로 가득찬 행렬이 뻗어나갑니다. 특히 게임을 크게 변화시키는 능력들을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되는데 보통 메트로배니아에서 보기 힘든 요소로, 대개 이런 아이템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습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팀 체리가 말하길, "플레이어들이 왕국에서 겪는 모험을 자신만의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의 일환으로 장애물을 제거하고 샛길을 만들어서 아이템 획득 순서가 '엉망이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이 그래프는 끝없이 순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지도를 세심히 살피면 사마귀 군주들과 수정 수호자를 스킵할 수 있고 몽환의 대못을 훨씬 초반에 얻거나, 고독한 강하 없이 수정 심장을 얻거나 하는 식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 그래프에선 언급조차 되지 않는 수많은 방식들이 있습니다. 일단, 여태까진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보스들만 얘기했습니다만 게임의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숨겨진 보스들이 제법 있습니다. "음울한 몰렉"이 잊혀진 교차로의 외진 방에 있습니다. "수집가"를 만나려면 여왕의 정원에서 사랑의 열쇠를 얻어야 합니다. 수정 수호자와 싸운 방 위에 있는 비밀 방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분노한 수호자", "흡충어미"를 만나려면 왕도의 수로에서 고독한 강하를 써야 하고 깊은둥지의 "노스크"는 수정 심장이나 제왕의 날개가 있어야지만 만날 수 있죠. 그리고 생명혈 DLC 전용이긴 하지만,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는 "벌집 기사"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보스들이 있습니다. 왕국에 끝자락에 있는 전투 아레나인 바보들의 투기장에도 전용 보스가 몇몇 있습니다. 그리고 전사의 꿈이라는, 자신의 무덤을 지키는 일곱 영혼들과 몽환의 대못을 얻은 이후라면 결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보스의 강화 버전인 보스의 꿈으로 부서진 그릇, 거짓된 기사, 영혼 통달자와 싸울 수 있고 이런 보스는 숨겨진 꿈 DLC로 두 명 더 추가됩니다. 결과적으로, 무작정 맵을 돌아다니다가 편리한 아이템 뿐 아니라 일부 플레이어는 아예 보지도 못할 개성적인 보스를 만나는 것은 대단한 경험입니다. 팀 체리는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을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합니다. "대다수 플레이어가 마주치지 못할 만한 곳에 뭔가를 두는 것만으로도 세계가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개발자들이 말하길, "이런 요소를 통해 플레이어가 아직 가보지 않은 곳에는 언제나 무서운 적이나 이상한 NPC, 새로운 지역, 유용한 아이템 등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도록 하는 겁니다." "직접 그것들을 찾아낸 플레이어들에게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되어줍니다."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그리고 〈생명혈〉과 〈숨겨진 꿈〉 DLC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할로우 나이트의 30마리가 넘는 보스들 중 10에서 15마리 정도만 만난 채로 게임을 끝낼 수도 있습니다. 정신 나갔죠. 그리고 수많은 보스들과 다른 패턴이 다른 두 DLC인 〈그림 극단〉과 〈신을 찾는 이〉에서 추가되긴 하지만, 신성둥지를 떠도는 모험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라 이 영상에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그림 이런 부수적인 보스들을 뭣하러 상대해야 할까요? 물론, 신규 유저는 필수적인 보스들이 무엇인지는 당연히 모른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요. 뭐, 좋은 걸 주기 때문이지요. 〈할로우 나이트〉의 세계는 숨겨진 것들로 가득합니다. 보스 뒤나, 벽 뒤에 숨어있기도 하고 부수적 자물쇠 뒤에 있거나 상점에서 비싸게 판매하거나, 아니면 그냥 길 가다 줍기도 합니다. 먼저 익숙한 업그레이드가 있습니다. 젤다의 하트 조각과 비슷한 마스크 조각 16개가 있죠. 4개를 모으면 한 대를 더 견딜 수 있습니다. 그릇 조각 9개도 비슷합니다. 3개를 얻으면 기술을 사용하거나 체력을 회복할 때 필요한 마나 최대치를 늘릴 수 있습니다. 특수 기술들인 강력한 참격, 대시 참격, 회오리 참격 심연의 비명이나 암흑의 강림과 같은 주문 업그레이드도 있습니다. "창백의 광석"을 찾으면 대못의 대미지를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또 부적들이 있습니다. 이 배지들은 마나 획득량 증가, 넉백 면역 등 유용한 능력들을 부여해주는 악세사리죠. 하나하나가 개성적이고, 일부는 상호 시너지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장착하려면 부적 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역시, 부적 칸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할로우 나이트〉가 쉬운 게임이 아니다보니 이들 아이템들은 찾아다닐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이 정말 어려워질 때가 있는데, 《다크 소울》처럼 "죽으면 자기 시체 찾아가기" 메커니즘도 있고 몇몇 보스들은 정말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 증가나 전투에 도움이 되는 부적, 대못이나 주문을 강화하는 것 모두 진정 찾아다닐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히든 보스를 잡아서 진행이 안 됐다 한들 그 보상이 유용하기(적어도 흥미롭기) 때문에 시간낭비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 시체를 되찾는 시스템은 좀 아쉽습니다. 슬프게도, 〈할로우 나이트〉가 디자인을 통해 탐험을 억제하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죠. 가령 〈젤다〉 1편에서 죽는다면 그냥 "됐어, 딴 데 갈 거야"라고 해 버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할로우 나이트〉에서 죽으면, 여러분의 그림자 클론이 돈을 다 들고 가고 영혼은 절반으로 줄여버립니다. 이건 플레이어가 금방 죽은 곳으로, 때로는 몇 번이고 돌아가게 만들죠. 그 곳 말고도 갈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나 지금 이곳을 지나칠 다른 길이 여럿 있는데도 말입니다. 플레이어는 이런 부가 보스들과 끝없이 나오는 특수 아이템들 덕분에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지게 됩니다. 어디를 가도 뭔가 있을테니까요. 때때로는 게임 플레이와 아예 무관한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의 풍부하고 몰입감 높은 세계관에 취할 수 있는 스토리 요소들이죠.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점은 몇몇 캐릭터가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클로스" "퀴렐" "티소" 같은 벌레들이 계속 군데군데 얼굴을 비추며 그 장소에 대한 감상과 자신의 현 상황을 이야기 하죠. 게임 세계를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고, 오직 플레이어만이 게임의 중심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플레이어가 있든 없든 이 벌레들은 자기 할 일을 하니까요. 플레이어의 개입이 꼭 필요한 벌레가 하나 있는데, 바로 조트입니다. 이 거만한 친구는 녹색 거리에서 왕복수파리의 주둥이에 잡힌 채로 발견되는데, 구할지 말지는 플레이어의 몫입니다. 나중에 깊은둥지에서 거미줄에 묶인 채로 발견됐을 때도 그렇고요. 두 번 다 구해준다면, 바보들의 투기장에서 일종의 보스로 나오고 그 이후엔 흙의 마을에 있는 브레타의 집 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허나 녹색 거리나 깊은둥지에서 발견을 못 하거나 아니면 보고도 구해주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이죠. 내용 자체가 아예 날라가버리고, 팀 체리가 플레이어가 자기들이 공들인 부분을 실제로 보게 될지 어떨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 내용을 보게 될 플레이어들의 쾌감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엔 실제로 이런 작은 임무들이 가득합니다. 할아버지 애벌레의 아이들 구해주기, 신성둥지의 모든 적을 도감에 기록하기, 연약한 꽃을 맵을 가로질러 배달하는 어려운 퀘스트,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슴벌레 정거장을 다 열고 나면 열리는 숨겨진 정거장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할로우 나이트〉의 풍부한 서사를 이루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만들어내죠. 배경 그 자체도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 마음에 가장 드는 예시는 "푸른 호수"입니다. 이 호수가 눈물의 도시 위에 있기 때문에 도시에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것이죠. 멋져요. 이제 신성둥지를 직접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각 구역을 찾아올 수 있는 여러가지 경로들은 이미 언급했었습니다. 벌집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구역은 최소 다른 구역 두 개와 연결되어, 엘리베이터나 길, 노면전차나 비밀통로를 통해 오갈 수 있습니다. 팀 체리는 "플레이어에게 한 곳으로 가는, 통과하는 (혹은 돌아가는) 방법이 여럿 있는 것은 다 의도된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일부는 개발 초기부터 계획됐던 거지만, 나머지는 개발 도중에 기회가 되어 추가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깊은둥지가 커져서 꼭대기가 여왕의 정원과 닿았을 때, 두 구역을 이었습니다." "붙어있는 두 구역을 연결할 수 있고, 설정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플레이어가 갇히게 될 일도 없다면, 연결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이 통로들 상당수가 처음엔 일방통행입니다. 흙의 마을에서 수정 봉우리로 가는 것은 처음에는 불가능하죠. 하지만 수정 심장을 얻고 나면, 이곳을 지나서 마을과 수정 봉우리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세심한 디자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맵 디자인에 감탄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다크 소울〉에서 첫 번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계승의 제사장으로 돌아가는 것처럼요. 이는 즉 〈할로우 나이트〉 개발자들이 우선은 플레이어가 아무데나 가지 못하게 막아놓고, 대략적으로 진행 순서를 그려낼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왕국의 끝자락으로 가기 위해선 노면전차 탑승권이 필요한 것과 비슷하죠. 하지만 그러고 나서 이 길을 열어서 눈물의 도시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돌아다니는 것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비슷하지만 더 소소한 것도 있습니다. 잊혀진 교차로를 보면, 이 문이 잠긴 탓에 보스로 가는 지름길이 막혀있습니다. 대신 보스를 향해 쭉 돌아가게 되면서 그 과정에 여러 요소들을 맞닥뜨리게 되죠. 하지만, 일단 그 문을 열고 나면 계속 열려있어서, 교차로를 돌아다니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새로운 구역에 처음 들어섰을 때, 준비된 장애물을 극복해야만 하도록 만드는 좋은 방법입니다. 어려운 플랫포밍 구간, 강적이나 몰려드는 적들을 상대하는 구간들 말이죠. 하지만 일단 이런 곳을 한 번 깨고 나면 다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훨씬 덜 지루합니다. 이 규칙이 깨지는 경우는 몇 번 없습니다. 게임의 어느 시점에서 잊혀진 교차로에 이 오렌지색 거품이 가득 끼게 되고 "감염된 교차로"로 변해 더욱 어려운 적들이 추가됩니다. 일단,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세계관이 변화무쌍하게 느껴지고 게임 내적으로 시간이 정체된 듯한 느낌이 줄어드니까요. 그리고 게임 극초반부 지역이라 후반부에 강해진 플레이어에게 그 어떤 위협도 안 되던 지역이 새로운 도전 요소로 변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구역의 두 통로가 막히면서 이동이 살짝 귀찮아집니다. 으으. 사슴벌레에 대해서도 얘기해야겠군요.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의 빠른 이동 지점처럼 이 사슴벌레 정거장은 신성둥지 곳곳에 놓여 일부 구역 간의 이동을 쉽게 만들어줍니다. 신성둥지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이런 빠른 이동은 정말 환영할 만하죠. 사슴벌레가 없었더라면 꽤나 따분했을 겁니다. 게다가 눈물의 도시의 두 곳을 포함해 15개 구역 중 단 아홉 곳에만 정거장이 있기 때문에 모든 곳을 다 순간이동할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길을 잘 찾아야 하는 것은 물론, 지도를 보고 경로를 잘 짤 수 있어야 하죠. 아, 지도! 저런, 〈할로우 나이트〉의 흥미로운 요소인 지도 시스템에 대해 얘기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네요.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아예 지도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넉살 좋은 친구, 코니퍼를 만나면 지도 제작자인 이 친구에게 해당 지역의 미완성 지도를 살 수 있죠. 이렇게 얻은 지도는 〈슈퍼 메트로이드〉의 지도 스테이션처럼 탐험해볼 만한 곳에 대한 힌트와 흥미로운 구역들을 표시해주죠. 잊혀진 교차로의 지도를 예로 들면, 커다란 괴물의 머리 그림이 게임의 첫 번째 보스로 플레이어를 유도합니다. 흙의 마을로 돌아가면 깃펜을 사서 좀 더 전통적인 자동 매핑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때만 지도가 작성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플레이어의 위치를 알기 위해선 나침반 부적을 사서 장착해야 한다는 점이죠. 유용하긴 하지만, 그 부적 칸을 다른 곳에 쓰면 더 좋을지도? 여러분 선택입니다. 지도가 어떤 방식으로 기능하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느끼는 탐험의 감각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젤다나 메트로이드 같은 고전 명작들은 아예 지도가 없죠. 기술적 한계 때문이겠지만 덕분에 신비로운 미지의 땅을 모험하는 느낌을 주고, 플레이어가 머릿속에 혹은 종이 위에 지도를 그리도록 만듭니다. 먼 훗날 《소울》 시리즈가 이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로드란이나 야남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야만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깔끔하고 훌륭한 지도 역시 유용합니다. 어떤 경로로 이동할지 미리 생각할 수 있고, 아직 들리지 않은 곳이 어디인지 확인해서 아이템을 수집하기 좋죠. 할로우 나이트는 각 시스템의 장점만을 취한 케이스입니다. 처음 보는 구역에 들어서면 지도가 아예 없어서 어둠 속에 갇힌 듯, 현 구역의 규모나 구성을 알 방도가 없죠. 때문에 처음 들리는 곳은 무섭고 위험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코니퍼에게서 미완성 지도를 사고 나면, 대략적인 방향과 더불어 가볼만한 장소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벤치에 앉으면 완전한 지도를 얻을 수 있죠. 신성둥지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어떻게 이동할지는 물론 막혔다 싶으면 지도를 확인해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어딘지 볼 수도 있죠. 할로우 나이트의 엔딩씬이 좀 심심했다면, 제대로 보신 겁니다. 앞서 나왔던 수많은 메트로배니아 게임들처럼, 〈할로우 나이트〉도 배드 엔딩과 게임을 한참 더 플레이해야 볼 수 있는 트루 엔딩이 있습니다. 대략적인 과정은 이렇습니다. 왕국 끝자락에서 여기로 올라가서 호넷과 다시 한 번 싸우고 버려진 껍데기에 들어가면 그 안에 있는 왕의 문장을 얻고 이를 이용해 고대의 분지에 있는 커다란 문을 열어 심연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심연에선 그림자 망토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해 곳곳에서 보이는 그림자 장벽을 통과할 수 있게 됩니다. 참고로 그림자 망토를 이용하면 스승의 기록보관소로 들어갈 수 있어서 쇠똥구리 수호기사 보스전과 이스마의 눈물을 스킵하고 모노몬을 깨울 수 있습니다. 센스 있죠! 아무튼, 한 검은 장벽 너머에 보스가 있는데, 바로 "배신자 군주"입니다. 이 보스를 쓰러뜨리면 "하얀 조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좋네요. 안식의 땅에 있는 예언자는 정수를 모아가면 아이템을 주는데, 이 정수는 전사의 꿈 혹은 보스의 꿈을 물리치거나 영혼에 몽환의 대못을 이용하거나 속삭이는 뿌리에서 나온 정수를 수집해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정수를 1,800개 모으면 예언자가 몽환의 대못을 각성시켜줍니다. 이걸 고대의 분지에 있는 시체에 사용하면 백색 궁전으로 갈 수 있고 어렵고 끔찍한 악몽같은 구간으로 마치 〈슈퍼 미트 보이〉나 〈셀레스트〉가 떠오르는 곳인데 그 두 게임 같은 세밀한 플랫포밍 컨트롤이 안 되는 게 문제입니다. 제길, 이 구간은 제법 짜증났어요. 이 곳을 다 깨면 하얀 조각을 하나 더 얻습니다. 두 개를 합치면 "왕의 영혼"이 완성되고 이걸 갖고 심연으로 돌아가면 "공허의 심장"으로 바뀝니다. 드디어, 이걸 갖고 공허의 기사를 만나 몽환의 대못으로 그 머릿속으로 들어가면 이 게임의 진짜 최종보스, "광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정말 어려워서 울고 싶었어요. 그래도 해냈죠. 백만 번 쯤 시도해서. 게임 막바지에 숨겨진 컨텐츠가 이렇게 많다는 것에 많이 놀랐습니다. 첫 엔딩을 보는데까지 20시간이 걸렸는데, 더 나은 엔딩을 볼 때까지 10시간이나 더 걸렸으니까요. 팀 체리가 열심히 만들어놓은 컨텐츠를 플레이어가 놓치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다른 증거라 볼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부분은 그닥 제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처음 공허의 기사를 끝장냈을 때 충분히 만족스러웠는데 아직 할 게 한참 더 남았단 걸 인터넷에서 보니 게임을 이어갈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 게임은 전통적인 "한 시점에 두 가지 분기가 나눠지는 방식"이 아니라서 왕국의 끝자락에서 여길 넘어가지 않으면 그대로 막히고 맙니다. 결국 진짜 엔딩을 보기 위해 플레이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자, 지금까지 〈할로우 나이트〉였습니다. 수수께끼 같은 단서와 초기 일직선 플레이로 플레이어를 우선 신성둥지의 세계로 초대하고 왕국의 문을 확 열어버리면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식으로 탐험하게 하는 게임이죠. 수많은 컨텐츠를 동시에 열어줌으로써, 그리고 그 곳을 찾아갈 길을 여럿 만듦으로써 〈할로우 나이트〉는 메트로배니아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완전히 피해버렸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려면 놓쳐버린 그 한 곳을 지도에서 열심히 뒤져봐야 하는" 함정 말입니다. 대신, 〈할로우 나이트〉는 플레이어가 그냥 모험에만 신경쓰게 합니다. 어딜 가든 쓸모있는 게 나올 거라는 걸 보장하면서요. 멋진 새로운 구역, 딱 한 번 만나는 특이한 적, 수수께끼 같은 세계관의 실마리, 아주 유용한 아이템, 게임 플레이에 큰 변화를 주는 업그레이드, 혹은 무서운 보스전을 말이죠. 이는 다른 메트로배니아 게임들과 다른 부분으로, 자물쇠를 하나 하나 순차적으로 열어가는 퍼즐 같은 느낌은 많이 희석됐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놀라운 요소로 가득한 세계에 몰입해 감탄하게 되는 경험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팀 체리는 "플레이어가 이 넓은 세계에 빠져들어 특정한 방향을 따르도록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내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저희와 게이머들 사이에 상호존중과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게이머는 똑똑하기 때문에 충분한 관찰, 끈기와 기술을 통해 결국은 게임을 마스터하고 이 게임의 도전요소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이렇게 탐험을, 전투를, 그리고 게임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마스터함으로써 정말 기억에 남는 그런 경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것이 제겐 잘 먹혔고, 덕분에 제게 후속작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은 기대한다는 말 그 이상입니다. 이렇게 "보스 키"가 완결됐습니다. 지난 20개 에피소드에서 주요 《젤다》 게임들, 거의 모든 《메트로이드》,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과 〈다크 소울〉을 거쳐 〈할로우 나이트〉로 끝을 맺었습니다. 물론 이 시리즈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4〉,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야생의 숨결 2〉같은 대작들이 나오면 돌아올 겁니다. 또한 《젤다》 시리즈 던전 디자인에 대한 영상을 만들 예정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요. 약속해요. 하지만 시작할 때부터 이 시리즈의 마지막은 〈할로우 나이트〉로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이고, 역대 최고의 메트로배니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마지막으로 하는 건 좋은 일이죠.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후원자 여러분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