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1,388 --> 00:00:04,103 저는 어릴 때 무서워하는 게 참 많았습니다. 2 00:00:04,507 --> 00:00:07,061 번개와 곤충이 무서웠고 3 00:00:07,061 --> 00:00:09,650 큰 소리나 인형 탈들도 무서워했어요. 4 00:00:10,373 --> 00:00:13,720 그리고 심각한 공포증이 두 가지 있었는데 5 00:00:13,720 --> 00:00:15,901 의사와 주사에 대한 공포증이었습니다. 6 00:00:16,552 --> 00:00:20,406 주치의로부터 도망가려고 애쓸 때 7 00:00:20,406 --> 00:00:22,577 신체적 저항이 너무 심해서 8 00:00:22,577 --> 00:00:25,877 의사 선생님이 절 놀래 주려고 제 뺨을 때린 적도 있어요. 9 00:00:25,877 --> 00:00:27,147 여섯 살 때였죠. 10 00:00:27,972 --> 00:00:30,515 그때는 싸우든 도망가든 할 때여서 11 00:00:30,515 --> 00:00:32,871 간단한 백신 주사 하나를 맞는데도 12 00:00:32,871 --> 00:00:36,307 저희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 서너 명이 저를 붙들고 있어야 했습니다. 13 00:00:37,712 --> 00:00:41,553 나중에 저희 가족은 뉴욕에서 플로리다 주로 이사했습니다. 14 00:00:41,553 --> 00:00:43,801 제가 막 고등학생이 됐을 때였죠. 15 00:00:43,801 --> 00:00:46,356 교구 부속학교에 처음 전학 와서 16 00:00:46,356 --> 00:00:49,849 아무도 모르는데 어떻게 어울릴지 걱정하며 17 00:00:49,849 --> 00:00:51,744 처음 등교한 날, 18 00:00:51,744 --> 00:00:55,637 선생님께서 출석체크를 하시며 "앤 마리 알바노"라고 부르셨고 19 00:00:55,637 --> 00:00:58,236 저는 [스태튼 아일랜드 억양으로] "네!"라고 대답했죠. 20 00:00:58,236 --> 00:01:01,940 선생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오 얘야, 일어나 보렴. 21 00:01:01,940 --> 00:01:04,588 D-O-G라고 한번 말해볼래?" 22 00:01:04,588 --> 00:01:07,020 전 [스태튼 아일랜드 억양으로] "Dog?"라고 답했어요. 23 00:01:07,020 --> 00:01:10,847 선생님을 포함한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됐죠. 24 00:01:11,282 --> 00:01:12,804 그리고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25 00:01:12,804 --> 00:01:16,063 선생님이 저를 망신 주려고 몇 개의 단어를 더 말하게 했거든요. 26 00:01:17,230 --> 00:01:19,413 저는 훌쩍거리며 집으로 갔습니다. 27 00:01:19,413 --> 00:01:20,729 너무 상심해서 28 00:01:20,729 --> 00:01:23,077 저를 뉴욕으로 돌려보내 주던지 29 00:01:23,077 --> 00:01:25,204 수녀원에라도 보내달라고 애원했습니다. 30 00:01:25,204 --> 00:01:28,541 다시는 그 학교에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31 00:01:29,168 --> 00:01:30,855 저희 부모님께서 제 말을 듣고는 32 00:01:30,855 --> 00:01:35,972 뉴욕의 주교님과 상의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33 00:01:35,972 --> 00:01:40,133 하지만 출석 기록 때문에 매일 학교에 나가야 했어요. 34 00:01:40,133 --> 00:01:42,893 스태튼 아일랜드로 다시 전학 가려면 기록이 필요했고, 35 00:01:44,319 --> 00:01:47,952 이메일,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죠. 36 00:01:47,952 --> 00:01:50,731 그 이후 몇 주간 부모님 말씀으로는 37 00:01:50,731 --> 00:01:57,535 맨해튼 교구와 마이애미 교구, 바티칸 교구 간에 38 00:01:57,545 --> 00:01:59,575 서신이 오고 갔다 하더군요. 39 00:01:59,575 --> 00:02:04,101 매일 저는 울면서 학교에 갔다 울면서 다시 집에 왔지만 40 00:02:04,101 --> 00:02:08,428 몇몇 추기경과 주교들께선 "전학 갈 곳을 찾을 때까지 41 00:02:08,428 --> 00:02:11,810 아이를 학교에 보내라"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엄마가 그러셨죠. 42 00:02:12,714 --> 00:02:14,612 정말 순진했었죠? 43 00:02:14,612 --> 00:02:15,842 (웃음) 44 00:02:16,488 --> 00:02:20,180 그리고 몇 주 후 어느 날 통학 버스를 기다리다가 45 00:02:20,180 --> 00:02:22,332 데비라는 여자아이를 만났습니다. 46 00:02:22,332 --> 00:02:24,426 데비는 제게 자기 친구들을 소개해 줬고 47 00:02:25,222 --> 00:02:27,680 저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48 00:02:27,680 --> 00:02:30,207 뭐, 교황님을 더 이상 괴롭힐 필요가 없게 된 거죠. 49 00:02:30,207 --> 00:02:31,250 (웃음) 50 00:02:31,250 --> 00:02:33,612 그 이후론 불안을 덜 느끼고 서서히 자리 잡아갔습니다. 51 00:02:35,169 --> 00:02:40,062 제가 지난 30년간 소아불안장애를 연구해온 이유의 일부는 52 00:02:40,062 --> 00:02:43,621 제 자신을 이해하려 했던 경험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53 00:02:43,621 --> 00:02:45,201 그리고 정말 많이 배웠죠. 54 00:02:46,439 --> 00:02:53,373 불안장애는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소아정신질환입니다. 55 00:02:54,341 --> 00:02:58,326 이른 시기인 네 살 때 시작되는데 56 00:02:58,326 --> 00:03:01,585 사춘기가 되면 열두 아이 중 한 명은 57 00:03:01,585 --> 00:03:07,815 가정 및 학교생활, 또래관계를 매우 어려워합니다. 58 00:03:08,699 --> 00:03:11,628 불안장애 아동들은 너무 불안해하고 59 00:03:11,628 --> 00:03:12,808 걱정하는 나머지 60 00:03:12,808 --> 00:03:16,371 신체적 불편함을 느낍니다. 61 00:03:16,936 --> 00:03:19,985 학교에서 집중을 하거나 62 00:03:19,985 --> 00:03:21,620 느긋하게 즐거움을 누리거나 63 00:03:21,620 --> 00:03:22,797 친구를 사귀거나 하는 64 00:03:22,797 --> 00:03:25,319 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힘들어합니다. 65 00:03:26,099 --> 00:03:29,454 불안감은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고 66 00:03:29,454 --> 00:03:34,276 부모는 바로 가까이서 아이의 고통을 목격하게 되는 거죠. 67 00:03:35,874 --> 00:03:39,601 이 일을 하면서 불안장애 아동들을 많이 만나던 가운데 68 00:03:39,601 --> 00:03:43,994 저희 부모님께 몇 가지 질문을 했어요. 69 00:03:43,994 --> 00:03:48,019 "제가 주사 맞는 걸 그렇게 무서워했는데도 70 00:03:48,019 --> 00:03:50,530 왜 저를 붙잡고 강제로 맞게 하신 거예요?" 71 00:03:51,280 --> 00:03:54,750 또 왜 제가 계속 학교에 가도록 그런 이야기를 꾸며 내신 건가요? 72 00:03:54,750 --> 00:03:57,866 전 창피 당할까 봐 너무 걱정했는데 말이에요." 73 00:03:59,152 --> 00:04:03,696 부모님께서 말씀하시길, "매번 우리의 가슴이 아팠지만 74 00:04:03,696 --> 00:04:07,044 네가 꼭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란다. 75 00:04:07,535 --> 00:04:10,666 너의 감정이 상하는 걸 감수해야 했지. 76 00:04:10,666 --> 00:04:14,655 시간과 경험을 통해 상황에 적응하기를 77 00:04:14,655 --> 00:04:17,206 기다리면서 말이야. 78 00:04:17,616 --> 00:04:19,780 백신 주사는 꼭 맞아야 하잖니. 79 00:04:19,780 --> 00:04:21,526 학교도 꼭 가야 하고." 80 00:04:23,081 --> 00:04:25,120 부모님은 모르셨겠지만 81 00:04:25,120 --> 00:04:28,925 부모님께서 하신 일은 홍역 예방 주사를 맞히게 하는 일 이상이었습니다. 82 00:04:29,568 --> 00:04:35,328 평생의 불안장애로부터 저를 예방해 주신 거였어요. 83 00:04:36,526 --> 00:04:41,421 아이의 극심한 불안감은 슈퍼버그 같습니다. 84 00:04:41,421 --> 00:04:44,805 전염성이 강하고 심지어 개체 수가 늘기도 하죠. 85 00:04:44,805 --> 00:04:47,042 제가 봐온 아이들 중 다수에게 86 00:04:47,042 --> 00:04:51,799 1개 이상의 불안 증상이 동반합니다. 87 00:04:51,799 --> 00:04:54,169 예를 들자면 특정 공포증이 있는데 88 00:04:54,169 --> 00:04:58,349 거기에 분리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까지 있는 거예요. 89 00:04:59,020 --> 00:05:00,577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90 00:05:00,577 --> 00:05:05,389 유아기의 불안장애가 사춘기 때의 우울증이 될 수 있습니다. 91 00:05:06,146 --> 00:05:10,512 약물 남용 및 자살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요. 92 00:05:12,187 --> 00:05:14,239 저희 부모님은 심리치료사가 아니셨습니다. 93 00:05:14,239 --> 00:05:16,166 아는 심리상담사가 있던 것도 아니고요. 94 00:05:16,709 --> 00:05:20,706 단지 이런 상황들이 저를 불편하게 할지언정 95 00:05:20,706 --> 00:05:24,185 제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아셨을 뿐입니다. 96 00:05:25,112 --> 00:05:30,380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극심한 불안감이 저를 해쳤을 겁니다. 97 00:05:30,380 --> 00:05:33,720 어려운 상황들을 회피하게 두고 98 00:05:33,720 --> 00:05:37,496 그걸 스스로 감당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게 하셨다면 말이죠. 99 00:05:38,330 --> 00:05:43,446 부모님께선 직관적으로 그들만의 노출 요법을 쓰셨던 건데 100 00:05:44,236 --> 00:05:50,688 이는 불안장애 인지행동치료의 중심이 되는 핵심 치료이기도 합니다. 101 00:05:51,446 --> 00:05:56,450 저희 연구진은 7세에서 17세 사이의 소아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02 00:05:56,450 --> 00:06:00,426 불안 치료와 관련해 대규모 무작위 통제실험을 했습니다. 103 00:06:01,307 --> 00:06:06,650 아동 중심의 인지행동노출치료와 104 00:06:06,650 --> 00:06:11,154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이용한 약물이 105 00:06:11,154 --> 00:06:14,093 참가자 60%에게 효과를 보였고 106 00:06:14,962 --> 00:06:20,349 이를 결합할 시, 80%의 참가자가 3개월 내 호전을 보였습니다. 107 00:06:20,958 --> 00:06:22,698 정말 좋은 소식이죠. 108 00:06:22,698 --> 00:06:24,845 또한 꾸준한 약치료나 109 00:06:24,845 --> 00:06:28,742 실험 때와 같은 노출 치료를 받으면 110 00:06:28,742 --> 00:06:31,347 1년 이상은 별문제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111 00:06:32,675 --> 00:06:36,409 그러나 실험 종료 이후, 112 00:06:36,409 --> 00:06:40,592 참가자들에 대한 후속 실험에 들어갔는데 113 00:06:40,592 --> 00:06:44,696 그중 많은 아이들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재발했고, 114 00:06:44,696 --> 00:06:48,935 최상의 근거에 기반한 치료임에도 115 00:06:48,935 --> 00:06:53,318 불안장애 아동 중 약 40%는 116 00:06:53,318 --> 00:06:56,185 실험기간 내내 유병 상태였습니다. 117 00:06:57,291 --> 00:07:00,914 이 결과를 놓고 숙고했습니다. 118 00:07:01,977 --> 00:07:03,542 우리가 놓친 게 뭘까? 119 00:07:04,638 --> 00:07:11,669 저희가 아동중심개입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120 00:07:11,669 --> 00:07:15,861 부모들과 소통하고 그들도 치료에 참여하는 게 121 00:07:15,861 --> 00:07:18,146 중요할 거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122 00:07:19,989 --> 00:07:23,633 저희 연구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연구진들의 실험에서 123 00:07:23,633 --> 00:07:25,931 일관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124 00:07:26,776 --> 00:07:32,575 부모의 좋은 의도가 오히려 부모를 계속 불안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125 00:07:33,361 --> 00:07:36,798 아이들에게 항복하고, 너무 맞춰주고 126 00:07:36,798 --> 00:07:41,287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게끔 내버려 둡니다. 127 00:07:42,094 --> 00:07:44,055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128 00:07:44,587 --> 00:07:48,920 아이가 엉엉 울며 집에 들어옵니다. 129 00:07:48,920 --> 00:07:51,191 아이는 대여섯 살쯤 됐고요. 130 00:07:51,191 --> 00:07:54,134 "학교에서 아무도 날 안 좋아해! 다들 너무 못됐어요. 131 00:07:54,134 --> 00:07:55,941 아무도 나랑 안 놀아줘요." 132 00:07:57,023 --> 00:07:59,509 아이가 속상해하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133 00:08:00,628 --> 00:08:01,788 어떻게 할 건가요? 134 00:08:02,646 --> 00:08:08,075 아이를 달래고, 진정시키고, 보호하고 상황을 해결하려 드는 게 135 00:08:08,075 --> 00:08:10,928 자연스러운 부모의 본능일 겁니다. 136 00:08:12,164 --> 00:08:16,779 선생님께 중재를 부탁하고, 애들 노는 약속을 부모끼리 잡고 137 00:08:16,779 --> 00:08:18,984 다섯 살 땐 괜찮을지 모르죠. 138 00:08:19,359 --> 00:08:24,517 하지만 아이가 허구한 날 울면서 집에 오면 어떡할 건가요? 139 00:08:25,182 --> 00:08:30,006 여덟 살, 열 살, 열네 살 때도 나서서 해결해 줄 건가요? 140 00:08:30,594 --> 00:08:32,668 성장과정에서 아이는 141 00:08:32,668 --> 00:08:37,318 어렵고 힘든 상황들을 늘 맞닥뜨리기 마련입니다. 142 00:08:37,318 --> 00:08:40,441 잠옷 파티나 발표, 143 00:08:41,020 --> 00:08:43,171 갑작스럽게 시험을 볼 수도 있고 144 00:08:43,171 --> 00:08:47,128 교내 스포츠팀 선발이나 연극 오디션에 도전한다든가 145 00:08:47,128 --> 00:08:49,074 친구들과 다툴 수도 있어요. 146 00:08:49,706 --> 00:08:53,121 이 모든 일들엔 위험이 따르죠. 147 00:08:53,121 --> 00:08:56,487 잘 해내지 못할 수도 있고 원하는 결과를 못 낼 수도 있고 148 00:08:56,487 --> 00:08:58,444 실수를 할 수도 있고 149 00:08:58,444 --> 00:09:00,636 창피를 당할 수도 있어요. 150 00:09:01,616 --> 00:09:03,827 위험을 회피하고 참여하지 않는 151 00:09:03,827 --> 00:09:06,603 불안장애 아동들은 152 00:09:07,555 --> 00:09:11,542 결국 힘든 상황을 헤쳐가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153 00:09:12,080 --> 00:09:13,235 그렇죠? 154 00:09:13,235 --> 00:09:17,455 왜냐면 능력은 지속적으로 그런 상황에 노출되고 155 00:09:17,455 --> 00:09:21,520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부딪쳐봐야 발전하거든요. 156 00:09:22,680 --> 00:09:24,569 스스로를 다독이고 157 00:09:24,569 --> 00:09:28,368 화가 나면 진정할 줄도 알고 158 00:09:29,067 --> 00:09:33,859 타인과의 갈등 해결 같은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니며 159 00:09:34,631 --> 00:09:36,523 참을 줄도 알고 160 00:09:36,523 --> 00:09:39,443 단번에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161 00:09:39,443 --> 00:09:42,387 꾸준히 노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162 00:09:43,270 --> 00:09:46,361 위험을 감수하고 참여하는 아이들은 163 00:09:46,361 --> 00:09:48,523 이를 비롯한 많은 능력들을 키워갑니다. 164 00:09:49,325 --> 00:09:52,455 또한 자기 효능감이 생기죠. 165 00:09:52,455 --> 00:09:55,863 쉽게 말해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면서 166 00:09:55,863 --> 00:09:59,306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167 00:10:00,650 --> 00:10:02,919 불안장애 아동들은 168 00:10:02,919 --> 00:10:08,732 어렵고 힘든 상황은 피하고 누군가 이를 대신 해결하게 하는데 169 00:10:08,732 --> 00:10:11,809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불안해하고 170 00:10:11,809 --> 00:10:14,455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171 00:10:15,328 --> 00:10:19,368 일반 또래들과 달리 불안장애 아동들은 172 00:10:19,368 --> 00:10:24,239 자신에겐 이런 상황을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173 00:10:24,768 --> 00:10:28,441 부모님 같이 모든 일을 해결해 주는 존재가 174 00:10:28,441 --> 00:10:30,214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75 00:10:31,769 --> 00:10:34,822 아이를 달래고, 보호하고, 176 00:10:34,822 --> 00:10:39,112 안심시키고 싶은 게 부모의 본능이겠지만 177 00:10:40,207 --> 00:10:44,383 1930년에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178 00:10:44,383 --> 00:10:46,706 다음과 같은 충고를 부모들에게 남겼어요. 179 00:10:46,706 --> 00:10:49,770 아이에게 원 없이 사랑을 주되, 180 00:10:49,770 --> 00:10:52,196 의존적 아이로 키워선 안된다고 말이죠. 181 00:10:52,838 --> 00:10:55,921 자주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182 00:10:55,921 --> 00:10:59,192 일찌감치 훈련을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183 00:10:59,964 --> 00:11:04,051 또한 아들러는 아이가 봤을 때 부모가 184 00:11:04,051 --> 00:11:08,158 항상 대기조로 본인의 응석을 다 받아주면 185 00:11:08,158 --> 00:11:11,525 그 아이는 그릇된 사랑을 배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186 00:11:13,189 --> 00:11:17,050 오늘날의 불안장애 아동들은 187 00:11:17,050 --> 00:11:19,698 시도 때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188 00:11:19,698 --> 00:11:24,218 부모에게 문자와 전화로 도와달라고 합니다. 189 00:11:24,218 --> 00:11:29,762 이런 아이들이 어릴 때 대처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면 190 00:11:29,762 --> 00:11:31,888 과연 어떻게 될까요? 191 00:11:33,055 --> 00:11:37,900 저는 불안장애를 가진 청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92 00:11:39,034 --> 00:11:42,728 18살에서 28살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죠. 193 00:11:43,561 --> 00:11:45,893 이들 자녀들은 대부분 독립하지 않은 상태로 194 00:11:45,893 --> 00:11:47,933 부모님에게 의존하며 살고 있어요. 195 00:11:48,798 --> 00:11:52,647 대다수가 고등교육을 받았고 196 00:11:52,647 --> 00:11:54,135 대졸자인 경우도 있죠. 197 00:11:54,907 --> 00:11:57,616 그런데도 일자리를 갖지 않고 198 00:11:57,616 --> 00:12:00,400 집에만 머물면서 별다른 일을 하지 않습니다. 199 00:12:00,928 --> 00:12:04,194 타인과의 의미 있는 관계도 맺지 못하고 200 00:12:04,194 --> 00:12:08,635 무슨 일이든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합니다. 201 00:12:09,802 --> 00:12:12,788 아직도 부모가 병원 예약을 대신해 주고, 202 00:12:13,729 --> 00:12:17,178 부모가 자녀의 친구에게 전화해 한 번 놀러 오라고 부탁합니다. 203 00:12:17,178 --> 00:12:19,626 빨래도 밥도 부모가 다 해 주죠. 204 00:12:20,098 --> 00:12:23,874 그러면서 부모는 자녀와 큰 갈등을 겪는데, 205 00:12:23,874 --> 00:12:28,213 자녀가 청년으로 성장하기는커녕 불안감만 커지기 때문이죠. 206 00:12:29,285 --> 00:12:32,191 부모는 큰 죄책감에 시달리다가도 207 00:12:32,191 --> 00:12:33,906 원망을 하고 208 00:12:33,906 --> 00:12:35,661 또다시 죄책감을 느낍니다. 209 00:12:36,662 --> 00:12:38,709 이젠 희망적인 얘기를 드리죠. 210 00:12:39,661 --> 00:12:44,523 부모 또는 자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이들이 211 00:12:44,523 --> 00:12:50,933 두려움에 맞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아이가 배우게끔 도와준다면 212 00:12:50,933 --> 00:12:58,317 불안감을 다스릴 자신만의 적응기제를 키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13 00:12:59,729 --> 00:13:03,737 저희는 부모에게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고 214 00:13:03,737 --> 00:13:07,420 자녀의 불안에 대응하는 그들의 방식을 생각해 보라고 이릅니다. 215 00:13:08,613 --> 00:13:10,138 가령 이렇게 말씀드리죠. 216 00:13:10,138 --> 00:13:14,220 "상황을 들여다보고 자문하세요. 현재 어떤 상황이지? 217 00:13:14,669 --> 00:13:17,121 우리 아이를 얼마나 두렵게 할까? 218 00:13:17,121 --> 00:13:20,120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아이가 무엇을 배우면 좋을까?" 라고요. 219 00:13:20,812 --> 00:13:23,904 부모가 세심하게 자녀의 말을 들어줘야 함은 물론이고요. 220 00:13:23,904 --> 00:13:27,847 만약 아이가 심한 따돌림을 받거나 위험에 처한다면 221 00:13:27,847 --> 00:13:29,448 부모가 개입하는 건 222 00:13:29,448 --> 00:13:30,761 당연한 일입니다. 223 00:13:31,738 --> 00:13:36,050 하지만 불안감을 유발하는 일들이 일상다반사인 상황에서 224 00:13:36,050 --> 00:13:38,426 부모가 자녀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225 00:13:38,426 --> 00:13:41,998 침착하고 절제있게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226 00:13:41,998 --> 00:13:44,785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주며 227 00:13:44,785 --> 00:13:50,908 동시에 아이가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228 00:13:51,627 --> 00:13:53,520 그리고 이게 핵심인데요, 229 00:13:53,520 --> 00:13:57,226 아이가 상황을 직접 해결하게 하는 겁니다. 230 00:13:59,092 --> 00:14:03,792 물론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죠. 231 00:14:03,792 --> 00:14:06,723 저희 부모님께서 수년이 지나서야 제게 말씀하셨던 것처럼요. 232 00:14:07,389 --> 00:14:09,131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233 00:14:09,131 --> 00:14:13,920 내가 개입해서 아이의 고통을 덜 수만 있다면 234 00:14:13,920 --> 00:14:16,340 당연히 그렇게 하겠죠? 235 00:14:16,340 --> 00:14:17,807 그렇게 하고 싶을 테고요. 236 00:14:19,000 --> 00:14:21,542 하지만 아이든 어른이든 237 00:14:21,542 --> 00:14:27,033 극심한 불안은 위험요소를 과대평가하고 238 00:14:27,033 --> 00:14:30,098 우리의 대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듭니다. 239 00:14:31,700 --> 00:14:35,477 하지만 우리가 두려워하는 걸 반복적으로 마주하다 보면 240 00:14:35,477 --> 00:14:39,719 불안감은 줄어들고 문제 해결력과 회복탄력성이 길러집니다. 241 00:14:40,639 --> 00:14:42,538 저희 부모님이 뭘 좀 아셨던 거죠. 242 00:14:43,158 --> 00:14:45,525 불안장애가 심한 요즘 아이들에게 243 00:14:45,525 --> 00:14:48,990 부모의 과잉보호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44 00:14:50,149 --> 00:14:54,695 침착함과 자신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245 00:14:55,179 --> 00:14:58,928 부모와 자녀가 함께 터득할 수 있는 대처 능력입니다. 246 00:14:59,912 --> 00:15:01,088 감사합니다. 247 00:15:01,088 --> 00:15:04,400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