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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부터 시작하기 | 황도진 | TEDx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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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건축가 황두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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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오마이뉴스가 창간되던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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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사무실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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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이면 10년이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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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저한테는 별명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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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동네 건축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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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하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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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무시해도 좋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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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후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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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먼 곳에 있는
    유명한 땅에 가서 성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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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의환향해서 뻐기면서 돌아와야 될 곳,
    이런 생각이 많이 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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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저는 제가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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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동네가 내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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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구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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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오늘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의 제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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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동네에서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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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는 'Starting from where I am'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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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제가 제 동네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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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했던 두 개의 건물을 보여드림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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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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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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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시고 계시는 이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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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가 이 건물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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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이러한 건물을
    짓고 싶다라고 해서 제안을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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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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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무슨 건물일까
    아마 의아해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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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기계들이 가득차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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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공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위에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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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기를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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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공장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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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이 실제로 나중에 완성됐을 때 많은 분들이
    아 맥주 공장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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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염소 얘기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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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사실 그렇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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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영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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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문이 지금까지 이끌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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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 3가의 골목길에 있는
    한의원의 신관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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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무려 160여년 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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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7년 북한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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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전쟁당시 서울로 이주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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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원장님께서 7대째 원장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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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오래된 기업이
    없다고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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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 세무서에서 세금 오래 낸
    기업으로 상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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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체로 상당히 오래된
    역사 문화 컨텐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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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한방의 역사까지 계산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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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한 시간의 축적이
    이루어진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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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건물을 저렇게
    짓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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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냐, 한방은 천연재료를 가지고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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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을 고치는, 그런 철학을
    갖고 있는 의료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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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너무나 많은 한방병원에서
    가장 성스러운 공간
  • 3:01 - 3:05
    약을 만드는 그 공간은 구석에 정말
    아무도 안보이는 곳에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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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관계를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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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장 중요한 공간이 건물의
    전면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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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시고 계시는 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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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
    이 동네를 보십시오.
  • 3:21 - 3:23
    종로 3가의 뒷골목입니다.
    정말 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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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당시에 시멘트를 비벼서 이것을 보내는
    그 차가 들어갈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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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십 미터 밖의 길에다 세워놓고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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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 있는 건물들
    다 러브호텔, 모텔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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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자기 조상들이
    여기서 한의원을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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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떠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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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역에 계속 남아계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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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을 달이는 공간이
    유리상자 안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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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한 번씩
    바라볼 수 있게 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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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공간에서 약을 달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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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금속이 들어간,
    오염된 약재료를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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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한약재를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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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투명한 공간을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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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차로 우리 사회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던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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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방과 비밀, 이런 것에
    의존하고 있었던 한방이라는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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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현대 사회에서 다시 받아들일 수 있는
    건물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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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의 정신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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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사회와 만나는 방식을
    바꿔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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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동이 터오르는 새벽에
    약을 달이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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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원장님이 저희보다
    한 술 더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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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폼도 바꿨습니다.
  • 4:31 - 4:32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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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로 가득 차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정신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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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을 조제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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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왼쪽에 있는 이 약장만 100년의 역사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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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 재료는 한방과도
    똑같은 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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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한방이 천연재료를 사용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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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도 돌이면 돌,
    나무면 나무, 유리면 유리,
  • 5:00 - 5:02
    그대로 날 것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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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인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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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한방병원이지만
    굉장히 많은 시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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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이분들이 한 가문에서 오래 병원을 하셨기 때문에
    모아놓은 유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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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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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을 찾아오신 분들,
    오래된 유물만 보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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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을 만드는 광경도 봅니다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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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에 있는 문화공간에서는
    강의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전시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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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환자를 진료하는
    접견실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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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의 단면입니다
    이와 같은 많은 시설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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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건물은 아니지만
    아주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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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이 지하에 있는 문화공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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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무용가들이
    안무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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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의 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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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것을 도시의 창자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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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얽히고 섥혀있는 우리 내장처럼
    아주 복잡한 골목길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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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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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굉장히 현대적인 건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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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료나 색상은 주변에 있는 건물의 재료나 색상에서
    많은 부분을 빌려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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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 동네의 일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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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이렇게 하늘을 날아다니다
    착륙한 것 같은 건물을 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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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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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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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이 건물을 처음에 설계했던 2004년 당시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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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마음 속에 램 폴 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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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벤 버클 이런 사람들을 들으면서
    성장한 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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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제가 어느 날 한옥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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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모든 분야에서
    국학이 찬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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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학과, 사람 안갔다고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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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학에 비해서 국학이
    차지하는 위치를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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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 마찬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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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저희 선배들로부터
    한옥을 20세기에 다시 짓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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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시대의 건축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배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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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알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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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제가 이런 일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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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들은 저한테 황두진씨가
    현대건축이 안돼서 저런 일을 한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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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그 때 잘 몰랐습니다
    왜 내가 이런 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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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저는 어느 날
    신문 기사에서 이자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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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제 다음에 발표를 하게 될
    이자람씨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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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는 판소리를
    정통으로 공부한 사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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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 애플 그린의 정서를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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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낡은 예술 형식이지만
    거기에 현대의 정신을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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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걸 제가 들었을 때
    여기 나의 선생님이 계시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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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하고자 하는 것도
    한옥이라는 오래된 형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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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안에 새로운 것을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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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이 사는 주택
    현대주택으로써 한옥을 지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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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생각들을 하고
    이런 집들을 설계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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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관을 보시면 전형적인
    한옥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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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처음으로 했던 한옥이었기 때문에
    기본을 충실히 해 보자는 그런 의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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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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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이라도 조선시대 선비가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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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시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 8:14 - 8:16
    여기 걸려있는 저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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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근대화가인
    원계홍씨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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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있는 액자는 이 집
    아이들의 사진을 담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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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보면 조선시대 분위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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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시대에서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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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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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의 정말 성격, 본성은
    벽장 문을 열었을 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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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가 제공하는 모든 첨단 기술은
    다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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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오토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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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시큐리티, 기가 막히게 빠른
    대한민국의 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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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오, 비디오, 다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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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로 조선 시대의
    사람을 위한 집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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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 주인은 여기서 노트북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블로그 하십니다.
  • 9:00 - 9:03
    여기 걸려있는 그림도
    같은 시대의 것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 9:03 - 9:07
    조선시대의 자기, 조선시대의 가구,
    현대작가의 작품
  • 9:07 - 9:11
    그 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원계홍씨의 그림입니다.
  • 9:12 - 9:13
    우리의 현대란 이런 것입니다.
  • 9:13 - 9:16
    우리에게는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는데
  • 9:16 - 9:20
    이 모든 것이 섞여 있습니다.
    결코 단순하지 않죠.
  • 9:21 - 9:23
    부엌또한 마찬가집니다.
  • 9:23 - 9:27
    더 이상 춥고 불편한 아궁이에
    부뚜막 있는 그런 부엌 아니죠.
  • 9:27 - 9:31
    여러분들 제가 한옥작업을 시작한 다음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뭔지 아십니까?
  • 9:31 - 9:34
    춥지 않아요?
  • 9:35 - 9:37
    춥지 않습니다.
  • 9:37 - 9:41
    이제 한옥에서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됐어요.
  • 9:41 - 9:43
    이 집 주인이십니다.
  • 9:43 - 9:45
    집을 짓다보면
    상량식이란 걸 하게 되죠.
  • 9:45 - 9:48
    지금은 많이 사라지고
    없어진 전통입니다.
  • 9:48 - 9:53
    아까 말씀드렸죠. 블로깅을 즐기고,
    인터넷을 즐기고
  • 9:53 - 9:56
    현대 예술작품을 컬렉션하시는 분인데
  • 9:56 - 10:02
    자기 집을 지을 때 단정히 무릎꿇고 앉아서
    상량문을 직접 쓰고 계십니다.
  • 10:03 - 10:09
    우리가 이전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그런 모습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 10:09 - 10:13
    제가 오늘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것입니다.
  • 10:13 - 10:18
    우리는 지금 한국이란
    나라를 살고 있지만
  • 10:18 - 10:22
    이 같은 시대에 저는 세 개의 한국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10:22 - 10:24
    그것은 다시 말해서
  • 10:24 - 10:27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세 개의 시간으로 구분이 되고
  • 10:27 - 10:30
    이 세 개의 시간이 현재에 공존합니다.
  • 10:30 - 10:33
    하나씩 보시겠습니다.
  • 10:36 - 10:40
    그 첫 번째는 제가 올드 코리아,
    구 한국이라고 하는 세계입니다.
  • 10:40 - 10:42
    이것은 주로 19세기 이전
  • 10:42 - 10:44
    우리나라가 고립되어 있었을 때
  • 10:44 - 10:48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정도만 교류하고 있었을 때
  • 10:48 - 10:51
    닫혀있던 나라였을 때
  • 10:51 - 10:54
    그런 가치관입니다.
  • 10:54 - 10:58
    고립주의 정책, 쇄국주의 정책이
    극단에 이르렀을 때
  • 10:58 - 11:02
    19세기말 대원군에 의해서
    전국 각지에 세워졌던 이런 척화비
  • 11:02 - 11:04
    이것이 그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 11:04 - 11:06
    번역을 해보자면 이런 뜻입니다.
  • 11:06 - 11:10
    서양의 오랑캐들이 우리를 침범할 때
  • 11:10 - 11:13
    싸우지 않는 것은 화해하는 것이고
  • 11:13 - 11:17
    화해하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
  • 11:17 - 11:20
    여기 지금 많은 서양의
  • 11:24 - 11:26
    여기 계시죠?
  • 11:26 - 11:30
    한국에서의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시면
  • 11:30 - 11:34
    우리의 서양에 그런 분들에 대한
    우리의 뿌리깊은
  • 11:34 - 11:39
    심정이 굉장히 오래된
    소셜 메모리를 갖고 있다고요.
  • 11:39 - 11:41
    이게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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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더 이상 우린
    싸울 의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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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 우리가 지금
    로컬, 글로벌 얘기 많이하죠.
  • 11:50 - 11:53
    우리에게는 로컬 밖에 없었어요.
  • 11:53 - 11:55
    우린 글로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 11:55 - 11:58
    거기에 편입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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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결과, 나라를 뺏겼죠.
  • 12:01 - 12:03
    우리에게 20세기는
    그렇다면 어떤 시대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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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는 우리한테 도둑처럼 왔습니다.
  • 12:05 - 12:07
    전쟁과 식민지와 이런 것처럼 왔어요.
  • 12:07 - 12:10
    우리에게 20세기는 어떤 시대였느냐
  • 12:10 - 12:13
    이 두 장의 사진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12:13 - 12:17
    여기는 제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 12:17 - 12:20
    서울 보문동, 안암동
    일대의 한옥마을입니다.
  • 12:20 - 12:25
    제가 이 사진을 찍었을 때
    이은결씨가 3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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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학교는 여기쯤 있었고요.
  • 12:30 - 12:33
    정확하게 23년이 지난 몇 년 전
  • 12:33 - 12:36
    저는 서울에 관한
    작은 책을 쓰고 있었습니다.
  • 12:36 - 12:39
    이 동네를 그 책에
    포함시키고 싶었어요.
  • 12:39 - 12:43
    다시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 12:43 - 12:49
    제가 어렸을 때 친구들과
    같이 다니던 만화방,
  • 12:49 - 12:52
    떡볶이 집, 참고서 파는 책방
  • 12:52 - 12:54
    이런 것들이 이 한옥들에 있었고
  • 12:54 - 12:56
    그 때 수많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 12:56 - 12:58
    선생님들이 또
    이 집들에 살고 계셨습니다.
  • 12:58 - 13:00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곳이죠.
  • 13:00 - 13:03
    23년만에 제가 건축과 학생이 되서
  • 13:03 - 13:08
    이 동네를 찾아가서
    같은 위치에가서 사진을 찍었을 때
  • 13:08 - 13:14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 13:20 - 13:24
    복습하겠습니다.
  • 13:29 - 13:32
    23년입니다.
    긴 시간 아녜요.
  • 13:32 - 13:35
    우리에게 20세기는
    이런 시대였어요, 이런 시대
  • 13:35 - 13:39
    자기 부정 내 역사, 내 전통
  • 13:39 - 13:44
    그게 아니고 뭔가
    새로운 것을 바깥으로부터 배워서
  • 13:44 - 13:46
    거듭날 수 밖에 없다.
  • 13:46 - 13:52
    그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한 100년 우리가 열심히 그런 걸 한 겁니다.
  • 13:52 - 13:56
    그래서, 물론
    많은 세부적인 다른 이야기들이 있죠.
  • 13:56 - 13:59
    우리 전통과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
    애쓰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 13:59 - 14:02
    하지만, 거시적으로 놓고보면
    아주 거칠게 얘기하자면
  • 14:02 - 14:05
    20세기는 우리에게
    자기 부정의 시대였어요.
  • 14:05 - 14:08
    그리고 우리는 발전하고 싶었고
    우리는 근대화가 필요했는데
  • 14:08 - 14:12
    우리의 근대화란 바로 서구화였습니다.
  • 14:12 - 14:14
    우리가 말하는 것 입는 것
    모두가 다 바뀌었죠.
  • 14:14 - 14:18
    우리가 얻은 것이 있고,
    잃은 것이 있습니다.
  • 14:18 - 14:23
    얻은 것은 결국 세계사에
    편입이 다시 됐죠.
  • 14:23 - 14:28
    그래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도움 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되지 않았습니까?
  • 14:29 - 14:32
    하지만, 잃은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 14:32 - 14:34
    단순히 이런 한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 14:34 - 14:37
    우리는 뭐든지 가치 있는 것은
  • 14:37 - 14:40
    우리 스스로 못 만들어내고,
  • 14:40 - 14:42
    밖의 것을 갖다가 수입해서 써야된다는
  • 14:42 - 14:46
    이상한 문명적인 습관이 생긴 거죠.
  • 14:47 - 14:50
    심하게 얘기하자면 20세기 한국에서
    가장 성공하는 방법은
  • 14:50 - 14:53
    수입 브로커가 되는 겁니다.
  • 14:53 - 14:55
    학문 수입하고 제품 수입합니다.
  • 14:55 - 14:57
    우리 것 만들어
    내다 파는 거 정말 어려웠어요.
  • 14:57 - 15:00
    생각도 못한 경우 굉장히 많습니다.
  • 15:00 - 15:03
    TED만해도 그렇습니다.
  • 15:03 - 15:08
    (박수)
  • 15:12 - 15:15
    앞으로 5천일이 지났을 때
  • 15:17 - 15:21
    제가 오늘 강의 다 정리합니다 지금
  • 15:21 - 15:23
    앞으로 5천일이 지났을 때
  • 15:23 - 15:26
    우리도 뭔가 근사한 거 만들어서
  • 15:26 - 15:30
    전 세계 다른 인류들과
    한 번 즐겁게 한 번 나눠봅시다.
  • 15:30 - 15:34
    우리에게 20세기
    로컬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 15:34 - 15:39
    글로벌, 오로지 글로벌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 15:39 - 15:42
    이제 새로운 시대가 됐죠.
  • 15:42 - 15:47
    이제 정말 변증법에서 얘기하는 정반합의
    합 한 번 만들어 볼 때가 된 것 같지 않습니까.
  • 15:47 - 15:50
    새로운 한국의 탄생
  • 15:50 - 15:56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아닌
    양손잡이의 생각
  • 15:57 - 16:02
    더 이상 로컬과 글로벌이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자각
  • 16:02 - 16:04
    우리는 19세기 이전의
    우리의 조상들보다
  • 16:04 - 16:08
    우리의 전통과 문화, 역사에 대해서
    더 깊은 이해를 가져야 되고
  • 16:08 - 16:10
    20세기의 우리가 노력했던 것보다
  • 16:10 - 16:14
    더 원활하게 더 넓게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어야 됩니다.
  • 16:15 - 16:19
    그것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한국인들이 해야될 일이고
  • 16:19 - 16:22
    아마 우리가 모여서 지금
    이런 모임을 갖는 것 자체가
  • 16:22 - 16:25
    그것의 살아있는 증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 16:25 - 16:28
    마지막으로 제 얘기를 하겠습니다.
  • 16:28 - 16:32
    지금 보시고 계신 것은
    저희 동네의 항공사진입니다.
  • 16:32 - 16:36
    반경 1km, 2km. 이 정도면
    제가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립니다.
  • 16:36 - 16:41
    빨간 선이 교차하는 곳에
    제가 살면서 일하는 장소가 있고
  • 16:41 - 16:46
    이 빨간 점들이 제가 그동안
    저희 동네에 했던 일입니다.
  • 16:47 - 16:50
    전 세계에 이런 건축가 별로 많지 않아요.
  • 16:50 - 16:54
    건축가의 명성은 자기 프로젝트와
    자기 사무실의 거리에 비례합니다.
  • 16:54 - 16:59
    (웃음)
  • 17:01 - 17:04
    저는 완전히 반대로 갔어요.
  • 17:05 - 17:10
    혹자는 그래서 제가 전세계에서 가장
    동네 건축가라는 얘기를 하는데
  • 17:10 - 17:13
    우리의 동네는 이제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창구가 된 것 같습니다.
  • 17:13 - 17:16
    제가 어디까지 갈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 17:16 - 17:20
    저는 출발을 제가 서 있는 곳에서
    한 것 뿐입니다.
  • 17:21 - 17:23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 17:23 - 17:25
    우리는 그 문제의식을 다른 데서
    빌려올 수가 없습니다.
  • 17:25 - 17:26
    저는 건축가지만,
  • 17:26 - 17:31
    런던에서 파리에서 뉴욕에서
    뭐가 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만
  • 17:31 - 17:33
    저희 동네 골목길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 17:33 - 17:37
    저한테는 그 못지 않게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17:37 - 17:40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두 가지 질문 드리겠습니다.
  • 17:40 - 17:44
    여러분은 어디서 출발하고 계십니까?
  • 17:45 - 17:48
    그리고 여러분의 한국은 무엇입니까?
    감사합니다
  • 17:48 - 17:50
    (박수)
Title: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부터 시작하기 | 황도진 | TEDxSeoul
Description:

"Starting from Where I Am"
동시대 한국 사람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과거 속에 사는 19세기 인간,
우리 것을 도통 모르는 20세기형 인간, 국악인 이자람 같이 오늘과 과거를 모
두 품고 있는 21세기형 인간. 건축가 황두진이 말하는 "내가 서 있는 위치에
서 부터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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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Language:
Korean
Team:
closed TED
Project:
TEDxTalks
Duration: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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