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괴물이 아닙니다| 세실리아 맥고흐(Cecilia McGough) | TEDxPSU

세실리아 맥고흐(Cecilia McGough)는 'Students With Schizophrenia(조현병을 앓는 학생들)'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여 조현병에 대처하고, 조현병을 앓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http://sites.psu.edu/studentswithschizophrenia)

세실리아 맥고흐는 펜실베이나 주립대학교의 슈라이더 아너스 칼리지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천문학자,행동가이자 작가입니다. 세실리아는 펜실베이나 주립대 펄서 탐사 연구소의 설립자이자 현 회장입니다. 그녀는 2009년 12월부터 펄서 연구에 참여해 왔으며 다른 중성자 별 주변에서 관측된 가장 넓은 궤도의 펄서인 J1930-1852를 공동 발견하였습니다. 러시아에서 개최된 국제 우주 올림픽에 출전하였고 천체 물리학 공동 연구원이기도 합니다.

세실리아는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에 맞서 싸우는 정신 건강 운동가입니다. 그녀는 조현병을 가진 대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미국 내에서 유일한 비영리 학생단체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 입니다.

이 강연은 TED 컨퍼런스 형식으로 지역 단체에서 독립적으로 개최한 TEDx 행사의 일부입니다. TEDx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ted.com/tedx 에서 확인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세실리아 맥고흐입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천문학과 천체물리를 공부하고 있고

펜스테이트 펄서 탐사 합동연구소의

설립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시절에
펄서 탐사 합동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펄서를 발견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펄서는 초밀도 중성자별로서

쌍극자 전자방사선을 방출합니다.

말하자면,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이

외피에 있는 물질들을 날려 보내고
밀도가 높은 핵만 남게 되면

그 핵이 바로 펄서가 되는 것입니다.

이 발견이 저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미국을 대표해서

러시아 국제 우주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고

버지니아대 항공우주
과학기술 장학생이 될 수도 있었죠.

다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아요.

"완전 공부벌레군."

"괴짜가 나타났군."

그런데 이 괴짜에게 오랫동안
간직해온 비밀이 있습니다.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죠.

그 비밀은 제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현병은 무엇일까요?

알아두셔야 할 것은 조현병이 여러가지
증상을 포괄하는 병명이라는 점입니다.

정신질환자 전국연대(NAMI)는
여러 조현병 증세를 제시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망상, 환각 등이
대표적 증상이죠.

그러나 정말 중요한 점은
조현병이 있다고 하여

모두가 망상, 환각에
시달리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현병 환자마다
각기 다른 증세를 보이죠.

저는 오늘 조현병에 관한
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늘 조현병에 시달렸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병의 증세가 뚜렷해진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대학생이 된 후,
증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2014년 2월,
대학 신입생이던 해에

제 인생이 바뀐 사건이 일어났죠.

저는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삶이 악몽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보여드릴 사진들은 컴퓨터로
드로잉 효과를 준 것들입니다.

원본 사진은 제 병세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부터 환각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저를 따라 다니는
광대가 있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 "그것(It)"에
나오는 광대와 비슷한 모습이었죠.

제가 어디를 가든

광대는 킥킥거리며 절 조롱하고
제 몸을 쿡쿡 찔렀습니다.

때로는 물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거미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작은 거미가 보이는데요.

작은 거미들이 오히려
가장 거슬렸습니다.

작은 거미는 실제로도
볼 수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작은 거미를 볼 때는

환각과 현실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가 환각을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뇌 속의 화학적 불균형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래서 이 환각에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습니다.

환각 속에서
거대한 거미를 보기도 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거미가 있습니다.

딱딱한 껍질, 검정 다리,
노란 몸통을 지닌 큰 거미였죠.

목소리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아이들 웃음소리 같은
삐걱 소리가 났습니다.

정말 거슬리는 소리였어요.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건
한 소녀가 등장하면서부터였죠.

영화 "링"을 연상시키던 소녀였습니다.

이 소녀는 혼잣말로 대화를 이어갔고

어떤 말을 언제 하면

저를 불안하게 만드는지
매우 잘 알았습니다.

그중 최악인 것은
소녀가 든 칼이었습니다.

그 칼로 절 찌르려고 했고,
가끔은 얼굴도 찌르려 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대학 시절
시험을 보고 숙제를 하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환각 증세가 너무 심해진 탓에

눈앞에 놓인 종이도
제대로 못 볼 때도 있었습니다.

보통 환각 증세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 편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겁먹기 때문이죠.

그러나 저는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꿈속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느낍니다.

저는 단지 깨고 난 후에도
악몽을 멈출 수 없을 뿐입니다.

저는 4년째 환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제 능수능란하게

보여도 안 보이는 척하거나
무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시하지 못할 때도 있죠.

예를 들면, 빨간색은
환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미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서 있는 카펫 색이 다릅니다.

빨강 대신 검정 카펫으로 바꾸었죠.

블랙 코미디처럼 제 인생을
비웃게 될 때도 있습니다.

저에게 치명적인 색의 조합은
빨강과 하얀색입니다.

테드를 상징하는 색이 무엇이죠?

(웃음)

정말 황당하죠!

그러나 저는 그 색의 배합에
정말 약합니다.

광대의 색상이기 때문이죠.

빨간 머리에 하얀 피부.

광대를 외면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쳐다보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제 시야의 주변에 광대의
환각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죠.

왜냐하면 빨강과 하얀색의
밝은 색조가 느껴지거든요.

제가 지금 이 순간도 환각을
보고 있다는 건 모르셨을 거예요.

광대는 지금도 관객석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요.

분위기를 바꿔보죠.

혹시 아카데미 시상식을
기다리는 분 계신가요?

손을 들어보세요!

관심 있을 줄 알았어요

"일상 생활에서 정상인인 척
연기하기" 부문이 있다면

조현병 환자는 분명히
후보에 올랐을 겁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을 때

가장 친한 주변 사람들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려 8개월이 걸렸습니다.

자살시도 후 8개월이 지나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조현병 진단도
받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치료를 주저했던 것은
몇몇 대화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엄마와 전화로 나눈 대화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죠.

"엄마. 전 아파요.

헛것이 보여요.

치료가 필요해요.
병원에 가고 싶어요."

어떤 대답이 돌아왔을까요?

"안돼. 안돼.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마.

가족 병력으로 남으면 어쩌려고?

언니들을 생각해.
언니의 미래도 생각해야지.

다들 널 미쳤다고 말할 거야.

널 위험한 인물로 볼지도 몰라.
그러면 직업도 구할 수 없어."

지금은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마세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의 선택이자 권리입니다."

치료를 받기로 한 것은
제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만약 그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오늘 이 자리에 저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정신병동에
4번이나 입원했죠.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에게
조현병을 알리지 않았었죠.

2차 입원으로 상황이 변했습니다.
경찰이 개입되어서였죠.

어느 날 저녁, 병원에 가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을 바꿔야 할 것 같았어요.

그해서 직접 응급실을 찾아갔죠.

의사를 만났고,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약을 바꿉시다.
오늘 밤은 병원에 계세요."

모두 순조로웠어요.

하룻밤을 병원에서 보낸 후

학교 기숙사로 돌아왔습니다.

룸메이트는 매우 걱정하고 있었죠.

그들이 왜 걱정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저도 염려했을 거예요.

기숙사 사감과 경호원도
걱정하고 있었죠.

함께 상의한 후
재입원을 결정했습니다.

저는 입원을 전혀 거부하지 않았어요.

자의로 입원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관이 기숙사의 제 방까지 들어와서

룸메이트들 앞에서 몸수색을 했죠.

저는 수갑은 채우지 말라고
그들을 설득해야 했어요.

그들은 저를 경찰차로 데리고 갔죠.

그런데 차가 주차되어 있던 곳이

하필 모두가 즐겨찾는 레디퍼라는
식당 바로 옆이었어요.

그래서 지나가는 친구들이
경찰차에 타는 저를 보게 되었죠.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비밀이 탄로났습니다.

모두 눈치를 채버린 상태라
사실을 말할 수 밖에 없었죠.

제가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블로그를 통해 고백했고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페이스북에도 공유했습니다.

그러자 응원이 쏟아졌고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저와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거였어요.

정말 놀랍게도

어떤 친구들은 제게
자신의 조현병을 털어놓기도 했죠.

저는 현재 정신건강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병으로 인해 자기 연민에
빠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조현병 진단을
공통분모로 활용하여

조현병을 앓는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저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에요.

전 세계의 모든 조현병 환자들이
당당히 이 말을 할 때까지 말이죠.

"나는 조현병을 앓고 있습니다."

조현병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전 세계에서 18세 이상의
인구 중 1.1%가

조현병 증세를 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5,100만 명에 달하고

미국만 해도 240명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조현병 환자 10명 중 한 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조현병 환자 10명 중 4명은
최소한 한번은 자살을 시도합니다.

저도 이 통계에 속하죠.

여러분은 조현병을 겪는
대학생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겠죠.

조현병이 가장 많이 발발하는
연령대가 성인 초기임을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대학생들이
그 연령대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단체는 없어요.

미국 전역에 어느 비영리 단체도

조현병을 다루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정신건강 비영리 단체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신건강에 관련된 단체 내에서도

조현병은 기피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죠.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현병을 앓는 학생들"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조현병을 앓는 대학생에게
용기를 주고 도움을 제공하여

대학을 다니고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조현병을 앓아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조현병을 보는 부정적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조현병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죠.

정신질환을 앓으면
안된다는 말을 듣지 마세요.

당신이 정신적으로 강하지 않다는
말도 듣지 마세요.

당신은 용감하고 강합니다.
당신은 전사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단체의 도움을
받기에 너무 늦은 경우도 있습니다.

조현병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로

이곳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여러 수업에 초대를 받았고

학우들과 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반이 있는데요.

학기 초에 한 학생이

자신이 조현병을 겪고 있다고
반 친구들에게 고백했습니다.

저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어요.

그러나 제가 강연을 위해
그 반을 찾아갔을 때는

그녀가 이미 자살로
생을 마감한 뒤였습니다.

우리가 너무 늦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우리 대학이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이곳 펜실베니아 주립대는

우리 학생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시다.

정신질환에 대해 논의하고

조현병에 대해 논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말해줍시다.

저는 세실리아 맥고흐입니다

저는 조현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괴물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