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7.179,0:00:11.149 메리라는 뛰어난 뇌과학자를[br]상상해 봅시다. 0:00:11.149,0:00:13.830 메리는 흑백으로 된 방에 살고 0:00:13.830,0:00:16.220 흑백으로 된 책만 읽으며 0:00:16.220,0:00:20.420 모니터도 흑백으로만 나옵니다. 0:00:20.420,0:00:26.160 하지만 색깔을 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br]메리는 색상 감지에 전문가여서 0:00:26.160,0:00:31.141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br]물리적, 생물적 원리를 압니다. 0:00:31.141,0:00:33.421 서로 다른 빛의 파장이 망막에서 0:00:33.421,0:00:36.842 세 가지 추상세포를[br]어떻게 자극하는지도 알고 0:00:36.842,0:00:38.601 전기 신호가 시신경을 통해 0:00:38.601,0:00:42.161 뇌까지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알죠. 0:00:42.691,0:00:45.232 거기서 전기신호는 사람이 구분할 수 있는 0:00:45.232,0:00:49.751 수백만 가지 색상에 해당하는[br]신경 활동을 일으킵니다. 0:00:50.631,0:00:52.092 그러던 어느날 0:00:52.092,0:00:54.802 메리의 흑백 모니터가 오작동해서 0:00:54.802,0:00:57.580 사과의 색상이 보이게 됩니다. 0:00:57.580,0:00:58.731 메리는 처음으로 0:00:58.731,0:01:03.502 본인이 오랫동안 알고 있던 것을[br]경험하게 된 거죠. 0:01:03.502,0:01:05.301 메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될까요? 0:01:05.301,0:01:10.342 색상 감지에 대해 메리가[br]몰랐던 것이 있었을까요? 0:01:10.342,0:01:13.491 철학자 프랭크 잭슨은 [br]이런 생각 실험을 제안했습니다. 0:01:13.491,0:01:17.069 1982년에 '메리의 방'이라는 실험이죠. 0:01:17.069,0:01:21.312 잭슨은, 메리가 색상 감지에 대한[br]모든 물리적 사실을 알았다 해도 0:01:21.312,0:01:24.722 색상을 경험하는 것으로[br]새로운 걸 배웠다면 0:01:24.722,0:01:27.462 색상 감지와 같은 정신적 상태는 0:01:27.462,0:01:31.713 물리적 사실로 완전히 설명할 수[br]없다고 주장했습니다. 0:01:31.713,0:01:33.492 '메리의 방' 사고 실험은 0:01:33.492,0:01:37.492 철학자들이 '지식 논변'이라[br]부르는 것을 설명합니다. 0:01:37.492,0:01:40.041 의식적 경험에 의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0:01:40.041,0:01:44.852 비물리적인 것과 지식이[br]존재한다는 주장이죠. 0:01:44.852,0:01:48.024 지식 논변은 물리주의 이론에[br]배치됩니다. 0:01:48.024,0:01:50.603 정신 상태를 포함한 모든 것에 0:01:50.603,0:01:53.684 물리적 설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죠. 0:01:53.684,0:01:55.813 메리의 이야기를 듣는 [br]대부분의 사람들에겐 0:01:55.813,0:01:59.483 색상을 실제로 보는 게[br]배우는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게 0:01:59.483,0:02:03.063 직관적으로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0:02:03.063,0:02:06.527 그러므로 색상 감지에는[br]물리적 묘사를 넘어서는 0:02:06.527,0:02:08.643 어떤 성질이 있어야 합니다. 0:02:09.063,0:02:12.822 지식 논변은 단지 색상 감지에[br]대한 것이 아닙니다. 0:02:12.822,0:02:18.395 메리의 방은 의식적 경험의 예시로[br]색상 감지를 든 겁니다. 0:02:18.395,0:02:21.713 물리학이 색상 감지를[br]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0:02:21.713,0:02:26.844 다른 의식적 경험도 완전히[br]설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0:02:26.844,0:02:29.304 예를 들어, 우리가 다른 이의 뇌의 0:02:29.304,0:02:32.724 형태와 기능을 물리적으로 [br]상세히 알더라도 0:02:32.724,0:02:37.794 그 사람이 되는 기분이 어떤지[br]정확히 모르는 것과 같죠. 0:02:37.794,0:02:42.407 이런 말로 다 표현 안 되는 경험들은[br]퀄리어 (감각질)이란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0:02:42.407,0:02:47.665 정확히 묘사하거나 측정할 수 없는[br]주관적 특징을 말하죠. 0:02:47.665,0:02:50.469 퀄리어는 경험하는 사람마다[br]다르게 느낍니다. 0:02:50.469,0:02:51.714 가렵다거나 0:02:51.714,0:02:52.934 사랑에 빠진다거나 0:02:52.934,0:02:54.734 지루한 것처럼요. 0:02:54.734,0:02:58.737 물리적 사실은 이런 정신상태를[br]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0:02:58.997,0:03:02.185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철학자들은 0:03:02.185,0:03:03.985 지식 논변을 통해 0:03:03.985,0:03:06.715 물리적 상태를 재현한다고 해서 0:03:06.715,0:03:11.375 그에 따른 정신상태를 재현하지 않는다는[br]이론을 세웠습니다. 0:03:11.375,0:03:12.656 다시 말해 0:03:12.656,0:03:17.694 인간의 뇌를 세포 하나의 기능까지 [br]모사한 컴퓨터를 만든다 해도 0:03:17.716,0:03:22.385 자각을 가진 컴퓨터 뇌를[br]만들지 못할 거라는 거죠. 0:03:22.665,0:03:26.927 모든 철학자가 '메리의 방' 실험이[br]유용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0:03:26.927,0:03:29.836 어떤 이는 색상 자각에 대한[br]메리의 방대한 지식이 0:03:29.836,0:03:32.636 색상을 봤을 때와 동일한 정신 상태를 0:03:32.636,0:03:35.446 만들어내게 했을 거라 주장하죠. 0:03:35.446,0:03:39.285 모니터 오작동을 통해[br]새로운 걸 보지 않았을 거라고요. 0:03:39.515,0:03:42.945 또 다른 이들은 메리의 지식이[br]언어로 전달될 수 있는 0:03:42.945,0:03:45.816 물리적 사실에만 기반하고 있으므로 0:03:45.816,0:03:48.506 애초에 완벽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0:03:48.506,0:03:50.085 이 실험을 제안하고 오랜 시간 후에 0:03:50.085,0:03:53.826 잭슨은 이 사고 실험에 대한[br]자신의 입장을 바꿨습니다. 0:03:53.826,0:03:56.886 빨간색을 본 메리의 경험이 0:03:56.886,0:04:01.726 여전히 측정 가능한 뇌 내의[br]물리적 현상에 해당하며 0:04:01.726,0:04:05.557 물리적으로 설명 불가능한[br]특질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0:04:05.557,0:04:07.637 하지만 메리가 사과를 봤을 때 0:04:07.637,0:04:11.037 새로운 것을 배웠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0:04:11.037,0:04:12.866 아직 정확한 답이 없습니다. 0:04:12.866,0:04:15.976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것에 대해[br]알아낼 수 있는 것에는 0:04:15.976,0:04:18.917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까요? 0:04:18.917,0:04:21.948 그렇다면 우주의 일부분은 0:04:21.948,0:04:25.338 영원히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걸까요? 0:04:25.338,0:04:30.676 아니면 과학과 철학이[br]우리 정신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