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컴퓨터가 방 크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주머니에 들어가죠. 손목 위에도 있고요. 심지어 몸 안에 이식되기도 합니다. 정말 대단하죠? 이런한 일들이 가능했던 건 트랜지스터가 소형화된 덕분입니다. 전자 회로에서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컴퓨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그 과정에는 수십 년에 걸친 개발과 과학 기술 분야의 획기적 발전이 있었고 수십억 불(수조 원)의 개발비가 투입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엄청난 양의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기억 용량도 크게 늘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디지털 혁명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나쁜 소식이 있어요. 이제 디지털 시대도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트랜지스터 소형화의 발전 속도가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와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 혁신이 인공지능과 빅테이터에 힘입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자기기들이 점차 안면인식과 증강현실 기능을 갖게 되고 심지어 무인자동차가 위험하고 복잡한 도로를 달립니다. 정말 놀랍죠. 하지만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기술 수요를 잘 따라가지 못하면 기술 발전의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소프트웨어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에 부딪힐 것입니다. 하드웨어 때문에요. 구형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쓰며 당황했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서서히 느려지다가 결국 멈춰버리고 하죠. 업데이트와 새로운 기능이 게속 더해지면 그렇게 됩니다. 얼마 전에 샀으니 문제없이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왕성환 식욕이 하드웨어 성능을 다 잡아먹을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말이죠. 반도체 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창의적 해법을 찾고 있죠. 트랜지스터를 뛰어 넘는 양자 컴퓨터를 연구하거나 심지어 트랜지스터 구조를 아예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경망처럼 바꾸어 더욱 강력하고 효율적인 회로망을 만들려고 하죠. 그런데 이런 접근 방식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더 즉각적인 해법을 원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트랜지스터의 소형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이유는 그 생산 과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랜지스터는 처음에는 크고 거대한 장비였지만 순수 결정질 실리콘 웨이퍼를 이용한 집적회로가 발명되면서 바뀌었죠. 그 후 50년 동안 발전이 거듭되어 현재의 트랜지스터 크기는 10 나노미터까지 줄었습니다. 1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가로세로 1mm의 실리콘에 넣을 수 있는 크기입니다. 그 크기를 가늠하자면 인간의 머리카락 지름은 100 마이크로미터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적혈구는 지름이 8 마이크로미터이고 하나의 머리카락에 12개의 적혈구를 둘 수 있죠. 이에 비해 트랜지스터는 훨씬 작아서 1 마이크로미터의 길이도 훨씬 잘게 나눠야 하죠. 260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적혈구 지름에 나열할 수 있습니다. 3,000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머리카락 지름에 해당되죠. 정말 놀랍게도 그 나노 기술이 지금 여러분 주머니 속에 있습니다. 컴퓨터 칩에 더 작은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넣을 수 있다는 이점 외에도 트랜지스터가 작아질수록 스위치 기능도 더 빨라집니다. 또한 트랜지스터가 작아질수록 더욱 효율적인 스위치가 되죠.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우수한 성능과 효율성을 가진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이용하는 제품들이 그렇죠. 이런 집적회로를 만들려면 순수 결정질 실리콘 웨이퍼 위에 트랜지스터를 겹겹이 쌓아야 합니다. 정말 단순하게 설명해 드리면 각각의 작은 회로 도면을 실리콘 웨이퍼의 표면에 투영시켜 비추면 감광물질에 의해 그것이 기록됩니다. 그 감광물질을 따라 홈을 내면 그 아래 층에 회로 패턴이 남게 되는 것이죠. 이런 공정은 과거 수년에 걸쳐 엄청나게 발전해왔습니다. 그 결과로 전자제품들이 현재의 성능을 갖게 되었죠. 하지만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이런 제조기술에 있어서 물리적 한계가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 패턴 기록 장비가 너무나 복잡해져서 한 대당 1억불(약11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반도체 공장에는 이런 장비가 수십 대씩 필요하죠. 그러면 다들 이런 의문을 갖습니다. "이런 방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저희는 이런 반도체 제작 공정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고 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방법으로 말이죠. 분자공학과 자연모방 기술을 이용해서 트랜지스터를 나노 단위의 크기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 제조 방식에서는 각각의 작은 회로도를 실리콘 위에 투영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집적회로의 구조를 살펴보면 트랜지스터의 배열은 똑같은 모양 수백만 개가 반복되는 형태입니다. 매우 주기적인 구조 형태죠. 그래서 우리는 그 주기성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조기술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자기조립화 물질을 이용해서 주기성을 갖는 구조가 자연적으로 형성되면 트랜지스터로 쓰고자 했죠. 우리는 그런 물질을 활용해서 정밀한 패턴을 만들 수 있습니다. 패턴 투영기술이 가진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죠. 자기조립화는 자연계의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포 지질막이나 세포 구조에서도 볼 수 있죠. 우리는 이것이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계에서 유용하다면 우리에게도 분명 유용할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이 자연발생적인 강력한 자기조립 특성을 이용해서 반도체 제조 기술에 접목하기로 했습니다. 자기조립 물질 중의 하나를 소개해드리죠. '블록 혼성 중합체'라는 것인데요. 길이 수십 나노미터의 두 종류의 중합체가 사슬처럼 연결된 것입니다. 이 중합체 사슬들은 서로 싫어해서 서로를 밀어냅니다. 물과 기름처럼, 또는 저희 집 사춘기 아들, 딸 형제처럼요. (웃음) 하지만 우리는 이 물질을 억지로 결합시켜 서로 밀어내려는 성질을 사전에 억제시켰습니다. 하나의 덩어리 안에는 이 물질 수십억 개가 있어서 비슷한 요소끼리는 붙으려고 하고 그와 동시에, 반대 요소끼리는 서로 떨어지려고 합니다. 억제력과 긴장력이 미리 시스템에 가해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꿈틀대고 움직이며 형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그렇게 자연적으로 스스로 조립되며 나노 크기의 형상을 이룹니다. 규칙적이고, 주기성을 띄며 길이도 길게 할 수 있죠. 트랜지스터 배열에 필요한 바로 그대로입니다. 이제 우리는 분자공학을 이용하여 여러 형태와 크기를 갖는 중합체를 설계했습니다. 물론 주기특성도 달리했죠. 예를 들어, 대칭 분자 구조로 하면 두 종류의 중합체 사슬은 비슷한 길이를 갖습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자기조립 구조는 길이가 길고, 구불구불한 선의 형태입니다. 마치 지문과 비슷하죠. 그 지문 사이의 간격은 즉, 중합체 간의 간격은 중합체 사슬의 길이에 따라 다릅니다. 시스템 안에 미리 가해진 억제력 수준도 영향을 미치죠.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대칭적 분자 구조로 하면 가능합니다. 한쪽 중합체 사슬이 다른 쪽보다 훨씬 짧은 형태인데요. 이 경우에 형성되는 자기조립 구조는 짧은 사슬들이 중앙에서 단단한 구형을 이루고 반대쪽 중합체 사슬들이 그 바깥을 길게 감싸며 자연적인 원통 모양을 만듭니다. 그 원통의 크기와 원통 사이의 간격, 즉 배열 주기는 중합체 사슬의 길이와 사전 억제력에 따라 다릅니다. 다시 설명드리면, 분자공학을 이용해서 자기조립 나노 구조에 적용하면 설계된 크기와 주기성을 갖는 선이나 원통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화학, 즉 화학공학을 활용하여 우리가 원하는 나노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생산할 수 있죠. 하지만 자기조립 구조를 만드는 기술은 이제 겨우 절반만 성공한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이 구조를 배치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집적회로의 트랜지스터 위치에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이건 비교적 쉬운 작업입니다. 넓은 가이드 구조를 만들어서 자기조립 구조가 자리잡도록 하면 일부가 그 자리에 먼저 고정되고 나머지 자기조립 구조가 나란히 놓이도록 하는 겁니다. 가이드 구조를 따라 정렬되는 거죠. 예를 들어, 40 나노미터 간격의 정밀한 선을 만들고자 할 때 기존의 패턴 투영기술로는 만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120 나노미터의 가이드 구조를 일반적인 투영기술로 먼저 만들어 두고 그 사이에 세 개의 자기조립 구조를 40 나노미터 간격으로 배열합니다. 그렇게 이 재료로 가장 어려운 정밀 패턴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전체 공정을 "유도 자기조립"이라고 부릅니다. 유도 자기조립에 있어서 핵심과제는 전체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배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조에 아주 작은 결함만 있어도 트랜지스터 기능을 잃기 때문이죠. 집적회로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거의 분자 수준으로 완벽한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저희는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화학적 세척 과정을 통해서 반도체 공장에서 이들 물질을 조심스럽게 처리함으로써 아주 미세한 나노 수준의 결함 조차 제거하는 것이죠. 이러한 유도 자기조립 기술은 파급력이 큰 신기술이지만 아직까지는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 안에 제조공정의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저비용으로 트랜지스터 소형화를 계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컴퓨터 작업량을 더욱 확대하고 디지털 혁명도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분자 제조 기술의 새시대를 열게 될 것입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감사합니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