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7,982 --> 00:00:10,572 악마가 마을에 왔습니다. 2 00:00:10,572 --> 00:00:14,082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저 마술쇼를 선보이고 싶어할 뿐입니다. 3 00:00:14,082 --> 00:00:22,392 미켈 불가커프의 걸작 "거장과 마가리타"는 이 괴상한 전제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4 00:00:22,392 --> 00:00:24,992 1930년대의 모스크바에서 작성된 이 작품은 5 00:00:24,992 --> 00:00:30,632 사회 풍자와 역사적 허구, 그리고 신비주의를 결합하여 6 00:00:30,632 --> 00:00:37,162 20세기의 가장 훌륭하면서도 기이한 소설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7 00:00:37,162 --> 00:00:45,382 소설은 두 문학가의 대화에 울란드라는 괴상한 신사가 끼어들며 시작됩니다. 8 00:00:45,382 --> 00:00:51,205 그는 본인이 외국에서 온 학자이며, 흑마법 강의를 하러 왔다고 소개합니다. 9 00:00:51,205 --> 00:00:55,485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두 문학가의 철학적 토론에 참여하여 10 00:00:55,485 --> 00:00:58,278 운명에 관한 불길한 예측을 하던 중에 11 00:00:58,278 --> 00:01:01,719 독자들은 홀연히 1세기의 예루살렘으로 떠나게 됩니다. 12 00:01:01,719 --> 00:01:04,349 그곳에서 괴로워하던 본디오 빌라도는 13 00:01:04,349 --> 00:01:08,719 마지못해 나사렛 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14 00:01:08,719 --> 00:01:11,497 이야기가 두 배경을 오가는 사이 15 00:01:11,497 --> 00:01:18,807 올란드와 그의 수행원인 아자젤라와 코로비아프, 그리고 겔라와 거대 고양이 베헤모프의 16 00:01:18,807 --> 00:01:21,428 묘한 마법 능력이 드러납니다. 17 00:01:21,428 --> 00:01:23,648 그들은 마술쇼에서 이러한 능력을 이용하여 18 00:01:23,648 --> 00:01:28,348 배후에 파괴와 혼란의 흔적을 남깁니다. 19 00:01:28,348 --> 00:01:32,780 소설의 어두운 유머는 그들의 악한 장난 뿐 아니라 20 00:01:32,780 --> 00:01:35,660 이야기의 배경에서 또한 드러납니다. 21 00:01:35,660 --> 00:01:40,265 본 소설의 배경은 작품의 집필 시기와 일치합니다- 22 00:01:40,265 --> 00:01:43,435 스탈린 집권기에의 소련이 배경이죠. 23 00:01:43,435 --> 00:01:46,719 당대의 예술가와 작가들은 엄격한 검열 아래 활동해왔으며, 24 00:01:46,719 --> 00:01:50,249 구금과 추방, 그리고 처형의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25 00:01:50,249 --> 00:01:53,669 국가 사상을 비판한다면 말이죠. 26 00:01:53,679 --> 00:01:55,879 승인을 받은 작품 마저도 27 00:01:55,879 --> 00:01:58,379 거주 문제나 여행과 마찬가지로 28 00:01:58,379 --> 00:02:01,419 국가의 지배적인 통제를 피할 수 없었답니다. 29 00:02:01,419 --> 00:02:04,609 소설에서의 올란드는 이러한 현실 구조를 조작해 30 00:02:04,609 --> 00:02:08,519 상당히 익살스러운 결과를 도출해냅니다. 31 00:02:08,519 --> 00:02:12,749 몸에서 머리를 떼어내거나 돈을 허공에 뿌려가며 말이죠. 32 00:02:12,749 --> 00:02:15,431 모스크바의 시민들이 이에 열광하는 모습을 통해 33 00:02:15,431 --> 00:02:22,131 소련이 꿈꾸던 이상과 반대로 사회에 탐욕과 냉소가 주입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34 00:02:22,131 --> 00:02:24,489 소설의 담담한 문체는 35 00:02:24,489 --> 00:02:31,669 초자연적 현상의 괴이함과 소련의 부조리한 일상을 함께 엮어냅니다. 36 00:02:31,669 --> 00:02:35,869 불가코프는 이토록 체제비판적인 소설을 어떻게 출간했던걸까요? 37 00:02:35,869 --> 00:02:38,304 그것도 아주 억압적인 체제 하에 말이죠. 38 00:02:38,304 --> 00:02:40,284 사실 그는 출간에 실패했었답니다. 39 00:02:40,284 --> 00:02:43,484 그는 "거장과 마가리타"를 10년 간 집필했지만 40 00:02:43,484 --> 00:02:45,424 스탈린의 개인적인 호의 덕에 41 00:02:45,424 --> 00:02:48,904 심각한 박해로부터는 안전할 수 있었죠. 42 00:02:48,904 --> 00:02:51,904 그의 작품들 대다수가 출간되지 못했고, 43 00:02:51,904 --> 00:02:55,424 그는 안전을 보장받았지만 침묵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44 00:02:55,424 --> 00:02:57,844 작가는 1940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45 00:02:57,844 --> 00:03:00,034 작품의 원고는 출간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습니다. 46 00:03:00,034 --> 00:03:03,884 검열을 거친 원고는 결국 1960년대에 출간되었으며, 47 00:03:03,884 --> 00:03:07,024 무삭제판 원고의 복사본들은 48 00:03:07,024 --> 00:03:09,214 지하 문학계에 보급되었습니다. 49 00:03:09,214 --> 00:03:12,674 글의 원본은 1973년도에 비로소 출간되었습니다. 50 00:03:12,674 --> 00:03:15,934 작품의 완성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이죠. 51 00:03:15,934 --> 00:03:18,864 불가코프가 겪은 검열과 예술적 고난은 52 00:03:18,864 --> 00:03:22,804 소설의 제2부에 자전적인 성격을 불어넣었으며, 53 00:03:22,804 --> 00:03:26,104 등장인물의 이름 해석을 수월하게 해줍니다. 54 00:03:26,104 --> 00:03:30,454 '거장'은 수년 간 소설을 집필해온 무명의 작가이지만, 55 00:03:30,454 --> 00:03:34,164 원고가 결국 거절당하여 이를 불태우게 됩니다. 56 00:03:34,164 --> 00:03:36,964 불가코프의 행위와 마찬가지죠. 57 00:03:36,964 --> 00:03:41,214 그러나 이야기의 참된 주인공은 거장의 부인인 '마가리타'입니다. 58 00:03:41,214 --> 00:03:44,737 그녀는 남편의 좌절된 꿈을 이뤄주고자 헌신하며, 59 00:03:44,737 --> 00:03:48,207 사악한 행위를 저지르는 동료들과 유대관계를 결성하여 60 00:03:48,207 --> 00:03:51,627 이야기를 초현실적인 절정으로 이끕니다. 61 00:03:51,627 --> 00:03:55,156 본 소설은 어두운 유머와 복잡한 구조를 지녔음에도 62 00:03:55,156 --> 00:04:02,296 예술과 사랑, 그리고 구원에 대한 명상을 선보입니다. 63 00:04:02,296 --> 00:04:05,233 본 명상은 혹독 속에서도 지속된답니다. 64 00:04:05,233 --> 00:04:09,593 오래 연기되었던 작품의 출간과 척박한 환경에서 이룬 생존은 65 00:04:09,593 --> 00:04:14,060 올란드가 거장에게 남긴 말을 증명한 셈입니다. 66 00:04:14,060 --> 00:04:17,259 "원고는 타지 않는다."는 말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