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18,663 --> 00:00:22,753 안녕하세요, 원유민입니다. 2 00:00:27,554 --> 00:00:30,325 여러분은 혹시 본인이 3 00:00:30,325 --> 00:00:33,149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4 00:00:33,149 --> 00:00:35,563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하면 5 00:00:35,563 --> 00:00:39,199 여러분들은 혹시 머리 속에 어떤 생각들을 떠올리십니까? 6 00:00:39,200 --> 00:00:44,027 물론, 어떤 분은 “나는 집에 화장실이 두 개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는데 7 00:00:44,027 --> 00:00:46,900 우리 집엔 하나밖에 없어서 굉장히 불편해.” 8 00:00:46,900 --> 00:00:49,027 혹은 어떤 분은 “기숙사에 살고 있는데 9 00:00:49,027 --> 00:00:51,443 굉장히 좁아서 굉장히 열악한 것 같아.” 10 00:00:51,444 --> 00:00:54,586 혹은 어떤 분은 “나는 자취를 하고 있는데 11 00:00:54,586 --> 00:00:58,482 우리 집은 남향이 아니고 북향 집이라서 열악한 것 같아.” 12 00:00:58,483 --> 00:01:01,562 굉장히, 사실은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어쩌면 13 00:01:01,562 --> 00:01:06,525 본인 스스로가 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14 00:01:06,526 --> 00:01:11,533 여러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여러분들은 그런 곳에서 살고 계신 거예요. 15 00:01:11,533 --> 00:01:14,700 누가 여러분들을 “당신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16 00:01:14,700 --> 00:01:17,197 혹은 “아니다.” 라고 판단해 줄 수는 없습니다. 17 00:01:17,198 --> 00:01:21,345 다만, 지금부터 제가 보여드릴 몇 장의 사진을 보시고 나서 18 00:01:21,345 --> 00:01:26,669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19 00:01:28,190 --> 00:01:30,103 어머... 20 00:01:32,246 --> 00:01:36,052 자, 지금부터 여기서 나가셔서 21 00:01:36,052 --> 00:01:40,651 바로 차를 타고 남쪽으로 딱 다섯 시간만 달려가면 22 00:01:40,652 --> 00:01:44,682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환경에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23 00:01:44,682 --> 00:01:47,234 싸우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24 00:01:47,234 --> 00:01:50,104 자, 이 집은 집에 불이 나서 25 00:01:50,104 --> 00:01:54,066 여섯 가족이 한 평 반 되는 창고 방에서 살고 있으면서 26 00:01:54,066 --> 00:01:56,126 겨울에도 씻고 밥 해먹는, 27 00:01:56,126 --> 00:02:00,114 어떤 물을 쓰는 일들을 전부 다 밖에서 하고 있어요. 28 00:02:00,114 --> 00:02:04,222 이 집은 지금 보이시는 여기 쥐똥들입니다, 쥐똥들. 29 00:02:04,222 --> 00:02:07,235 집에 쥐가 너무 많아서 30 00:02:07,235 --> 00:02:09,178 가족들이 사실은 정말 말 그대로 31 00:02:09,179 --> 00:02:12,101 쥐가 사는 집에 밤에만 잠깐 들어가서 32 00:02:12,101 --> 00:02:16,167 잠을 자고 나오는, 이런 집에 살고 있어요. 33 00:02:16,167 --> 00:02:20,153 이 집은 집에 화장실이 아예 없어요. 34 00:02:20,154 --> 00:02:23,201 그래서 여기에 있는 게 제가 설명드리지 않아도 뭔지 아시겠죠. 35 00:02:23,200 --> 00:02:24,142 예. 36 00:02:24,143 --> 00:02:26,356 집에 화장실이 없어서 마당 한 켠을 37 00:02:26,356 --> 00:02:30,927 화장실로 쓰고 있습니다. 38 00:02:30,928 --> 00:02:35,140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에 주방과 39 00:02:35,140 --> 00:02:39,457 욕실이 없는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40 00:02:39,458 --> 00:02:44,030 이게 10년, 혹은 20년 전의 우리나라 모습도 아니고 41 00:02:44,030 --> 00:02:48,310 여기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 볼 수 있는 굉장히 먼 나라에 있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42 00:02:48,311 --> 00:02:52,006 바로 여기에서 차로 우리가 5시간만 내려가면 43 00:02:52,006 --> 00:02:56,989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어요. 44 00:02:57,139 --> 00:03:01,376 제가 다시 한 번 여러분들에게 질문해보겠습니다. 45 00:03:01,375 --> 00:03:06,221 당신은, 혹은 본인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46 00:03:06,791 --> 00:03:09,142 그렇다면 집이란게 무엇일까요? 47 00:03:09,142 --> 00:03:13,029 집의 본래 기능은 거주와 보호를 기본으로 합니다. 48 00:03:13,029 --> 00:03:15,647 즉, 먹고 자고 씻고 싸고... 49 00:03:15,647 --> 00:03:19,245 어떤 이런 기본적인 욕구들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50 00:03:19,246 --> 00:03:21,942 물론 최근엔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자고, 51 00:03:21,942 --> 00:03:26,310 어떻게 싸고, 어떻게 씻고, 어떻게 놀고, 어떻게 쉴 것인지가 52 00:03:26,310 --> 00:03:29,191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53 00:03:29,192 --> 00:03:35,319 다만, 과연 그렇다면 우리에게 지난 과거동안, 54 00:03:35,319 --> 00:03:37,796 혹은 현재, 집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55 00:03:37,796 --> 00:03:41,300 지난 80년대의 산업화, 혹은 도시화를 거치면서 56 00:03:41,300 --> 00:03:45,310 우리에게 집은 거주의 기능보다는 57 00:03:45,310 --> 00:03:48,447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58 00:03:48,448 --> 00:03:51,907 그래서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이냐 보다는 59 00:03:51,907 --> 00:03:56,667 어디에 있는 집이 얼마나 오를 것이냐 더 중요한 가치였죠. 60 00:03:56,669 --> 00:03:59,910 그러다 보니 집은 얼마나 우리 가족에게 맞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61 00:03:59,910 --> 00:04:03,546 얼마나 환금성을 가지고 있느냐. 62 00:04:03,546 --> 00:04:06,528 그래서 우리는 집을 사실은 상품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63 00:04:06,528 --> 00:04:10,691 그 결과, 사람들은 집에 물리적,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64 00:04:10,691 --> 00:04:12,377 부유하기 시작했죠. 65 00:04:12,379 --> 00:04:17,572 그런 의미에서 방금 제가 보여드렸던 66 00:04:17,572 --> 00:04:19,732 그러한 집들은 우리에게 67 00:04:19,733 --> 00:04:21,361 과연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68 00:04:21,361 --> 00:04:25,000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9 00:04:25,000 --> 00:04:29,606 그래서 제가 오늘 이러한 집들에 대한 사례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70 00:04:29,605 --> 00:04:32,175 자, Low Cost House Series. 71 00:04:32,175 --> 00:04:36,606 이것은 저희가 지난 2년 동안 주거환경이 열악한 72 00:04:36,606 --> 00:04:40,784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었던 프로젝트의 이름입니다. 73 00:04:40,784 --> 00:04:43,440 제목에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74 00:04:43,440 --> 00:04:47,825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저희가 총 네 개의 주택을 진행했는데요. 75 00:04:47,826 --> 00:04:51,453 이 주택은, 이런 프로젝트들은 건축가로서 76 00:04:51,453 --> 00:04:54,430 여타 다른 프로젝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을 해야 됩니다. 77 00:04:54,431 --> 00:04:59,967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거주 환경, 혹은 그 안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78 00:04:59,967 --> 00:05:03,739 가지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고 79 00:05:03,739 --> 00:05:06,519 그 다음에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80 00:05:06,519 --> 00:05:10,455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결정해야 됩니다. 81 00:05:10,455 --> 00:05:15,634 마치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82 00:05:15,634 --> 00:05:19,969 결정하고 치료를 하는 의사와 비슷한 일이죠. 83 00:05:19,969 --> 00:05:22,305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말씀 드렸던 것처럼 84 00:05:22,305 --> 00:05:24,776 Low Cost(저비용)이기 때문입니다. 85 00:05:24,776 --> 00:05:30,025 오늘은 그 중에서 프로젝트 하나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86 00:05:30,024 --> 00:05:32,532 이 프로젝트를 보실 때는 87 00:05:32,532 --> 00:05:35,750 프로젝트 자체의 완성도를 보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88 00:05:35,751 --> 00:05:39,353 우리가 파악했던 이 집의 문제가 무엇이었고 89 00:05:39,353 --> 00:05:40,972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90 00:05:40,972 --> 00:05:43,972 우리가 어떤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해 왔는지, 실현해 냈는지를 91 00:05:43,972 --> 00:05:47,552 눈여겨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92 00:05:47,552 --> 00:05:52,415 아까 잠시 보여드렸듯이 이 집은 불이 났어요. 93 00:05:52,415 --> 00:05:56,319 그래서 여섯 가족이 한 평 반 정도 되는 창고에서 살고 있었고요. 94 00:05:56,319 --> 00:05:59,102 이렇게 그냥 밖에서요. 95 00:05:59,102 --> 00:06:02,795 여기가 곧 부엌이자 욕실이고, 이랬어요. 96 00:06:02,796 --> 00:06:06,895 하지만 다행히 불이 났는데도 구조 자체가 97 00:06:06,895 --> 00:06:08,751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98 00:06:08,751 --> 00:06:12,392 우선, 저희는 이 집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99 00:06:12,392 --> 00:06:15,988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100 00:06:15,988 --> 00:06:19,963 이 집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들을 해결하는 것이었는데 101 00:06:19,964 --> 00:06:22,457 저희가 파악했던 문제들은 102 00:06:22,457 --> 00:06:25,378 평면, 단열, 빛, 이 세 가지 요소들이었습니다. 103 00:06:25,378 --> 00:06:27,745 그래서 이 집에 대한 아이디어는 104 00:06:27,745 --> 00:06:29,995 이 세 가지를 어떻게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 105 00:06:29,995 --> 00:06:32,431 여기에서부터 시작을 하였습니다. 106 00:06:32,431 --> 00:06:35,856 이 집은 물리적으로 굉장히 작은 집은 아니었습니다. 107 00:06:35,856 --> 00:06:38,271 원래 17평 정도 되는 집이었는데 108 00:06:38,271 --> 00:06:40,956 다만 평면이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짜여 있어서 109 00:06:40,956 --> 00:06:43,673 버려지는 공간이 굉장히 많았고 110 00:06:43,673 --> 00:06:48,347 그 덕분에 4명의 아이들이 2평 반 정도 되는 이런 방에서 생활을 해야 했죠. 111 00:06:48,347 --> 00:06:50,608 해결 방법은 굉장히 간단했습니다. 112 00:06:50,608 --> 00:06:51,949 일단 우리는 방을 113 00:06:51,949 --> 00:06:54,025 반드시 3개 정도 만들어줘야겠다. 114 00:06:54,026 --> 00:06:55,997 그리고 동선을, 평면을 정리해서 115 00:06:55,997 --> 00:06:59,155 비효율적인 공간을 없애야겠다. 116 00:06:59,157 --> 00:07:00,953 자, 그 다음에 이제 단열인데요. 117 00:07:00,953 --> 00:07:05,578 우리나라에서 1960년대, 그리고 70년대 초반까지 지어진 집들은 대부분 118 00:07:05,578 --> 00:07:08,770 단열재를 써서 집을 짓지 않았습니다. 119 00:07:08,770 --> 00:07:11,829 왜냐하면 이 때는 단열재 값보다 기름 값이 더 쌌기 때문에요. 120 00:07:11,828 --> 00:07:14,781 그래서 이 집도 보시는 것처럼 단열재가 전혀 없이 121 00:07:14,781 --> 00:07:18,177 우리가 흔히 부르는 시멘트 블록만으로 집이 지어졌죠. 122 00:07:18,178 --> 00:07:20,798 그러다 보니까 여름에는 굉장히 덥고 123 00:07:20,798 --> 00:07:23,419 겨울에는 굉장히 추웠습니다. 124 00:07:23,570 --> 00:07:27,679 해결책은 일단은 집 전체의 외부에 125 00:07:27,679 --> 00:07:31,051 단열재를 쭉 돌려서 단열을 보강해줘야겠다. 126 00:07:31,052 --> 00:07:33,360 자, 이제 마지막이 빛인데요. 127 00:07:33,360 --> 00:07:38,783 이 집에 계신 주인 분이 가장 원하셨던게 사실은 빛이었습니다. 128 00:07:38,783 --> 00:07:40,312 즉, 환한 집을 원하셨는데 129 00:07:40,312 --> 00:07:42,024 이 집은 북향에다가 130 00:07:42,024 --> 00:07:45,922 남쪽으로는 높은 대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131 00:07:45,922 --> 00:07:48,915 그래서 이 동네 이름이 죽전일 정도로 이 동네에 대나무 숲이 많은데 132 00:07:48,915 --> 00:07:53,346 그러다 보니까 집에 하루 종일 빛이 들지 않고, 133 00:07:53,346 --> 00:07:56,246 그래서 눅눅하고 어둡고 단열이 안 되어 있으니까 134 00:07:56,246 --> 00:07:58,657 춥고, 덥고, 이런 집이었죠. 135 00:07:58,658 --> 00:08:02,227 저희는 이런 여건 상 우리가 벽을 통해서 136 00:08:02,227 --> 00:08:05,031 빛을 받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137 00:08:05,031 --> 00:08:10,894 그렇다면 우리는 지붕을 통해서 빛을 받아서 집을 환하게 만들어줘야겠다. 138 00:08:10,894 --> 00:08:12,804 건축적으로, 139 00:08:12,804 --> 00:08:17,979 건축적으로 지붕을 통해서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140 00:08:17,980 --> 00:08:22,461 그 중의 하나는 예를 들면 천창을 낼 수도 있고, 중정을 만들어서 빛을 들일 수도 있습니다. 141 00:08:22,462 --> 00:08:25,445 하지만 그 모든 게 사실은 돈과 면적이 필요하죠. 142 00:08:25,444 --> 00:08:30,463 그래서 우리는 이 조건에서는 그런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겠다. 143 00:08:30,463 --> 00:08:33,705 따라서 다른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144 00:08:33,705 --> 00:08:38,592 사실 건축에서 빛과 단열은 일종의, 145 00:08:38,592 --> 00:08:42,330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에요. 146 00:08:42,330 --> 00:08:46,072 예를 들어서 내가 빛을 들이려면 단열을 포기해야 되고, 147 00:08:46,072 --> 00:08:49,630 단열을 위해서는 빛을 포기해야 되죠. 148 00:08:49,630 --> 00:08:56,565 이것에 대한 현재까지 만들어진 유일한 해결책은 사실 유리죠. 창문을 만드는 거고. 149 00:08:56,565 --> 00:08:59,950 하지만 그것도 역시 벽보다는 단열력이 좋을 수는 없죠. 150 00:08:59,950 --> 00:09:05,316 그래서 저희는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요소들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 151 00:09:05,316 --> 00:09:07,143 그리고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152 00:09:07,143 --> 00:09:10,092 싼 재료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153 00:09:10,093 --> 00:09:14,207 이 당시에 제 눈에 띄었던 게 사실은 이 기사인데요. 154 00:09:14,207 --> 00:09:17,498 이게 얼핏 그냥 흘려보내려면 흘려보낼 수 있는 기사였는데 155 00:09:17,497 --> 00:09:20,470 며칠 동안 저것만 머리 속에 담고 있었기 때문에 156 00:09:20,470 --> 00:09:23,047 이 기사가 굉장히 눈에 띄었습니다. 157 00:09:23,049 --> 00:09:25,379 뽁뽁이를 창문에 붙이면 겨울에 실내 온도가 158 00:09:25,379 --> 00:09:30,132 2-3도가 올라간다더라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들이었죠. 159 00:09:30,132 --> 00:09:33,369 그래서 이 뽁뽁이를 실제로 사서 한 번 봤어요. 160 00:09:33,368 --> 00:09:36,710 혹시 여기에 열악한 환경에서 사셨던 분들 중에서 161 00:09:36,710 --> 00:09:39,673 뽁뽁이를 써 보신 분도 계신가요? 162 00:09:39,673 --> 00:09:44,351 이 뽁뽁이는 여러분들이 매일 받는 163 00:09:44,351 --> 00:09:47,192 택배의 물건을 쌀 때 쓰는 뽁뽁이랑은 좀 달라요. 164 00:09:47,193 --> 00:09:49,723 물건을 쌀 때 쓰는 뽁뽁이는 부들부들하죠. 165 00:09:49,723 --> 00:09:52,456 공기층이 한 겹이에요. 166 00:09:52,456 --> 00:09:58,618 그런데 이런 단열용 뽁뽁이는 굉장히 뻣뻣합니다, 일단. 167 00:09:58,619 --> 00:10:04,014 그래서 버블이 두 겹으로 되어있고 그 사이에 공기층이 총 세 겹이 들어가 있어요. 168 00:10:04,014 --> 00:10:10,632 그래서 이걸 좀 쓰고 싶은데 어떤 원리로 고민을 해야 될지 생각을 좀 하다가 169 00:10:10,632 --> 00:10:14,664 우리가 목구조에 많이 쓰는 단열재가 170 00:10:14,664 --> 00:10:17,330 보통 이제 우리가 글라스울이라고 불러요. 171 00:10:17,331 --> 00:10:19,538 글라스울의 원리가 뭐냐면 172 00:10:19,538 --> 00:10:24,048 유리 섬유 사이 사이에 공기층들이 있어요. 173 00:10:24,049 --> 00:10:29,002 그리고 그 공기층들이 공기의 대류를 막아주면서 단열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174 00:10:29,002 --> 00:10:35,104 그렇다면 이 뽁뽁이가 공기층을 세 개를 가지고 있으니까 175 00:10:35,104 --> 00:10:40,143 이 세 개의 공기층을 갖고 있는 뽁뽁이를 25겹을 쌓으면 176 00:10:40,144 --> 00:10:44,726 공기층이 총 75겹이 생기고 이 공기층들이 공기의 대류를 막아서 177 00:10:44,726 --> 00:10:49,942 단열효과를 낼 수가 있겠구나 라고 혼자 판단을 했습니다. 178 00:10:49,943 --> 00:10:54,818 그 다음부터 문제는 얘가 정말로 단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179 00:10:54,818 --> 00:10:57,469 단열 효과를 낸다면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내야 될 지를 180 00:10:57,469 --> 00:11:00,469 이제 검증을 해야 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181 00:11:00,469 --> 00:11:03,916 저희가 사실은 뭐 해외 사이트들도 뒤져 가면서, 182 00:11:03,916 --> 00:11:06,725 혹은 국내에서 쓰인 적이 있는지 없는지 레퍼런스들을 굉장히 많이 찾아봤어요. 183 00:11:06,725 --> 00:11:10,436 그런데 한 번도 뽁뽁이를 단열재로 쓴 경우가 없더라고요. 184 00:11:10,436 --> 00:11:13,741 그래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다가 185 00:11:13,741 --> 00:11:17,173 이런 고민만 하고 있으면 사실은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어요. 186 00:11:17,174 --> 00:11:18,719 왜냐하면 저 남쪽에는 187 00:11:18,719 --> 00:11:23,173 저희가 빨리 내려가서 집을 만들어 줘야지만 겨울을 날 수 있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요. 188 00:11:23,173 --> 00:11:26,855 그래서 우선은 이 방식으로 시공을 하기로 하고, 189 00:11:26,855 --> 00:11:29,179 디테일을 이렇게 고민을 했습니다. 190 00:11:29,180 --> 00:11:32,737 그래서 구조목이 있고 그 안에 단열재가 들어가고요. 191 00:11:32,736 --> 00:11:37,241 위 아래로는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을 했어요. 192 00:11:37,241 --> 00:11:41,928 이렇게 결정을 하고 나서도 사실은 굉장히 걱정되는 게 많았어요. 193 00:11:41,928 --> 00:11:44,170 그래서 우선은 현장에 내려가서 194 00:11:44,170 --> 00:11:47,666 현장에 계신 작업자 분들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195 00:11:47,666 --> 00:11:52,605 왜냐하면 건축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196 00:11:52,605 --> 00:11:56,449 현장에 계신 분들은 굉장히 많은 것들을 몸으로 알고 있어요. 느낌으로 알고 있죠. 197 00:11:56,449 --> 00:11:59,010 머리로 배우지는 못했어도. 198 00:11:59,011 --> 00:12:02,508 그런데 대부분 이런 분들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가 많죠. 199 00:12:02,508 --> 00:12:05,206 잘 위로 전달이 안 되고. 200 00:12:05,206 --> 00:12:08,142 하지만 이 때 우리는 이것을 시공함에 있어서 201 00:12:08,142 --> 00:12:10,828 우리가 혹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202 00:12:10,828 --> 00:12:13,898 그런 의견들을 최대한 많이 반영을 하려고 했고, 203 00:12:13,898 --> 00:12:17,741 그렇게 해서 이렇게 시공을 진행하였습니다. 204 00:12:17,741 --> 00:12:20,279 공사는 총 21일간 진행이 되었어요. 205 00:12:20,279 --> 00:12:24,230 그래서, 이렇게 불이 났던 집을 철거를 하고 벽채를 새로 세우고요. 206 00:12:24,230 --> 00:12:29,508 지붕에 단열재를, 뽁뽁이를 집어넣고 외단열을 했죠. 207 00:12:29,508 --> 00:12:33,931 외단열을 해서 공사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208 00:12:33,932 --> 00:12:39,060 그래서 보시는 것처럼 구조목 사이 사이, 209 00:12:39,060 --> 00:12:44,346 블록 사이 사이에 마치 조명을 켜 놓은 것처럼 밝은 빛이 만들어지죠. 210 00:12:44,346 --> 00:12:46,685 반대방향입니다. 211 00:12:46,685 --> 00:12:49,263 위에서 빛이 이렇게 쭉 떨어지죠. 212 00:12:49,263 --> 00:12:52,262 그래서 굉장히 밝은 지붕을 만들고 싶었는데. 213 00:12:52,263 --> 00:12:56,577 저희가 이제 이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를 쓰면서, 214 00:12:56,577 --> 00:13:00,769 작업자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가장 우려됐던 게 바로 온실효과였어요. 215 00:13:00,771 --> 00:13:04,046 그래서, 온실효과라는 건 아시겠죠. 216 00:13:04,045 --> 00:13:07,715 그래서 저희가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217 00:13:07,715 --> 00:13:11,640 남쪽 면에 있는 지붕은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가 아닌 218 00:13:11,640 --> 00:13:13,538 불투명한 골강판을 썼고요. 219 00:13:13,539 --> 00:13:17,864 북쪽 면에만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을 했어요. 220 00:13:17,863 --> 00:13:20,508 그래서 지붕을 보시면, 저기가 남쪽 면이죠. 221 00:13:20,508 --> 00:13:22,059 남쪽 면은 사실은 어두워요. 222 00:13:22,060 --> 00:13:23,644 빛이 들어오지 않죠. 223 00:13:23,644 --> 00:13:27,358 북쪽 면만 빛이 들어옵니다. 224 00:13:27,358 --> 00:13:29,310 자 이거는 225 00:13:29,310 --> 00:13:32,086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효과인데, 226 00:13:32,088 --> 00:13:35,674 저희는 사실 상상을 할 때 이것만 상상을 하면서 227 00:13:35,674 --> 00:13:38,945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뽁뽁이를 단열재로 사용했어요. 228 00:13:38,945 --> 00:13:43,957 그런데 완공식 날인데, 완공식을 하다가 낮부터 시작해서 229 00:13:43,957 --> 00:13:47,723 뭐 술도 먹고 놀다가 보니까 저녁 시간이 됐어요. 230 00:13:47,725 --> 00:13:50,104 저녁 시간이 되면서 하늘이 어둑어둑 어두워지니까 231 00:13:50,104 --> 00:13:54,585 지붕의 색깔도 같이, 푸르딩딩하게 색깔이 변해가더라고요. 232 00:13:54,586 --> 00:13:58,925 사실은 상상하지, 예상하지 못했던,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233 00:14:01,238 --> 00:14:04,390 이제 우리는 집이라는 것의 234 00:14:04,390 --> 00:14:07,108 기본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235 00:14:07,109 --> 00:14:09,880 집은, 다들 아시겠지만 의식주의 하나로서 236 00:14:09,880 --> 00:14:13,073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237 00:14:13,074 --> 00:14:16,778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의 집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238 00:14:16,778 --> 00:14:18,628 현재진행형의 문제입니다. 239 00:14:18,628 --> 00:14:25,540 거기다 빈부격차와 같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어떤 갈등들이 점점 더 심화될수록, 240 00:14:25,541 --> 00:14:30,517 아마도 보셨던 것과 같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겠죠. 241 00:14:30,516 --> 00:14:32,70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242 00:14:32,702 --> 00:14:36,644 집을 이야기하면서 돈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243 00:14:36,644 --> 00:14:40,676 그렇다면 이 사례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244 00:14:41,136 --> 00:14:44,855 하나는, 우리가 우리 주변에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245 00:14:44,855 --> 00:14:48,955 상상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웃들이 이렇게 많은데 246 00:14:48,955 --> 00:14:52,445 우리는 그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겁니다. 247 00:14:52,445 --> 00:14:56,369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248 00:14:56,369 --> 00:15:00,065 당연히 그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249 00:15:00,066 --> 00:15:04,651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러한 주거의 문제를 250 00:15:04,650 --> 00:15:09,670 개인의 책임, 개인의 무능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51 00:15:09,670 --> 00:15:15,609 왜냐하면 우리가 과거, 겪었던 급격한 산업화와 변화 속에서 252 00:15:15,608 --> 00:15:19,088 우리 사회는 구조적으로 저런 약자들이 253 00:15:19,088 --> 00:15:22,356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54 00:15:22,357 --> 00:15:25,845 여기에 우리가 지난 시간 동안 부동산이라는 것을 255 00:15:25,845 --> 00:15:29,742 개인적인 투기 혹은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여기면서 256 00:15:29,743 --> 00:15:34,252 우리 사회는 사회 복지 시스템 안에서 주거를 완전히 배제시켜 왔습니다. 257 00:15:34,254 --> 00:15:38,118 따라서 열악한 주거 환경 문제는 개인의 잘못 뿐만 아니라 258 00:15:38,118 --> 00:15:42,255 우리 모두,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될 문제이고 259 00:15:42,255 --> 00:15:46,128 이제는 우리가 그것들을 고민을 해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260 00:15:46,128 --> 00:15:48,960 보여드렸던 것과 같은 사례가 지금은 작게는 261 00:15:48,960 --> 00:15:51,735 집 하나에 대한 이야기이겠지만 262 00:15:51,735 --> 00:15:54,815 이게 좀 더 커지면, 더 넓어지면 263 00:15:54,815 --> 00:16:00,381 이런 것들의 해결을 위한 시스템, 264 00:16:00,380 --> 00:16:03,515 그리고 그 시스템을 위한 고민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265 00:16:03,516 --> 00:16:07,548 이 예가 갖는 의미의 두 번째는 266 00:16:07,548 --> 00:16:13,580 이 프로젝트는 비록 최종적으로는 건축가의 손에 의해서 마무리가 되었지만 267 00:16:13,581 --> 00:16:17,644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만든 건 건축하는 저도 268 00:16:17,644 --> 00:16:21,510 건축하는 건축가들도 잘 모르고 있는 저런 상황들을 인지하고 269 00:16:21,512 --> 00:16:23,621 저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270 00:16:23,621 --> 00:16:26,882 뜻을 모으고 돈을 모으고 실행에 옮긴 271 00:16:26,882 --> 00:16:28,940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사실은 힘입니다. 272 00:16:28,941 --> 00:16:32,406 그래서 이 사례들은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273 00:16:32,406 --> 00:16:37,112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힘을 모은다면 274 00:16:37,112 --> 00:16:39,264 충분히 다른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고, 275 00:16:39,264 --> 00:16:43,544 분명한 변화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276 00:16:43,545 --> 00:16:49,014 이제 우리는 그 동안 우리가 쫓고 있던 허상에서 벗어나서 277 00:16:49,014 --> 00:16:55,068 집의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78 00:16:55,069 --> 00:16:58,916 그래서 제가 오늘 이 이야기의 마지막으로 여기에 계신 분들에게 279 00:16:58,916 --> 00:17:02,568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80 00:17:02,569 --> 00:17:06,611 여기에 계신 분들에게 집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281 00:17:06,611 --> 00:17:07,800 감사합니다. 282 00:17:07,800 --> 00:17:09,610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