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생존 여성을 위한 희망과 정의

인권 보호 운동가 라비아 엘 가라니(Rabiaa El Garani)는 이슬람 테러단체 ISIS가 이라크에서 야지디 여성 및 소녀들을 상대로 자행한 가슴 아픈 성폭력과, 생존자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해 간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전합니다. 가라니는 "ISIS 피해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도움을 받으면 엄청난 회복력을 보입니다"라며, "생존자들을 목격하는 것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영광으로 느껴집니다"라고 말합니다. (본 강의는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 강의는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가 14살 때,

저희 부모님은 신랑감을 골라
저를 시집보내려고 하셨습니다.

저는 거부했습니다.

그때, 가족의 뜻을 거스른 결정이
제 삶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고

오늘날 저를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때로 힘든 시간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여자 아이의 주된 가치를
처녀성으로 판단하는

전통적인 모로코 집안에서 자라셨습니다.

이후 벨기에로 이민을 가서
저를 낳으셨고,

저는 벨기에에서 교육받고 자랐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세계관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제가 반대할 때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대가가 따랐습니다.

저는 결국 부모님의 집을 떠나

사람들의 권리를 수호하는

연방 경찰 수사관이 되었습니다.

저는 대테러 활동, 아동 유괴,
살인 사건 등을

전문으로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일이 너무 좋았고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아랍어에 능통한 무슬림으로서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싶었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수십 년 간 경찰관으로 활동한 뒤,

정의 신속 대응이라는 기관과
UN 여성기구의 일원으로

성범죄 수사관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정의 신속 대응은

대량 잔혹행위를
범죄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입니다.

공공, 민간 지원금을 모두 받으며

100개 이상의 참여국에
증거와 자료를 제공합니다.

분쟁을 겪는 많은 국가에서는
대량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공정한 절차를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정의 신속 대응은

이에 대응하여 UN 여성기구와의
협력으로 설립되었습니다.

함께 협력하여

정의 신속 대응과 UN 여성기구는

저와 같이 성범죄와 관련된
전문지식이 있는

250명 이상의 전문가를 고용해

훈련시키고, 자격을 인증했습니다.

저희가 하는 조사 활동은
국제법에 따라 이루어지며

조사 결과는 궁극적으로
전범을 기소하는 증거가 됩니다.

이런 방법은,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전쟁과 분쟁이 일어난 후에도

정의와 책임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줍니다.

제가 했던 일 중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라크에 있을 때였습니다.

ISIS로 알려진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는

기독교인과 시아파 투르크멘족,
시아파 무슬림, 시아파 샤박족,

야지디족과 같은
소수 종교인과 민족들을

체계적으로 공격하고

고문을 자행해왔습니다.

특히, 야지디족은 너무나도 끔찍한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2014년 8월 3일과 15일,

ISIS는 이라크 신자르 주에서
약 20곳의 마을을 공격했습니다.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14세 이상의 모든 남자들은

모두 처형했습니다.

여성과 여자 아이들은

강간하거나

국내에서 노예나 성매매로
팔아넘겼습니다.

한 달 뒤,

UN 인권 이사회 결의안을 통해
ISIS와 관련 단체가 자행한

폭력과 학대를 조사하고, 기록하기 위한

사실 규명 임무가
이라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야지디족에 대한
잔학 행위를 맡아 조사하게 되었고

성범죄를 중점적으로 조사했습니다.

야지디족은 쿠르드어를 사용하는
종교 민족으로

거주지는 이라크 북부입니다.

종교적 신념은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조로아스터교의 측면을

조금씩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이들의 신념을 이해하지 못한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은

야지디족이 악마를 숭배한다고
비난해왔습니다.

ISIS도 이와 같이 생각했고,
야지디족을 파괴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겪었던
최악의 성적 경험을 떠올린 다음

자세하게 기억을 되살려보세요.

이제, 오른쪽에 앉은 사람에게

그 경험을 설명해보세요.

(웃음)

어려우시죠?

(웃음)

물론, 실제로 하시리라
예상한 건 아닙니다.

모두 불편하고
난감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니 성교육을 받지 못한
11살의 한 중동의 여자 아이가

가족과 떨어져 있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이
처형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금기시 여기는 문화에서

자신이 겪었던 강간을

자세히 설명해야 했던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스스로 자존심을 회복할 유일한 방법은
범죄를 없었던 일로 여기고

억지로 결혼을 했다고 믿거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일어난 일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제가 인터뷰 한 소녀는
이름이 "아이다"인데요.

11살에서 18살 사이의
다른 13명의 소녀들과 함께

한 ISIS 지도자에게 팔려갔습니다.

그 중에는 세 명의 조카와
두 명의 사촌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14명의 소녀들은
ISIS 대원들의 집에 끌려갔습니다.

이슬람 성직자 이맘은 소녀들의 종교가
잘못되었고,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무슬림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유일한 선한 길이라 말했습니다.

지도자는 14명 소녀의 이름을
각각 작은 종이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두 명의 대원이
종이를 하나씩 뽑았습니다.

종이에 적혀있는 이름을 불렀고,

호명된 소녀는 강제로
다른 방으로 끌려갔습니다.

지도자와 이맘은
강간당하는 두 명의 소녀들이

소리지르는 것을 들으면서

웃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소녀들에게

소리지르지 말고 즐겨야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두 명의 소녀가 돌아왔습니다.

충격을 입은 모습이었고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결혼한 상태였던 소녀들은
많은 고통을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이 소녀들은 일생 동안 단 한 남자,

그들의 남편과만 성관계를 갖도록

교육받아 왔습니다.

이런 충격적인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간을 결혼으로 여기는 것 뿐입니다.

그 다음 두 명의 소녀가
다른 방으로 끌려가기 전

아이다는 두렵지만
한 가지 결정을 내립니다.

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다는
결혼 전 소녀들이 씻을 수 있게

화장실에 가게 해달라고
지도자에게 설득했습니다.

다른 소녀 한 명이 아이다에게

화장실에서 쥐약을 봤다고
말해줬었기 때문입니다.

14명의 소녀는 쥐약을 먹고

이 고통을 끝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약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

ISIS에게 발견돼
소녀들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모두 살았습니다.

ISIS는 소녀들을 격리시키고

개별적으로 팔아 넘기기로 했습니다.

아이다는 다른 집으로 끌려가
끔찍하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헤드스카프로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아이다는 이틀에 한번씩
구타와 강간을 당했습니다.

잡혀간 지 4개월 만에

아이다는 탈출할 용기를 냈습니다.

다른 13명의 소녀는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이다를 여러번 인터뷰 했습니다.

UN에서 아이다의 문화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왔다는

다른 피해자들의 말을 전해듣고
저와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저는 아이다의 눈을 바라보고

가장 어두웠던 그 순간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그 날부터 지금까지 저는
아이다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라온 환경 덕분에
아이다가 느끼는 수치심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조사로 정보와 증거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힘을 주기도 합니다.

피해자들과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자신감을 실어주고
정의를 요구할 의지를 심어줍니다.

탈출을 계획하던 아이다는

모든 야지디족 생존자들과 마찬가지로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납치범들의 학대를
계속해서 견뎌낼 것인지

수치와 거부를 당하고

명예 살인을 당할 수도 있는

집으로 돌아갈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저는 벨기에의 모로코인 사회에서

거절당한 아픔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같은 일이 야지디족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UN, NGO, 정치인,
야지디족을 포함한

관련 기관들이 모여

바바 셰이크라는

종교 지도자를 찾아갔습니다.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소녀들이 ISIS 대원에게
강제로 팔려갔고

결혼에 이슬람 개종까지 했지만

자신의 종교를 져버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오히려 납치, 강간,
성 노예생활을 당한 것이었죠.

저희와 회의 후, 바바 셰이크는

생존 소녀들을 피해자로 대하고

지역 사회에서 포용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메시지는 지역 사회를 넘어

ISIS에 잡혀있던 생존자들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지원의 메시지를 듣고

생존자들은 힘을 얻어

아이다와 같이 ISIS를 탈출했고

많은 젊은 야지디 여성은

용기를 내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바 셰이크의 공식 선언이

납치 당해있거나 탈출해 나온

많은 야지디 여성들을 살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저희와 만남을 거부한
종교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야지디 여성들보다 훨씬 안 좋은
결과를 겪은 생존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아파 투르크멘족에서는

500-600명의 피해자 중 43명만이

ISIS를 탈출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어떤 피해자들은

가족들이 ISIS와
계속 지내라고 하거나

가족의 명예를 살리기 위해
자살을 하라고 한 경우도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아이다를 포함한
ISIS 생존자들을 돕기 위해

1100명의 여성과 아이들에게
주택과 정신적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마련했습니다.

저는 업무기간 동안
아이다를 여러번 만났습니다.

아이다와 다른 피해자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대단한 일을 이루어 낸 사람들입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존자들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것은

정말 감동적인 일입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개인 상담과 그룹 상담,

미술 치료, 음악 치료,

스포츠 활동,

언어 수업,

학교 교육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피해자들을 분쟁 지역에서

안전한 국가로 이주시키는 것은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가져옵니다.

다른 국가들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되었고

더 많은 야지디족을 돕고자 했습니다.

야지디 여성들과 소녀들은

지금까지도 제게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학교 성적이나
여행 다녀온 얘기도 들려주고

ISIS와의 경험을 담은
책을 쓰고 싶다는

미래 계획도 얘기해줍니다.

가끔은 슬픔에 잠겨

자신이 겪은 일들을
다시 얘기할 필요를 느끼기도 합니다.

저는 심리학자가 아닙니다.

끔찍한 이야기를 들으며, 간접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겪었죠.

그러나 피해자들이 이야기하도록 하고

계속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들이 고통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저는 큰 그림을 봅니다.

피해 여성들과 소녀들이
치유되는 모습입니다.

더 이상 정의를 요구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희망이 없이는 정의가 없고,

정의 없이는 희망도 없습니다.

매년 8월 3일과 15일이 되면
저는 기념합니다.

야지디 여성들에게 연락해
그들을 기억한다고 전해줍니다.

그럼 항상 기뻐하더라고요.

그들에겐 감정적으로 힘든 날입니다.

지난 8월, 저는 아이다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게 기쁜 목소리로

당시 함께 납치되었던 조카 한 명이

시리아에서 ISIS에게 벗어나

이라크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믿어지시나요?

4년이 지났는데 말입니다.

지금 아이다의 가장 큰 바람은

세 곳의 대륙에 떨어져 있는 가족이

함께 만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일하면서 만난 생존자들을 생각 할 때면

이집트의 의사이자 작가, 인권 운동가인

나왈 엘 사다위의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영점에 선 여자"라는 책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삶은 매우 힘들고
진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삶 그 자체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다."

ISIS 피해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도움을 받으면

엄청난 회복력을 보입니다.

각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정의의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피해 여성들이 존엄을 찾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정의 구현 절차가

필수라고 저는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정의란 피의자를 처벌하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겪은 범죄가

법적 체계에 기록되고 인정되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생존자들과 함께 일한 것은

일생일대의 기회였습니다.

그들의 슬픔을 알고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에

사람 대 사람으로
깊은 유대를 형성할 수 있었죠.

이것 자체로도 치유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 이야기를 보고, 듣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해주는 것 말입니다.

고통받는 사람들과 가까워질수록

수사관으로서도 고통을 느낍니다.

너무 힘들고, 마음이 아프고,
트라우마도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합니다.

대량 잔혹행위의 생존자를 만나

손을 잡고 그들의 눈을 바라보면

제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가치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만큼 하고 싶은 다른 일은 없습니다.

용감한 생존자가 다시금 자존감을 찾고

그들을 인정해주는 가족과
사회 속에 자리를 찾으려고

힘겹게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것을 목격하는 것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영광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치유를 가져다줍니다.

감사합니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