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관습에 얽매여 살아가지 않아요. 이성을 좋아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좇을 필요도 없죠. 여자가 되기 싫어어서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여자들을 '톰'이라고 해요. 그리고 톰은 여자한테 매력을 느끼죠. 태국은 성과 젠더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관용적인 나라 중 한 곳입니다. 태국의 수도 방콕은 '카트이' 즉 제 3의 성으로 유명합니다. 이 트랜스젠더 여성들은 원래 남자였지만 지금은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입니다. 카트이만큼은 안 알려졌지만 톰이라고 하는 비전통적인 젠더도 있습니다. 톰은 남성적인 특성을 가지 여자들을 말하는데 하지만 자신을 남자로 여기진 않죠. 보통 톰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옷을 입습니다. 부치 레즈비언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같지는 다르며 태국 특유의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태국에서 톰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기영화에도 출연하고 SNS에서 거대한 팬층을 거느리는 경우도 있죠. 톰의 여성팬들을 위한 전용잡지까지 있습니다. 태국의 톰문화에 대해 좀더 알아보기 위해 미스터 톰 액트 출전을 앞둔 두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매년 개최되는 미스터 톰 액트는 톰들만 출전하는 선발대회입니다. 우리는 먼저 솜을 만나봤습니다. 인스타그램 유명인사인 솜은 운동을 무척 좋아하죠. 제 목표는 우승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 하는 겁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다 끝나고 나서 후회하는 건 싫거든요. 취미요? 대부분의 시간을 헬스장에서 보내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남자애처럼 행동했고 놀 때도 남자애처럼 놀았어요. 여자애들이랑 있을 땐 긴장되지만 남자애들은 그냥 편안한 친구였습니다. 남자랑 사귄 적이 없어서 남자 때문에 마음 아파 본 적도 없어요. 남자랑 사귀는 제 모습은 상상도 안 돼요. 앰도 이번 미스터 톰 액트에 출전하는데, 밴드와 리허설하는 그를 찾아가 봤습니다. 대회 때 노래를 불러야 해서 연습중이예요 제 연습도 하고 밴드 트레이닝도 시키구요. (제가 톰인라는 건) 초등학교 때 알았어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건 9학년 때였구요. 남자랑 사귄 적도 있는데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러다 9학년 때 여자가 좋다는 걸 확실히 깨달은 거죠. 그때부터 머리도 짧게 치고 여자랑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톰보이도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다는 걸 다들 알게 될 거예요. 사회도 우릴 예전보다 더 받아들여 주고 있구요. 앞으론 더 받아줄 것 같아요. 예로부터 태국에서는 젠더를 불문하고 누구나 개방적인 삶을 살아 왔습니다. 하지만 톰은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죠. 그 기원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때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태국에서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동성을 좋아하는 여자는 레즈비언이라 불리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레즈비언이라는 표현을 쓰려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톰보이라는 단어에서 새 이름을 따오게 된 건데 자기들 특성에도 톰보이 쪽이 훨씬 더 잘 맞아 떨어졌던 거죠 특히 남자처럼 행동하는 여자들한테는 더욱더 말입니다. 톰은 보통 '디'와 사귀는데 '디'란 스타일이나 행동이 전형적으로 여성스럽거나 매우 여성스런 타입을 일컫습니다. 톰 / 디의 관계는 서양의 부치 / 펨의 관계와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하지만 완전히 같진 않습니다. 디 레슬라는 현재 톰 공동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입니다. 2000년에 개설한 lesla.com은 동성을 사랑하는 태국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공간이 되었습니다. 디 레슬라는 동남아 최대규모의 레즈비언 파티를 기획하기도 하죠. 레즈비언은 동성을 사랑하는 여성이란 뜻인데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쪽과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쪽 모두를 가리킵니다. 한편 태국에는 다소 '하드코어'한 톰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게중엔 레즈비언이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레즈비언 대신 톰이란 표현을 쓰는 겁니다. 태국에만 있는 문화죠. 태국에서 레즈비언이라고 하면 여성스런 특징을 연상하는 반면 톰이라고 하면 좀더 지배적이고 남성스런 이미지가 있습니다. 톰들의 스타일은 서로 비슷한데 한 눈에 봐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태국의 톰들은 일정한 틀을 따라요. 남자답게 보여야 하니까. 또 파트너를 지켜줄 만큼 강해야 합니다. 남자다워지려면 일단 가슴이 평평해야 하고, 두번째로는 여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해요. 세번째는 물주처럼 행동하며 여자가 돈을 내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교제방식이나 옷차림을 고수한다는 점이 톰은 주류 레즈비언 문화와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태국의 톰들은 다른 나라의 레즈비언과는 전혀 다른데 그 이유는 교육방식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태국 사람들은 자기 방식대로 살기보다는 시키는 대로 하도록 교육받으며 자라죠. 자기 표현을 잘 하는 서양사람들과는 달리 태국 사람들은 시키는 대로 하도록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틀을 좇는 데 익숙한 겁니다. 그 틀이 맞지 않아도 무조건 따라하는 거죠. 태국에는 관용의 문화가 있지만 자신을 레즈비언 내지 톰으로 여기는 여성들은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시각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톰보이를 만나다니! 난 톰보이가 아니라구! 딱 봐도 톰보이처럼 생겼잖아! 가슴은 있어? 태국사회가 실제로 개방적이냐구요?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내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님들도 이들에게 이성애자와 똑같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진 않아요. 길을 걷다보면 톰, 카트이, 디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이성애자와 똑같은 권리를 누리는 건 아니거든요. 가시성이 평등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스터 톰 액트 같은 새로운 기회가 늘어나면서 톰의 수용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회 당일 아침 리허설을 위해 태국전역에서 톰들이 모였습니다. 톰을 위한 호화잡지 '톰 액트'가 이 이벤트의 메인스폰서입니다. @TOM ACT는 이 세상 모든 톰들을 위해 발간되는 잡지입니다. 잡지 내용 중에는 "우리는 가족"이란 코너가 있는데 톰보이 딸을 둔 부모님들 인터뷰해서 그 내용을 싣고 있어요. 받아들이는 가족도 있고 그렇지 않은 가족도 있죠. 톰들이 눈에 많이 띄니까 밖에서도 자신을 숨기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줄 아는데 아직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자를 좋아하지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거나 부모님이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거죠. 하지만 이 잡지가 출간되면서 부모님한테 이 잡지를 권해 드리거나 눈에 띄는 곳에 놔두면, 어른들이 보시고, 아 톰보이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아시게 됐어요. 저도 지금 (톰보이와) 연애중인데 학교 다닐 때 우리 두 사람 모두 농구를 했거든요. 걔랑 얘기하고 있으면 마음도 편해지고 또 긴장도 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아 내가 이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지만 그땐 그게 사랑인지 몰랐어요. 처음엔 제 연애생활이 제한되는 게 싫어서 톰보이가 좋은 걸 인정하지 않았죠. 하지만 이젠 여자가 좋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어요. 아름답고 쿨한 여자를 보고 있으면 너무 좋아요. 라팟처럼 디와 사귀는 톰도 많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태국문화에는 동성을 좋아하는 여성의 정체성이 여럿 존재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톰, 디, 레즈(비언)이죠. 또 사랑을 나눌 때의 역할에 따라 세분화되기도 합니다. '원웨이', '투웨이'가 그렇죠. 원웨이란 침대에서 기쁨을 주는 역할과 받는 역할 중에서 한쪽만 맡는 경우를 말합니다. 반면 투웨이는 두 가지 역할을 다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톰의 또다른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이 원웨이 관계만을 바란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톰이 그런 건 아니죠. 톰 중에도 원웨이, 투웨이가 있고, 디와 레즈 중에도 원웨이와 투웨이가 있어요 매력을 느끼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여성을 분류할 수도 있는데 디를 좋아하는 톰도 있고 '톰 게이'라고 해서 톰끼리 좋아하는 경우도 있어요. 같은 성격에 이끌리는 거죠. 반면 디는 따로 나뉘지 않아요. 레즈(비언) 같은 경우엔 스타일에 따라 레즈킹과 레즈퀸으로 나뉩니다. 레즈킹의 경우 전형적인 여자 스타일이지만 조금더 스포티하고, 맵씨 있고, 남성스런 반면 레즈퀸은 전형적인 여성 스타일이죠. 이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이상 이들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톰들도 다원적인 연인관계를 맺는다는 점입니다. - 대회 개막 한 시간 전 - 이제 곧 쇼타임이네요. 너무 긴장돼요. 심장이 너무 쿵쾅거리지만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지금 무대 뒤에서 스탠바이중이구요, 첫공연이라 긴장됩니다. 너무 떨러요! 대회 중반부터 톰 출전자들은 인파와 섞여 팬과 관객들로부터 스티커를 모읍니다. 스티커를 통해 그 사람을 찍는 일종의 투표인 셈이죠. 여기서 톰들은 팝스타에 준하는 인기를 누립니다. 다섯 시간에 걸친 춤과 노래 경연 끝에 드디어 우승자 발표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먼저 아프로디테상 수상자는 '좀' 빳챠리 아난따비랏! 다음 특별상 '아이페시업 아이돌' 수상자는 또 '좀' 빳챠리 아난따비랏! 좀은 이날 3개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높은 상은 '스마트톰상'이었는데 바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스마트 톰상 수상자는 바로 '좀' 빳챠리 아난따비랏! 절 응원해 주시는 팬들을 한 자리에서 뵐 수 있어서 좋았구요 너무 기쁩니다. 남부에서 오신 팬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그 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겁니다. 전통적으로 성이란 남자와 여자, 이분법적으로 나뉩니다. 남성스런 남자와 톰들은 디나 일반여성을 여성스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거라고들 생각하죠. 하지만 성이란 바뀔 수도 있고 유동적이라는 사고방식도 있습니다. 동성을 사랑하는 여성이라면 너무 틀에 얽매여선 안 돼요. 톰이든, 디든, 레즈비언이든 우리 모두가 여성을 사랑한다는 것, 그래서 행복하다는 게 중요하죠.